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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식의
'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
< 매치 포인트 - Match Point >
시간과 운명이 우리 인생에 치는 장난질을
절묘하게 끄집어 내며 삶을 저울질해 왔던
감독 우디 알렌의 2005년 연출작
< 매치 포인트 >.
런던에서 시작되어 바르셀로나를 거쳐
파리, 로마에 이르는 그의 유럽도시 시리즈
첫 번째 작품 격으로 ,
죽음에 관한 탐구, 죄로서 신과 내기를 거는
주인공의 선택, 삶의 일부로 들어온 예술
양식이 서로 공존하고 있는 수작이지요.
영화 <매치 포인트 >는 잿빛 하늘이 인상적인
런던의 고즈넉한 풍광을 배경으로,
전설의 테너 엔리코 카루소의 '남몰래 흐르는
눈물' 노래 속에 주인공 크리스(조나단
리스 메이어스 분)가 무심하리만치 담담하게
풀어내는 내레이션으로 그 막을 열어 갑니다.
"누군가 '착함(good)보다 운(lucky)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은 인생을 달관한 사람이다.
두려울만큼 인생은 대부분 운에 좌우된다.
그런 능력 밖의 일에 대한 생각에 골몰하면
무서울 지경이다.
시합에서 공이 네트를 건드리는 찰나,
공은 넘어갈 수도 그냥 떨어질 수도 있다.
운만 좋으면 공은 넘어가고 당신은 이긴다.
그렇지 않으면 패배한다..."
영화 전체를 감싸고 있는 포괄적인 은유로
비춰지는 '네트에 걸린 공' 의 정지된 화면은
이 독백을 지탱하는 결정적인 신의 한수로
자리하고 있지요.
그렇게...
관객은 이른바 '운'(Luck)에 대한 감춰진
베일을 벗겨 놓는 식의 비주얼 메타포를 통해
영화의 맥을 은근한 시선으로 짚어주는
'앨런식 화법' 의 숨결에 익숙해지게 됩니다.
'매치 포인트' 란 베드민턴이나 테니스 등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마지막 한점을 의미하는
스포츠 용어이지요.
매치 포인트 상황에서 승패를 가르는 것은,
일반적으로 실력보다는 운으로 여겨집니다만,
이러한 진리는 한 사람의 인생, 개개인이 모여
이루어진 우주에 대입해도 크게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그간 능청스럽고 현란한 화술 속의 피학적인
농담으로 자신의 진심을 우회적으로 펼쳐왔던
우디 알렌...
그는 < 매치 포인트 > 를 통해 마치 전에 없이
근엄한 표정으로 귀환한 냉소주의자처럼,
웃음기는 물론, 자신의 이전 영화에 등장하던
그 숱한 인장들까지 지워버리는, 이른바 심화된
'변용의 미학' 을 그려내고 있지요.
전직 프로 테니스 선수였지만 실력의 한계를
깨닫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좀 더 나은
삶' 을 살겠다고 결심한 뒤,
상류층의 테니스 교습 강사로 생활고를
해결하며 다른 진로를 모색 중인 크리스는,
자신이 가르치던 부유층 집안의 톰(메튜
구드 분)과 친해지면서 그의 가족들과
만나는 '행운' 을 마주하게 됩니다.
영국처럼 계급이 분명한 사회에서, 아일랜드
시골에서 온 일개 테니스 강사에게 이런
기회는 흔치 않지요.
아니 전적으로 '운' 일 터...
갑자기 '행운의 여신' 이 야망에 불타는
크리스에게 화사한 미소로 화답한 셈으로,
크리스는 이것이야말로 놓쳐서는 안 될
절호의 기회라는 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베르디의 오페라와 스트린드버그의
희곡, 그리고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연마한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의 고급 취향 덕분에
톰의 여동생 클로에(에밀리 모티머 분)는
물론, 부모님들의 신임을 얻게 되죠.
클로에는 출중한 외모에 뛰어난 실력까지
겸비한 크리스에게 반해 적극적으로
대시합니다.
