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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권 혁명과 정체 변혁의 원인들
제1장 정체 변혁의 일반적 원인1
여러 정체가 생겨난 것은 정의가 비례적 평등에 있다는 데에는 다들 동의하면서도, 앞서 말했듯이(제3권 제9, 12-13장) 그것을 성취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민주정체는 어떤 한 가지 점에서 평등한 자들은 절대적으로 평등하다는 생각에서 생겨났다. (그들은 모두가 자유민인 만큼 모두가 절대적으로 평등하다고 주장하니 말이다.) 한편 과두정체는 어떤 특정한 점에서 불평등한 자들은 모든 점에서 불평등하다는 생각에서 생겨났다. (259-260쪽)
정체의 변혁이 왜 두 가지 방법으로 일어나는지 설명이 된다. 한 가지 방법은 변혁이 기존의 정체를 반대하여 정체의 성격을 바꾸는 것이다. (...) 그런가 하면 변혁이 기존 정체를 반대하지 않고, 과두정체나 독재정체 같은 기존 정체가 그대로 존속되기를 원하면서 정권을 장악하려고 하는 때도 있다. (260-261쪽)
어디서나 불평등이 파쟁의 원인이다. 그러나 불평등한 자들이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불평등에 비례하는 대우를 받으면 불평등이 아니다. 그래서 이를테면 세습왕정은 평등한 자들 사이에서만 불평등한 것이다. 이렇듯 사람은 대개 평등을 추구할 때 파쟁을 일으키는 법이다. 평등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한 가지는 수(數)에 따른 평등이고, 다른 하나는 가치(axia)에 따른 평등이다. '수에 따른 평등'이란 양이나 크기에서 동일하고 평등한 것을 의미하고, '가치에 따른 평등'이란 비례에서 동등한 것을 의미한다. (262쪽)
전적으로 둘 중 한 가지 종류의 평등에 따라 정체를 구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런 정체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처음과 시작이 잘못되면 결과가 나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수적 평등을, 다른 경우에는 비례적 평등을 적용해야 한다. 하지만 민주정체는 과두정체보다 더 안정되어 있고 파쟁에 덜 노출되어 있다. 과두정체에는 과두정파끼리의 파쟁과 민중과의 파쟁이라는 두 가지 파쟁이 일어나지만, 민주정체는 과두정파와의 파쟁에만 노출되어 있고, 민중 사이에서는 이렇다 할 파쟁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밖에 중산계급으로 구성된 정체는 과두정체보다는 민주정체에 더 가깝고, 이상적인 정체에 미치지 못하는 모든 정체 중에서 가장 안정적이다. (263쪽)
제2장 정체 변혁의 일반적 원인2
우리는 파쟁과 정체 변혁이 어떤 이유에서 일어나는지 고찰하고 있는 만큼, 먼저 그 기원과 원인을 개괄적으로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그것들은 세 가지라고 할 수 있는데, 먼저 그 윤곽을 하나하나 살펴보기로 하자. 우리가 살펴볼 세 가지란, 첫째, 파쟁을 일으키는 자들의 마음 상태는 어떠하며, 둘째, 그들이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이며, 셋째, 정치적 소요와 상호 반목의 기원은 무엇이냐는 것이다. (264쪽)
덜 가진 자들은 똑같이 갖기 위해, 똑같이 가진 자들은 더 갖기 위해 들고일어난다. 이것이 파쟁을 일으키는 자들의 심적 상태다. 파쟁을 일으키는 동기는 이익(kerdos)과 명예(time)에 대한 욕구거나, 불명예와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다. (...) 사람들로 하여금 그런 심적 상태가 되어 앞서 말한 것들을 추구하게 하는 변화의 기원과 원인은 시각에 따라 일곱 가지 일 수도 그 이상일 수도 있다. 그중 두 가지(이익과 명예)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지만, 작용하는 방식은 다르다. (...) 그 밖 에 다른 원인으로는 교만, 두려움, 우월성, 경멸, 국가의 어떤 부분의 불균형한 성장이 있다. 그 밖의 원인들로 선거 음모, 부주의, 사소한 변화에 대한 무시, 부족 간의 동질성 부족이 있다. (265쪽)
* 이익, 명예, 교만, 두려움을 비롯 12가지가 파쟁의 동기로 기술되어 있음. (박희택)
제3장 정체 변혁의 개별적 원인
