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스타트렉 시리즈와는 완연하게 다른 새로운 스타트렉 시리즈 1시즌이 끝났다. 각 에피소드는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숨가쁘게 달려왔고, 클링온과의 전쟁의 시작과 끝에 마이클 번햄이 있다. 이전 시리즈에서 등장했던 평행우주 테란 제국의 인물들이 등장하며 허를 찔렀고, 기발한 발상으로 예측을 불허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타임라인에서 벗어나지 않는 영리한 장치들이 돋보였다.
1시즌은 스타플릿의 가치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해서 답을 제시하며 맺는다. 번햄이 반란을 일으키면서 무시했던 스타플릿의 가치를 결국 또다른 반란을 불사하겠다는 결의를 보이며 마지막에 지켜낸다. 그리하여 번햄은 스타플릿의 가치와 존재 이유를 깨뜨리고 나서 다시 복원함으로써 그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또한 디스커버리가 기존 스타트렉 세계관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천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디스커버리의 극 전개는 기존 시리즈와 확연히 다르기에, 스타플릿의 기존 철학과 가치관을 절대적으로 보존하고 지키겠다는 다짐을 보여줌으로써 디스커버리가 기존 시리즈의 세계관과 배치되지 않는다는 것을 팬들에게 다짐하는 효과를 갖기 때문이다.
클링온과의 전쟁은 마지막 화에서 다소 싱겁게 마무리된다. 연방을 거의 초토화시키고 지구 함락을 목전에 둔 클링온이 돌연 무기를 내려놓는 과정은, 제작진이 꽤 고심한 흔적이 있으나 여전히 너무 급작스럽게 그리고 개연성이 부족하게 마무리된다. 크로노스가 파괴될 상황이 벌어지지만, 과연 서로 죽고 죽이며 반목하던 24개의 가문이 모두 무기를 거두고 통합의 길로 나선다는 설정도 그렇고, 여지껏 클링온 제국내에서 아무런 존재감이 없던 르렐이 몇마디 말과 더불어 기폭장치를 흔드는 것으로 모든 가문이 르렐에게 복종하는 과정도 급작스럽고 개연성이 떨어진다.
크로노스 행성의 모습이 묘사된 것은 기존 시리즈에 몇번 등장하긴 했지만, 오리온들이 크로노스에 정착하여 타락한 타운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기존 클링온의 전통과 성향으로 볼때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모습이기도 하다. 아무리 일반인으로 위장했다고 하지만 전쟁 중인 상황에서 인간들이 크로노스의 오리온 타운에서 별다른 제지없이 흥정하고 거래하는 상황도 억지스런 측면이 있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것인데, 자연스러운 설정은 아니다.
시즌 피날레 마지막은 엔터프라이즈가 등장하는 것으로 마무리함으로써 기존 스타트렉 팬들의 기대감을 한껏 고취시켰다. 파이크함장이 이끄는 엔터프라이즈에는 스팍이 근무하고 있을 터이고, 번햄과 사렉은 엔터프라이즈의 스팍을 만나지 않고는 지나가기 어렵게 되었다. 곧 시즌 2에서 스팍이 등장할 것은 예고하고 있기에 팬들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로카함장이 사실은 평행우주에서 온 인물이라는 설정, 애쉬 타일러가 사실은 클링온 보크라는 설정, 닥터 컬버가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한다거나, 테란 황제 조지우가 평행우주에서 옮겨와서 디스커버리의 함장을 맡아 클링온 본성 크로노스의 파괴 작전에 나서는 등, 예상치 못한 허를 찌르는 설정들로 인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이 숨가쁘게 1시즌은 달려왔다. 그리고 엔터프라이즈가 등장함으로써 아직도 스타트렉의 정수라면 TOS의 엔터프라이즈를 떠올리는 골수 팬들에게는 가슴 설레게 만드는 설정을 영리하게 배치하며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세심하고 꼼꼼한 스크립트에 힘입어 스토리라인은 매우 탄탄했고, 마이클 번햄역의 소네콰 마틴그린이나 로카, 조지우 등 주요 출연진들이 보여준 연기는 훌륭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브릿지멤버들간 유대관계가 전혀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번햄과 사루, 타일러, 틸리, 스타멧츠, 그리고 로카의 주요 핵심멤버들간 유대는 상당부분 보여지지만, 기존 시리즈에서 보여주는 동료들간의 끈끈한 유대감과 비교하면 부족하다. 그렇기에 번햄이 콘웰제독의 명령을 거부하고 다시금 반란을 시사할때 브릿지 멤버들이 보여주는 태도는 사루를 제외하면 어색할 수 밖에 없다.