크리스와 클로에가 첫 데이트를 하며 들른
사치(Saatchi)갤러리 에서 흐르는 안토니오
카를로스 고메스의 오페라 < 살바토르 로사 >
중 '나의 후회'(Mia Piccirella)는,
제목처럼 흔들리는 크리스의 감성을 내밀하게
암유(暗喩)하고 있죠.
크리스가 클로에 가족의 첫 공식 초대로 함께
한 오페라는 다름아닌 베르디 최고의 오페라
< 라 트라비아타 > 였습니다.
1막에서 옆 무도회장에 모두들 춤을 추러
자리를 옮겨 갔지만... 폐병을 앓아 몸을 가누지
못하고 연회장에 남게 된 비올레타를 향해
알프레도가 1년 전부터 당신을 사랑해왔다며,
자신의 연모를 고백하는 아리아 '빛나고
행복했던 어느 날'(Un di pelice,eterea)이
흐르는 가운데,
클로에는 크리스를 향한 사랑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지요.
그러던 어느날... 크리스는 톰의 약혼자로
누가 봐도 한눈에 반할 만큼 아름답고 섹시한
미모를 가진 노라(스칼렛 요한슨 분)를 보고는
첫눈에 반하고 맙니다.
미국 콜롬비아 출신의 가난한 배우 지망생
노라와, 은근히 무시당하기 일쑤인
아이리시 맨 크리스는 서로의 비슷한 처지를
단번에 간파하지요.
노라의 말처럼 크리스는 '너무 도전적이고도
공격적인 플레이' 를 그녀에게 감행합니다.
원초적인 불륜의 사랑에 몸을 맡기며...
크리스와 노라가 비가 세차게 쏟아지는
야외에서 벌리는 첫 번째 섹스 신은 더없이
뜨겁고도 농밀하죠.
인생엔 운이 중요한 걸까요, 노력이 중요한
걸까요?
운을 타고난 사람들은 운에 대해서 별반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행운을 갖고
있습니다만...
크리스와 노라는 운이 얼마나 끔찍하게
인생을 좌우하는지 너무도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크리스와 클로에, 또한 톰과 노라,
이 두 커플을 포함한 전 가족이 관람한
오페라는 베르디의 < 리골레토 >였지요.
제1막 제1장에서 혼자 남은 질다가 그토록
가슴 속에 그리던 만토바 공작을 만난 후
벅차오르는 기쁨을 누르지 못한 채,
그의 가명 '괄티에르 말데'(Gualtier Malde)를
되뇌면서 부르는 아리아, '그리운 그 이름'
(Caro Nome) 을 뒤로 하며...
크리스는 노라를 불러내어 타오르는 연정을
고백하면서 왜 자꾸만 자기를 피하느냐
다그칩니다.
그러나 노라는 충동적인 순간의
불장난이었다며 냉정하게도 그의 열정적인
손길을 뿌리치고 말죠.
무엇보다 신분 상승을 향한 욕망으로 불타는
크리스는 결국 노라를 가슴에 품은 채,
클로에와 결혼을 해 장인의 회사에 취직하며,
꿈에 그리던 영국 상류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입합니다.
능력을 인정받은 크리스의 앞날은 출세 가도를
향해 내달리는, 그야말로 탄탄대로이지요.
명백한 자멸의 길로 뛰어들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늘 가슴 한쪽에 노라를 향한, 금지된
사랑의 열망을 간직하고 있던 크리스는 우연히
미술관에서 그녀를 만나게 되죠.
그는 이를 놓치지 않고 노라의 집을 드나들며
치명적이고도 매혹적인 사랑에 격정적으로
빠져 듭니다.
크리스와 노라가 술집에 앉아 대화하는
장면은 우디 앨런의 영화에선 좀처럼 보기
힘들게 꽉 짜인 클로즈 업 사이즈로
잡아내는데,
이는 둘 사이의 파국적 관계를 에둘러
암시해주는 것이기도 하지요.
