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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뭘 배우고 싶은지 물어본 적이 있었던가.교육 당국은 수요자 중심 교육개혁을 모토로 내걸고 있지만 정작 수요자인 학생들은 교육대상일 뿐 개혁의 주체나 참여자가 아니다.그들이 뭘 알고자 하는지,어떻게 배우고 싶은지 그들 목소리에 귀 기울여본 적이 없다.`학생중심의 교육'은 허전한 구호일 뿐이다.
프랑스는 지난해 전국의 모든 고교생과 교사들에게 학교에서 배우거나 가르치고 싶은 내용이 뭔지 직접 물었다.이는 대단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프랑스 교육부는 지난해 1월 전국의 3백만 고교생과 40만 교사,4천5백여개 고교를 상대로 `고교에서 어떤 지식을 가르칠 것인가'란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설문지는 학생용,교사용,학교용 등 3가지가 배포됐다.학부모들도 이 설문내용에 비상한 관심을 나타냈다.
이 설문결과는 석달 뒤인 4월 국가적 토론회에 부쳐졌고 이어 고교 교과과정에 대한 대해부가 시작됐다.프랑스 정부는 현재 이를 토대로 교육개혁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배포된 설문지 내용과 답변 등을 들여다 보면 프랑스 고교생들이 학교에서 뭘 배우기를 갈망하는지,학교가 어떻게 달라지기를 바라는지 잘 나타나 있다.
14가지 주제별 질문을 담고 있는 학생용 설문지는 4쪽으로 구성돼 있다.질문은 이런 것들이다.`고교에서 배우는 것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개인적 삶을 위해서인가,취업을 위해서인가'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인가' `배우는 것 중에서 필요를 못 느끼고 관심도 없는 것은 무엇인가' `배우기를 원하지만 아직 배우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
교사용 설문지 내용도 비슷하다.`교사의 교육이 정말 학생의 삶에 필수불가결한 지식을 습득하도록 돕고 있는가' `필요하지만 가르치지 않는 지식과 가르치고는 있지만 불필요한 지식은 무엇인가' `민주사회에 필요한 시민자질을 함양시키는데 도움을 주는가'
르 몽드지가 입수한 일부 지역 학생들의 답변내용을 분석해보면 학생들의 불만은 상당히 구체적일 뿐만 아니라 일부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학생들의 개혁 욕구가 상당한 수준이라는 느낌이었다.학생들의 답변을 직접 들어보자.만일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같은 질문을 했을 경우 어떤 답이 나올 것인지를 염두에 두면서.
어떤 학생은 “고전 비평이나 외국어문법,군주제(君主制)와 식물공부가 불필요하다”며 쓸데없는 과목이 너무 많다고 답했다.다른 학생은 “비료의 구성과 비잔틴 문화를 아는 일은 아무 쓸데가 없다”고 말했다.또다른 학생은 “영어가 장래에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따분하다”고 답했다.“지리와 역사는 졸립지만 그래도 우리의 근원을 아는 일이라 괜찮다.하지만 12세기에 일어났던 일들을 달달 외우는게 도대체 왜 유익한가”라는 답도 있었다.
가장 많은 불만은 `지루하다'는 것.이는 내용뿐 아니라 가르치는 방법에 대한 불만이기도 하다.
학생들은 복잡한 기계조립이나 컴퓨터게임 같은 것은 흥미를 느껴 대단히 빨리 익히고 집중력을 보이게 된다고 답했다.그러나 학교에선 “강의가 항상 너무 길고 피곤이 몰려와 집중할 수 없다”거나 심지어 “모든 과목이 재미없다.수업 도중 잠을 자는 것 외엔 해결책이란 내게 존재하지 않는다”고 극단적인 부적응을 보인 경우도 적지 않았다.
고교 졸업반의 반응은 꽤 현실적이다.어떤 3학년생은 “흥미는 없을지라도 소용없는 것은 없다.내가 배우는 모든 것은 교양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된다”거나 “지금으로서는 따분하지만 나중에 확실히 필요할 때가 올 것”이라는 등 어른스런 응답도 있었다.그러나 고3생들도 참고 배우는 것이지 지루하긴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어떤 학생은 교실수업이 지루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컴퓨터 활용을 늘릴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컴퓨터로 수업하면 늘 손이 바쁠 것이고 그러면 산만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 학생의 아이디어였다.
배우고 싶은 게 무엇인지에 대한 학생들의 답변은 더욱 흥미롭다.가장 많이 꼽은 3가지가 요리법,컴퓨터,연극이었다.프랑스는 치즈 종류만 3백가지가 넘을 정도로 음식문화가 발달한 나라.또 여가활동과 문화생활에 대단히 관심이 많은 국민이다.
