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적도 여행기
1.언제:2011.7.13~14<1박2일>
인천광역시 옹진군에 속해있는 섬 덕적도는 인천 연안부두에서
직선 거리로 약 75km, 뱃길로는 약 50여분이면 도우 선착장에 닿을 수 있습니다.
장맛비가 내리던 날,
이 섬에 들어갔는데 평일이라 섬 전체는 한산한 분위기였고
숙박 업소들도 텅 비어있었으며 손님들이 뜸한 탓인지 식당들은 초저녁에 일찍 문을 닫아
뜻하지 않은 배고픈 여행이 되었고 그치지 않고 내리는 궂은 장맛비에
수려하다고 알려진 섬의 명소들은 다 둘러보지 못했고 서포리 해수욕장과 주변 산책로를
우중에 산책하는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유인도 8개와 무인도 34개의 섬으로 형성된 덕적군도의
아름다운 섬 덕적도는 수도권과 인접한 천혜의 관광지로
사람이 살고 있는 소야도,문갑도,굴업도,지도,백아도,울도,선미도중에
맏형격인 섬으로 비조봉에서 내려다보는 섬 전체의 풍광과
서포리 해변과 밧지름 해변,능동 자갈 마당등이 유명하다고 알려졌는데
덕적도에서 한평생 사시면서 한때는 면장을 지내신 하룻밤 묵은 숙소 앞집 어르신께서는
'바갓수로봉'을 덕적도 최고 명소라고 손 꼽으시면서 꼭 가보라고 추천해 주셨는데
폭우가 쏟아져 일정을 바꿔 다음을 기약하며 장맛비를 맞으며
섬을 나왔습니다.

덕적도 위치도<네이버 스카이뷰 캡처>

장맛비 내리는 덕적도 가는 배안에서 바라본 인천대교

장맛철이기도 했지만 궂은 비 내리는 날에 섬으로 들어가는 배를 탄 이유는
비 오는 섬 풍경에 대한 낯섦과 호젓한 섬 분위기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비 내리는 바다위에 떠 있는 섬들은 해무에 휩싸여 몽환적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여행의 참맛은 미지에 대한 기대와 '낯섦'에 대한 그 가슴 설렘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저 섬은 우리의 일생이 한갖 여행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행은 우리의 삶이 그 어떤것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려는 듯 보였습니다.

인천 연안여객 터미널을 오후 2시30분에
출항한 배는 약 1시간여만에 이곳 덕적도 도우 선착장으로 뱃머리를 댑니다.

도우 선착장에서 덕적도를 운행하는 버스입니다.
이 버스를 타고 <버스요금 1천원>서포리 해변으로 향합니다.

서포리 해변에는 울창한 해송 군락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해송 군락지 사이로 '웰빙 산책로'를 내놓았는데 인적없는 한적한 숲길을 빗소리를 들으며
걸으니 소란스럽지 않아 좋았고 피톤치드향이 그윽하게 느껴졌습니다.

울창한 해송숲에는 곳곳에 해당화 군락지가 있습니다.
비에 젓은 해당화가 애처롭게 보입니다.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소나무의 삶의 굴곡진 자태가 경이롭습니다.

장맛비를 온몸으로 맞고있는 흰 해당화

곧 피서 인파로 북적거릴 서포리 해변에는 인적이 없었고
세찬 장맛비만이 하염없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서포리 해변
경사가 완만한 약 30만평 규모의 너른 백사장과 울창한 해송과 해당화가 어우러진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해수욕장입니다.

비 내리는 서포리 해변

서포리 해변에 세찬 비를 맞고 앉아있는 갈매기들

나이 들면 사는 게 쉬워지는 줄 알았는데
찬비 내리는 낮은 하늘이 나를 적시고
한기에 떠는 나뭇잎 되어 나를 흔드네.
여기가 희미한 지평의 어디쯤일까.
사선으로 내리는 비 사방의 시야를 막고
헐벗고 젖은 속세에 말 두 마리 서서
열리지 않는 입 맞춘 채 함께 잠들려 하네.
눈치 빠른 새들은 몇 시쯤 기절에서 깨어나
시간이 지나가버린 곳으로 날아갈 것인가.
내일도 모레도 없고 늙은 비의 어깨만 보이네.
세월이 화살되어 지나갈 때 물었어야지.
빗속에 혼자 남은 내 절망이 힘들어할 때
두꺼운 밤은 내 풋잠을 진정시켜 주었고
나는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편안해졌다.
나중에 사람들은 다 그렇게 사는 것이라고
안개가 된 늙은 비가 두드려주었지만
아, 오늘 다시 우리 가슴을 설레게 하는
빗속에 섞여 내리는 당신의 지극한 눈빛
늙은 비의 노래/마종기