크리스가 노라를 그리워하며 헤매일 때
비제의 오페라 < 진주조개잡이 > 1막 속
레체로 테너의 미성이 최대로 발휘되는
아리아로,
혼자 남은 나디르가 사랑했던 무녀 레일라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부르는 '다시 한번 그녀의
음성을'(Je crois entendre encore)의
로망스가 흐릅니다.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무방비적으로 노라에게
끌리는 크리스...
그는 아내 클로에를 속여가며 연인 노라와의
위험천만한 이중생활을 오가지요.
하지만 크리스를 향한 노라의 독점욕이
노골화되면서, 크리스의 이기적인 욕망은
냉혹한 현실과 부딪히게 됩니다.
열정과 안락을 저울질하던 크리스는
자신에게 집착하는 노라에게 궤변에 가까운
변명을 늘어놓습니다만... 급기야 둘의
갈등은 폭발하고 말지요.
더욱이 청천벽력처럼 노라가 원하지도 않는
아이를 덜컥 갖게 되면서,
그는 부유한 삶의 '성공' 과 탐욕적인 사랑을
좇는 '쾌락' 사이에서 고통스럽게 번민합니다.
결국 극단적 처방의 선택을 결단한 크리스...
그는 주도면밀하게도 노라와 그의 관계를
아는 앞집 할머니를 먼저 살해한 뒤,
마약강도로 위장하기 위해 약과 귀금속들을
훔치죠.
이어 미래 성공의 족쇄이자 걸림돌이
돼버린 노라를 향해 마지막 방아쇠를
겨눕니다.
아이러니하게도 < 리플리 > 의 패트리샤
하이스 수법처럼 감독은 관객을 크리스와
동일한 시선에 자리하게 하죠.
하여, 크리스가 살인이란 가공할 범행을
저지르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의 범죄가
오히려 성공하기를 간절히 원하게끔(?)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엽총을 장전하고 크리스가 살인의 장소인
노라의 집으로 갈 때부터 극도의
서스펜스를 불어 넣으며 시종 음산한 톤으로
흐르는 음악은,
바로 베르디 오페라 < 오델로 > 2막 속
이중창 '나쁜 데스데모나여!'(Desdemona rea!)
이지요.
오델로가 이아고의 사악한 간계에 넘어가
자신의 아내인 데스데모나가 부관 카시오와
불륜에 빠졌다고 오해한 끝에, 반드시
그녀를 죽이고야 말겠다고 하늘에 맹세하는
노래입니다.
이아고는 질투에 이성을 잃은 오텔로의
분노를 '손수건' 의 정황적 증거로 부추기며
급기야 그를 파멸의 나락에 빠트리지요.
오텔로는 이아고의 멱살을 붙잡고 불륜의
증거를 대라 다그치고, "만약 너의 얘기가
틀리면 네 머리 위에 내 분노의 번개가
내리치리라!" 며 그를 바닥에 내팽개칩니다.
바로 그 순간 크리스는 노파를 향한 첫 번째
살인의 방아쇠를 당기지요.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오른 오텔로는
"아마 신은 그에게 천 개의 목숨을 준
모양이지. 그 중 한 개는 나의 먹이인
그 놈에게 피로 복수해주겠다!" 라 외치며
이를 갑니다.
그때 노라를 향한 두번 째 총알이 발사되지요.
이어 오텔로와 이아고가 무릎을 꿇고 "태양과
대지에 맹세하노니 이 손이 번개를 내려치리라.
아, 복수의 신이여" 라며 부르는,
격정적인 이중창 '대리석 같은 하늘에
맹세한다'(Si, pel ciel marmoreo giuro)가
긴박하게 화면을 감쌉니다.
오페라 속에서는 배신감에 치를 떨며 분노를
삭히지 못하는 오델로가 복수를 다짐하면서
바닥에 나뒹구는 반면,
영화 속에선 두 여성이 살해되어 바닥에
피흘리며 쓰러지는 장면으로 그려지고 있죠.