컴퓨터는 이미 모든 가정에 보급돼 있고 일상생활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학생들이 요리법이나 컴퓨터,연극에 관심이 많은 건 그만큼 일상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을 배우고 싶다는 얘기다.장래 희망이 정신과 의사인 어느 여학생은 연극 공부를 희망하는 이유로 `긴장완화와 외향적 성격을 갖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밖에 학생들의 희망사항을 일일이 열거하자면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다양하고 매우 개성적이다.어떤 학생은 “실제 생활에서 정말 일어나고 있는 것,우리가 모르는 것,사람들이 우리에게 얘기해 주지 않는 것들_전쟁,취업,돈_을 배우고 싶어요”라고 말했다.장차 전염병 학자가 되고 싶다는 학생은 “AIDS나 암,간장염 같은 주제를 금기시하지 말고 학교에서 다뤘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어떤 학생은 “많은 고용주들이 전문성을 원하니까 나는 속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어떤 학생은 왜 직업학교에선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지 불만이었고 어떤 학생은 곤충과 지구행성을 좀더 알고 싶어했다.어떤 학생은 교통법규와 운전법을 배우고 싶고 어떤 학생은 재정관리를 공부하고 싶어했다.
파리 현지에서 만난 어느 학생은 “획일적인 교실수업은 벌을 받는 것 같다”며 “좀더 생동적이고 활동적인 수업,보다 따뜻한 분위기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 교육부는 학생들의 주장과 요구를 받아들여 교과과정을 대폭 손질하기로 했다.그리고 수업부담을 줄여주거나 개별화 지도를 통해 다양한 소질과 적성을 길러주는 방향으로 이미 교과과정을 개편하고 있다.
오전에는 집중력이 필요한 인문과목을,점심식사 직후엔 예술과목을,오후에는 체육과목을 배치하는 등 지루하지 않게 과목을 편성하고 방학을 줄여 학업리듬을 유지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우리도 교육 수요자 중심의 개혁을 외치려면 한번쯤은 수요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 kukminilbo/2/3/99-
- 프랑스 교육제도 변천사
프랑스 교육에 있어서 가장 큰 변혁은 나폴레옹 통치(1799~1815년)하에서 이뤄졌다.프랑스 대혁명 직후 `교육은 시민의 자유를 위한 필수조건이며,인간은 무지로 인해 타인의 조정을 받고 노예가 된다'는 사상이 전파되면서 비로소 교육은 대중에게 문을 열었다.
그 이전엔 교육은 교회가 독점하고 있었고 성직자나 귀족 자녀를 교육하는게 주목적이었으며 일반 국민들은 교리문답 위주의 초급교육 혜택밖에 받지 못했다.
나폴레옹은 7~13세의 모든 아동에게 의무적으로 공립학교에 취학하도록 했고 무상교육을 실시했다.대학을 설치하고 전국을 17개 학구로 나누는 등 오늘날 프랑스 교육의 뼈대를 만들었다.
그러나 모든 중·고등 교육체제를 부르주아 계층을 중심으로 운영했기 때문에 민중교육은 상대적으로 등한시하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엘리트 계층에게만 제한적으로 문호가 개방되던 중등학교 이후 교육은 1960년대를 전후해 크게 대중화됐다.의무교육기간도 10년(6세되는 가을~16세되는 여름)으로 연장됐고 산업노동자와 농민 자녀들에게도 대학진학의 길이 열렸다.
프랑스는 고등학교 졸업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만 합격하면 별도의 선발시험없이 어느 지역,어느 대학에서나 공부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80년대를 거치면서 바칼로레아 합격률이 크게 달라졌다.70년의 20%에 불과하던 바칼로레아 합격률이 86년엔 31%,최근 들어선 95%선까지 올라갔다.이젠 고교를 졸업하면 누구나 대학가는 시절이 됐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듯 프랑스 대학도 학비가 거의 없어 돈이 없어 공부 못한다는 말은 통한지 않는다.프랑스는 영국이나 미국과 달리 외국인에게도 학비에 관한 한 차별하지 않는다.
이에 따른 부작용도 생겼다.단기간에 대학의 문이 넓어지고 교육의 기회가 확대되자 교육의 질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누구나 대학은 가지만 낙제생이나 유급생이 급증했다.파리 대학생 4명중 1명은 2학년 진급을 못하는 형편이다.중등학교도 교사 부족과 낙후된 시설로 학생들의 불만이 커졌다.
파리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초·중·고를 마쳤다는 정지영양(21·파리3대학 언어학 3년)은 “서울의 웬만한 학교면 언어학습 기자재와 방송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고 무척 부러웠다”며 “파리의 공립학교 환경은 한국에 비하면 오히려 열악한 편”이라고 말했다.
