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최근 서울 중구 회현동 쇼핑몰 ‘메사’를 전격 매입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 11월19일 신세계백화점 본점 건너편 지하9층, 지상 23층 규모의 패션 쇼핑몰 메사를 1300억원에 매입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0년 문을 연 메사는 현재 지하3층까지는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지하2층부터 지상11층까지는 쇼핑몰과 극장, 푸드코트, 웨딩홀 등이 입주해 있으며 21층까지는 임대사무실이 들어서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메사 건물의 매입과 관련해 “이번 건물 매입은 다른 의도나 목적을 깔고 매입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충무로 본사가 백화점과 건물을 같이 쓰다 보니 업무공간이 좁았던 것은 물론 계열사들도 업무공간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매입한 것뿐이다”며 “건물의 소유권만 바뀌었을 뿐 기존 상가 동 임대계약 기간이 남아있어 현재로서는 사무동의 신세계 푸드, 조선호텔 베이커리, 신세계 패션연구소 등 계열사 사무실 이전, 백화점 본점 연수시설 활용계획 정도만 잡혀있다”며 “상가동의 임대차 계약 종료 후의 운영방안은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메사 시설팀에 따르면 입점 상가 중 4%만 개별 등기 분양 형식이고 나머지는 임대 계약으로 운영되고 있다. 계약 기간은 1년이며 1년 단위로 재계약으로 이뤄지고 있다.
메사 상가번영회 관계자는 “신세계가 건물을 매입했다고 최근 공지를 받았고 추후 신세계가 건물을 어떻게 운영하게 될지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메사’의 백화점으로의 전환에 대해 신세계 측은 계획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유통업계에서는 “신세계가 부산 해운대와 영등포에 조성 중인 대규모 유통타운의 연장선상에서 회현동 일대를 ‘신세계타운’으로 만들어 롯데백화점 본점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지기 위한 포석”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명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그동안에도 신세계는 메사뿐 아니라 SC제일은행 구 본점, 회현동 지하상가 등을 백화점 본점과 연결하려는 시도를 해왔다”며 “메사를 리뉴얼해 롯데와 같은 영 플라자나 면세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 제일은행 구 본점도 ‘눈독’
신세계백화점이 이처럼 본점의 확장을 위해 애쓰는 까닭은 신계백화점 본점은 1930년 세워진 국내 최초 백화점 미스코시 경성지점의 전신으로 신세계그룹이 태동한 본거지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신세계는 지난 2005년 본점에 대한 대대적인 증축 공사를 실시, 본점 신관을 오픈하고 기존 본점은 명품관(본관)으로 지난해 2월 재개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리뉴얼에도 불구하고 신세계 본점은 라이벌인 롯데백화점 본점 매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유통업 1위’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이 사실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004년 미도파를 인수해 영플라자로 변경하고, 2005년에는 명품관 에비뉴엘까지 오픈해 소공동 일대에 ‘롯데타운’을 조성함으로써 집객효과를 극대화해 국내 백화점 중에서는 유일하게 단일점포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영플라자와 명품관 등을 포함한 롯데백화점 본점의 매장 규모는 약 8만2500㎡(2만5000여평)이다.
신세계가 이번에 메사 상가를 백화점으로 전환한다면 본점 신관 4만6200㎡(1만4000평), 명품관 9900㎡(3000평)에 메사 쇼핑몰의 상가면적 2만165㎡(6100평)을 더하면 전체 매장 규모가 7만6265㎡(2만3000)평으로 롯데본점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다.
상권 분석 전문가들은 게다가 본점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메사 건물을 매입함으로써 신세계백화점은 남대문시장 상권의 유동인구를 백화점으로 끌어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하고 있다.
최근 들어 부산 센텀시티와 영등포에서 대규모 유통타운을 조성하는 등 영토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신세계가 과연 명동에서 영원한 라이벌 롯데를 따돌리고 유통업계 지존자리에 올라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형구 기자(lhg0544@ermedia.net)
■상권분석 전문가가 본 롯데타운 vs 신세계타운■
“메사 건물, 중저가 매장이 적당”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롯데백화점 본점은 그 자체로서의 국내 제일의 집객효과를 가지고 있고, 주변의 상권을 자신의 백화점으로 집중시킬 수 있는 브랜드 및 마케팅 파워가 있는 국내 최고의 백화점들이다. 따라서 두 백화점의 상권을 분석하여 ‘어느 쪽이 더 좋은 입지다. 혹은 더 가치가 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그러나 상권분석의 기본이 동선에 대한 흐름을 살피는 것이므로 그 동선에 대하여 정리를 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의 유동인구의 흡입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남대문 시장을 거쳐서 메사쇼핑몰, 그리고 신세계백화점으로 이어지는 흐름. 남대문과 신세계백화점을 종점으로 하는 수도권 광역버스 혹은 서울 시내버스들의 노선에서 이어지는 수도권 및 서울 외곽 시민들의 유입, 4호선 명동역과 회현역을 잇는 명동 쇼핑 타운에서 신세계백화점을 거쳐 남대문시장으로 흐르는 동선이 있다.
롯데백화점의 유동인구의 흡입도 크게 3가지로 정리하여 보면, 롯데 호텔에서 연결되는 쇼핑객, 을지로입구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직장인들의 유입, 그리고 명동을 쇼핑하면서 연결되는 흐름이 있다.
이러한 큰 특징은 두 백화점의 매출구조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며, 각각의 백화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마케팅이나 상품 구성을 하는 전략을 펴고 있을 것이다.
다만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경우 그동안 남대문시장 일대의 두터운 유동인구와 괴리돼 백화점이 고립된 측면이 있었다. 즉 남대문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의 동선이 신세계백화점으로 이어지지 않고 단절돼 남대문 시장 일대에서 신세계백화점이 마치 하나의 고립된 섬처럼 보인다.
따라서 신세계백화점이 메사 쇼핑몰을 젊은 고객들이 접근하기 쉬운 중저가 패션브랜드 중심의 매장으로 구성한다면 남대문시장의 유동인구를 백화점으로 끌어들이는 유인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두 백화점은 주변의 상권을 강력하게 이끌고 나가는 집객효과가 뛰어나며, 각각의 마케팅 전략으로 인하여 목적형 방문을 강하게 만들어내고 있으므로 주변의 상권에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 동선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백화점 주변의 상가들이 백화점으로 인하여 부동산의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러한 차이는 주변 상가들의 사업 아이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