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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2월 20일 토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220토] 미소금융 홍보 그만두고 내실 따져라
금융소외 계층에게 담보나 보증 없이 저리로 창업 및 자활자금을 빌려주는 미소금융 사업이 정부 방식대로 운영될 경우 적자가 쌓여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보고서 나왔다. 정부가 나서 대기업과 금융권의 기부금과 휴면예금 등으로 기금을 조성, 지난해 12월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제기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사적으로 유례없는 (반관반민의) 한국형 마이크로크레디트(MS) 사업'이라고 부풀릴 때 예견된 바지만, 지금이라도 정부는 취지에 맞게 미소금융의 틀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사실상 국책연구기관인 금융연구원이 엊그제 내놓은 보고서의 요지는 미소금융의 사업장과 운영 인력 확보ㆍ유지를 위한 고정비용 부담이 막대해 이자수입으로는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업이 본궤도에 접어들어 지역사업장이 300개로 확대될 경우 사업장 확보에 연 400억원, 심사인력 등 인건비와 교육훈련 등 관리비가 연 600~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수입은 평균 대출잔액 2조원을 기준으로 5% 금리를 적용하면 1,000억원이지만 평균 회수율을 감안하면 그보다 훨씬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일깨워 저신용 서민계층의 자활을 도와주는'선한 목자'역할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미소금융도 엄연히 금융인 이상 금융시스템의 틀 안에서 움직이는 게 맞다. 제도권 서민금융보다 20~40&포인트나 낮은 금리로 대출하면서 매년 수백억원대의 적자를 내는 부문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금융시장 교란 요인이다.
미소금융의 실적이 아직 미미한 것도 이런 사정과 떼어서 말하기 어렵다. 지금껏 27개 지점이 설립돼 1만3,000여명이 찾아왔으나 대출을 받은 사람은 200명 남짓이다. 낮은 금리와 과잉홍보를 보고 너나없이 달려드니, 대출심사도 그만큼 엄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금리와 신용도 등 대출조건과 대출심사 체계를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소금융은 사회적 기업 대출에 주력하고, MS사업은 민간을 통한 간접지원으로 전환하라는 제안도 검토할 만하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220토] 앞에선 전교조 죽이기, 뒤로는 끝없는 매관매직
서울시 교육청의 인사비리 파문이 끝간데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현직 교사들로부터 인사 대가로 뒷돈을 챙긴 장학사가 구속된 데 이어 현직 고교 교장 둘이 연달아 구속됐다. 이런 사람들을 교육자로 여기고 따랐던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불쌍하기만 하다.
더 큰 문제는 지금까지 밝혀진 게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사건 발생 뒤 교육계에선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만큼 교장이나 장학사 인사를 둘러싼 금품수수가 만연돼 있고 인사가 파행적으로 이뤄졌다는 뜻이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는 배경에는 현장 교사에 비해 장학사나 장학관 등 교육전문직을 우대하는 승진제도가 자리잡고 있다. 장학사가 되면 교감도 교장도 되기 쉽다. 전체 교원의 1%밖에 안 되는 전문직 출신이 초·중·고 교장의 27% 이상을 차지하는 게 현실이다. 보직 희망 교사들이 장학사가 되려고 목을 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럴수록 인사가 공정해야 하지만, 서울시 교육청엔 공정한 인사 원칙도 의지도 없었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8차례 이뤄진 교장 인사를 분석한 한 주간신문의 보도를 보면 그 파행상을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정택씨가 교육감에 당선된 직후인 2008년 9월 인사에선 평소 20%대에 머물던 교육전문직 출신 교장 비율이 45%로 치솟았다. 선거 지원에 대한 보답으로 교장 인사를 활용했음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전문직 교장을 내보내기 위해 정년을 6개월 남긴 교장을 밀어낸 사례 등 비정상적인 인사가 수두룩했다. 이런 자의적인 인사가 뒷돈 등 음성적 거래를 부추겼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기에 더해 일제고사 반대 교사 등에겐 추상같으면서도 교육계 비리에는 유난히 무른 교육과학기술부나 교육청 탓도 없지 않다. 교과부는 사건이 터지자 검사 등 외부 인사를 감사관으로 두겠다는 등의 대책을 내놨다. 외부 인사도 참여하는 기존의 교직복무심의위원회는 무력화시켜 놓고 말이다.