최근 프랑스의 교육개혁은 환경개선과 교육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또 중앙집권적인 전통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지역교육청으로 권한을 일부 이양하는 등 변화의 조짐도 보이고 있다.
89년에 제정된 교육법은 90년부터 2000년까지 프랑스 교육제도 전반에 걸친 지속적이고 점진적인 개혁안을 담고 있다.특히 91년에 마련된 `대학 2000년' 계획은 대학의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해 우수한 인재를 받아들이고 길러내기 위한 야심찬 국가 프로젝트다.- kukminilbo/2/3/99-
- 프랑스 교사양성대학원
학교수업의 질은 교사수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교사는 단순한 지식 전달자일 뿐 아니라 가르치는 학생들의 세계관,인생관에 큰 영향을 미친다.한 사람의 교사는 수천,수만 학생들의 장래를 좌우할 수 있다.
교사들의 수준 향상이나 가르치는 방식의 개선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교육개혁은 교사들에게 달려있지만,동시에 교사 개혁이 교육개혁의 핵심이다.
프랑스의 교사양성대학원(IUFM)은 바로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려는 취지로 설립됐다.2000년까지 프랑스 교육의 전반적인 수준을 높이려는 취지에서 89년에 제정된 `교육방향법'의 핵심내용 중 하나이다.90년 일부 지방에 시범적으로 설립되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프랑스 전역에 걸쳐 31개에 이른다.
91년 이후 유치원 교사에서부터 고등학교 교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교사는 반드시 교사양성대학원을 거쳐야 임용될 수 있다.이전엔 사범학교,대학,고등사범학교,지역교육센터 등으로 교사 양성과정이 복잡하게 구성됐으나 이후 전문대학원 과정으로 단일화됐다(전효선,`교육개혁지역연구',교육개발원 편,1998).
교사양성대학원 과정은 2년이다.대학졸업자면 누구나 등록할 수 있다.이론교육 1년후엔 선발고사 합격자에 한해서 현장수습 1년 과정을 거쳐야 한다.수습이 끝나면 논문과 구두시험 등을 치른 뒤 최종합격하면 정식교사로 발령받는다.교사양성대학원에 들어갔다고 해서,또는 선발고사에 합격했다고 해서 정식교사 발령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교사양성대학원을 마친 교사는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고품격 교사로 평가를 받고 있다.아직까진 IUFM의 역사가 짧아서 이곳 출신이 전체 교원의 10%에 지나지 않지만 교직사회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IUFM의 목표는 교사들에게 교과를 가르치는 다양한 테크닉을 완벽하게 구사하도록 훈련시키는 것이다.파리 IUFM의 한 관계자는 “지적 수준과 문화적 배경이 이질적인 학생들에게 소질과 적성을 배려하는 다양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예비교사를 훈련시키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며 “IUFM출신 교사들에 관한한 자질론 시비는 불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교사양성대학원이 생긴 이후 이곳 출신에겐 정식 호칭을 `교사'가 아닌 `초등학교 교수' `중등학교 교수'등으로 부르고 있다.파리 4대학의 한 교수는 “요즘은 아무나 교수라 부르고 있어 직함인플레가 심하다”고 비꼬았지만 그만큼 IUFM 출신들의 전문성과 역량을 높이 쳐주고 있다는 얘기로 들렸다.
IUFM 과정을 들여다보면 이곳 출신들이 상당한 자부심을 가질만 하다는 느낌이 들었다.IUFM은 출신학부에 관계없이 지원할 수 있으며 이론과 실제 모두에 능해야 교단에 설 수 있다.통과해야 하는 관문도 많다.1년간 이론교육을 마친 뒤엔 선발고사에 합격해야 한다.필기시험에 합격한 뒤에는 1년간의 수습평가기간을 거쳐야 한다.
힘든 과정이지만 그래도 지원자는 언제나 넘쳐난다.프랑스도 실업률이 높아서인지 안정적인 교사 직종이 인기가 높다.파리 IUFM측에 따르면 지난해 파리지역에서만 선발고사를 통해 수습교사 4백80명을 뽑는데 6천명이 응시를 했다고 한다.
수습교사에겐 9천프랑(약1백80만원)의 월급이 지급되고 주당 4~6시간씩 수업에 참여한다.정식교사의 평균 수업시간은 주당 18시간이다.나머지 시간은 학급운영위원회에 참가하거나 IUFM의 교육연수 세미나에 참석하는 등 예비교사로서 다양한 훈련과 교육을 받는다.기술계 및 직업계 고교 교사 후보생은 따로 6~12주간의 기업체 연수를 이수해야 한다.
