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간다기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게 살을 에이는듯한 추위다.
윽!! 추워~추워
그때 그랬지 너무너무 추워 얼어서 곱아버린 손가락 때문에 보온병 뚜껑을 못 열어
뜨거운 물도 못 마시고
집어지지 않는 나무젓가락을 들고 얼어붙은 밥 한 숟갈 떠 넣고 벌벌 떤 기억밖에 떠오르는게 없다.
그 추위를 생각하면서도 얼어붙은 상고대의 청아한 음률이 또 나를 유혹한다.
그래 가자
이번엔 완전무장이다.
보온병에 넣을 물은 십분이상 끓이고(오래 끓일수록 빨리 식지 않는다.)
딸내미 스키장갑을 챙기고 (거금들여 장만한 등산복이 나를 지켜주겠지만 제일 무섭고 두려운것은 손시림)
젓가락대신 포크(생각해보라 그 추위에 쿡 찍어먹는포크의 편리함을...)
여벌 신발 여벌 옷까지 챙겨드니 먹거리는 간신히 시장기를 면할정도에 옷이 한보따리다.
(그래도 비상식량은 항상 준비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서...)
겨울 산행은 정말이지 결사적인 보온이 제일 중요하기에 과히 전투라고 표현하고 싶다.
~덕유산을 향하여 추울~발~
그 누가 雪花라 불렀던가??
사람가는 곳에 사람없으면 무슨 재미가 나리~~
우리가 첫 손님이라는 봉고에 첫 시승의 기쁨을 누리면서 21명의 전사들이
얼어붙은 도로를 달려서 보드카와 위스키(보드, 스키)가 유명한 무주스키장에
도착하니...
입이 쩌억 벌어진다.
웬 인간시장?? 전국의 청춘남녀가 다 모인듯 싶다
스키장인지 운동장인지 구별이 안될정도로 각양각색의 차림새의 사람들이 운집된 가운데
그래도 제일 멋있어 보이는 사람들은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다.
길게 늘어선 줄을 따라 향적봉으로 가는 곤도라를 타고 오르니
어젯 밤 밤새워 튀겨 낸 쑥갓튀김이 눈 앞에 먹음직스럽게 펼쳐진다.
(쑥갓 튀김을 하자면 하얗게 부풀어 오른게 영락없는 雪花 다 ㅎㅎㅎ)
저 멀리 고물고물거리는 스키 매니아들을 뒤로하고
향적봉을 향해서...
곤도라에서 내리자마자
세차게 부는 바람이 사람 기를 순식간에 팍 죽여 놓았지만
완전무장한 나를 누가 막으랴??
스타일 구긴다고 웃어대는 친구의 말을 무시하고
장만한 盜선생이 쓰면 딱 맞을 용도의 복면을 뒤집어쓰고
스키장갑을 끼니 추위야 물렀거라!!
이 추위에 젊다는 이유인지 우리 일행중에도 벌써부터 벌벌떠는 사람이 보인다.
이럴때 베낭의 무게도 줄이고 인심도 쓸겸 준비해간 여벌 옷과 장갑을 내미니
졸지에 천사표로 둔갑, 겨울산은 절대 만만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는걸 절실히 깨달았으리라.
산행후기를 쓰자면
그 雪花의 아름다움을 열거해야하는데...
내 뛰어난 문장가도 아니요 프로작가도 아닌만큼
내 느낌 그대로를 적자면...
이 세상 그 어떤 꽃이 저 雪花만큼 아름다우랴??
전 날 밤에 내려 퍼부은 눈 덕분에 이제껏 겨울산행 중에서 최고 극치의 설국
환상 그 자체를
사랑하는 내 딸 들하고 함께 볼 수 없음이 안타까움으로 진하게 남는다.
사진으로
영상으로 백번 보느니
벌벌 떨면서라도 산 위에 올라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그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애닮도록 간절할만큼 아름다운 덕유산 설화에 푹 빠져버린 설난
~여자는 괴로워라~
발밑은 벼랑이요~ 바닥은 눈으로 덮인 설산 꼭대기에 바람을 등지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먹는 재미도 모른체 허기진 배만 채우고 뜨거운 물로
몸을 녹이니
이제껏 참았던 생리적인 현상이 아우성을 치다못해 발악을 하는데
갈 곳이 없다.
사방천지가 하얀 눈이요
끝없이 줄 서서 밀리는 등산로외엔 길도 없는데 어쩌란 말인가??
신록이 우거진 여름 같으면야 찾아 숨어 들어 볼 일 볼 곳도 많다지만...
(이럴때 남자라면 등만 돌리면 만사 OK인데...)
아랫배는 금방이라도 방광이 터질것 같아
아이젠을 착용하여 가뜩이나 거북살스러운 발걸음이 천근만근
온 신경이 한군데 쏠리니
그토록 눈물나게 아름답다 과찬했던 설화고~눈꽃이고~ 다 귀찮다.
에라 모르겠다
옷에다 오줌 싼것 보단 덜 챙피하겠지?? ㅎㅎㅎ
도저히 참을수 없음을 호소하고 친구와 동행중인 일행 오라버니를 등 돌려 보초 세워놓고
무릎까지 빠지는 눈 속을 헤쳐
쭈그리고 앉으니 눈치도 없이 참았던 오줌보가 터진다.
그새를 못 참고 꽁꽁 얼어버린 속옷과 보름달,(하얀 눈 속에 대낮인데도 보름달이 휘영청했답니다. ㅎㅎㅎ)
덜덜 떨리는 몸에꽁꽁 얼어버린 속옷을 입으니...
내가 산에 뭐하러 와서 이 고생인고?? 한탄이 절로 나오면서
이럴땐 등만 돌리면 해결되는 남자들이 정말로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구나.
생리적인 어쩔수 없는 현상인데도 말하기 부끄러운
이야기를 과감히 글로 남겨두는 것은 산행을 하는데 있어서 힘센 남자들에 비해
여자들은 생리 구조학상으로도 불리한 점이 많다는 것을 참고 하시고
앞으로의 산행에 기사도 정신을 많이 발휘해 주셨으면 바램이다.
설국(雪國)이 되어버린 겨울산행을 말하자니
참으로 이야기거리도 많지만
뭐니뭐니해도
해가 짧고 기온이 급강하로 떨어지는 겨울산행은
무리하지 않고 안전하게 무사산행이 산행이 최고의 산행
빠른 판단력과 결단력으로 무사산행을 하고 내려옴에
오늘 하루종일 어제의 설화만발 덕유산 자랑에 월요병이 침투할 틈이 없다.
ㅎㅎㅎ
이렇게해서 아쉬우나마 덕유산 흔적을 기록으로 남기며
雪國 雪花에 푹 빠졌다 온 雪蘭 이야기를 마칠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