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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재미있는 쇠고기 이야기- 소고기 부위 명칭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는 한미(韓美) FTA 협정을 둘러싼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개방 문제로 한창 떠들썩했던 반면에, 중국에서는 의외로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 문제에 대해 별다른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중국 역시 지난 2003년 12월 광우병 파동으로 인해 한국, 일본과 더불어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가, 지난해(2006년) 4월 워싱턴에서 열린 중미(中美) 공동무역 위원회의 협상을 통해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을 조건부로 재개할 것을 약속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중국 정부는 안전검역을 거친 머리와 척추 뼈 등을 제외한 생후 30개월 이하의 소에서 추출한 뼈가 없는 소고기만을 수입한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소식을 접하고도 중국의 서민들은 역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네요. 어쩌면 중국 역시 식용가축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축산업이 발달한 나라 중의 하나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한국에서는 토종 한우가 수입산 소고기에 비해 가격이 훨씬 비싼 반면에 중국에서는 국산 소고기의 가격이 훨씬 저렴하답니다. 게다가 몇몇 소수 민족들이 종교적인 이유로 돼지고기를 금기시하며 소고기를 즐겨먹는 것을 제외하고는, 옛날부터 “소의 노동력”을 중요시하던 농경국가의 전통적인 사고방식이 강하게 뿌리를 내린 탓인지 일반적으로 중국 사람들은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더 즐겨먹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근래에 들어서는 농업 외의 다른 산업들이 점차 발전하면서 식생활에 있어서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에 위에서 말한 육식(肉食)에 대한 성향들이 많이 바뀌기도 했지만, 소고기는 여전히 “무슬림 식당”이나 “서양 레스토랑”의 주요 메뉴로 더 많이 등장하는 식재료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국식 “카오로우(烤肉 - 불고기)”와 서구식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를 즐겨 찾는 중국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소고기에 대한 수요도 점차 증가되고 있답니다.
아참! 소고기의 각종 부위에 대한 재미있는 중국어 명칭에 대해 소개해 드리려다 또 서설이 길어졌네요.
얼마 전, 우리 블로그 안주인은 중국인 양부모님 둘째 따님의 병문안을 다녀왔습니다.
찬바람을 쏘이면 안 되는 큰 수술을 하셨기 때문에, 블로그 안주인은 여러 가지 식재료들을 사다가 둘째 따님 댁에서 영양이 풍부하고 맛있는 한국 음식들을 직접 만들어 드렸답니다. 어쩌다 보니 미역국, 불고기, 잡채 등 소고기 재료를 많이 사용하게 되는 요리들을 주로 만들게 되었지요. 그리고 자연히 각종 부위의 소고기들을 구입해야 했는데, 정통 한국 요리의 깊은 맛을 내기 위해서였답니다.
각각의 요리마다 사용하게 되는 소고기의 부위가 달라, 예를 들면 미역국에는 국거리용으로 적당한 “양지머리”나 “사태”를, 불고기감으로는 부드러운 육질의 “우둔살”이나 “목살”을, 잡채 등에는 씹히는 맛이 좋은 다용도의 “홍두깨살”을 주로 넣는답니다.
물론 여건이 된다면 “등심”, “안심”, “갈비살” 등 상급의 소고기를 사용하는 것도 좋겠지만, 역시 제대로 된 맛을 원하신다면 적당한 용도의 소고기를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을 듯 싶네요.
(사진에 실린 식탁 위에는 얼마 전 우리 블로그 안주인이 둘째 언니를 위해서 끓인 미역국이 놓여 있네요. 이날 블로그 안주인은 국거리용으로 적당한 양지머리로 미역국을 끓였답니다.)
그런데, 중국에서 위와 같이 다양한 부위의 소고기를 구입하려면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닙니다.
왜냐구요?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매우 복잡한 기준으로 소고기 부위를 나눌 뿐 아니라, 명칭에 있어서도 상당히 복잡한 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마침 얼마 전 북경 어느 대형 할인마트의 육류코너에서 촬영해온 “중국 소고기 부위의 분류와 명칭(가제)”이라는 팻말의 사진자료를 보며, 중국 소고기의 분류와 명칭에 대해서 한 번 공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팻말에 표기된 소 한 마리의 각종 부위 표시는 중국식의 분류기준에 따른 것 같습니다. 어떤 부위는 영어나 한국어에 적당한 명칭이 없는 것으로 보아, 중국 요리의 발달과 함께 각종 요리에 자체적으로 사용되는 소고기의 부위를 중국식으로 분류해 놓은 것이 아닐까 싶지만, 이점은 어디까지나 저희 블로그 부부의 추측이랍니다.
자~ 그럼, 상당히 체계적인 “중국 소고기 분류학(?)”의 세계로 한 번 들어가 보실까요?
먼저, 위의 사진 속에 등장하는 “소 한 마리”의 부위별 명칭과 특징을 번호 순서대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보로우(脖肉 - 목살, 목심)” - 일명 “장정육”이라고도 하는데, 영문으로는 “Chuck”라고 합니다. 소의 목과 어깨를 아우르는 부위의 살코기로, 스테이크나 불고기 혹은 구이용으로 적당하다고 합니다.