현장실습을 마친 뒤엔 30쪽 안팎의 연수논문을 제출하고 공개 구두시험을 치러야 한다.이 마지막 시험을 통과하면 정식교사로 발령나지만 통과하지 못하면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하고 재수는 허용되지 않는다.
IUFM의 1년차 교육과정은 개방형으로 운영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1년차 교육과정은 IUFM에서 하건 일반 대학이나 지역교육센터에서 하건 마음대로다.이 기간엔 자신이 지원할 교과교육 및 교사초기 교육 등 이론교육에 치중한다.
그러나 1년차 과정을 마치고 선발고사에 합격한 뒤 현장실습이나 세미나 등 IUFM에서 제공하는 교육프로그램은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프랑스 교사 선발고사 응시자격은 유럽연합 회원국 국적이면 외국인도 가능하다.국어나 역사 등 지원과목 제한도 없다.물론 교사노조에도 가입할 수 있다.연령제한도 없다.
IUFM 시험 종류는 초등,중등일반,중등체육,중등기술,직업고교교사 자격 등으로 나뉘지만 그중 석사학위 소지자들만을 상대로 고교교사를 선발하는 `아그레가시옹'이 있다.석사학위 소지자로 선발고사에 합격한뒤 IUFM 과정을 이수하면 정규교사보다 적은 주당 15시간만 수업하면서도 많은 봉급을 받는 등 나은 대우를 받는다.
IUFM 제도의 긍정적인 점은 정규교사가 되기 전에 자신이 가르칠 교과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높이고,교직사회나 학교운영시스템에 대한 빠른 적응을 도와준다는 것이다.또 IUFM은 교직을 희망하는 학부학생에게 각종 교육장학금을 지급하면서 우수학생의 교직 영입을 유도하고 있다.
이에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프랑스의 경제난과 실업률을 감안하면 교사가 되기까지 최소 5~6년의 대학교육을 이수해야 하는데 이는 교직 희망자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점이다.또 IUFM의 교사지원자들 전원이 학사 이상 학력의 소지자라는 점에서 지나치게 전문적인 교육에 치중해 철자법이나 문법 등 정말 학생들에게 필요한 기초지식 교육에는 소홀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IUFM이 진일보한 교사양성시스템이긴 하지만 여전히 현실과 거리가 먼 교원을 양성할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보르도지방에서 IUFM을 이수한 한 교사는 “학교를 졸업한 뒤 다시 학교로 돌아와 정년퇴직할 때까지 교사는 한번도 학교라는 울타리 밖을 떠나지 못하는 셈”이라며 “학교 밖의 다양한 직업경험을 의무적인 경력으로 부과하는 것도 생각해볼 일”
이라고 제안했다. - kukminilbo/2/10/99-
- 프랑스 교사노조위원장 인터뷰
프랑스는 교사노동조합의 천국이라고 할 정도로 노조의 역사도 오래됐고 단체도 많다.1884년 교사노조가 합법화된 이래 지금은 중앙조직을 두고 있는 노동조합만 초등학교 교사단체가 3개,중등교사 단체가 4개,대학교수 노조도 3개다.
교사노조는 단체행동권까지 포함해 노동3권을 제한없이 누린다.따라서 프랑스에선 노동자 선생님들의 시위나 집단행동이 심심찮게 벌어진다.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동안 3번이나 교사파업이 있었다.
취재진은 중등교사 노조 중 가장 세력이 큰 것으로 알려진 SNES(국립중등교사노조) 파리 본부를 찾았다.이 단체는 중등교사 중 9만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데 이는 노조가입 전체 중등교사의 69%를 차지한다.
다니엘 호뱅 노조위원장(사진)은 “파업은 대개 24시간 정도 벌이기 때문에 교사들의 파업으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는 없다”며 “학생들이 교사부족 등을 이유로 시위를 벌인데서 알 수 있듯이 교사들의 파업이나 시위는 충분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 교사노조활동의 전략적 목표는 무엇인가.
▲교사들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 향상과 교육의 질 향상에 있다.이 둘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지금 프랑스는 교사 부족으로 기존 교사들의 근무환경도 나빠졌지만 이는 학생들의 교육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 노동조합으로서 활동에 제약은 없는가.
▲아무런 제약이 없다.파업을 결정할 경우 시행 8일 전에 교육부에 통보하도록 규정해 놓은 조항이 있긴 하지만 파업을 구속하진 못한다.교사들의 파업권리는 다른 일반 국민과 마찬가지로 프랑스 헌법이 보장하는 가장 중요한 기본권 중 하나이다.정부나 정당 등 어느 누구도 이를 임의로 제한할 수 없다.