이런 식으론 고질적인 교육비리를 근절할 수 없다. 검찰이 이번 비리를 끝까지 파헤쳐 문제의 근원을 밝혀내야겠지만, 교과부도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는 인사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혁하고 비리 교사에 대한 징계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비리를 저지른 자들이 교육자 행세를 하는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동아일보 사설-20100220토] PD수첩 판사, 醫協의 판결 비판에 답해보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그제 서울중앙지방법원 문성관 판사의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무죄 판결 내용 일부가 의료계의 판단과 현저한 차이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의협이 직접적인 이해관계도 없는 사건의 판결을 의학적 관점에서 비판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PD수첩 무죄 판결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의협은 PD수첩이 급성 베르니케 뇌병증으로 숨진 아레사 빈슨의 사인(死因)을 인간광우병으로 단정하는 식으로 보도한 것에 대해 “의학적으로 가능성이 희박한 사인을 과장 보도한 것이 분명하다”며 “광우병과 연관짓는 것은 매우 왜곡된 사실관계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빈슨이 비만 치료를 위해 위 절제수술을 받은 뒤 사망했는데 사인을 광우병과 연관지은 것은 명백한 왜곡이라는 것이다.
PD수첩이 ‘한국인이 광우병 쇠고기를 먹으면 발병위험이 94%가량 된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문 판사가 이를 허위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에 대해서도 의협은 “과학적 진실을 왜곡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인간광우병 발병에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고 인간광우병에 저항하는 유전인자가 백인보다 동양인에게 많다는 점을 무시했다는 것이 이유다.
문 판사는 지난달 20일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1심 판결에서 명백한 오류와 왜곡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인 사실과 합치되기 때문에 허위라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해 파문을 일으켰다. 같은 사건에 대한 민사소송 1, 2심 재판부가 이미 허위보도로 인정했고 PD수첩 제작진도 스스로 오류를 인정한 것들조차 무시한 어이없는 판결이란 지적을 받았다. PD수첩 관련 자료의 번역을 담당한 정지민 씨는 문 판사에게 공개질의서까지 보내 항의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엄격한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사건을 해당 전문가단체의 의견 조회도 없이 일부 전문가의 증언만 편파적으로 인용해 판결한 문 판사의 잘못이 크다. 돌이켜 보면 전문가집단이 처음부터 PD수첩 내용의 진실을 밝히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왜곡 선동 방송이 계기가 된 촛불집회가 석 달간 도심을 마비시킬 지경으로 악화하지 않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의협의 문제 제기는 더 일찍 나왔어야 했다. 방송학회를 비롯한 전문가집단이 정치적 편견을 극복하고 광우병 사태의 진실 규명에 적극 참여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조선일보 사설-20100220토] 국내 처음 도심 아파트 앞에 들어선 쓰레기 처리장
도심(都心) 아파트 지역으론 국내 처음으로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용두공원 지하에 음식물 쓰레기 등을 처리하는 환경자원센터가 생겨 5월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이 센터는 동대문구청 정문과 도로 하나를 두고 마주 보고 있으며, 센터를 중심으로 반경(半徑) 50m 이내에는 1500여 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 시설은 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악취 때문에 어느 곳에서나 주민들이 "우리 동네에 짓는 것은 안 된다"고 반발하고 나서는 대표적인 '님비'시설이다. 동대문구도 그동안 멀리 충청도까지 가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해왔다. 그러나 그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갈수록 커져 처리가 어렵게 되자 동대문구는 2004년 구청 앞에 최첨단 음식물 쓰레기 처리 시설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구청 앞에서 매주 2~3회씩 수백명이 모이는 시위를 100여 차례나 열었고 일부는 구청장실도 점거했다. 구청 민원실에 음식물 쓰레기를 던지고 출근길의 구청장 차에 분뇨를 뿌리기도 했다. 26개 단체가 120여 차례나 청와대·감사원·국민고충처리위원회 등에 탄원서를 냈다.
