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재가 “종북좌파”의 표절 색출 작업에 나섰다. 변희재가 말하는
“종북좌파”가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 느낌으로는 “새누리당 또는 조중동(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을 싫어하는 사람” 정도인 것 같다.
변희재는 <미디어워치> 대표인데 <미디어워치>의 산하에 <연구진실성검증센터>를 두고 있다. <연구진실성검증센터>의 주된 일은 표절 색출인 것 같다. 그리고 센터장은 황의원(인터넷 필명은 mahlerian)이다.
황의원이 운영하는 SkepticalLeft(http://www.skepticalleft.com)라는 사이트에서
우선 표절에 대한 글을 올리고 어느 정도 정리를 한 후 변희재가 주도하는 언론사에서 정식으로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식이다. 변희재는 이제 TV에도 자주 나온다. 특히 종편에서는 아주 자주 볼 수 있으며 그곳에서 표절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SkepticalLeft은 회의주의적 좌파라는 뜻이다. 회의주의는 미신이나 종교를 회의하고 과학을 신뢰한다는 뜻이며 좌파는 정치적 좌파를 말한다. 지금은 좌파라는 단어가 그 사이트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여전히 사이트 이름은 바꾸지 않고 있다. 나름대로 복잡한 사정이 있으니 그냥 넘어가자. 나는 SkepticalLeft에 글을 올린 적도 있고 황의원 센터장과는 술도 몇 번 마신 적도 있어서 사정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사실 내가 운영하는 카페의 주소에도 복잡한 사정이 있다. Psychoanalyse는
독일어로 정신분석을 뜻하는데 내가 지금은 정신분석을 매우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바꾸지 못하고 있다.
진화심리학
http://cafe.daum.net/Psychoanalyse
내 이메일도 마찬가지다. sf1856@hanmail.net에서 “sf1856”은 “Sigmund Freud는 1856년에 태어났다”를 뜻한다.
변희재와 황의원은 지금까지 여러 유명 인사들의 논문에 대해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방송인 백지연, 방송인 손석희, 방송인
김미화, 방송인 낸시랭, 진중권 교수, 조국 교수, 김성환 구청장. 김성환
구청장 말고는 대단히 유명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변희재식 개념 규정에 따르면 “종북좌파”인
것 같다.
연세대, 백지연 석사논문 표절 혐의, 본조사 수행키로
미디어워치 연구진실성검증센터가 제소한 인사들 모두 본조사행
http://www.dailyjn.com/news/articleView.html?idxno=13687
“시선집중에서 문대성 지적했는데…” 손석희, 논문 표절 의혹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cul&arcid=0007165713&cp=du
‘친노좌파’ 김미화씨, 논문 표절 제소
당해
연구진실성검증센터, 김미화씨 석사 논문
표절 혐의로 제소
http://www.dailyjn.com/news/articleView.html?idxno=12654
변희재 "낸시랭, 논문표절…일기장인지 논문인지 분간도 안 가"
http://www.livee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819
진중권, 변희재 ‘논문표절 의혹’ 제기에 고소 대응…‘1억짜리
민사소송’ 밝혀
http://www.cbci.co.kr/sub_read.html?uid=202490
서울대 조국 교수 논문 '자기 표절' 의혹 논란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3/01/24/0200000000AKR20130124054700004.HTML?did=1179m
'종북’ 혐의 김성환 구청장, ‘논문 표절’
혐의도 발견돼
연구진실성검증센터, 좌익인사들의 논문
표절 혐의 대대적 제기 예고
http://www.dailyjn.com/news/articleView.html?idxno=12555
그들의 표절 의혹 제기로 방송인 김미화는 방송에서 하차했다.
김혜수·김미경·김미화, 학위반납에 하차까지…논문표절 후폭풍
http://www.mydaily.co.kr/new_yk/html/read.php?newsid=201303251443171118&ext=da
그리고 더 큰 성공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내가 그들의
표절 의혹 제기를 자세히 살펴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몇 가지 사례는 학위를 준 대학에서 표절 판정을 내릴 것 같다. 그러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될 것이다.
변희재와 황의원의 시도는 성공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표절 왕국이다. 따라서 표절을 색출하려고만 하면 무한히 많이
발굴할 수 있다. 정계, 재계, 연예계, 학계를 가릴 것 없이 고위층과 유명 인사 중 상당수가 표절을
했을 것이 뻔하다.
그들은 <연구진실성검증센터>를
만들어서 조직적으로 표절을 색출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제보가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앞으로 그들의 작업이 언론에 더 크게 실리면 제보도 더 많이 들어올 것이다.
한국 언론은 유명인의 표절 시비가 일어나면 상당히 크게 보도해 준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현재 그들은 유명 인사의 표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쨌든 이것도 그들의 성공에 한몫 할 것이다.
그들이 “종북좌파”의 표절 색출에만 골몰하는 것을 보고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이야기는 사람들이 있다.
진중권의 이야기를 보자.
논란이 거세지자
같은 날 진중권 교수는 “당분간 ‘표절’ 논란으로 시끄럽겠다”며 “그런데
표절 논란이 공인에 대한 검증이나 학계의 연구진실성 문제 같은 학문적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변 대표의 이러한 주장이 공익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저 유명해지지 못해 안달난 특정 세력의 노이즈 마케팅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백지연 표절 의혹’ 변희재 VS 진중권 격돌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4301038441&code=940100
나는 변희재와 황의원의 머리 속에 들어가보지 않아서 무슨 생각으로 이런 작업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변희재가 “종북좌파”에 대해 지금까지 해 온 이야기를 볼 때 그리고 “종북좌파”의 표절 색출에만 골몰하는 것을
볼 때 “종북좌파”에 대한 적개심이 한몫 한 것 같기는 하다.
변희재가 유명해지고 싶어할까? 나는 그럴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나도 글을 쓰고 번역을 하고 남의 글과 번역을 비판해서 유명해지고 싶다.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는 과학자 중에 유명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학술지 편집자 논문을 실을지 여부를 결정할 때 “과연 이 과학자는 유명해지려고 논문을 쓰는 것일까? 아니면 아무런 사심 없이 과학 발전에 몰두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지지는 않는다. 과학적 기준으로 볼 때 그 논문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따질 뿐이다. 과학자의 저의가 무엇이든 논리적으로 문제가 별로 없고 실증적으로 잘 검증된 연구를 담은 논문은 과학 발전에
기여한다.
표절 색출의 경우도 다를 바 없다. 표절을 잘 색출하면 그만이다. 그러면 변희재와 황의원의 저의가 어쨌든 “표절 없는 한국”을 위해 큰 도움이 된다.
나도 번역 비판을 하면서 유명해지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라는 비아냥을 들은 적이 있다.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번역 비판을 잘 하면 된다. 그러면 이덕하의
저의가 어쨌든 “대리 번역 없는 한국” 또는 “엉터리 번역 없는 한국”을 위해 큰 도움이 된다.
변희재와 황의원의 표절 색출 작업이 큰 성공을 거두면 조만간 “반북우파(변희재의
용어를 패러디하자면)”의 논문 표절을 전문으로 하는 집단이 생겨날 것이 뻔하다.
그리고 대학 교수들의 논문 표절을 전문으로 하는 집단도 생겨날 가능성이 꽤 있다.
나는 여러 조직에서 표절을 대대적으로 색출하여 한국이 큰 홍역을 치르길 기대한다.
그런 희망을 내가 정치적으로는 매우 싫어하는 변희재와 황의원의 작업에서 보게 된 것이 뛸 듯이 기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역사가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이덕하
2013-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