- 교사들의 파업은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는데.
▲대개 파업은 24시간 정도 벌인다.이는 완고한 정부 관계자를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교육부 장관의 대화거부가 교사들을 분개시키는 원인이다.파업참여는 교사 개개인의 판단에 맡기고 있어 파업중에도 수업하는 교사들은 많다.학부모들을 설득하고 지지를 구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교사들의 파업이 교사들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더 나은 여건 속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해를 구하고 있다.
- 노조의 주장은 무엇인가.
▲부족교사 충원과 임금인상이다.정부는 보조교사 4만명을 채용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교사부족을 해결하는 근본책이 아니다.또 교사들의 임금은 최근 10년간 물가 인상분의 절반밖에 오르지 않아 실질임금이 하락했다.
2차대전 직후엔 직종 중 최고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 kukminilbo/2/10/99-
- 프랑스편 - 대학도 천차만별
프랑스의 대학체제는 부러운 점도 있지만 우리가 교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할 문제점도 안고 있었다.
부러운 점은 프랑스에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누구나 무슨 대학(일부 특수학교 제외)이든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고교졸업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 합격증만 있으면 되고 성적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재수하느라 학원갈 필요도 없고 직장생활하다 몇년 뒤에 응시하더라도 고교 교과서를 다시 배우지 않아도 된다.
거의 모든 대학은 국립인데다 학비도 없다.아르바이트를 조금만 하면 생활비도 거뜬히 벌 수 있기 때문에 부모 도움 없이도 대학을 마칠 수 있다.실제 많은 프랑스의 학생들이 고교졸업이후엔 집을 떠나 자립하고 있다.입시지옥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고3 학생들에겐 환상적인 곳이다.
그러나 프랑스 일반대학의 실태를 들여다보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프랑스의 대표적인 파리대학들만 하더라도 학생수 3만~5만명씩 수용하고 있지만 강의실과 교수진은 태부족이다.파리4대학의 한 교수는 “1960년대이후 투자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지원은 줄어들고 있는데 대학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기업이나 외부지원을 일절 거절토록 하고 있어 재정난은 심각하다”고 말했다.
특히 대학들의 공간부족은 심각한 수준이었다.과거 소르본 대학으로 불리던 시절 세계적인 문인과 학자들을 무수히 배출한 파리4대학의 현재 모습은 한마디로 콩나물시루였다.크고 작은 강의실마다 학생들은 발 디딜틈없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고 복도와 계단에선 다음 강의시간을 기다리며 앉아있는 학생들로 붐볐다.대학도서관도 비좁긴 마찬가지.캠퍼스도 없고 학생식당 같은 편의시설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규모 강의실에 1천~2천명씩을 한꺼번에 모아놓고 하는 수업이 수두룩하다.누가 수업에 참여하는지 알기도 어렵다.1학년을 마치고 2학년에 진급하지 못하는 낙제생이 입학생 4명중 1명콜에 달한다.
대학측이 학교근처 몇몇 식당을 학생식당으로 지정해놓았지만 앉아 먹을 공간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점심시간이면 학생들은 값싼 학생식당에 몰리긴 하지만 길게 줄을 서서 바게트나 샌드위치를 산 뒤엔 곧바로 학교로 돌아와 로비 의자에 앉아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
학생들이 대학건물 안에서 쭈그리고 앉아 점심을 때우는 건 강의시간이 불규칙하기 때문이다.파리3대학에 재학중인 정나영씨(21·여·언어학전공)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12시간을 학교나 근처에서 머물지만 하루 강의는 3~4시간에 불과하다”며 “강의실이 부족하다보니 이른 아침에 1시간 듣고나면 오후 1시까지 기다렸다 강의를 들은 뒤 저녁 해질 무렵까지 또 강의실이 비기를 기다리는 학생들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정씨는 “소규모 강의실에서 토론식으로 진행되는 전공과목도 40~50명씩 듣기 때문에 좌석에 다 앉지 못하고 10여명은 좌석사이 계단에 앉아야 할 형편”이라며 “수업 빼먹는 학생들이 많아 학기말엔 학우들 강의노트를 빌려다가 리포트를 제출하는 것으로 한 학기를 때우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정씨의 가장 큰 불만은 입학당시 결정한 전공을 재학중 바꾸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것.정씨는 “정말 하고 싶은 게 뭔지 알지도 못할 나이에 선택한 전공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게 가혹하다”며 “대학에서 다양한 학문을 접한 뒤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런 대학들과 달리 엄격한 선발과정을 거치는 소수의 귀족적인 학교들이 일부 있다.그랑제콜(Grand Ecole)이라고 통칭되는 이 학교들은 프랑스 엘리트 양성의 산실이다.대통령부터 국회의장,대법원장,은행장은 말할 것도 없고 고위관료,저명한 학자 등도 대부분 그랑제콜 출신이라고 보면 거의 틀리지 않는다.