구청은 "우리 지역 쓰레기는 우리 지역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며 주민들을 설득했다. 주민대표 25명을 40차례 만나 설명하고 전체 주민들을 상대로 한 설명회도 8차례나 열었다. 요구 사항이 있으면 다 내놓으라고 했다. 처음엔 무조건 반대로 일관하던 주민들은 2006년 10월 18개의 요구 사항을 제시하는 등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구청은 악취 방지를 위한 주민 감시단 설치 등 요구 사항을 모두 들어줬다. 센터 건설 부지 주변의 재건축 용적률을 높여 달라는 요구 사항도 구청이 서울시에 건의해 현재 절차를 밟고 있다.
구청은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 안의 공기가 정화 장치를 거치지 않고는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하는 시설 등 냄새 방지 첨단 시설들을 찾아 나라 안팎을 누볐다. 건설 부지를 구청 바로 앞으로 정한 것도 "냄새가 나면 구청 직원들부터 근무를 할 수 없을 것 아니냐"며 주민들에게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2006년 11월 착공했던 시설이 작년 말부터 시험 가동에 들어갔다.
동대문구는 혐오 시설 건설을 놓고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과 대립도 구청과 주민이 하기에 따라선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서울신문 사설-20100220토] 법원이 시동건 사법개혁 국회가 마무리를
전국 법원 조직의 심장부인 서울중앙지법이 어제 재판사무분담을 통해 ‘법조경력이 많은 법관들에게 형사단독판사를 맡겨야 한다.’는 여론을 수용하는 형태로 중견 법관들을 형사단독판사에 전진 배치하며 사법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재정합의부 신설을 통해 재판의 신뢰성을 강화하겠다는 개혁 방침도 가시화했다. 그런데 PD수첩 판결 같은 이념편향 판결 논란을 부른 1심 판결을 최소화해 보겠다는 대법원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도 알려져 주목된다. 학계나 정치권 등에서는 성향이나 정치적 입장차이에 따라 평가가 조금은 엇갈리고 있지만 우리는 중앙지법의 이날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중앙지법은 이번에 약식, 영장, 정식재판 담당을 제외한 일반 형사사건의 단독판사들은 모두 임관 11~20년차의 중견 법관들을 배치했다. 통상 경력 5~15년차 정도의 법관이 배치되던 기존의 관행에서 보면 파격적이다. 앞으로 이념판결 논란이 빈발했던 서울중앙지법에서 일반 국민들의 정서와 다소 거리감이 있다는 지적을 초래한 이른바 튀는 판결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다만 수원·대구·부산·인천·광주·대전지법 등 법관 수가 200~170명 정도인 비교적 큰 지방법원을 제외한 군소 지법과 지원에서는 이같은 중견 판사의 형사단독 전진배치는 요원하다는 한계가 있긴 하다. 그래서 중앙지법의 재판사무분담은 실험적이긴 하지만 의미 있어 보인다.
그동안 사법부는 PD수첩 판결 등을 계기로 사회적 논란의 한가운데 서자 쏟아지는 비난과 압력에 대해 억울하다며 스스로 개혁할 수 있는 점은 실행하겠다고 했다. 중앙지법이 그 첫걸음을 뗀 것이다. 하지만 사법개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중앙지법의 조치가 다른 법원으로도 확산되어 제도로 정착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사법부가 스스로 할 수 없는 개혁조치들은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마무리되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사조직 해체 및 판사임용방식 개선 등 법원 개혁을 우선하는 한나라당과 대검 중앙수사부 해체를 비롯한 검찰 개혁을 강조하는 민주당 등 정치권이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에서 국민들을 위하는 사법개혁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220토] 학령인구 급감, 교육환경 재정비 필요하다
국내 학령인구(만 6~21세)가 올해 1000만명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베이비붐에 따라 1965년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선 학령인구는 1980년 144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으나 46년 만에 1000만명 아래로 다시 내려가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점은 지금 추세대로라면 2015년 872만명,2018년 791만명,2022년 699만명,2047년엔 495만명으로 급감한다는 점이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저출산 때문이다. 심각한 국가적 현안인 저출산은 고령화와 맞물려 경제성장과 복지정책 등에서 대재앙이 될 것이라는 전망과 우려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제 교육으로,앞으로는 국방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분야로 파급될 것이다.