(2) “찡뿌로우(脛部肉 - 목과 어깨 사이의 살)” - 이 부위의 소고기는 사실 정확한 명칭을 붙이기가 참 애매합니다. 소 그림의 2번은 “어깨 부위”를 나타내는데, 한자는 “脛部(정강이 부위)”라고 쓰여 있고, 그 옆에는 영문으로 “Fore Ribs (앞부분의 갈비살)”이라고 표기되어 있으니, 어떤 부위라고 정확한 이름을 붙이기가 곤란하네요. 이 부위 역시 “니우파이(牛排 - 소갈비 스테이크)”용으로 많이 사용한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종종 이렇게 한국어로 이름을 붙이기 애매한 소고기 부위가 등장하게 됩니다.
이 점에 대해서 여러분의 많은 의견을 듣고 싶네요.
(3) “샹나오(上腦 - 어깨살)” - 한자 표기를 보시고 어떤 분들은 소의 뇌(腦), 즉 머리 부위라고 착각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소 그림의 3번 부위를 보니 “소 등의 앞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영문으로도 “Highrib (어깨살)”이라고 쓰여 있으며, 중국어의 “치앤샤오(前燒 - 어깨살)”과 같은 부위라고 소개되어 있는 점으로 미루어 “어깨살”로 보심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
(4) “따이구 푸로우(帶骨腹肉 - 뼈가 붙어 있는 뱃살)” - 영어로는 “Sparerib (마른 갈비)”라고 쓰여 있는 걸로 보아, 뼈가 붙어 있는 갈빗살 정도로 해석이 되겠네요. 갈비구이나 갈비찜에 적격인 것 같습니다.
(5) “찌앤로우(肩肉 - 앞 다리살)” - 영어로는 말 그대로 “shoulder"라고 하네요. 불고기나 장조림, 혹은 육회로도 적당하다고 합니다.
(6) “치앤시옹로우(前胸肉 - 앞 가슴살, 즉 양지머리)” - 영어로는 “Point End Brisket”이라고 하며, 목 밑에서 가슴에 이르는 부위를 말한답니다. 질기지만 오랜 시간 끓이는 요리에 사용하면 진한 국물 맛을 낼 수 있어, 미역국이나 찌개, 서양식의 스튜 요리에 많이 사용된다고 하네요.
(7) “호우시옹로우(后胸肉 - 뒤 가슴살, 즉 양지머리)” - 영어로는 “Navel End Brisket”이라고 하며, 이 부분 역시 양지머리를 말한답니다.
(8) “찌앤즈로우(腱子肉 - 다리살, 사태)” - 영어로는 “Shinleg”, “Shank” 등으로 불리며, 다리의 오금에 붙은 정강이 살을 말합니다. 양지머리처럼 질기지만 장시간 끓이게 되면 연해지고, 양지머리와 달리 기름기도 적어 담백한 맛이 일품이랍니다. 그래서 육회, 탕, 찌개, 찜, 불고기 등 모든 종류의 요리에 사용할 수 있는 부위라고 하네요. 그런데 중국어로는 왜 “질긴 힘줄”을 나타내는 “腱子”라는 단어를 사용했는지 모르겠네요. 흔히 약점을 일컫는 발뒤꿈치 힘줄인 “아킬레스 건(腱)”에도 이 단어가 사용되는 것을 보면, 소의 약점도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9) “옌로우(眼肉 - 채끝, 치맛살, 갈비심)” - 영어로는 “Ribeye”, “Shortloin”, “Sirloin” 등으로 불리며, 등심과 이어진 부위의 안심을 에워싸고 있답니다. 스테이크나 로스구이 용으로 많이 사용되기는 하지만, 등심에 비해 지방이 많아 약간 느끼한 감도 없지 않아 있답니다.
(10) “와이지(外脊 - 등심)” - 영어로는 “Striploin”, “Sirloin” 등으로 불리며, 갈비 위쪽에 붙어 있는 살로, 안심보다는 못하지만 채끝보다는 좋은 부위를 말한답니다. 주로 등심구이나 스테이크용으로 사용되지요.
(11) “리지(里脊 - 안심)” - 영어로는 “Fillet”, “Tenderloin” 으로 불리며, 등심 안쪽에 위치한 부위랍니다. 지방이 적은 데다 연하고 담백해 최상급의 부위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양이 적어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랍니다. 고급 스테이크나 로스구이, 전골에 주로 사용되지요. 고기의 살결이 긴 버드나무 잎 모양과 비슷하다고 하여 “니우리우(牛柳)”라고도 부른답니다.
(12) “니우난(牛腩 - 설도, 업진육)” - 영어로는 “Flanks”로 부르며, 갈비 밑의 옆구리에 있는 얇은 고깃살이랍니다. 지방이 많고 육질이 질기지만, 오랜 시간 끓이면 맛이 좋아지는 부위랍니다. 그래서 장조림이나 산적, 육포로 많이 사용된다고 하네요.