교만과 이익 추구가 어떤 영향력이 있으며, 어떻게 해서 파쟁의 원인이 되는지는 명백하다. 왜냐하면 교만하고 탐욕스러우면, 시민들은 서로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그런 자들에게 그런 권한을 준 정체에 대해서도 들고일언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탐욕은 시민들의 사유재산뿐만 아니라 국유재산을 노릴 수도 있다. 명예가 어떤 영향력이 있으며, 어떻게 해서 파쟁의 원인이 되는지도 분명하다. 사람들은 자신이 불명예를 당할 때도, 남들이 명예를 누리는 것을 볼 때도 파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 한 사람 또는 몇 사람이 국가나 국가의 지배계층이 감당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권력을 행사할 경우 우월성도 파쟁의 원인이 된다. 그런 상황들은 흔히 독재정체나 족벌정체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266-267쪽)
사람들은 두려움 때문에도 파쟁을 일으키는데, 범죄를 저지르고 나서 처벌받을까 두려워하는 자들과 부당한 일을 당할까 두려워 미리 선수(先手)를 쓰는 자들의 경우가 그렇다. (...) 경멸도 파쟁과 봉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 국가의 한 부분의 불균형한 성장도 정체 변혁의 원인이 될 수 있다. (267쪽)
정체의 변혁은 파쟁 없이 선거 음모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다. (...) 사소한 변화에 대한 무시도 정체 변혁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사소한 변화를 무시하면 모르는 사이에 정체에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 부족 간에 동질성 부족 또한 적어도 서로 동화될 때까지는 정체 변혁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국가란 아무나 모여 아무 때나 세울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국토가 단일 국가로 통합되기 적합하지 않을 때는, 지리적인 위치가 때로는 파쟁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269, 271쪽)
* 빨간색으로 표시한 10가지가 정체 변혁의 개별적 원인임. (박희택)
과두정체에서는 민중(hoi polloi)이 자신들은 평등한데도 동등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만큼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는 들고일어난다. 그리고 만주정체서는 귀족들이 평등하지 않는데도 동등한 권리밖에 누리지 못하기 때문에 들고일어난다. (270-271쪽)
전쟁 때 아무리 작은 참호라도 그것을 건너게 되면 부대의 대오가 흩어지고 말듯이, 모든 차이는 분열(diastasis)을 조장하는 것 같다. 가장 큰 분열은 아마도 미덕과 열등함 간의 분열이며, 그다음이 부와 가난 사이의 분열이다. 그 밖에도 다른 차이에서 비롯되는 크고 작은 분열이 있는데, 지리적 차이로 인한 분열은 이들 가운데 하나로 보아도 될 것이다. (271쪽)
제4장 정체 변혁의 직접적 원인
사소한 분쟁이라도 최고 권력을 가진 자들 사이에서 발생하면 큰 파쟁을 몰고 올 수 있다. (...) 그런 분쟁은 처음 발생할 때부터 조심해야 하며, 영향력 있는 지도자들의 분쟁은 즉시 종식시켜야 한다. (...) 델포이에서는 혼인으로 인한 분쟁이 훗날 모든 파쟁의 불씨가 되었다. (...) 뮈틸레네에서도 상속녀들로 인해 파쟁이 벌어졌는데, 이 파쟁은 아테나이인들과의 전쟁을 위시하여 수많은 재앙의 발단이 되었으며, 이 전쟁 때 파케스가 그들의 도시를 함락했다. (272-273쪽)
특정한 공직 또는 국가의 일부가 명성이 높아지거나 영향력이 커져도 정체는 과두정체로, 민주정체로 또는 혼합정체로 바뀔 수 있다. (...) 국가의 어떤 부분이나 집단이든 대개 국가를 더 강하게 해준 자들이 파쟁을 꾀한다는 것이다. (...) 부자들과 민중처럼 서로 상반된다고 생각되는 국가의 부분들이 서로 균형을 이루고, 중산계급이 없거나 아주 적을 때에도 정체가 바뀐다. (275쪽)
* 빨간색으로 표시한 6가지가 정체 변혁의 직접적 원인임. (박희택)
정체는 때로는 힘에 의해, 때로는 기만에 의해 바뀌곤 하는데, 힘은 처음부터 당장 사용되거나 나중에야 사용된다. 기만도 두 가지가 있다. 그중 한 가지는 처음에 시민들을 기만하여 그들의 동의를 얻어 정체를 바꾼 다음 나중에는 시민들의 의사에 반해 바뀐 정체를 유지하는 것이다. (...) 다른 한 가지는 처음부터 민중을 설득하고 나중에도 설득을 되풀이 하여 민중의 동의를 얻어 민중을 통치하는 것이다. (275-276쪽)
제5장 민주정체가 전복되는 이유
민주정체에서 변혁이 일어나는 것은 주로 민중선동가(demagogos)들의 무절제 때문이다. 민중선동가들은 때로는 부자들을 개별적으로 무고함으로써 부자들이 단결하지 않을 수 없게 하고(가장 사이 나쁜 적들도 공동의 위험 앞에서는 결속하기 마련이니까), 때로는 부자들을 공격하도록 대중을 공공연하게 부추긴다. 그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277쪽)
