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출근 전용 버스입니다. 하남 - 마석 간을 운행하는 노선 버스인데 3시간에 한 대 있는 아주 드문 버스입니다. 한강 우성 아파트 앞에서 아침 7시 35분에 거의 정확하게 타는데 나는 이 버스에 매력을 느낍니다. 일단 시간이 정확해서 좋습니다. 아침 출근 시간과 딱 맞기 때문에 학교에 도착하면 7시 55분경인데 약간 이른 편이라 나는 더욱 좋습니다. 늘 서너 분 와 계십니다. 조용한 교무실에서 컴퓨터를 켜고 메일을 확인하고 그날 떠오르는 영상이나 성령의 감동하심을 따라 글을 씁니다.
112-1번 버스도 자주 다니는데 그 버스는 내려서 한참 걷기 때문에 좀 불편합니다. 그래서 나는 아예 나의 자가용 버스로 34번을 정하고 그 시간에 맞추어 집에서 나옵니다. 기상은 새벽 5시 5분 탱고 모닝콜과 함께 일어납니다. 찬물로 얼굴부터 씻고 정신을 차립니다. 그리고 새벽같이 학교 가는 아들을 위해 뭔가 먹을 것을 차려 놉니다. 오늘 아침은 육개장 국 데우고 김치와 베지밀을 식탁 위에 가지런히 차려 놓고 남편과 함께 새벽예배 드리러 교회로 향했습니다. 비가 온 후라 쌀쌀해서 핫백을 들고 차에 탔더니 훨씬 따뜻해서 좋았습니다. 낮에는 따뜻한데 새벽은 춥습니다.
집과 교회가 가까운 거리지만 처음에는 걸어 다녔는데 지금은 차를 타고 갑니다. 강가를 걸어야하기에 너무 추워서 차를 타고 갔다 옵니다. 새벽 예배를 드리고 오면 하루가 충만해서 너무 좋습니다. 하루의 삶을 하나님께 맡기고 말씀의 소금물에 나의 자아를 담그고 절여서 부드럽게 해달라고 간구하고 나옵니다. 집에 오면 6시 10분경입니다. 아들은 차려 놓은 밥을 먹고 씻고 교복 입고 학교갈 준비를 합니다. 6시 30분이면 아들이 나가고 남편과 함께 간단히 아침을 먹고 나면 남편도 부랴부랴 7시 전에 출근합니다. 교무부장이라 가장 먼저 학교에 가고 가장 나중까지 학교에 남아 있다 옵니다. 참으로 힘들고 고단한 자리가 교무부장 자리임을 실감합니다. 아들은 공부 고3, 남편은 승진 고3, 나는 고독 고3인 것 같습니다.
둘 다 나가고 나면 나도 집안 정돈을 말끔히 해놓고 7시 30분에 나옵니다. 30분 간격으로 세 식구가 하나씩 나갑니다. 나가자마자 34번 버스가 나를 향하여 다가옵니다. 참 반가운 버스입니다. 어쩌면 한 번도 나를 잊지 않고 오는지 참 반갑고 매력적인 버스입니다. 오늘은 내가 좀 늦어서 놓쳤나 보다 다른 버스 타야지 하고 나오는 날도 여전히 나를 잊지 않고 도곡리 초입에서 고개를 내밉니다. 3월 한 달이 다 지나가고 있는데 아직 한 번도 놓쳐 본 적이 없는 나의 출근 전용 버스입니다. 자가용 보다 더 편리하고 자가용 보다 더 넓고 자가용 보다 더 좋습니다. 예전 마석에 살 때부터 하남 나올 때 자주 탔던 버스라 그런지 더욱 반갑습니다.
예봉중학교 앞에서 내리자마자 또 한 분 반가운 분이 나를 맞이합니다. 와부고등학교 교감 선생님이십니다. 늘 언제나 학생들 횡단보도 안전지도를 하러 나와 계시는데 교감 선생님께서 직접 하시니까 송구스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나로서는 매우 반가운 분이십니다. 오늘 아침은 내가 내리니까 반갑게 맞이하시며 나의 출근 전용 버스라고 하셔서 저의 자가용 버스라고 말씀드리며 웃었습니다. 와부고등학교는 남편이 근무하는 학교라 그런지 내 학교처럼 정이 가고 마음이 가는 학교입니다. 그 학교 교감 선생님께서 늘 아침마다 횡단보다 앞에 서 계시니까 나는 늘 공손히 반갑게 인사를 드립니다.
지난번은 편지봉투에 글을 담아서 드렸더니 매우 좋아하셨습니다. 학교 교무실에 들어가셔서 여선생님들께 연애편지 받으셨다고 자랑하셨다고 합니다. 얼마나 소탈하시고 다정다감하신지 참 좋으신 교감 선생님이십니다. 이 글도 프린트로 뽑아서 내일 아침 편지봉투에 담아 출근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드리려고 합니다. 참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학생들의 안전 등교를 위하여 교감 선생님께서 직접 그렇게 수고와 봉사를 하시는데 평교사로서 나는 그분이 존경스러울 뿐입니다. 덕소중학교에 근무하셨던 김영서 체육 부장님 같으신 분이십니다. 페스탈로찌 선생님이십니다. 학교마다 참으로 훌륭한 교육자가 계심을 생각할 때 나도 부족하지만 열과 성을 다하여 좋은 교사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의 다짐을 합니다. 34번 버스 이야기를 마칩니다.
2008. 3. 24. 유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