서포리 해송 군락지

덕적도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1932년 미국에서 태어난 최분도 신부는 약 30여년간 이곳 덕적도에 살면서
병원을 만들고 전력과 상수도 시설,양식업과 간척사업등 많은 일들을 해내셨다고 전해집니다.
이곳 섬 사람들은 그런 최신부님을 기리고자 이곳 서포리에 공덕비를 세웠습니다.

숙소 에서 바라본 덕적도 성당
덕적도의 숙박 시설은 썩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장맛철이기도 했지만 청결도나 쾌적함에서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비 내리는 서포리 숲 산책로는 호젓한 분위기였습니다.


밧지름 해변으로 가는 중에 내려다본 서포리 해변

도우 선착장이 있는 진리에서 바라본 소야도



수국이 있는 집
수국은 꽃이 피는 과정에 5~6번정도 색깔이 변하는 변화무쌍한 꽃이기도합니다.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마법같은 순간이 온다.
그 순간은 사랑이 완성되는 순간이기도 하고
사랑이 더욱 견고해지는 순간이기도 하며
어쩌면 이제 막 오랜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여전히 우린 결혼식 사진 한장 없다.
하지만 우린 매일매일 사랑하고 사랑하며 마법같은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사랑을 한다는 건 어쩌면 정원을 가꾸는 일과 같을 지 모른다.
당신들의 정원에도 예쁜 꽃이 피길.
시원한 바람이 불길.
찬란한 햇빛이 비추길.
그리고 가끔은 마법같은 비가 내리길...
- 드라마 <시크릿 가든>마지막회 라임의 내레이션 중.

도우 선착장에서 바라본 소야도 등대
"지금은 정오,대낮 자체도 균형에 이른다.
의식을 다 치르고 나면 나그네는 해방이라는 賞을 받는다.
그가 벼랑에서 주워드는 水仙花처럼 보송보송하고 따뜻한 작은 조약돌 하나가 그것이다."
-알베르 카뮈<아드리네의 돌>에서

도우 선착장에서 인천 연안부두로 나오는 배는 오후 4시에 있습니다.
약 1시간 정도 일찍 선착장에 도착한다면 이곳 해안 산책로를 추천합니다.
제주 올레길 못지 않은 이국적인 숲길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덕적도 도우끝 해안 산책로 초입

물기를 잔뜩 머금은 숲길가 나무들이 말을 건네옵니다.
"나무가 비바람 속에서 크듯
우리도 그렇게
클 일이다.
대지에 깊숙히 내린 뿌리로
사나운 태풍 앞에 당당히 서듯
나무가 스스로 철을 분별할 줄을 알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꽃과 잎이 피고 질 때를
그 스스로 물러설 때를 알 듯"
오세영/나무처럼 중

꽃을 버린 해당화도 숲길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적없는 한적하고 호젓한 숲길을 걸어가니
새소리가 더욱 청아하게 들려왔고 풀벌레 소리와 나비의 날개짓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적막하고 고요했습니다.







나무가 말하였네
나의 이 껍질은 빗방울이 앉게 하기 위해서
나의 이 껍질은 햇빛이 찾아오게 하기 위해서
나의 이 껍질은 구름이 앉게 하기 위해서
나의 이 껍질은 안개의 휘젓는 팔에
어쩌다 닿기 위해서
나의 이 껍질은 당신이 기대게 하기 위해서
당신 옆 하늘의
푸르고 늘씬한 허리를 위해서.
나무가 말하였네/강은교


도우끝 쉽터로 가는 오솔길

비맞은 원추리 꽃이 있는 산책로


등대







덕적도 도우 선착장에서 인천 연안 부두로 떠나는 배는 하루 두번 운항합니다.

덕적도 도우 선착장을 출항하는 배 갑판에서 바라본 덕적도
다음 여행을 기약하며.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