학령인구를 늘리는 것은 출산율을 높이는 길밖에 없다. 문제는 출산율 높이기의 중요성과 대책마련의 시급성은 수도 없이 제기됐고 정부도 다양한 방안을 내놓았지만 획기적인 묘책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다시 한번 실효성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과감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출산율 제고가 장기적 · 근본적 대책이라면,학교와 교사의 수급대책을 종합 점검하고 대학을 중심으로 학교의 구조조정을 해나가는 것은 현실적 대응책이다. 당장 올해 130개 초등학교에서 취학예정자가 1명도 없다니 이런 학교를 어떻게 운영해나갈 것인가. 서울 강남에서 추진중인 특정 초등학교의 통폐합도 하나의 모델은 될수 있다. 지지부진한 국 · 공립대 통폐합 작업이나 홀로서기가 어려운 부실 사립대에 대한 정리도 서둘러야 한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0220토] 미 FRB 출구전략 시동거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재할인율을 0.75%로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출구전략 에 시동을 건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재할인율 인상은 기준금리 인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미국이 본격적인 출구전략에 나설 것임을 예고하는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FRB는 재할인율 인상이 통화긴축의 본격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국내증시가 급락하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국의 재할인율 인상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경제가 안정 수준으로 돌아섰고 이에 따라 세계경제 안정도 빨라질 것이라는 판단에 근거를 두고 있다. 세계경제가 안정성장 궤도에 들어설 경우 출구전략도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 함께 G2로 불리는 중국은 이미 두 차례 지급준비율을 인상하는 등 경기조절에 들어갔다. 경기회복 속도가 빠른 호주와 노르웨이ㆍ이스라엘 등은 정책금리를 인상했고 인도도 지준율을 올리는 등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단행했던 비정상적인 조치들을 정상화하는 것은 시간문제로서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는 없다. 우리 정부도 그동안 알게 모르게 출구전략을 가동해왔다. 한국은행은 금융위기를 맞았을 때 시중에 풀었던 원화 및 외화자금을 거의 거둬들였다. 정부도 은행의 해외채권 발행에 대한 지급보증을 마무리했고 중소기업의 신용보증 만기연장도 올 상반기 중 종료할 방침이다.
이제 남은 카드는 기준금리 인상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도 엊그제 기준금리 인상시기가 그리 멀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미국 등이 지준율을 높였다고 우리도 성급하게 따라갈 필요는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지만 추경 등 재정과 조세감면 등의 효과를 빼면 사실상 제로 성장에 그쳤다.
민간 부문의 투자와 소비는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섣부른 금리인상은 사상최대 규모의 가계부채를 부실화로 몰고 갈 위험도 크다. 전반적으로 경제는 아직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형국이다. 경제회복에 찬물을 끼얹지 않으면서 초저금리에 따른 자산 버블과 같은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는 데 출구전략의 어려움이 있다.
* 오늘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중앙시평/성영신(고려대 교수·심리학)-20100220토] 점에 기대지 말고 자신을 믿어라
해마다 이맘때이면 성황을 이루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점집’이다. 점집뿐만 아니라 사주카페·길거리점집 등 곳곳마다 신년운세를 묻는 사람들로 붐빈다. 심지어 요새는 인터넷이나 휴대전화에 생년월일만 입력하면 오늘의 운세부터 토정비결·애정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운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십수 년 전까지만 해도 미아리·청량리 주택가 후미진 골목 안쪽에 자리 잡고 있던 것이 종로·압구정 등 번화가에 고급스럽고 세련된 외관과 인테리어로 사람들을 맞이하는 것을 보면 다소 놀랍고 신기하다.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점집은 오히려 특수(特需)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한 조사기관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8명이 운세 서비스를 이용해본 적이 있다고 한다. 점술인의 수는 50만 명에 이르고 역술시장 규모는 2조~3조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하니 가히 ‘운명소비’(김철민 광주대 교수)의 시대라고 부를 만하다.
사람들이 점(占)을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 명 중 두 명은 단순히 재미와 흥미로 점을 친다고 말하지만, 그 이면에는 그 이상의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가 깔려 있다.