하여... 관객들은 10여분 간이나 이어지는
"살인 시퀀스' 를 통해 오텔로와 이아고의
처절한 갈등이 부딪히는 남성 듀엣의 절정을
맛보게 됩니다.
다음 날 크리스는 신문을 보고 강도로
위장하려는 자신의 당초 의도가 성공했음을
알게 되죠.
하지만 갑자기 경찰서로부터 소환 전화가
걸려 옵니다.
잔뜩 긴장한 크리스는 경찰에 출두하며,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훔친 반지를
던집니다만...
그 반지는 마치 매치 포인트 상황에서
네트에 걸린 테니스 볼처럼 그만 난간에
걸려 바닥에 떨어져 버리고 말죠.
알고 보니 노라의 일기장이 발견됐는데,
거기엔 크리스와의 애정 행각들이 가득
담겨져 있었습니다.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떠오르며... 착잡한
마음으로 잠못 이루는 그에게 노라와 옆집
노파의 유령이 찾아오죠.
크리스는 노라에게 죽일 수 밖에 없었음을
강변합니다.
"그렇다면 옆집 노파는?"
그는 도스도예프스키의 소설 < 죄와 벌 > 속
구절 "살인이야말로 모두에게 최선인
것이지요!" 를 인용하지요.
또한 "죄없는 태아는 왜 죽였느냐" 는 노파의
비난에도 크리스는 꿋꿋하게 답합니다.
"어차피 불행할 운명이라면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게 낫지요..."
그런 말이 통할 리 없는 망자들은 살인자
크리스에게 혹독한 댓가를 치를 준비를
하라고 저주합니다.
그런데 크리스는 기막힌 '우연', 아니 극적인
'행운' 으로 혐의를 벗게 되는... 정의롭지
못한 결말에 다가서죠.
마약 중독자들 간의 살인 범죄가 발생했는데,
그 중 살해된 자들 주머니에서 바로 크리스가
버렸던 노파의 반지가 발견되었던 것입니다.
완전 범죄가 성공한 셈으로, 아내 클로이가
그토록 고대했던 아이를 순산하며 온 가족이
기뻐하는 장면과 함께 영화는 막을 내리죠.
카메라는 가족들을 뒤로 한 채, 무심한 표정에
잠기며 화면의 앞쪽에 서 있는 크리스의
옆 얼굴 잔상을 클로즈 업으로 잡아내고
있습니다.
희생자를 향한 주인공의 죄의식을 표현하는데
인색한...
고민보다는 행동을 통해 타락을 묘사하는
일종의 누아르 영화로 풀어지는
< 매치 포인트 >.
이러한 크리스의 캐릭터적 원형은
< 죄와 벌 > 의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 보다는,
조지 스티븐스 감독이 1951년 연출한
< 젊은이의 양지 > 에서의 '조지 이스트먼' 에
가깝죠.
이른바 '성공을 위한 살인' 을 위해 스스로
방아쇠를 당기는 크리스...
그는 비뚤어진 욕망이 부른 파멸의 결과로,
자신의 아이를 밴 정부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조지의 배다른 형제인 셈입니다.
우디 앨런은 그렇게 윤리적 아노미 상황을
겪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소위 '선' 을 올곧게
정의하는 것이 매우 모호해진 실상을 예리하게
비판하고 있죠.
우디 스스로가 말했듯이... 자신의 인생을
통틀어 '최고의 작품' 으로 기록될
< 매치 포인트 >를 기존의 멜로디가
바리아시옹된 변주곡의 양식으로 풀어내며,
'다르면서도 같은' 그의 변화된 모습을
'낯설면서도 어딘가 익숙하게'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본인 자신이 뛰어난 클라리넷 연주자인
우디 앨런은 수다스럽고 즉흥적인 자신의
영화 배경음악으로 재즈를 즐겨 사용해
왔지요.
