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아산 골프장 반대 시민대책위'와 북면 대책위 관계자들이 4일 오전 현장답사에 앞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
명덕리 대책위 황정화 부위원장(사진)의 방에 걸려있는 현수막. 황 부위원장은 "앞으로도 우리의 아이들이 북면 냇가에서 마음놓고 물놀이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북면 진입도로에는 각 단체의 골프장 건설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
뜸했던 장맛비가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4일 오전, 천안의 오지 마을 중 한곳인 북면 명덕리 한 시골집으로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8년간 버섯재배를 해왔다는 농장 주인의 집에 모인 사람들은 그러나 웃음보다는 막막해 하는 기운이 느껴졌다. 청정지역인 북면 일대에 골프장 건설이 5곳이나 추진 중이라는 사실에 대해 이들 모두는 걱정 섞인 한숨부터 내쉰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는 듯 진입 도로 곳곳에는 골프장 건설 반대 현수막들이 걸려 있었다.
‘천안아산골프장 반대 시민대책위원회’에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차수철 사무국장을 비롯해 이 단체 오승화 부장, 천안 KYC 강윤정 사무국장, 민주노동당 천안시위원회 이윤성 환경위원장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5~6명과 골프장 건설이 추진 중인 명덕리와 납안리 대책위 관계자 등 총 10여명은 현장답사를 위해 이곳을 찾았다.
골프장 반대 대책위, 북면 명덕리 일대 현장답사 나서
버섯농장의 안주인이자 명덕리 대책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정화씨는 방안에 걸려있는 현수막부터 소개했다. 냇가에서 아이들이 물고기를 잡고 있는 모습이 담긴 현수막에는 “골프장 없는 북면으로 가자”고 붉은 글씨로 새겨져 있었다. 황씨는 “20년 전 아들의 모습”이라며 “앞으로도 아무런 걱정 없이 우리의 아이들이 북면 냇가에서 물놀이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한숨을 지었다.
생각보다 참여 인원이 많아지자 급하게 회의 장소가 옮겨졌다. 시골 교회 사택으로 보이는 한 가정집이 금 새 대책회의장으로 변했고, 이들은 지도를 통해 위치를 확인해가며 이날의 일정을 조율했다.
명덕리 골프장 예정지 현장 답사를 위해 참가자들이 산을 오르고 있다. |
곧바로 명덕리 골프 예정지에 답사를 위한 40여분간의 산행이 시작됐다. 곳곳에 무르익은 산딸기와 이름모를 꽃들이 즐비했다. 황정화씨는 “예전에는 주민들이 산길을 다니면서 산나물을 많이 채취했다”면서 “골프장 예정지로 되면서 다니는 사람이 없다보니 풀이 무성해 졌다”고 설명했다.
‘한일농장’이라는 입간판에는 무단출입 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문구가 선명했다. 마을 사람들에 따르면 한일농장은 돼지 등을 사육했던 곳으로 현재는 축사와 주택의 흔적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골프장 용지 대부분은 한일농장 소유주의 것으로 전해졌다.
차수철 사무국장은 지형을 살펴가며 “골프장 보다는 수목원이나 자연휴양림이 훨씬 어울릴 만한 곳”이라며 “천혜의 자연환경이 골프장 건설로 사라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천혜의 자연환경 북면 일대에 골프장은 안 된다”
동행했던 납안리 대책위 홍창의 위원장도 “골프장이 들어서게 되면 ‘북면은 물 좋고 산 좋은 곳’이라는 말은 사라지게 된다”면서 “세수가 얼마나 들어올지 모르겠지만 1천억을 받는다 해도 천혜의 자연환경을 잃는다는 것이 더 큰 손해”라고 말했다.
납안리 대책위 홍창의 위원장. |
점점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할 때 쯤 다시 산을 내려왔다. 안개에 쌓여 잘 보이지 않았던 맞은 편 산이 조금씩 얼굴을 보이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에게 산 이름을 물으니 적성산이라 답했다. 그렇다면 저산 너머에는 버드우드 골프장이 자리해 있을 것이다. 결국 산 하나를 놓고 골프장이 양쪽에 생기는 그야말로 북면 일대는 ‘골프장 천국’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산을 내려와서 잠시 회의가 진행됐다. 마을 주민들은 “골프장이 건설될 경우 그동안 자주 발생했던 수해 피해가 더욱 증가하게 될 것”이라며 “골프장 측은 수해방지 시설에 대해 ‘면사무소에서 할 일’이라며 무책임한 말을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위례초등학교 성인제 교장선생의 역사학 강의(?)가 일품이었다. 민족사학 분야에서 국내외적으로도 명성을 얻고 있는 성 교장에 따르면 약 1만 년 전 고흥 벌교에서 노아의 방주로 시작한 우리 민족은 약 5천 3백 여 년 전 지금의 천안에 신시를 세웠다. 성 교장은 “8백년이 지난 후 우리 민족은 중국과 일본까지 진출했다”며 “이들 모두가 우리의 후손”이라고 강조했다.
“북면 일대는 민족의 성지, 역사적으로 개발돼야”
특히 성 교장은 “환웅이 북면의 위례성 인근에 거하면서 국가의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봉화를 올리게 했다”며 “명덕리는 목숨 명과 밝힐 덕, 즉 목숨을 다해 밝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위례초등학교 성인제 교장. |
이렇게 오전 9시 30분부터 시작된 명덕리 골프장 건설 현장 답사는 황정화씨가 내 온 맛난 수박을 먹으면서 11시 정각 쯤 끝났다. 대책위 관계자 및 마을 주민들은 곧바로 약 4Km 떨어진 납안리 골프장 건설 현장으로 이동했다.
한편 명덕리 골프장 건설을 추진 중인 C개발산업(주)는 이 사업에 대해 ▲ 체류 형 관광도시 건설 ▲ 골프수요의 역외 유출 방지 ▲ 코스배치에 있어서 뛰어난 효율성 ▲ 보전산지 이외에 특별한 인허가가 필요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최적지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명덕리 골프장은 9홀(par36), 118,984㎡ 면적위에 조성되며 50실 규모의 콘도와 관광 휴양시설, 부대시설 등 총 35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골프장 건설에는 늘 개발이냐 보존이냐에 대한 논란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이날 만나본 주민들은 “청정지역 북면을 지키기 위해서는 천안시민 모두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일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 북면 일대를 이들이 골프장 건설로부터 지켜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출처:디트뉴스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