인간은 미래지향적인 동물이다. 오늘을 살면서도 늘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한다. 결혼은 언제쯤 하게 될지, 5년 후에 어떤 회사에서 일하고 있을지, 10년 후에 아이는 몇 명이고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지…. 누구나 이런 궁금증으로 많은 시간을 보낸 20대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단순한 호기심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보다는 앞으로 일어날 일, 특히 안 좋은 일을 미리 알고 이에 대비하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동기 때문이라면 얼핏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최근 운명소비 행동이 염려되는 것은 많은 젊은이가 인생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다는 점이다. 잡지나 인터넷에서 채 열 개도 안 되는 질문에 답을 하면 자신에게 어울리는 배우자 유형과 성공 가능성이 높은 직업은 물론 다이어트 방법이나 바캉스 휴가 장소까지 알 수 있다고 한다. 또 주말이면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거리마다 타로카드점을 치려고 서너 시간씩 기다리는 긴 행렬을 쉽게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인생은 선택과 의사결정의 연속이다. 대학에 가서 어떤 공부를 할지, 대학을 졸업하면 바로 취직을 할지 혹은 대학원에 진학할지, 현재의 직장을 계속 다닐지 말지 등 인생의 고비마다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누구나 후회 없는 판단과 결정을 하기 위해 스스로 곰곰이 생각할 뿐만 아니라 책이나 인터넷에서 여러 가지 정보를 찾아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이렇게 해도 해결이 안 되면 초자연적인 힘에 의존하기도 한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점(占)이다. 재미와 흥미로 포장을 하더라도 미래를 선택하기 위해 점집을 찾는 것은 결국 내 인생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남에게 맡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함으로 점집을 찾는 그 심정이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다. 다만 운명소비가 결국은 개인의 정신적 건강을 훼손하고, 자아(self)의 발전에 해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자신의 ‘운명’을 점집이나 운세 사이트에 맡기지 말고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인생에서 중요한 일일수록 적절한 선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선택 후의 실천 행동이다. 배우자를 선택한 후에는 성숙한 결혼생활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며, 직업을 선택하고 나면 그 분야에서 인정받기 위해 매진해야 한다. 이때 자발적으로 결정한 일은 최선을 다해 애쓰지만 외부의 강요나 압력에 의해 주어진 일에는 노력을 덜 하게 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이 있다. 어렵고 힘든 일을 겪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더 성숙한 인간이 된다는 의미다. 인생의 갈림길에 선 사람은 자신이 어떤 인물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잘하는 게 무엇인지 깊이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고민과 방황을 통해 우리는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다. 점집을 찾는 것이 자아를 성장시킬 수 있는 고통의 시간을 너무 빨리 내팽개쳐 버리는 행동 같아 안타깝다.
자신감과 희망에 부풀어 있어야 할 젊은이들이 사주카페를 드나들고 인터넷 운세 사이트를 애용하면서 자신의 운명을 남에게 맡기는 것을 그저 하나의 놀이처럼 생각하는 현상을 간과하기는 어렵다. 젊은이들은 미래가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만큼 자아를 성장시킬 수 있는 여지도 크다. 미지의 세계이니만큼 불안이 뒤따르지만 이러한 경험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인가!
때로는 두렵고 떨리지만 수많은 선택지를 하나하나 제 손으로 택해 나가는 것이 바로 인생의 참 묘미다. 점에 기대려 하지 말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믿어라.
[경향신문 칼럼-여적/박성수(논설위원)-20100220토] 무관의 영웅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의 일이다. 복싱의 백종섭은 라이트급 국가대표로 활약해 왔지만 각종 국제대회에서 번번이 8강의 벽을 넘지 못했다. 서른을 눈앞에 둔 나이. 베이징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하면 군 입대로 운동과 멀어질 수도 있는 상황. 배수의 진을 치고 링에 올랐다. 그런데 8강 문턱에서 날벼락이 떨어졌다. 목과 가슴을 후비는 통증이 찾아온 것이다. 기관지 파열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링 위에서 죽겠다”며 출전을 호소했지만, 결국 기권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아내는 전화기 너머에서 울고 있는 남편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역도 이배영도 불운을 겪었다. 그는 용상 1차 시기에서 발목이 접질리면서 다리에 심한 경련이 일었다. 이를 악물고 마지막 시기에 도전했지만 앞으로 넘어지면서 메달의 꿈을 접어야 했다.