그러나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비극을 다룬
치정 스릴러 < 매치 포인트 > 에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은 온전히 '오페라' 뿐으로,
도니제티, 베르디 , 롯시니, 그리고 비제의
오페라 속 아리아들이 극 중 인물의 심리와
상황에 맞추어 절묘하게 선곡됐습니다.
영화의 주요 시퀀스에 안성맞춤으로
콜라쥬되며 연속적으로 새겨지는 아홉 곡의
아리아들은,
등장 인물들의 러브 라인을 놀라운 흡인력을
발휘하며 세련되고도 완벽한 상황극으로
바꾸어 주죠.
또한 스크린을 꽉 채우는 선율과 리듬의
무게감으로, 되돌아 갈 수 없는 시간을
건너버린 배우의 심리적 중압감을
효과적으로 대변하며,
영화 자체의 질감어린 완성도를 더욱
두텁게 만들고 있습니다.
'죄와 죽음, 신의 존재에 대한 실존주의적
상상' 이 < 매치 포인트 > 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우디 앨런의 언급은,
영화 속 인물들의 관계와 행동, 그리고
이 상황들에 언질을 주는 식의 주석적인
역할을 하는 오페라 아리아들의 기이한
고전적 제스처를 이해케 해주죠.
우디 앨런이 굳이 영화의 사운드 트랙으로
오페라 아리아를 활용한 것은,
오페라 관람이 크리스와 부유한 클로에의
집안을 연결해 그가 상류층 사회로 발돋움하는
고리로 작용하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렇다 해도 영국 런던의 현대적 분위기가
물씬한 영화에서 배경 음악이,
지지직거리는 LP를 통해 흘러나오는
레전더리 테너 엔리코 카루소의 앤티크한
노래라는 점은 뜻밖이죠.
역(逆)발상으로 감성부재 시대의 허를 뚫고
나가는 우디 앨런의 과감함과 파격에 힘입어
사운드 트랙의 미려함은 가일층 빛을
발합니다.
먼저 베르디 오페라 < 일 트로바토레 > 중
2막 1장 '산속 집시들의 동굴' 에서,
루나 백작과의 결투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이 자신을 막았다고 털어놓는 아들
만리코에게,
"왜 루나 백작(실은 만리코의 형)을 처단하지
않았느냐" 며, "다음에는 꼭 그를 죽여서
어미의 원수를 갚아달라" 고 당부하는,
집시 여인 아주체나의 노래 '나의 자비 앞에
원수가 있도다'(Mal reggendo all'aspro
assalto)...
그리고 로시니의 오페라 마지막을 장식한
최고 서사극 < 윌리엄 텔 > 중 제1막 '루체른
호숫가의 마을' 로부터,
합스부르크가 공주 마틸데와의 비밀스런
사랑을 털어 놓으며 조국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스위스 독립운동가 아르놀드와
주역 윌리엄 텔이,
"우리가 제슬러를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조국을 위해 함께 싸우자" 고 용기를 북돋으며
부르는 2중창 '무엇으로 고통받는가'
(Arresta! Qual dolor) 의 아리아들은,
베르디 초기작 < 맥베스 > 4막 1장 '잉글랜드
국경의 황량한 벌판' 속 스코틀랜드 귀족
막두프가,
맥베스에게 살해된 자식들을 구하지 못한
아비의 비통한 심정으로 복수를 외치며
부르는 카바티나 '나의 아들들이여'
(O figli miei) 와 함께,
영화 < 매치 포인트 > 주요 고비 마다 마다에
드라마틱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죠.
특히나 귀에 익숙한 도니제티 오페라
< 사랑의 묘약 > 에서의 '남몰래 흐르는 눈물'
(Una furtiva lagrima)을 노래하는 엔리코
카루소를 통해,
관객들은 자연스레 '아름다운 노래', 이른바
'벨칸토' 의 세계로 스며들게 됩니다.
