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찬송하는 자가 있으니 곧 레위 족장이라
저희가 골방에 거하여 주야로 자기 직분에 골몰하므로 다른 일은 하지 아니하였더라(대상 9:33)“
여러 혼란과 주저함 속에서도 내가 결단을 내려야 할 시간이 왔다.
성년이 되고 대학 입시를 마치자마자 나는 심사숙고 끝에 기타를 배우기도 결심했다.
기타 배우기로 결정하는 것에 뭘 그리 심각했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단지 취미로 악기를 배울 것이 아니라 인생과 부르심이
걸려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았기에 내겐 진지한 결단이었다.
작곡을 하려면 당연히 악기 하나는 배우면서 악보를 읽고 쓰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요즘이야 음악 장비와 프로그램에 발달로 악보를 몰라도 악기를 못 다루어도 작편곡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말이다.
피아노와 기타 중에서 기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피아노는 늦은 나이에 독학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과 더불어 집에 피아노를
장만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선 빌리거나 구입하기 쉬운 기타를 선택했으며, 피아노에 대해선 언젠가는 배워야 할 숙제로 남겨두고 후일을 도모해야 했다.
기타를 배우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기타를 치는 사람에게 물어가며 배워도 되고, 학원이나 교습소에서 배워도 된다.
아니면 교재를 사서 독학을 하는 방법도 있다.
나는 독학을 택했다. 문제는 교재의 선택이었는데, 요즘과 같이 레슨 동영상이 흔한 시대도 아니고, 교재의 종류도 별로 없던 시절이었다.
내가 이미 다른 글에서도 여러 번 간증한 것과 같이 나는 하나님께 기타를 배우기도 결심하고는 짧지만 강한 믿음의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드디어 이제야 기타를 혼자 배워 나가려 합니다. 음악의 길로 가려는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늦은 시기입니다.
하나님께서 저에게 기타를 빠른 시간 내에 마스터할 수 있게 하신다면 평생 이 기타로 당신만을 찬양하겠으며
돈이나 인기를 위한 다른 음악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는 통기타 가요집 같은 것을 사는 대신에 기타 코드집 하나를 사서 당시 대학부 찬양집을 G key부터 한 곡씩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거의 200곡이나 되는 찬양집의 모든 곡들을 주님의 도우심으로 1주일 뒤에는 모두 칠 수 있었다.
기본 코드는 물론이고 디미니쉬드 코드나 메이저 세븐스 등의 코드까지 말이다.
위에 인용한 말씀에서 찬송을 맡은 레위 족장들은 어떤 특정 장소에서 열심히 찬송의 달란트를 갈고 닦았는데,
오늘날의 음대나 학원같이 음악을 배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하나님께 기도하며 각자 독학으로 자신의 달란트를 개발하는데 집중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주님께 받은 달란트는 누가 대신 개발시켜줄 수 없는 영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찬양팀 연습 전에 찬양의 대한 성경공부를 가르칠 때 한 말이 있다.
찬양을 ‘기술’로 대하는 사람과 ‘재능’으로 대하는 사람과 ‘직분’으로 대하는 사람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기술은 학교나 학원이나 개인에게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운전면허나 요리 같은 것은 특별히 타고나거나 천재성이 없어도 배울 수 있는 기술이다.
하지만, 같은 운전면허를 가졌을지라도 누구는 다른 누구보다 더 운전을 감각적으로 잘 한다.
학원에서는 운전하는 방법을 가르쳐 줄 수 있지만, 운전하는 감각을 가르쳐 줄 수는 없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똑같은 어미 새에게서 태어난 새끼 새들이라도 처음에는 날지 못하며, 조금씩 자라가면서 날개가 어느 정도 힘이 생기면 어미 새에게서
비행 훈련을 받거나 날아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그런데, 어떤 새끼 새는 더 잘 날고 어떤 새끼 새는 잘 못 날아서 자주 추락하곤 한다.
왜 그럴까? 그들에겐 같은 어미새와 같은 날개가 있는데 말이다.
그것은 그들이 모두 동일한 날개를 가지고 있어도 각각의 감각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날개를 다루는 감각이 둔하거나 겁이 많은 개체는 잘 날지 못하게 된다.
기술은 기계나 로봇에게처럼 똑같이 적용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처럼 타고난 재능은 각 생명체의 성격에 따라 다른 감각으로 발휘되기에
차등이 생기는 것이다.
기타를 배우는 것이 단지 기술이라면 아무에게나 언제든지 배우면 된다.
하지만, 기타의 거장들 대부분은 단지 기술을 배운 자들이 아니라 타고난 그들만의 연주 감각을 가진 자들이다.
그 감각은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고 자라면서 주어진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음악의 기술과 재능이 있다고 다 음악의 직분자로 세우지는 않으신다.
모세나 다윗이 양을 치는 목자였기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것은 아니다.
그들이 양을 치면서 리더쉽 훈련을 받아 백성의 인도자가 되는 기술이나 재능을 개발했다고 생각하지 말라.
하나님께선 그들에게 직분을 주신 것이다.
안 그렇다면 양을 잘 치거나 거인을 죽일 담력이 있거나 수금을 잘 연주한다고 해서 다 왕으로 부르심을 받을 것이다.
하나님께선 절대로 기술적인 능력이나 재능으로 인해 직분자를 세우거나 폐하지 않으신다.
(3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