스포츠 세계에서 승자와 패자의 명암은 극명하게 갈린다. 올림픽 같은 큰 대회일수록 2등조차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했던 한 허들선수의 아버지는 TV를 보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조금 전까지 아들이 몸푸는 장면을 시청했는데, 갑자기 야구중계로 넘어간 것이다. 화면에는 ‘예선 탈락’이라는 자막이 흘렀다고 한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모태범, 이상화 선수가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한국선수들이 빙속(氷速) 역사를 새로 썼다. 남녀 빙속 500m를 한 나라가 동시 석권한 것은 올림픽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연일 갈채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뒤편에서 말없이 고개를 숙인 선수가 있다. 한국 빙상계의 맏형 이규혁이다. 13살 때 태극마크를 단 이후 이번 밴쿠버 대회까지 5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메달 운은 따라주지 않았다. 그러나 그에게는 ‘무관(無冠)의 영웅’ 등 격려의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인간미 넘치는 성품으로 후배들의 멘토가 되어 왔고, 팀을 위해 ‘제2의 감독’ 노릇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밴쿠버 올림픽이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있다. 다음주에는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에 도전하면서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이 끝나면 메달리스트들은 다시 한 번 갈채 속에 파묻힐 것이다. 그러나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 선수들을 단순히 메달 색깔만으로 기억하지 않으려는 팬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매일경제신문 칼럼-매경춘추/김평우(대한변호사협회장)-20100220토] 대법관의 수
우리나라 국민들의 재판에 대한 승복률은 매우 낮다. 법원 통계에 의하면 형사사건의 경우 1심 판결에 대한 항소율이 32%이고, 2심 판결에 대한 상고율은 25%이다. 재판의 불복률이 이렇게 높은 것은 한마디로 우리 국민들이 사법을 불신한다는 이야기이다.
사법 불신의 원인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사법의 최종 보루인 대법원이 사건을 졸속으로 처리한다고 국민이 믿기 때문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이렇다. 우리나라는 3심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런데 재판에 대한 국민들의 불복률이 높아 많은 사건이 1심에서 끝나지 않고 2심을 거쳐 3심에서 끝난다.
그런데 법원 통계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 대법원에서 재판하는 대법관은 13명이고 이 대법관 1인당 사건 처리건수는 연간 2400건을 넘는다. 이 숫자는 대법관이 1년 365일 쉬지 않고 매일 6~7건을 처리해야 하는 숫자이다. 누가 보아도 터무니없이 많은 숫자이다.
재판사건을 이렇게 많이 처리하면 졸속이 되기 십상이다. 실제로 대법원이 처리하는 사건 중에서 약 70%가 판결 이유도 없이 기각(패소)으로 처리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패소 판결을 받은 국민은 대법관이 상고이유서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졸속으로 처리하였다고 믿는 것이다. 사법의 최후 보루인 대법원이 사건을 졸속으로 처리한다고 국민들이 생각하는 한 사법 불신은 해소할 수 없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필자가 보기에 고치는 방법은 간단명료하다.
재판하는 대법관의 수를 현재 13명에서 50명 이상으로 대폭 늘려 대법관의 처리건수를 대폭 낮추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1987년에 재판하는 대법관의 수를 현재의 13명으로 정한 이래 23년 넘게 1명도 늘리지 않았다. 같은 기간 1심, 2심 법관은 844명에서 2094명으로 2.5배 늘었는데 최종심인 3심의 재판관, 즉 대법관 수는 하나도 늘리지 않았으니 대법관 1인당 사건처리 건수가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그 결과 국민들은 대법원이 사건을 졸속 처리한다고 의심하게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누구든 진정으로 사법개혁을 할 생각이 있다면 먼저 대법관 수를 50명 이상 대폭 늘리고 대법관을 전문 분야별로 나누어 재판토록 하여야 한다.
첫댓글 토욜도 없이 욕본다 ..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