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 10
제 눈에 안경이라는 말.... 참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사랑이라는 주관성의 마법이 있을 때 나는 비로소 아름다워질 수 있다.
"이건 오리일까? 토끼일까? 비트겐슈타인의 그림에서는 보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서 많은 것이 달라진다. 상상력이 오리를 찾으면 그는 오리를 보게 될 것이다. 상상력이 토끼를 찾으면 토끼가 나타날 것이다. 그림에는 두 가지 근거가 다 있으므로, 중요한 것은 보는 사람의 경향, 정신적 태도이다.
물
...론 내가 클로이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얻게 된 것은 사랑때문이었다.
나는 나의 사랑이 분명한, 모호함 없는 비례를 갖춘 얼굴에 머물지 않았기때문에 오히려 더 진정한 것이었다고 느꼈다. <보그>의 편집자라면 클로이의 사진을 자기 잡지에 넣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지만, 이것 때문에 나의 욕망은 오히려 강화되었다. 내가 그녀에게서 찾아낸 것이 독특함이라는 것을 확인해주는 셈이었기 때문이다. 고전적인 비례를 갖춘 사람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데에 무슨 독창성이 있을까? 반면 치아 사이의 간격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데에는 분명히 더 큰 노력, 좀더 프루스트적인 상상력이 필요하다. ...
그리스 조각상처럼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의 위험은 그 위태로움 때문에 보는 사람을 강조하게 된다. 상상력이 치아 사이의 틈으로부터 철수하기로 결정하는 순간 훌륭한 치열 교정 의사가 필요한 것 아닐까? 보는 사람의 눈에서 아름다움을 찾는다면, 보는 사람이 시선을 거둘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러나 어쩌면 그것 역시 클로이의 매력의 한 부분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름다움에 대한 주관적 이론은 기분 좋게도 관찰자를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만들어 버리므로.
- ---- 알랭 드 보통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Essay in Love)"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