타일러와 로카 컬버 등 상당수의 인물이 교체되겠기에 다음 시즌에서 어떤 내용이 전개될지 기대되고, 섣부른 예단은 하지 않겠지만, 어쨌거나 브릿지 멤버들의 비중이 너무 낮았기에 만일 다음 시즌에서 이들의 관계가 보다 더 중요시된다면 캐릭터 설정에 많은 시간이 할애되어야 할 것이다. 1시즌으로 미루어볼때 그럴 개연성은 낮아 보이긴 하지만.
소소한 사실 몇가지. 기존 시리즈에서 오리온들은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초록색 피부였는데, 디스커버리에 등장한 오리온들의 피부색은 훨씬 사실적이다. 디스커버리에 등장하는 벌컨은 인간과 별 차이가 없어보인다. 논리를 말하긴 하지만, 이들의 태도는 인간적인 감정이 그대로 묻어나온다. 사렉은 인간 아버지의 모습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 자상한 태도를 보인다. 스팍이 등장한다면 어떤 태도를 가지고 나타날지 자못 흥미롭다. 엔터프라이즈의 디자인도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TOS 이후에 타임트래블이나 평행우주등에서 엔터프라이즈가 등장할 때는 기존 TOS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살렸기에 다소 조화롭지 못한 그래픽이었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두고 볼 일이다. 물론 동시대인 디스커버리나 선저우의 디자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겠지만, 그래도 엔터프라이즈가 가지고 있는 기존 이미지가 있어서 배려가 있지 않을까.
디스커버리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스포어 드라이브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미래에 스포어드라이브가 존재하지 않으니, 이 엄청난 기술을 어떻게 정리해서 미래에 완전히 사라지게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인데, 제작진이 이를 어떻게 정리할지 지켜볼 일이다. 현재까지는 스포어드라이브를 정리하고 원시적(?)인 워프 항해로 돌아갈 이유가 전혀 없어 보인다.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고, 심지어 평행우주로의 이동까지 순식간에 가능하게 만드는 엄청난 기술을 무슨 명분으로 사장시키고 다시는 사용하지 못하게 할 것인지? 보이저를 보면 이들은 아예 스포어드라이브의 존재 자체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다. 완전히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고 어떤 정보도 남기지 않고 모두 삭제하고 폐기할 정도의 개연성을 부여해야 하는데, 두고 볼 일이다.
첫댓글 뉴트랙의 스팍이 나오면 최상이겠으나..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TNG에서의 사렉 모습과 꽤 달라서 지금의 다정한 사렉은 아직까지도 좀 적응이 안되네요. 마인드멜드도 자유자재로 쓰고. 암튼 스팍과 조우하게 된다면 어떤 모습일지 기대됩니다.
리부트 영화판의 스팍, 즉 제커리 퀸토가 나온다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 봅니다. 리부트 시리즈와는 달리 디스커버리는 기존 스타트렉 타임라인에서 전개되니까요. 물론 아직 리부트 시리즈보다 10여년 전 상황이기에 그런 점을 감안하면 리부트 스팍이 깜짝쇼로 나올 수도 있겠죠. 그래서 더 흥미롭습니다. 어떠한 예상도 불허하기 때문에요...