그랑제콜 중 가장 유명한 것은 국립행정학교(행정관료)와 파리고등사범학교(학자),폴리테크닉(군사관료 및 기술자) 등 3개이다.입학즉시 그랑제콜 학생들은 전원 공무원 신분을 부여받으면서 급료를 받는다.학비를 따로 내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졸업후 진로는 약간씩 다르지만 무엇을 선택하든지 그 분야에서 최고지위까지 오르도록 보장돼 있다.학사운영도 특이해서 학교에서 별도의 학위를 주지 않고 다른 일반대학에 가서 강의를 듣든지 연구소에 들어가서 개인적인 공부를 하든지 마음대로다.국가는 그랑제콜 출신들을 평생 관리한다.
그랑제콜에 입학하려면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그랑제콜 준비반을 2년동안 거쳐야 한다.일부 고등학교에만 설치가 허용된 이 준비반에 들어가기 위해선 고등학교 졸업시험에서 탁월한 성적을 얻어야만 가능하다.상위 4%안에 드는 최우수 성적의 학생들이 2년동안 그야말로 죽도록 공부한 뒤 그랑제콜별로 치르는 선발시험을 거쳐야 한다.이중 파리고등사범학교는 수학과 물리학에서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40명을 선발하고 있다.
준비반 2년과정을 거친 뒤 그랑제콜시험에 낙방한 학생들은 재수가 허용되지 않는다.재미있는 것은 이들 낙방생은 원하는 일반대학 어디나 3학년(졸업반) 과정으로 곧바로 편입할 수 있다.그랑제콜과 일반대학의 수준차와 사회적 인식차이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파리고등사범학교에 최우수 성적으로 입학한 다니엘(가명·22)은 “엘리트양성제도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랑제콜 준비반에서 그렇게 고도의 학문을 익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국제화시대에 외국에 가서 공부를 하거나 외국학생들과 교류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엘리트 의식에 빠져서 그런지 학생들에게 이런 면을 얘기하는 교수들이 없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고등교육은 겉보기엔 기회균등의 기치하에 대학의 문호가 활짝 열려 있지만 지나친 엘리트양성위주로 된 교육체제의 경직성과 대중화된 일반대학의 후진성이 공존하고 있다.
- kukminilbo/2/24/99 -
- 파리 콩피에뉴대총장 인터뷰
파리에서 북쪽으로 80㎞ 떨어진 콩피에뉴라는 조그만 지방에 위치한 콩피에뉴공과대학은 프랑스에서 새로운 대학모델을 제시하고 있다.이 대학은 파리대학과 달리 전통과 역사는 일천하지만 이론과 실제에 능한 이공계 전문가들을 길러내는데 이미 상당한 명성을 쌓고 있다.
그랑제콜이 아니면서 신입생 선발권을 행사하는 예외적인 대학이다.다만 그랑제콜처럼 별도의 준비과정을 거치는 것이 아니고 바칼로레아 과목중 수학,과학 성적 우수자들을 위주로 선발한다.
프랑스의 다른 대학들과 달리 국제화에 상당히 주력하고 있다.학생들은 전공제한없이 원하는 과목을 들을 수 있고 교수들은 계약제로 채용되는 등 프랑스에선 상당히 선진적인 체제를 갖추고 있다.6개월간 기업체 근무경력을 졸업필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띄었다.포항공대와도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이 대학의 장 프랑수아 크레티앵 총장(사진)을 만나 보았다.
- 이 학교만의 특징은.
▲테크놀로지 분야의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1972년에 설립됐다.산업현장에 투입될 고급인력을 배출할 뿐 아니라 첨단분야의 연구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주요 목표이다.학생은 모두 3천명에 불과하지만 박사이상 과정이 6백명으로 전문가양성에 더 주력하고 있다.
- 학사운영이 독특하다고 들었다.
▲철저히 산업현장과 연계한 실질적인 학문풍토이다.졸업하기전 6개월은 반드시 국내외 기업체근무를 필수로 하고 있다.그리고 6개월은 구체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한다.특히 전공과목 외에 외국어 학습을 의무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99년엔 외국어를 2개씩 익히도록 할 계획이다.학생중 60%가 외국에서 실습을 했다.유럽은 물론이고 남미나 러시아 등 전세계 각지로 학생들을 보내고 있다.일부 학생은 한국에 가서 근무한 경우도 있다.이곳 출신 학생들은 세계 어디에 가더라도 국제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
- 콩피에뉴대학의 미래에 대해선.