(13) “툰로우(臀肉 - 엉덩이살, 우둔살)” - 영어로는 “Rump”라고 부르며, 기름기가 적고 맛이 담백하여 여러 가지 요리에 사용되는 부위라고 합니다. 특히, 불고기나 주물럭에 많이 사용된다고 하네요.
(14) “허샹토우(和尙頭 - 업도, 설진육)” - 영어로는 “Thickflank”으로 불리며, 앞에서 소개해 드린 “니우난(牛腩)”과 크게 같은 부위로 취급되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린로우(林肉)”, “니우린(牛霖)” 등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참, “허샹토우(和尙頭 - 스님 머리)”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을 보니, 고기의 모양이 정말로 스님의 머리처럼 반짝반짝 빛이 나네요. 하지만 육식을 금하시는 스님을 빗대어 고기의 이름을 붙인 것은 좀 그렇네요.
(15) “미롱(米龍 - 엉덩이살, 홍두깨)” - 영어로는 “Topside”라고 부르며, 그림에서처럼 엉덩이살을 13, 15, 16 세 부위로 나눌 때에 가장 가운데 부분이랍니다. 그러고 보니, 사진 상에 나온 고기의 표면에 “쌀의 눈과 비슷한 무늬”가 있네요. 고깃결이 곱고 부드러워 여러 가지 요리에 두루 쓰인답니다.
(16) “황과티아오(黃瓜條 - 허벅지살, 우둔살)” - 영어로는 “Silverside”로 불리며, 우둔살의 가장 아래 부분을 차지합니다. 명칭을 살펴보니, 역시 기다란 “오이 모양의 고기”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네요. 중국 요리에서는 구이나 볶음에 적당하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찐치앤로우(金錢肉 - 동전 모양의 무늬가 있는 우둔살)” 혹은 “시옹차로우(胸叉肉 - 차돌박이)”, “파이구(排骨 - 갈비)”, “샤랑(沙朗 - 안심 가운데 부분)” 등의 소고기 부위가 있답니다.
이 정도면 각각의 요리에 사용되는 다양한 부위의 소고기를 중국에서 쉽게 구입하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언제 기회가 되신다면, 중국의 재래시장이나 대형 슈퍼마켓에 들러 싱싱한 소고기를 구입해 양질의 단백질을 보충해 보시는 것은 어떨지요?
북경 어느 대형 할인마트 육류 코너의 모습입니다.
상당히 정결한 모습입니다.
이곳은 북경 어느 재래시장의 정육점입니다.
그날 잡은 신선한 고기들을 판매하고 있지요.
한국과는 달리 냉동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답니다.
중국 사람들은 숙성 혹은 냉동시킨 고기보다 이렇게 얼리지 않은 신선한 고기들을 더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샤브샤브용으로 사용되는 양고기나 소고기는 살짝 얼린 후 얇게 편을 썬 것을 주로 사용한답니다.
이슬람교를 믿는 회족(回族)들이 많이 거주하는 북경 “니우지에(牛街)” 거리에 위치한 어느 무슬림(淸眞) 정육점의 모습입니다. 종교적인 이유로 회족들은 “소고기”와 “양고기”를 즐겨 먹지요. 그러고 보니, 거리의 이름에도 “소(牛)” 자가 붙었네요...
북경의 라마불교 사찰인 옹화궁(雍和宮) 근처의 어느 골목 어귀에 위치한 정육점입니다.
이곳에도 무슬림(淸眞)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네요.
아마도 중국에서 양질의 소고기를 구입하려면, 무슬림(淸眞)이라는 간판을 찾아 가는 것이 좋겠네요.
우리 블로그 부부가 사는 동네의 정육점 뒤 창문에 걸려 있는 소시지 모양의 “라로우(臘肉 - 소금에 절여 말린 고기)”입니다. 중국식 (훈제) 베이컨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보통은 고기 덩어리를 그대로 말리는데, 이곳에서는 좀 더 모양을 내어 말리고 있네요.
우리 블로그 바깥주인이 좋아하는 맥주 안주 - 말린 소고기 육포입니다.
이렇게 두툼한 소고기를 우물우물 씹다보면, 어느새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중국 친구와 함께 찾아갔던 북경의 브라질 식당에서 “따오쇼우(刀手 - 칼잡이)” 총각이 썰어 주는 소고기 “리지(里脊 - 안심)” 바베큐를 촬영한 사진입니다.
바삭하게 잘 익은 표면에 비해, 고기의 속에는 핏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네요.
최근 우리의 식탁을 위협하는 수많은 먹거리 중에 소고기도 명함을 내밀고 있답니다. 물론 소고기뿐만 아니라 다른 육류들도 나름대로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사람들의 식탁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하네요. “고기를 먹어야 힘을 쓸 수 있다”는 옛말이 이제는 더 이상 현대인들에게 강한 어필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먹을 것이 풍부해졌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보다 안전하고 깨끗한 먹거리로 여러분의 식탁이 채워졌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글을 마칩니다.
첫댓글 좋은 자료 잘 참고 하겠습니다요~~^^
복잡하네요. 하여튼 북경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