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
황 지은
무심히 신문을 펼치다가 이색적인 머리기사에 눈길이 갔다.
‘소년들 역사가 되다’
‘B.T.S 라디오 타고 美 대중 속으로... 마침내 빌보드 끝판 왕 등극’
그룹 '방탄 소년단(BTS)' 한국 대중가요 100년의 역사를 새로 쓰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소년들이 됐단다. ‘BTS’ 신곡 ‘다이너마이트’가 미국에서 최고 권위 있는 대중음악 차트 빌보드 메인 ‘핫100’ 고지 1위를 점령했다‘ 는 내용이다. 빌보드 차트에 순위만 들어도 유명한데 1위라니 정말 대단한 일을 해내었다.
2012년 세계적인 열풍 ‘싸이’가 부른 ‘강남스타일’ 노래는 빌보드 2위였다. 1위에 오르지는 못하였다. 그 무렵에 나는 미국 딸네 집에서 머물고 있었다. 그 때는 빌보드에 관해서 알지 못했고 관심도 없었다. 사정이 생겨서 딸이 출근하면 어린 손자를 돌보는 일이 시급했다. 생각할 여유도 없이 나는 급히 딸네 집으로 날아갔다. 은퇴한 남편이 정리를 하고 뒤따라왔다. 우리는 평일에는 손자를 데리고 공원을 산책하거나 마트에 가서 장을 보거나 하였다. 집밖에 나가면 보이는 사람은 백인이고 간혹 흑인이다. 인종이 낯설고 말이 안 통했다. 근처에 대형마트와 상점이 있었고 장보기는 굳이 대화가 필요 없어 다행이었다. 지내는데 어려움은 없었는데 그래도 6개월을 머무니 내 집 자유가 그립기도 하였다.
그러던 중에 놀라운 일이 생겼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한국노래가 신나게 들리는 것이다. 딸네 옆집이 십년지기처럼 하는 인사말은 허공에 흩어지는데 익숙한 내 나라 말이 들리니 바로 머릿속에 들어왔다. 가사까지 흥겨워 그리 반가울 수가 없었다. 바로 ‘싸이’가 부른 ‘강남스타일‘ 노래였다.
‘강남스타일’ 한국 노래가 미국에서 가는 곳마다 들렸다. 학교 운동장에서도 들리고 길을 걷을 때도 들린다. 마트에 가도 들리고 식당에 가도 들렸다. 백인도, 흑인도, 강남스타일!! 하고 노래가 시작이 되면 반사적으로 두 팔을 엇갈리게 하여 ‘싸이’ 만의 그 독특한 춤을 흉내 내었다. 모두가 신나서 하였으니 말 그대로 열풍이다. 관광지에서는 우리와 눈이 마주치면 동양인이라고 ‘싸이‘ 춤을 일부러 춰보였다. 호감이 느껴지니 우리도 함께 웃었다. 텔레비전 에서 계속 ’싸이‘ 노래와 춤을 방영하니 어린 손자도 흉내 낸다. ’강남스타일’ 노래가 빌보드 차트연속 2위에 올라 그랬음을 나중에 알았다. 빌보드 힘이 대단하였다.
이번에 ’BTS‘가 부른 ’다이너마이트‘ 곡은 빌보드 1위라고 한다. 그 파장이 주는 범위와 위력이 어느 정도일지 상상하게 하였다. 미국 전 지역에서 연일 방송하고 세계 곳곳에서 ’BTS‘ 노래를 따라 부를 것이다. 한국을 널리 알려 국력을 키우는 일이다.
딸이 말했다. 손자와 수영장에 가니 백인 여자아이 2명이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평소에는 백인 자기그룹 끼리 만나고 노는 애들이다. 그 애들이 조심스럽게 딸한테로 가까이 오더니 혹시 한국사람? 인지 물었다. 맞다 고 답하니 얼굴표정이 금방 밝아지면서
“안녕하세요... 저도... 한국말 할 줄 알아요!!“
라고 우리나라 말로 인사를 했단다. 그리고 자랑스럽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 갔다. 딸이 ‘방탄소년단’(BTS) 영향이라고 한다. ‘BTS‘ 인기가 워낙 높아서 따로 놀던 백인 아이들이 한국말을 배우고 싶어 하고, 한국친구를 사귀고 싶어 한단다. 딸의 맑은 목소리가 구름을 타고 올랐다.
2년 전 일이다. 딸네 집에서 자동차로 4시간 걸리는 곳에 ‘BTS’ 콘서트장이 열렸다. 딸이 인터넷으로 어렵게 표를 예매하였다. 그 때도 ‘BTS’ 인기가 많았다. 표사는데 경쟁이 심했다며 나이가 사십대 중반인 딸이 꿈꾸듯이 좋아했다. 콘서트 시간이 밤늦어 손자와 가면 그 도시에서 일박을 해야 한다. 티켓 값이 적지 않은 금액인데 웃돈까지 붙었다니 콘서트를 포기하면 편할 것이다. 더군다나 사위는 취미가 없어 표를 2장만 샀다니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도 딸은 망설임도 없이 그 멀리 자동차를 운전하여 손자와 함께 가서 보고 왔다. 딸은 아미(방탄소년단팬) 이다. 그 때 보기를 잘하였다면서 지금도 흡족해하니 고국에 대한 향수를 그리 푸는 것 같다.
취미가 없다고 콘서트 장에 안가는 사위도 자동차 운전하면서 한국노래를 듣는다. 같은 노래도 외국에서 들으면 느낌이 다르다. 나는 영어를 모르니 미국노래는 그냥 듣는다. 그러나 영어 잘하는 사위도 미국 노래는 나처럼 그냥 덤덤히 듣는다. 내가 보기에 그렇다. 하지만 한국노래가 나오면 분위기가 다르다. 가슴으로 마음으로 듣는다. 외국에 있으니 그 나라에 동화되어서 살지만 한국인의 정서는 따로 간직하고 있음이다.
오늘 신문 머리기사에 크게 실린 ‘방탄소년단, 빌보드 1위’ 제목을 보고 반가웠다. 가슴에 울림이 왔다. 자식이 고국의 향수를 달래고 손자는 괜스레 으쓱하여 기를 펴고 다닐 것 같아서다. 위안이 되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모두에게도 힘이 되면 좋겠다. 벌써부터 빌보드 차트 1위가 주는 경제적인 파급효과가 1조 7000억 원에 달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앞으로 ‘방탄소년단(BTS)‘ 의 활약을 기대하게 한다. 잠시 즐거움이 아닌 국가적으로 경제적으로 크게 도움 된다니 희망이 생기는 일이다. 비대면 사회분위기에 고립되어 지내니 우울하기만 한데 모처럼 밝은 뉴스를 접하였다. 나는 스마트 폰을 켜고 경쾌한 리듬의 ’다이너마이트‘ 곡을 들어본다. 노래가사에 위기를 이겨내자는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한다. (2020. 9. 16)
첫댓글 멋있어요.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가슴이 뭉클하네요
좋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황지은 수필가님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읽게 해주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