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의학 이야기]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 당신은 어떤 복장의 의사를 더 믿게 되나요?
옷차림 따라 개인 행동 많이 좌우, 지저분한 가운 의사 호감도 하락
의사들 환자 신뢰 얻으려고 노력, 더욱 중요한 건 환자 대하는 마음
의료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련의 행위다. 깨끗하고 청결한 복장이 환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환자를 대하는 진심이다. 사진은 영화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의 한 장면. 20세기폭스 코리아 제공 |
때아니게 수트에 대한 관심 대폭발입니다. 영화 ‘킹스맨’의 이야기입니다. 중년의 콜린 퍼스가 섹시해보이기까지 한다는 그 수트의 매력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스파이 영화에서 영국 신사의 매력에 푹 빠지기는 007 제임스 본드 역의 숀 코너리 이후 정말 오랜만입니다.
이안 플레밍의 소설을 기반으로 한 007시리즈는 20세기 영화사에 큰 축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라는 새로운 형태의 영국 스파이 영화는 007류의 영화에 조금씩 식상하던 팬들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매튜 본 감독의 장담대로 새로운 스파이 캐릭터의 탄생을 즐거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블 브레스티드 수트와 브로그 없는 옥스퍼드, 우산과 만년필 그리고 브레몽 시계까지…. 콜린 퍼스의 이른바 수트 패션은 남녀를 불문하고 선망의 대상입니다. 게다가 쿠엔틴 타란티노 스타일의 액션, 그 속에 깨알 같이 섞인 영국식 위트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의 스파이 영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국제 비밀정보기구 ‘킹스맨’의 전설적 베테랑 요원 ‘해리 하트’(콜린 퍼스)는 루저로 낙인찍힌 청년 ‘에그시’(태론 에거튼)를 킹스맨 요원 선발 과정에 합류시킵니다. 그를 최고의 스파이로 만들고 싶은 것입니다. 에그시의 아버지 또한 훌륭한 킹스맨이었고 그는 해리의 생명의 은인이기 때문입니다. 극도로 힘든 훈련을 거쳐 킹스맨 최종 멤버 발탁을 눈앞에 둔 에그시는 갑작스러운 호출을 받습니다. 세상을 지배하려는 악당 ‘발렌타인’(사무엘 L. 잭슨)의 음모를 막기 위해 출동하게 됩니다. 에그시는 과연 멋진 젠틀맨 스파이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핵심은 수트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킹스맨의 본부는 맞춤 양복점인 킹스맨이고, 신사의 수트는 방탄복, 우산과 만년필 그리고 시계는 신사의 무기입니다. ‘매너는 신사를 만든다’라는 대사에서도 알 수 있듯 킹스맨은 젠틀맨이고 뛰어난 스파이입니다.
옷이 사람을 만든다고 합니다. 사실 수트의 유래도 서양의 귀족들 옷에서 유래되었다고 하지만 그 기본은 군복에 있습니다. 서양의 귀족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군대에 있음을 자랑으로 생각했고 군복이 평상복이나 다름없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특히 영화 속의 해리( 콜린 퍼스)가 즐겨 입는 더블 브레스티드 수트는 해군 복장에서 유래했습니다. 수트는 남자를 신사로 만들 듯 어떤 옷을 입는가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이 달라집니다.
의사들의 복장에 대한 의견 역시 많습니다. 흰 셔츠에 넥타이, 그리고 흰 가운은 의사들의 대명사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효율적이고 활동적인 복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보이고 있습니다. 수술복 같은 작업복을 입는 의사가 많아졌고 특히 감염의 매개체가 된다고 해서 넥타이를 기피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특히 대학병원 같은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는 인턴, 레지던트들은 깨끗한 복장으로 근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계속되는 당직과 콜 등으로 병원에서 밤을 새우기가 일쑤인데 흰 와이셔츠에 넥타이, 흰 가운을 기대하기란 무리입니다. 특히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을 커버해야 하는 외과계 레지던트들은 언제 수술실로 응급 환자를 데리고 들어가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수술복을 입고 근무하는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지저분한 가운과 맨발에 슬리퍼를 신은 의사를 보면 호감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2005년도 ‘American Journal of Medicine’에 ‘What to wear today? Effect of doctor's attire on the trust and confidence of patients’라는 재미있는 논문이 실렸습니다. 환자의 믿음과 신뢰에 미치는 의사의 옷차림의 영향이라는 내용을 다룬 것인데 의료진의 옷차림 선호도에 대한 모든 질문에서 응답자들은 유의하게 흰 가운을 착장한 전문적 복장(76.3%)을 선호했고 그 뒤는 수술복(10.2%), 정장(8.8%)과, 캐주얼 복장(4.7%) 순이었다고 합니다.
의료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련의 행위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날 때 중요한 것은 첫인상입니다. 의사들을 처음 만날 때 환자가 느끼는 인상은 치료에 대한 기대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입니다. 깨끗하고 청결하다고 다 실력 있는 의사라는 것은 아닙니다. 유명한 미국 드라마 ‘하우스’를 보면 뛰어난 천재 의사 닥터 하우스는 풀어헤친 남방과 청바지를 입고 다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리의 관념으로 보면 신뢰가 가는 의사 상은 아닙니다. 하지만 특유의 실력으로 어려운 환자들의 진단과 치료를 거침없이 해냅니다. 물론 드라마라는 허구의 이미지지만 말입니다.
결국은 환자를 대하는 자세에서 신뢰감이 생기고 이것이 치료에 중요한 유대감(‘라뽀’라고 합니다)을 형성합니다. 이렇듯 환자들의 호감을 얻기 위해 많은 의사가 노력하고 있습니다. 감염의 우려가 있는 긴 넥타이 대신에 나비넥타이를 매는 의사도 있고 최근에는 긴 가운 대신에 흰색의 블레이저 재킷을 착용하는 병원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포장 속에 숨겨진 진정한 의사의 모습일 것입니다. 환자를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 치료를 위한 날카로운 매의 눈과 사자의 용기, 그리고 섬세한 손길이 있다면 외모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몸가짐과 마음가짐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돼 있습니다. 어지러운 광고와 포장의 홍수 속에 의사들의 참모습을 찾아야 하는 환자들의 혜안이 필요한 때입니다.
척추전문 나누리서울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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