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열린 '자라섬' 페스티벌에서 공연석 못지 않게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던 부스가 있다. 바로 「유니클로」후리스 팝업 스토어. 후리스의
끝판왕을 보여주 듯 다양한 상품군으로 진화한 '후리스 컬렉션'으로 팝업스토어를 연 것. 블루종, 스모크넥 티셔츠, 팬츠 등 「유니클로」의
라이프웨어 컬렉션 중 하나인 후리스의 새로운 모습을 패션 매장이 아닌 자라섬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언제어디서 출몰(?) 할지 모르는 「유니클로」매장은 언뜻 보면 게릴라 형 유통으로 보이지만 사실 이들은 굉장히 과학적인 데이터 베이스를 바탕으로
정형화된 출점 툴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 특히 기존에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SPA 대부분이 각자 시스템화된 유통 전략을 갖고 있지만 「유니클로」는
이보다 좀 더 특이하다. 「유니클로」는 어떤 상권을 노리고 있을까? 또 매장 오픈이 아닌 ‘출점’이란 단어를 선택한 이들의 전략은 무엇일까?
일본 「유니클로」 본사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매장 출점 전략은 4등급으로 구분한다. 소형, 표준, 대형, 기함점으로 33㎡ 초소형
점포부터 3000㎡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야나이 다다시 회장 취임 이후 본사 전략은 대형화에 포커싱됐고 2003년부터 일본에서 신규 출점과 비효율
매장 폐점을 반복하며 테스트해 왔다. 그 결과 일본에는 JR역 내 위치한 소형점포부터 긴자에 오픈한 2314㎡까지 다양한 형태의 「유니클로」가
존재한다.
국내는 일본처럼 소형점포 형태는 전개하지
않고 표준형, 대형점, 기함점(예:명동중앙점)을 운영하고 있다. 독자전략을 통해 출점하는 「유니클로」는 재작년부터 한국 출점 방향을
‘창조입지형’에 맞춰 나가기 시작했다. 맥도날드와 함께 출점한 경기도 용인 구성점이나 포천 로드사이드점, 인천 구산점, 김포 장기점은 전형적인
창조입지형에 해당한다. 말 그대로 패션상권으로 개척되지 않은 곳에 출점해 시장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동안 기존 유통채널에서 들어가고 나가기를
반복했다면 이제는 유통이 없는 곳에서 유통채널을 만드는 것이다.
「유니클로」의 출점 형태는 교외 단독형, 역 빌딩형, 패션 상권형
3가지이며 규모는 모두 표준~대형점포로 각자 다르게 진행됐다. 한 유통관계자는 “패션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곳에 「유니클로」의 수혜를 가장 많이
입는 부분은 F&B다. 10대부터 60대까지 에이지리스이며, 패션 매장을 잘 찾지 않는 40대 남성 고객도 매장을 찾게 만드는
「유니클로」의 범용성 덕분에 먹거리 상권이 가장 많이 발달한다”고 말했다.
한 예로 「유니클로」의 종로 3가점도 유동인구가 많이
몰림에도 불구하고 학원가, 노점상이 밀집한 B급 상권으로 패션 브랜드는 찾아 볼 수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유니클로」 출점 소식과 함께 커피
전문점들이 대형숍으로 들어서기 시작했고 맥도날드, 버거킹 등이 연이어 오픈했다. 이와 함께 「유니클로」에 없거나 약한 아이템을 갖춘 숍들이
출점과 함께 상권을 형성한다. 슈즈 카테고리 킬러숍이나, 가두 상권에서 활약하는 아동복, 여성 보세숍이 대표적인 예다. 이제는 「유니클로」가
깃발을 꽂는 곳이면 ‘성공 보증’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정도다. 일단 ‘집객’은 어느 정도 보장된 것이라 봐도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유니클로」 출점은 어떻게 이뤄질까. 본사가 개발한 상권시스템 프로그램에 출점을 원하는 입지조건을 입력하면 그에 맞는 출점 관련 로직이
형성된다. 유동인구부터 임대, 보증금, 권리금 계산이 동시에 들어가며 입점가는 규모 주차대수까지 계산해 출점을 정한다.
매장에서
모든 파워가 나오는 「유니클로」는 출점 이후 3년차부터 순이익 구조로 돌아가는 것을 목표로 대형점을 오픈한다. 한국에서 출점할 상권을 알아보고
일본 본사에서 최종 승인이 나기까지 기본 3단계에 걸쳐 결재가 이뤄지며 짧게는 1개월 반, 길게는 2~3개월이 걸린다. 상권 시세에 따라
달라지지만 보통 991㎡ 기준 월 7억원 이상은 나와야 안정성이 있다고 본다.
인구수는 교외형 초기 출점 당시 20만명당 1점포를
계획으로 세웠으나 최근에는 30만~40만명 당 한 점포 출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출점 당시 홍보기간을 길게 갖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유니클로」는 오픈 후 3일 정도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전단지를 배포하는 데 집중한다. 다소 촌스럽다고 느낄 수 있는 전단지 포맷도 오직 상품,
가격만 직관적으로 캐치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다.
이처럼 「유니클로」는 어느 지역에 어떤 형태로 어떻게 들어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브랜드 색깔에 맞춘 자체 유통 개발 시스템으로 상권을 만들어왔다. 패션도 맥도날드의 햄버거, 코카콜라의 콜라처럼 어느 곳에서나 쉽게
구입하고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야나이 회장의 철학에 따라 소비자의 생활 깊숙이 들어간 유통 전략을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