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3클럽 백두대간 10구간 산행기 - 1구간(밤머리재-성삼재)
◈ 일 시 : 2008. 7. 12(토) 17:00 ~7.13(일) 14:30(21시간30분)
◈ 도상거리 : 47Km
◈ 함께한 이들 : J3클럽 대간 10, 14명 등
2008년 7월 12일 토요일, 이날은 내 인생에서 하나의 큰 획을 그을 수 있는 의미 있는 날이 될 것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감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에 도전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산이라고는 회사에서 체육행사 일환으로 일년에 두어 번 가는 근교산행이 전부였던 내가 40대에 접어들어 본격적으로 산을 알기 시작하고 2년 전부터는 본격적으로 미쳐가기 시작하여 드디어 완전히 미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이건 분명 보통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 -
새벽 6시에 일어나 속을 말끔히 비운 후 부처님 전에 108배를 정성스럽게 한 후(평소에는 새벽 5시에 기상하여 500배 한다 - 1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흘리는 땀의 양으로 보면 아마 서너시간의 등산과 비슷할 것 같다)차가운 물에 몸을 씻는다. 기분이 상쾌하다. 절하면서 부처님께 이제 시작하는 대간10-1구간 무사히 아무 탈 없이 마칠 수 있게 기원을 드린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9시에 집을 나선다. 11시에 서울 남부터미널까지 지하철로 1시간이면 가는데 조금 일찍 간다. 10시30분쯤 남부터미널 도착. 잠시 후 유채님과 도봉산님을 만나 인사하고, 10분 전 산수갑산님이 도착, 넷이서 11시에 산청을 향해 출발. 3시간조금 더 걸려 산청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만나기로 한 식당이 영업을 하지 않아 근처 다른 식당으로 이동. 잠시 후 전국의 J3 회원들이 속속 도착하고 간단히 백반으로 식사를 한 후 방장님과 고문님의 인사말씀에 이어 기념촬영 후 택시를 타고 밤머리재로 이동. 산행채비 후 시원한 수박 먹고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고 백두대간 10구간의 역사적인 장도에 오른다.
시작은 하였으나 과연 내 체력으로 감당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 동안 몇 년간 꾸준한 절운동과 출퇴근시간 빠르게 걷기(왕복 8Km 정도), 매주말 산행(평균 7~8시간) 등으로 체력단련을 해 오기는 했지만 솔직히 자신은 없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 一切唯心造라.. 다 마음 먹기 달린 것. 까짓거 죽기밖에 더하겠냐!!! 한 번 죽기 살기로 덤벼 보는 거지 뭐.. 가다가 쓰러지면 기어서라도……
오후 4시50분에 밤머리재를 출발, 처음부터 급경사 길이다. 각오는 했지만 도토리봉5시14분, 왕등습지 7시26분 도착(7.5Km의 길이를 2시간 36분만에 도착했으니 시속 3.2Km이다)했으니 이건 분명 오버페이스다. 등산 시작하고 2시간은 지나야 엔진에 열을 받아 서서히 속력이 높아지는 내 산행 스타일로 봐서는 이건 아니다 싶다. 큰일이다. 정말 큰일이다.(올 5월초 지리산 종주시 평균시속 2.7Km) 가다가 죽겠지 싶었다. 산행 초부터 숨은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에 힘이 풀리기 시작한다. 이미 오버했다. 어찌하나... 맨 뒤에서 내 페이스대로 따라 가지만 이미 전선은 무너지고 말았다. 선두에 몇 번 천천히 가라고 소리높여 외쳐보았지만 묵묵부답....(앞으로는 한 2시간 정도만 천천히 진행해 주시길...)
그렇다고 처음 가보는 길. 비 법정 탐방로라 등로도 확실치 않고, 마냥 뒤쳐져 가다가는 길 잃어버린 미아신세가 될 것 같고.. 진퇴양란에 빠져 버린 것이다. 이때부터 난 아무 생각이 없어져 버렸다. 그져 죽어라 쫓아간다. 남들같이 사진 잘 찍고 기록도 해서-거금들여 대간24구간 지도도 사고 디카도 사고, 기록할 수첩과 펜도 준비- 산행기 멋들어지게 써 볼려고 했지만 이런 나의 기대는 초장부터 무너졌다.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내가 갈 수 있는 길이 아닌 것 같은데 천왕봉에서 그냥 중산리로 도망가 버릴까? 그러면 나는 뭐가 되는가.. 천하의 내가 도망이라니..... 한숨이 나온다.