<사랑의 묘약> 2막 2장 마을의 광장에서
순박한 시골 청년 네모리노를 애타게 하는
아디나와 엉터리 약장수 둘카마라의 이중창
'저렇게 사랑하고 있는데'(Quanto armore)
에 이어,
사랑의 묘약을 사기 위해 군에 입대하기로
한 네모리노가 아디나의 눈에 고인 눈물을
보며,
그녀도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서 부르는...
테너의 서정미를 과시하는 선율미 만점의
로만차인 '남몰래 흐르는 눈물' 은,
크리스의 테마곡이라 할 정도로 극 중 '사랑의
주제에 의한 찬가' 로 쓰이고 있지요.
이 곡은 < 매치 포인트 > 의 오프닝,
또 엔딩 신과 더불어,
크리스가 클로에와 노라와의 위태로운
줄다리기 식 사랑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거나,
불륜의 관능적인 사랑을 염원하며 팜므파탈적
마력녀 노라의 '아름다운 심장' 을 느끼고
싶어 안달하는 장면에서도 계속 불려집니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 우먼 인
화이트 - Woman in white > 또한,
잠깐이지만 클로에와 크리스의 만남을
연결시켜 주죠.
1. 영화 < 매치 포인트 > 트레일러
https://youtu.be/vdzsFaCNOlk
영화 < 매치 포인트 > 는 도덕, 탐욕, 욕망이
미치는 영향, 금전, 인생에서의 행운 등의
주제를 다루며,
앨런의 1989년 작 < 범죄와 비행 > 과도
상당히 비교되죠.
앨런은 뉴욕에서 영화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은 후, 런던에서 제작과
촬영을 마쳤습니다.
그곳에서의 계약을 통해서 영국 출신의
배우들과 스텝들을 얻을 수 있었던 그는,
본래 뉴욕을 배경으로 했던 각본을 잉글랜드
지역으로 다시 고쳤죠.
미국 내의 비평가들은 영화와 영화 속의
영국적 배경에 대해서 찬사를 보냈고,
앨런의 복귀작으로서 환영하였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영국에서의 평가는
장소들과 특히 대화 속의 어법 등의
비정확성을 예로 들며... 미국 보다는
호의적이지 않았죠.
우디 앨런은 이 작품을 통해 제78회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성공이냐, 사랑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셰익스피어의 햄릿 식 대사처럼...
< 매치 포인트 >의 주인공 크리스는 인생의
성패가 실력이나 노력보다 운(Luck)에
달려 있다고 믿고 있죠.
영화는 자연스레 조지 스티븐슨 감독의
< 젊은이의 양지 >(1951)나,
르네 클레망 감독의 < 태양은 가득히 >
(1960)를 떠오르게 합니다.
크리스 식으로 풀자면 야심으로 가득찼던
두 영화 주인공들의 실패는 권선징악에 앞서
'운' 이 없었다고 봐야 하지요.
< 매치 포인트 > 의 초점은 크리스가 어떻게
'매치 포인트' 를 필요로 하는 상황을 맞게
되고,
과연 이 '매치 포인트' 를 얻을 것이냐,
잃을 것이냐에 모아집니다.
여기에 우디 앨런이 이 영화를 만든 의도가 담겨 있는 게죠.
"물론 노력도 중요하지. 하지만 내 생각엔
사람들은 '운'(Luck)이라는 게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걸 두려워하는 거 같아."
영화 초반 '크리스와 클로에' , 그리고 '톰과
노라' 두 커플이 함께 보는 영화 속
대사입니다.