르렐의 외가가 모카이 대가문으로 24개 대가문중 하나로 최고의회 의장도 해봤던 가문이었고, 르렐과 타일러가 떠날때 모카이 가문의 우주선을 타고 떠났다고 했으니 외가의 힘을 빌리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연방과의 전쟁을 끝낼 지구를 침공해서 정복할 대가문이 누가 될것이냐로 클링온들이 태양계 진입을 앞두고 서로 견제하고 싸우는 묘사가 있었으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스포어 드라이브는 그냥 2시즌에서는 입 씻을 것 같아요. 클링온 전쟁도 10분만에 끝냈는데.. ㅋㅋ
르렐은 자신의 외가가 모카이라고 말은 했지만, 자신의 지위에 대해 딱히 입증한 것이 없고 오히려 약간 경멸의 대상인 것으로 보여졌죠. 그거야 뭐 그렇다고 치더라도, 스포어드라이브는 어떤 형태로건 절대로 사용하면 안되고, 아예 관련 정보조차 사장시켜버려야 하는 당위성은 디스커버리 시리즈에서 밝혀줘야 한다고 생각이 됩니다. 저는 가장 맘에 거리는게 보이저에요. 그 개고생을 하면서 만일 스포어드라이브에 관해 약간의 정보라도 있었다면 당연히 이용하는 것이 논리적이고 이성적입니다. 그런데 보이저에서 아무도 스포어드라이브에 대한 가능성조차 언급이 안되는 것은, 스타플릿이 이 기술을 완전히 묻어버렸다는 것인데..
@sailor 그렇게 스포어드라이브 기술을 묻어버릴 당위성이 당연히 제시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2시즌에서는 아니어도 결국 시리즈 막판에는 당위성을 제공을 해야겠죠~
@sailor 전 좀 다르게 보는데요. 보이저의 컴퓨터 DB가 연방의 모든 역사와 과학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니니 100년전에 사장된 기술을 알고 있거나 DB에 남아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얼마전에 다시 본 Meld 에피소드에서도 살인자가 된 대원의 전과나 프로필을 (통신이 안되니) 알아볼 수 없어서 곤란했지요. 자신들이 쫒던 마키 우주선의 승무원이었음에도요. 스포어 드라이브를 완전히 흑역사로 만드는 당위성이 추가적으로 제시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마잉- 스타플릿과 연락에 성공한 에피소드가 있었는데요, 이 때 스포어드라이브로 보이저를 데리러 가지 않은 이유가 있으면 좀 더 좋을 듯 하네요. 사실, TV드라마에서 이 정도 했으면 넘어가도 된다고는 생각합니다만...
@마잉- 스포어드라이브라는 대단히 뛰어난 기술을 사장시킬 충분한 당위성이 처음부터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단순히 인간을 대체할 인터페이스가 없어서 사장시킨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우니, 뭔가 더 납득할 만한 이유가 제시되어야 후대에 스포어드라이브의 존재가 완전히 묻혀버릴 정당성이 확보된다고 봅니다. 클링온과의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스포어드라이브인데, 단순히 DB에서 지워진 것이 아니라 역사에서 조차 지워졌다는 것은 그만큼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겠죠. 예컨데, 디스커버리가 다시 스포어드라이브를 작동시켰다가, 모든 우주를 파괴할 위험성이 발견되어 모든 정보를 묻어버리기로 스타플릿에서 결정했다거나...
@셀리즈 사실 시리즈를 즐기는데 별 중요한 것도 아니긴 합니다. 이런 저런 모순점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 편인데, 이상하게 스포어드라이브는 걸리네요. 처음 등장할때부터 조금 무리한 설정이라고 생각해서 그런가봅니다. 여하튼 곰팡이 포자를 이용해서 우주 어디건 순식간에 이동한다는 것은 엄청난 진보이고 우주탐사에 있어서는 어찌보면 궁극의 진보일텐데, 스타플릿이 이 기술을 사장시킨 것에는 그만큼 납득할만한 충분한 설명이 따라와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아마도 어느 시점에 어떤 형태로건 그럭저럭 납득할 만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