아니다. 이건 아니다. 죽을 각오로 왔는데 아직 죽지는 않았다. 어쨌든 가보자. 실력이 안되어 팀에서 짤리면 모를까. 내 자발적으로는 절대로 그만두지는 않으리라.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천신만고 끝에 천왕봉에 도착한 것이 2시20분(9시간 30분이나 걸렸다). 너무 늦었다. 팀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닌가 죄스러워진다.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나도 미안한 마음에 슬그머니 옆으로 끼어들었다. 아무말 없이 ……
천왕봉부터는 내 페이스대로 간다. 하지만 심한 안개가 내 시야를 가린다. 닦고 나면 곧바로 다시 안경에 안개가 맺히고, 금방 다시 벗어서 닦고.. 속도가 날 리가 없다. 3시30분에 장터목 대피소 도착, 취사장으로 들어가 양말 갈아신고 행장을 다시 추슬러 성삼재를 향해 Go Go!!!
짖은 안개와 어둠으로 경치구경 할 것도 없고 그냥 바로 앞 랜턴불 비추는 곳만 보면서 간다. 불현듯 유행가 가사가 생각나 흥얼거려 본다. ♬♬안개낀 장충단 공원,,,♬♬ 허허허-어이 없는 웃음(이 지경에 웃음이라니....)
세석대피소 5시 21분 쉼 없이 그냥 지나치고 6시7분에 칠선봉에 도착한다. 김만동산꾼님이 먼저 와 쉬고 있다. - 이때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끈까지 성삼재까지 동행한다.
6시59분 선비샘 도착. 물 보충후 다시 Go....
그런데 불행은 겹쳐서 온다더니 그 꼴이다. 벽소령 2Km 남겨놓고 7시 조금 지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런 빌어먹을 XXX, 욕이 저절로 튀어 나온다. 힘들어 죽갔는데 비... 너까지……. 아이고! 아이고!(내 哭소리- 산 타다가 곡소리 내 보기는 생전 처음). 10여분 지나니 비는 폭우로 바뀌고, 난 비옷 입고 배낭 커버 하고, 7시40분 벽소령대피소에 도착한다.
먼저 도착해 있던 김만동산꾼님과 다른 한분(닉 기억 못해 죄송!)과 배가 너무 고파, 햇반사서 데워 런천미트와 참치통조림에 비오는 벽소령 처마밑에서 처량하게 밥을 먹는다. 평소 그렇게 식욕 좋은 나도 정말 밥이 안들어간다. 꼭 모래알 씹는 기분이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4~5시간을 가려면 먹어둬야 하겠기에 물말아 억지로 밀어넣는다.
퍼붓는 비속에 바로 벽소령을 출발한다. 비가 잦아질 때를 기다릴 입장이 아니다. 20시간의 압박……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한계상황이 지난 것인가. 서서히 컨디션이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다리에 다시 힘이 들어가고 호흡도 안정되어 간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속력을 내어 본다. 쉼 없이 가면 잘하면 20시간도 가능할 것 같다.
화개재를 지나 삼도봉까지 치고 올라간다. 힘든 구간이지만 간간이 숨고르기를 하면서 삼도봉 도착. 먼저 올라온 산꾼님이 쉬고 있다. 많이 힘들어 하신다. 산꾼님이 타 주신 냉커피와 간식을 먹고 내가 앞에서 간다. 더욱더 속력을 내 보지만 생각만큼 시간단축을 못했다. 2시 조금 못되어 노고단 도착. 성삼재 내려오는데 또다시 폭우가 내린다. 김만동 산꾼님을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고 가고, 난 또다시 우의를 입고 터덜터덜 성삼재로 내려온다. 성삼재 도착 2시30분, 곧바로 버스 타고 구례로 이동 삼겹살에 소폭2잔 마시고 구례 버스터미널에서 서울행 버스 타려고 하니 전부 매진이다. 이를 어쩌나! 결국 고심 끝에 구례구역에 전화 문의하니 기차도 매진이고 입석만 있단다. 서서 서울까지 가라고!! 이런 빌어먹을 일이...... 어제 오늘 제대로 되는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무작정 택시로 구례구로 가니 다행히 익산으로 가서 환승하는 KTX 표가 있단다. 익산가는 기차 시간 마감 2분전, 뛰어서 기차에 오르니 바로 출발. 익산에서 KTX 타고 집에 오니 저녁 10시가 넘었다. 사워하고 바로 잠자리, 길고도 길었던 이틀간의 일정을 마감한다.
끝까지 생사를 함께한 김만동산꾼님 고맙습니다. 언제 한번 쏘겠습니다.
칸님 어디를 그리 골똘히 보십니까
출발에 앞서 수박을 맛나게,,,,
왕등습지에서 셀카질 한방-참 못생겼죠
달콤한 휴식시간
벽소령에서의 진수성찬 - 비가 엄청시리 내립니다
첫댓글 ㅋㅋㅋ 다음 산행때의 제 모습을 보는 듯 하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재미있는 산행기입니다. 산행기록 하실려고 여러가지 준비하셨는데 아직 마음의 여유가 없으셔서 따라가기 바쁘시죠.몇구간 지나면 볼것 다보고 진행하실수 있으니 몸 관리 잘하십시요.정성이 답긴 대간기 좋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앞으로 한구간 한구간 서로 힘을 낸다면 그 능력도 함께 올라갈 것입니다. 고생많으셨습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시간이 지나니 웃음밖에 나오질 않네요. 산행기 너무 재미있게 보았고 2구간부터는 서바이벌이 아니니 사진도 찍고 나름대로 즐길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합니다.
