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인가 전시회 참석하러 뉴욕 맨흐탄에 출장을 갔다가 캣츠라는 뮤지칼을 본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서울 촌놈이 뉴욕 한복판에 와서 두리번 두리번 할 때니까 내 몰골이며 꼴세가 얼마나 촌스러웠을까? 아무튼 그땐 촌놈이 정신없이 두서없이 뮤지컬을 봤던 것 같다. 그때 나 말고도 뉴욕에 전시회 참석하러 갔던 한국사람이 몇 명 있었는데 그분들이 지금은 증권가에서, 테헤란로에서 거물들이 되었다. 에이티넘파트너스 이민주회장. 오로라 그룹 노희열회장 등등.
엊그제 집사람이 어떤 티켓을 받았다고 잠실 올림픽 스타디움엘 가잔다. 설마 엘지와 두산 프레이오프 야구는 아닐 거고, 그냥 따라 나섰다. 그런데 날 데리고 간 곳이 뒤 켠에 쳐있는 천막. 다이나믹 하다나, 기발한 상상력이 있다나, 아무튼 들어가 푸에르자부르타라는 퍼포먼스를 보았다. 정말 대단했다.
아르헨티나 친구들이 뉴욕에서 공연 마치고 서울에 들어와 공연을 한다는데 우리 난타보다는 조금 못하지만(?, 그래도 난 한국사람이니까…) 대단했다. 보고 나서 갑자기 어릴 적, 그러니까 30년 전쯤에 뉴욕에서 본 듯한 캣츠가 생각났다. 그때 내가 느꼈던 감흥이랄까, 처음 느꼈던 촌놈의 그 맛이랄까, 바로 그런 것이었다. 대단하다. 아마 그날 입장객 중에서 내가 가장 나이가 많았을까?
1999년인가 샌디에고에서 개최되는 북미에서 가장 큰 SIA라는 동계스포츠 전시회가 있었다. 내가 스노보드 가방과 스케이트보드 신발을 수출할 때니까 안 가볼 수 없는 전시회이었다. 그때만 해도 샌디에고는 처음 가보는 터라 이것저것 많은 준비를 하고 밤잠이 안 올 때는 아마 샌디에고에는 멕시코 접경이니까 멕시코 히스패닉 애들 천지겠지 라는 공상을 하며 밤잠을 설치곤 했었다. 그런데 가보고 내가 느낀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느낀 게 샌디에고가 바로 북미의 힙합의 발상지였다는 것. 힙합의 뜻도 잘 모를 때니까, 어련하랴. 지금 아이들 하는 랩의 원조랄까. 한쪽 발 걷어부치고 지금으로 얘기하면 비보잉을 하는데 어쩌면 그렇게 신기하던지.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까 비보잉은 우리나라가 아예 종주국이 되어 버렸다. 참 대단한 대한민국이다.
또 하나 놀란 건 어느 날인가 샌디에고에서 가장 큰 한식당엘 갔었다. 아리랑 식당이던가? 촌놈이 그래도 서울에서 왔다고 식대 계산하면서 주인교포에게 말을 걸었겠다. 아니 샌디에고에 오기 전엔 맨 히스패닉 천지겠지 했는데 히스패닉 애들이 안 보인다 했더니, 주인 왈 무슨 얘기 냔다. LA에서 한참 돈 많이 번 교포라야 이사올 수 있는 곳이 샌디에고라나…?
가만히 보니 일찍이 샌디에고에 미국 해군기지가 생겨 그렇게 눈부시게 발전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작년인가 제주도 강정마을이 생각났다. 제주도가 해군기지 때문에 눈부시게 발전할 텐데, 도무지 이해 못할 해군기지 사건…)
그리고 또 하나 놀란 건 샌디에고 태평양 연안에는 이태리 아말피까지는 안 되어도 그에 버금가는 천혜의 절벽들이 있어 그 위에 별장들이 즐비하다. 그래 사람이 이 정도로는 살아야지 다짐했던 기억이 새롭다. 거기서 장인어른께 드릴 미제 지팡이도 하나 사고.
또 하나 놀란 건 전시회 기간 중 저녁에 바이어로부터 지금으로 말하면 클럽에 초대를 받았다. 솔직히 바이어 접대하러 룸쌀롱은 몇 번 갔어도 서울 촌놈이 그때만 해도 클럽은 조금은 생소한지라. 그런데 30대 초반의 바이어가 신신당부를 한다. 제발 모자를 쓰고 밤이지만 썬그라스를 쓰고 오란다.
클럽 입구에서 바이어를 만났다. 바이어와 반갑게 악수를 하니 바이어가 모자를 꺼꾸로 씌워준다. 바이어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신나는 디스코 음악. 그런데 웬 젊은 아이들이 그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 말을 들어보니 이 친구들이 모두 바이어들이라나. 출생이 부티나게 좋아 보였다. 몸 흔드는게 예사롭지 않았다. 우린 구석으로 내몰리어 조금 흔들다가 이내 2층으로 밀려나 아래층에서 신나게 춤추는 광경만 실컷 구경했던 경험이 있다. 그날 아무튼 신나는 밤이었다. 아마 그때 입장객 중에서 내가 가장 고참이었을까?
입장객 중 나이가 가장 많든 말든 아무튼 관객과 같이 노는 퍼포먼스 란다. 내 조카가 YG의 멤버 중 하나라 체조경기장에서 하는 빅쇼를 몇 번 들어갔었는데 그런 생각이 났다. 체조경기장에 들어온 관객들의 웅덩이를 들썩이게 하면 대단하겠다는 그런 생각이.
갑자기 창조경제 생각이 났다. 창조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진한 느낌이. 푸에르자 브루타는 연말까지 한다고 한다. 그냥 미친 척 가보면 재미날 것 같다. 그냥 흔들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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