2. 도니제티 오페라 < 사랑의 묘약 - L' Elisir
d' Amore > 중 2막 아리아 '남 몰래 흐르는
눈물'(Una furtiva lagrima)
- 테너 엔리코 카루소
https://youtu.be/K4fUAVcXeiQ
-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https://youtu.be/2J7JM0tGgRY
3. 안토니오 카를로스 고메스 오페라
< 살바토르 로사 > 중 '나의 후회'
(Mia Piccirella)
https://youtu.be/nxePlsQDFQY
- 사치 갤러리(Saatchi Gallery)
4. 베르디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
Il Trovatore> 2막 2중창 '나의 자비 앞에
원수가 있도다'(Mal reggendo all'aspro
assalto) -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메조 소프라노 돌로라 자치크
https://youtu.be/L880VmAr2n4
- 테너 마르첼로 알바레스
메조 소프라노 므치아 니오라트제
https://youtu.be/tqCuZ6358pY
5. 베르디 오페라 < 멕베스 - Macbeth > 중
4막 막두프 아리아 '나의 아들들이여'
(O figli mieri... Ah, la paterna mano)
-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
https://youtu.be/ALnk_Indmpw
6.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
La Traviata> 1막 중 고백의 2중창 '빛나고
행복했던 어느 날' (Un di felice, eterea)
- 테너 프란체스코 멜리
소프라노 에르모넬라 야호
https://youtu.be/9GKGk_3LT3M
- 테너 로베르토 빌라존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
https://youtu.be/xBm4fX7v8_A
- 테너 프랑크 로파르도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
https://youtu.be/SXZNX32E3ew
7. 베르디 오페라 < 리골레토 - Rigoletto > 중
1막 2장 질다 아리아 '그리운 그 이름'
(Caro Nome) -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
https://youtu.be/2II-JNFv2Ko
8. 영화 < 매치 포인트 > OST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BhkYr2-wi6LlwiWQRpwpC-6DrLxgQJn5
- 李 忠 植 -
첫댓글 1. 영화 < 매치 포인트 > 예고 동영상
https://youtu.be/vdzsFaCNOlk
PLAY
도니제티 오페라 < 사랑의 묘약 - L' Elisir
d' Amore > 중 2막 아리아 '남 몰래 흐르는
눈물'(Una furtiva lagrima)
- 테너 엔리코 카루소
https://youtu.be/K4fUAVcXei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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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https://youtu.be/2J7JM0tGg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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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카를로스 고메스의 오페라
< 살바토르 로사 > 중 '나의 후회'
(Mia Piccirella)
https://youtu.be/nxePlsQDFQY
- 사치 갤러리(Saatchi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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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의 오페라 < 라 트라비아타 > 1막 중
고백의 2중창 '빛나고 행복했던 어느 날'
'Un di felice, eterea '
- 테너 프란체스코 멜리와
소프라노 에르모넬라 야호
https://youtu.be/9GKGk_3LT3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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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너 로베르토 빌라존과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
https://youtu.be/xBm4fX7v8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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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너 프랑크 로파르도와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
https://youtu.be/SXZNX32E3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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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의 오페라 < 멕베스 - Macbeth >
중 4막 막두프의 아리아 '나의 아들들이여'
(O figli mieri... Ah, la paterna mano)
-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
https://youtu.be/ALnk_Indmp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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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 오페라 < 리골레토 > 2막 중
질다의 아리아 '그리운 그 이름'(Caro nome)
-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
https://youtu.be/2II-JNFv2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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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
Il Trovatore> 2막 2중창
'나의 자비 앞에 원수가 있도다'
(Mal reggendo all'aspro assalto)
-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메조 소프라노 돌로라 자치크
https://youtu.be/L880VmAr2n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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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
Il Trovatore> 2막 2중창
'나의 자비 앞에 원수가 있도다'
(Mal reggendo all'aspro assalto)
- 테너 마르첼로 알바레스
메조 소프라노 므치아 니오라트제
https://youtu.be/tqCuZ6358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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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제 오페라 < 진주조개잡이 -
Les Pêcheurs de Perles 중 1막
나디르의 아리아 '다시 한번 그녀의
음성을'(Je crois entendre encore)
( - Pêcheurs de perles.
- 스웨덴 출신 테너 유시 비올링
https://youtu.be/_QFgPtmM7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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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출신 테너 알랑 방조(Alain Vanzo)
https://youtu.be/5MjnIcxCz8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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