산을 왜 힘드게 올라가느냐고 묻는다면 무어라 말씀하실겁니까? 누구든 자신의 목표와 방향이 있습니다. 목표와 방향을 향하여 가는것 뿐이라고 . 앞으로 더 익숙한 산행이 되겠지요 .첫구간 어려움을 잘 극복하셨으니 더수월할겁니다.산행기에 마음이 담겨 있네요.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ㅎㅎ..왕등습지에 모두 퍼질고 앉아 쉬는 여유가 부럽습니다^^*...거긴 곰치기소년이 상주하는 곳이라 대간꾼이 젤 무서워하는 곳인데.ㅎㅎㅎ 조금 힘들어 하시는것 같지만 엄살이 섞인듯 하네요...진실이 묻어 나는듯 합니다..ㅎ
수고하셨습니다. 날도 많이 더웠고, 거기에 양념으로 비까지 때려 주니... 대간 첫 산행 신고식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의 장이 되셨네요. 산행이 거듭될수록 체력도 업이 될 것이고, 앞으로의 산행은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군요. 지금처럼 날씨가 변수입니다...^^
우중산행.. 정말 수고 많으셨씁니다.
수고 많았습니다... 산행기는 잼나게 읽었습니다... .. 꼭 종주하시길 바랍니다.. 화이팅 하십시요
수고하셨습니다. 산행기 재밌게 보았습니다. 처음엔 힘들지만 대간 마지막 즈음에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자신을 알수 있을겁니다. 날씨가, 하늘이 받쳐주면 됩니다. 고생많으셨습니다.
이번 대간 첫구간을 통해서 좋은 경험을 많이 하신 것 같습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마음먹은 일이고 이젠 진부령까지 달려 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수고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마음에 자세입니다. 끝까지 해내고 말겠다는 의지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이 산행은 자신과의 싸움이 끝날때까지 계속됩니다. 스스로 자기 자신을 이기는 자만이 최후의 승리를 쟁취할 수 있습니다. 지리 서바이벌에 참석한 팀원 모두가 승리자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지리서바이벌 구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더욱 좋은 모습으로 2구간에서 뵙겠습니다.
형님 그날 수고 억쑤로 많았습니다 사진두 잘보았구 말입니다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멋지십니다.!!!
범행님 만나서 반가웠구요,첫대간 시작의 총성은 울렷으니 열심히 하셔서 마음에 그리던 꿈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오버페이스 하셨군요.죄송합니다.2구간때는 날아가실줄로 압니다 ㅎㅎ
불심이 대단하신것 같습니다. 늘 안산 하시면서 대간 역시 즐기는 산행으로 이어 가십시요^^.
형님하고 감만동 산꾼님들은 6천원씩 내세요..ㅎㅎㅎ수고하셨습니다 사진도 걸어가면서 담는 연습을 하셔야 할것입니다. 서서 머뭇거리면서 담다가는 시간이 지체되니까요..
초반 오버페이스로 많은 고생을 하셨군요...좀 있으면 이런 모드도 곧 익숙해지겠지요...수고 많이 하셨고 진부령까지 최선을 하하시길 바랍니다. 화이팅..
너무 재밌고, 마치 내가 갔다가 온 느낌입니다. 힘내세요! 비록 가지는 못할지언정 컴 속에서도 함께하는 제삼리 주민들이 있습니다. 파이팅!
지리 써바이벌 고생 많았네요.. 날씨도 써바이벌답게 약간의 시험을 한 것 같네요.. 이제 시작입니다.. 멋지게 한 판 때리세요.. 힘!!!
시작하셨으니 끝을 보셔야지요?? 넘 서둘지 마시고 한발한발 묵묵히 진행하세요. 아~싸!! 아리아리.
ㅎㅎ 재밌네요... 서서히 적응 되어 갈 것입니다. 조바심 내지 말고 설렁설렁~ 가시면서...
첫 산행기를 보고 나니..마지막 대간 산행기가 기다려 집니다..ㅎ 올라 오시느라 고생하셨네요. 제가 기다렸다 미리 예매하고 같이 왓어야 하는건데..쩝!! 잘 해 내실겁니다. 화이팅 하세요..^^
처음 본 사람과 함께하는 산행은 잘 맞지않는 신처럼 여러가지로 신경이 쓰이는 법인데 잘 마치셨네요. 축하 드립니다.
고생하셨습니다..앞으로 점점 더 나아지실거라 믿습니다..저에게도 도움이 많이 될듯합니다..
범행님 !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전 언제나 대간에 도전 할 수 있을까 ... 부럽기만 합니다. 꼭 성공의 기쁨 있으리라 믿습니다.
범행님, 재미있는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대간길 안전히 이어가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