▲누구라도 반드시 주어진 기간 내에 과정을 마쳐야 하는 부담감 없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원격교육시스템을 갖추려고 한다.또 직장인들을 상대로 한 평생교육과정을 신설,직장내 의사소통테크닉을 익히도록 하겠다.
- 의사소통테크닉이란.
▲예를 들어 핵센터나 여러 지방에 분산된 비행기제조공장 같은 거대한 조직 내에선 어떻게 내부의견을 효율적으로 연결하고 자료를 주고받아 생산성을 높일 것인지가 경쟁력 향상에 핵심 부분이다.이런 부문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테크닉을 말한다.
- 프랑스의 교육체제에 대해선.
▲프랑스만의 고유한 학제를 고집하는 것도 좋지만 외국과의 교류나 국제화엔 걸림돌이다.국제적으로 보편타당한 학제로 전환해야 한다.- kukminilbo/2/24/99-
- 프랑스의 대입제도
프랑스에선 대학 진학을 위한 시험을 한번 잘못 쳤다고 진학이 좌절되는 일은 없다.재시험의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대학 진학을 위한 시험도 계열별로 12종류나 되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대학 진학에 유리한 과목에 집중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 대학입학시험은 별도로 없다.고등학교 졸업 자격증서인 바칼로레아 시험 성적으로 대학 진학이 결정된다.바칼로레아를 소지하면 대학 입학 자격이 부여되기 때문에 바칼로레아 시험이 프랑스의 대입시험인 셈이다.그랑제콜을 제외한 모든 대학은 바칼로레아만 있으면 지원할 수 있다.
프랑스 교육 전문가인 이근님 박사(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프랑스혁명 이전엔 대학에서 수여하는 첫번째 등급의 학위가 바칼로레아였다고 한다.바칼로레아가 고등학교 졸업자격 시험으로 바뀐 것은 나폴레옹 1세때인 1808년 이후다.이같은 전통은 바칼로레아의 시험 형식과 난이도 면에서 많은 영향을 미쳤다.
바칼로레아는 일반계열,기술계열로 크게 나뉘지만 계열별로 문학바칼로레아,과학바칼로레아 하는 식으로 세분돼 있다.일반계열이 3종류,기술계열이 9종류이다.최근엔 직업계열 바칼로레아도 신설됐다.
이박사는 “바칼로레아가 이토록 세분된 것은 중등교육에 대한 교육 수요가 증가하고 경제발전에 따라 산업계가 보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게 된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에선 해마다 바칼로레아 시험문제가 화제가 되곤 한다.특히 그 해에 출제된 철학문제는 일반인들도 화제로 삼곤 한다.프랑스를 여행하는 외국인들은 평범한 택시기사조차 “내 기호는 사르트르보다는 카뮈”라고 말하거나 볼테르와 보들레르를 논하는 모습을 흔히 볼 정도다.
바칼로레아 시험은 계열에 관계없이 필기·구두·실기시험 3가지로 구성되는데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출제된다.사지선다형이나 단답형은 전혀 없고 문제마다 논술이나 비평문 형태로 작성해야 한다.
온통 주관식으로 출제되기 때문에 채점과정에서 시험관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평가의 공정성 시비는 찾아볼 수 없다.
학생들은 시험결과가 발표되면 7일 이내에 자신의 시험답안 채점을 열람할 권리가 있지만 기술적인 오류 이외엔 점수 자체를 문제삼는 경우는 없다.그만큼 사회적으로 시험관들의 판단을 인정하는 풍토와 문화가 형성돼 있다.
심사위원들도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학생들의 점수가 좌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채점이 끝나면 채점자 간 엄격성의 차이로 인한 오차를 조정하는 과정을 거친다.이 과정에선 주로 내신성적을 참고한다.내신성적이 우수한 학생의 시험성적이 형편없이 평가됐을 땐 채점자들이 해당 학생의 답안지를 다시 검토한다.
우리나라의 대학입학시험인 수능문제의 출제와 채점이 대학교수 위주로 이루어지는데 반해 프랑스에선 고등학교 교사들이 바칼로레아 문제를 출제하고 채점한다.심사위원회의 책임자는 교육청에서 임명하는 대학교수이지만 출제와 채점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등학교 교사들이 직접 출제하고 평가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고교과정에서 배우거나 익히지 않은 영역은 출제되지 않는다.
구두시험의 경우 학생은 자신이 읽은 전공 책의 목록을 제출하고 시험관은 그 중에서 문제를 뽑는다.시험관이 문제를 적절히 선택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 학생은 즉시 이의를 제기하거나 재조정을 요구하기도 한다.
