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까지 결정하지 못 한 일이 있어서 종일 바빴습니다. 오늘쯤 처가에 다녀
오려고 했었는데 웬일로 각시가 처가 집 행사를 건너가자고 말했습니다.
예년 같으면 벌써 서너 번은 다녀 왔어야할 처가를 어린이날도 어버이날도 다
생략했습니다. 면허증 따고서 폼 나게 친정 갈 거라고 벼렸는데 이러다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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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각시가 일주일에 3번(월, 목, 토) 하는 알바를 쉬기가
그러긴 했지만 그보단 에스더 중간고사가 삼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울 각시가 비장한 각오를 한 것 일거라고 생각해 봅니다.
각시는 알바, 에스더는 학교로 보내놓고 예주랑 둘이서 동춘 서커스를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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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예주만 할 때 천막 뒤로 들어가 보던 서커스를 말입니다.
뒤 늦은 어린이날 턱으로 서커스를 보러 오긴 했는데 나중에 재미없었다고
하면 큰 일 입니다. 어라, ‘재미없었다면, 입장료를 반환해 준다.’
그럼 밑져야 본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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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단 천막은 왜 촌스런 빨 노 파 원색을 고집하는지 색깔을 30년 이상 주물러온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단장님도 모를 겁니다. 500평 남짓한 높다란 천장에서
에스더만한 아이가 외줄타기 곡예를 하는데 정말 아슬아슬 합니다. 시간 반 동안
간간히 예주 눈칠 살펴보니 알아서 제 때에 박수도 치고 박장대소도 하고 소스라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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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기도 하는 게 제법 훌륭한 관객입니다. 울 예주는 6살인지 36살인지 저도 헷갈릴
때가 있는데 지금도 그렇습니다. 주로 아줌마들이랑 놀아서 그럴 거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제 보기에도 오십은 족히 넘어 보이는 연사가 동 춘 은 더 이상 애처로운 향수를 거부
한다고 말을 합디다만 외줄 타는 처녀의 속살이 비쳐지는 걸 보니 제 눈엔 예나 지금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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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처롭긴 마찬가집니다. 엇 그제 탈출했다 가 하루 만에 체포된 코끼리를 아시나요?
똥 누는 사자를 본 적이 있으세요? 이제 중 호랑이가 된 호순이네 가족, 그리고 절
닮았다는 불곰까지 다 보고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습니다.
아들, 남편노릇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못 했으니 자식 농사는 잘 지어야 할 텐데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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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입니다. 저는 어떻게 양육할 것인가를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아이들을 낳았고
여지 것 방목하듯 키웠기 때문에 이제라도 애비 노릇 좀 잘 해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만 자녀를 노엽게 하지 않으면서 주의 교훈대로 키운다는 것이 어디 보통
어려운 일이라지요. 그러게.
2005.5.13.악동
첫댓글 방이름이 또 바뀌었네요. 꼼꼼도 하셔라... 자식사랑이라면 집사님 따를자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있던가요? 하긴 저도 쫌 살아보니 해도해도 끝없는 항목들이 많이 있더군요. 아마 죽을때까지 노력하다 그렇게 못다이룰것 같은데.. 죽을때를 생각하기엔 너무 이른가요? 글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