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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정도 모르고 잔병치레 잦아서 집밖 나가는 일이 드물었던 엄마는 장터를 떠도는 보따리 장사 아지매들 에게도 자주 묵어 가게 했어. 뒤란에 박혀 피고 지던 목단 구근 처럼 집안에서 당최 움직이는 일이 없었지 뭐야. 착하기만 하지 청맹과니 같아서 사람을 잘 믿고 남의 얘기를 잘 들어 주었어. 그날은,놋대야 품에 척 안겨버린 흰 빨랫감이 우물옆에서 미역을 감고 오뉴월 햇살이 담벼락에서 타닥 타닥 튕겨나고 있었지. 아버지는 거머리 달려드는 다랭이 논에 모 심으러 가고 나는 혼자 놀기가 지겨워서 땅바닥에 네모칸을 그리고는 순이와 바둑이를 불러 들였지 순이야 놀자! 바둑아 놀자 ! 아무리 써도 닳지 않는 손가락 연필로.
뒷마을에 사는 아지매가 전축을 리어커에 실고 들어섰어 어린중 젖국 먹이듯 어머니를 어르고 달래더니 무슨일 인지 우리집에 맡긴다더군. 얼마후, 내겐 쉬쉬 했지만 엄마는 파출소에 조사 받으러 통사동 고개를 넘어 갔지.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에게 파출소에서는 장물아비로 부르더라는 거야. 결국 순순하기 그지 없는 엄마는 간단히 조사만 받고 끝난것 같았지. 그날 새때 돌아온 엄마가 나를 데리고 다시 읍내로 나갔어. 서울 미장원에 성큼 들어가 당신의 틀어 올린 핀을 뽑아 던지곤 둘다 아주 짧게 잘라 달라고 말을 하였지. 엄마 표정이 화가 난것도 같았어. 나는 엄마의 입처럼 봉인된 쬐끄만 가방을 든 채 뻘쭘하게 서 있기만 했지.
그리곤 서울 미장원 바깥 양반이 한다는 이층 서울 사진관에 저렇게 멋없이 세워 놓았던 거야. 사진관을 내려와 발자욱을 뗄 때 마다 흙먼지가 뿌옇게 일어 나는 신작로를 졸졸 따라 걸으며 입속에서 헛바람 나도록 우물 거리던 말이 있었어. 엄마가 파출소에서 무슨 조사를 받았는지, 전축을 맡겨둔 뒷동네 아지매는 어떻게 되었는지. 음~ 그게 아니고.....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이런 깡촌에서 왜 미장원 이름을 서울 이라고 지었는지. 가는길 새장터 점빵 지날때쯤 모찌 하나 먹고 싶다고 말해도 될까? 말까? 에 대해.
머리 자르고 더 너브데데 해진 내 얼굴 같은 하루해가 뉘엿 뉘엿 넘어 가고 있는데 말이야.
< 詩야 >
BlueEyesCryingInTheRain-올리비아 뉴튼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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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생겼삼~~
아니.. 어릴때가 더 어른스런 표정인듯함..
그때나 지금이나 쪼매 모지랜것은 여전하고 어릴적 보다 어른스럽지 못한 지금의 헤벌어진 표정은 살다봉께 자연발생적으로 맹글어집디당~ㅎ
어릴적 사진을 고이 간직해 놓으셨네요.....지금 모습 그대로 같아요.......집에 오면서 엄마의 기분을 재며...무수히 많은 질문들을 삼켰겠네요....잘 읽고 갑니다....
어릴적 사진중에 몇개 안되는 사진중에 하나^^ 기억이 또렷해서 잊혀지지 않던 그때 상황이 생각 나서요...
어린중 젖국 먹이듯이란 표현을 처음 들어보는데 부연 설명좀 해주세요.음악도 쥑이네요...
음악 나와요....그런데 왜 내 컴엔~~~
여린님 음악이 안나오믄 맨 앞의 플레이 배꼽을 살째기 찌브까(꼬집어) 보세욤~ 그라몬 아얏 단발음을 내질으몬서 Blue EyesCryingInTheRain~ 허고 나올지도 몰라욤^^
정준모님^^ 어린중 젖국 먹이듯 이란 말은 어르고 달래는 상황을 가리키는 속담으로 더러 쓰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저도 간혹 써먹어야겠네요.
옛날에는 상고머리,,,,요즈음은 스포츠형 머리...그런데 왜 상고머리라 한 것인가요?....상고가 무슨 뜻에요?
그건 저도 잘 모리것어요^^ 상고를 댕겼으몬 알지도 모리는디, 상고를 안댕겨서 당최 모르겠네욤. 질문에 대답을 몬해서 워쩐대요~
청맹과니가 뭐래요? 뜻을 잘몰라서....사진이 매우 똑똑하게 양글양글하게 보이네요
청맹과니란 말은 많이 쓰쟎아요....겉으로 보기에는 눈이 멀쩡하나 앞을 보지 못하는 눈, 혹은 사리에 밝지 못하여 눈을 뜨고도 사물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는 사람을 청.맹.과.니 라고 한다지요. 저도 암것도 모리는디 아는척 하는것 같아서 넘부끄라 죽것네요. 칭찬님^^ 네이버란눔이 워치케나 똑똑헌지 벨것벨것 다 갈차준다네용~ 주말과 휴일 우물에서 건져 올리는 두레박안의 시원한 청정수 처럼 시원스러운 일들을 한두레박 건져 올리시길 바랍니다. 해버 굿 땀^^
아 긍게 눈뜬 장님요
정준모님 처럼 한줄에 압축해서 말할수 있어야 하는데...제가 헤매느라 제대로 길을 못찾아서 그래요. 요약 하는법을 배워야 겠군요.ㅎ
고맙습니다 . 자세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상고머리, 점빵, 신작로~~ 옛날생각 나네요
짧은 단어 한가지 만으로도, 부싯깃만 만나면 발화 하는 성냥개비 처럼 불꽃을 피우는 옛기억들...그 기억의 온기만으로도 행복한~
어려서 단발머리 보단 상고머리가 좀 멋부린 머리였는데요~~ㅎㅎㅎ예전에 간난이 로 나왔던 김수양의 어린시절 사진이 쫌매 닮아서 깜짝 놀란적이~~ㅎㅎㅎ추억에 젖어 보네요~~시야님 덕분에~~
자작나무님의 어릴적 모습은 김수양이 출연했던 간난이 모습이군요. 구엽것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