구두시험은 우리나라의 면접시험과는 차원이 다르다.대개 계열당 2~3개 과목을 구두시험으로 치르는데 주로 프랑스어,경제사회과학,외국어,고어 등이다.단순한 지식의 이해나 암기력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의 활용이나 나아가 수험생의 독자적인 사고력을 측정한다.
필기시험의 경우에도 과목당 2~3개 주제가 주어지면 수험생은 그중 하나를 선택한다.특정 주제에 대해 충분한 시험준비를 하지 못한 학생들이 불리하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바칼로레아 시험은 두 차례 실시된다.1차시험에서 통과하지 못한 과목이나 불리했던 과목은 2차 시험에서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우리의 경우 이름을 잘못 썼거나 답안작성 과정에서 오류를 범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실패를 맛봐야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모든 시험은 고등학교 3학년 마지막 학기인 5월과 6월 사이에 실시되지만 국어(프랑스어) 과목과 역사지리 과목은 1학년말에 실시된다.
바칼로레아 시험성적이 대학진학에 결정적인 변수이긴 하지만 이 시험을 우리나라처럼 중앙정부가 주관하지 않는다.바칼로레아 시험주관은 지방교육청의 권한이다.그러나 모든 지방교육청이 독자적인 출제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고 몇몇 인근 교육청이 출제위원회를 공동으로 구성하기도 한다.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제도가 학생들의 다양한 적성을 고려해 계열별로 세분되고 재시험의 기회를 주는 등 장점도 있는 반면에 단점도 많다.학생들이 가장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전공선택의 시기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12개로 세분된 바칼로레아를 응시하기 위해선 고교 1년때 자신의 전공을 선택해야 한다.게다가 상당수 지역에선 대학 진학이후 전공 변경의 기회가 사실상 차단돼 있다.자신의 진로나 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경우 제대로 바칼로레아 준비를 하기 어렵다.특히 조기 진로결정제도는 가난한 집안 학생들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로 프랑스 내에서도 비판받고 있다.
또 진학하는 대학은 대개 주거지 위주로 결정된다.파리지역의 대학으로 진학하려면 파리지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해야 한다.고등학교도 해당 지역 중학교 출신위주로 선발한다.이는 특정지역으로 학생들이 몰리는 것을 예방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대학진학을 출신지에 따라 제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학생들에게 과목선택의 기회를 폭넓게 주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바칼로레아가 지나치게 세분된 것도 고등교육이 보편화되는 세계적인 추세에 비춰볼 때 바람직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 kukminilbo/3/9/99-
- 출신계층별 바칼로레아 합격률
프랑스에서 고등교육이 대중화됨에 따라 노동자 출신 가정 자녀들의 바칼로레아 합격률이 최근 급증했으나 여전히 계층간 차이가 심하다.부모나 가정환경에 따라 자녀교육이 큰 영향을 받기는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교육부가 최근 펴낸 자료에 따르면 전문직이나 교수·과학자 자녀들은 96%이상의 합격률을 보이고 있으나 노동자 계층 자녀들의 합격률은 50%를 간신히 넘어섰다(96년 기준).
바칼로레아 이후 고등교육 학위 소지자를 비교하면 이 비율 차이는 훨씬 커진다.교수나 전문직 자녀들은 5명중 4명이 학사 이상의 학위를 따는데 반해 노동자 자녀들은 5명중 1명꼴이다.
노동자 자녀들의 바칼로레아 합격률이 50%에 달한 것은 80년대와 비교하면 비약적인 증가다.84년의 경우 20%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10여년만에 2.5배 이상 늘었다.
학비가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대학진학하는 것이 중산층 이상 자녀들에겐 별 부담이 안되지만 당장 먹고 살기 위해 생업에 뛰어들어야 하는 노동자 자녀들로선 바칼로레아에 합격하고도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바칼로레아 합격증만 있어도 불합격자보다는 봉급을 많이 받는다.또 직장생활을 일찍 시작하기 때문에 대학졸업자가 사회에 진출해서 첫 봉급을 받기까지 저축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론 손해다.학위소지자나 고등교육 이수자에 비해서 임금수준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바칼로레아 소지자의 첫 봉급은 평균 6천프랑으로 최고학위 소지자의 초임 8천프랑(단기학위자는 6천3백프랑)에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그러나 직장생활을 하면 할수록 차이는 벌어져 나중엔 바칼로레아 단순소지자와 최고학위 소지자간 임금차이는 7천프랑 이상이난다.
50세가 넘으면 최고학위 소지자의 임금은 1만9천프랑에 육박하는데 반해 바칼로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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