같은 사람이 민중선동가이기도 하고 장군이기도 했던 옛날에는 민주정체가 참주정체로 바뀌었다. 옛날 참주들은 대부분 처음에는 민중선동가였다. 옛날에는 그랬어도 지금은 그렇지 않은 이유는, 옛날에는 언변에 능한 자가 없어 민중선동가들이 장군들 중에서 나왔으나, 수사학(rhetorike)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언변에 능한 자가 민중선동가가가 되기 때문이다. (...) 참주정체가 오늘날보다 옛날에 더 흔했던 또 다른 이유는, 당시에는 영향력 있는 공직이 몇몇 사람들에게 맡겨졌기 때문이다. (279쪽)
또한 민주정체는 조상 전래의 유형에서 가장 새로운 유형으로 바뀌고 있다. 공직자들이 재산 자격 요건 없이 투표로 선출되고 민중 전체가 투표에 참가하는 곳에서는 공직 후보자들이 민중의 환심을 사기 위해 심지어 민중이 법 위에 군림하게끔 사태를 몰아간다.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거나 덜 일어나게 하는 적절한 방법은 민중 전체가 아니라 부족별로 공직자들 선출하게 하는 것이다. (280쪽)
제6장 과두정체가 전복되는 이유
과두정체에서 변혁이 일어나는 이유 중에는 두 가지가 특히 두드러진다. (1) 한 가지는 정부가 대중을 부당하게 억압할 때다. (...) 지배계급 바깥에서 시작되는 파쟁은 여러 이유로 세분화될 수 있다. 때로는 정부가 매우 배타적일 경우 공직에서 배제된 부자들에 의해 과두정체가 해체되기도 한다. (...) (2) 과두정체는 내부로부터 바뀔 수 있는데, 과두정부의 구성원 일부가 경쟁심에서 민중선동가 노륷을 할 때 그렇다. 과두정체의 민중선동에는 두 가지가 있다. 그중 한 가지는 과두정부의 구성원 자신을 민중 선동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 다른 한 가지는 과두정부 구성원이 군중(ochlos)을 민중 선동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281-283쪽)
과두정부의 몇몇 구성원이 정부의 규모를 더욱더 축소하려는 경우에도 정체가 바뀌게 된다. (...) 과두정체는 과두정부의 구성원이 방종한 생활로 가산을 탕진한 경우에도 바뀔 수 있다. (...) 과두정체는 원래의 과두정체 안에 또 하나의 과두정체가 만들어질 때도, 다시 말해 과두정부의 구성원 전체가 너무 적은데도 불구하고 이들 소수마저 최고위 공직에 모두 참여할 수 없을 때도 해체된다. (...) 과두정부의 구성원 중 일부가 다른 일부에 의해 모욕당하거나 결혼 문제나 소송 문제로 서로 분쟁에 휘말리게 되어도 파쟁이 일어날 수 있다. (...) 과두정체는 흔히 너무 전제적이어서 이에 염증을 느낀 정권 참여자들 자신에 의해 해체되기도 했는데, 예컨대 크니도스와 키오스의 과두정체가 그렇다. (...) 우발적인 사고에 의해서도 정체 변혁이 일어날 수 있는데, 이른바 혼합정체들과 평의회 의원이나 배심원이나 다른 공직자가 되려면 재산 자격 요건이 필요한 과두정체의 경우가 그렇다. (283-286쪽)
제7장 귀족정체가 전복되는 이유
귀족정체에서 파쟁이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소수만이 공직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제5권 제6장), 이것은 과두정체에서 분란이 일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귀족정체도 어떤 의미에서는 과두정체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두 정체에서는 비록 그 이유는 달라도 소수자가 지배계층이다. 그래서 귀족정체는 과두정체의 일종으로 여겨진다. 이런 이유로 파쟁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특히 대중의 일부가 자신들도 지배계층 못지않은 미덕을 지니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질 때다. (287쪽)
미덕에서 조금도 뒤지지 않는 위대한 인물들이 더 높은 공직에 있는 자들에게 치욕스런 대우를 받을 때도 파쟁이 발생할 수 있다. (...) 용감한 사람이 공직에서 배제될 때도 파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키나돈은 아게실라오스 왕의 치세에 스파르테인들에게 반기를 들었다. 부자들과 빈민 사이에 부의 불군형이 심해져도 파쟁이 발생할 수 있다. (...) 위대하지만 더 위대해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누군가가가 혼자 통치하고 싶어도 파쟁이 발생할 수 있다. (287-288쪽)
혼합정체와 귀족정체가 해체되는 것은 대개는 정체 자체가 정의에서 이탈하기 때문이다. (...) 귀족정체와 이른바 혼합정체의 유일한 차이는 이 두 가지 요소를 혼합하는 방법에 있으며, 또한 이것은 전자가 덜 안정되어 있고 후자가 더 안정되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두정체 쪽으로 기우는 정체는 귀족정체라 불리고, 대중 쪽으로 기우는 정체는 혼합정체라고 불린다. 그래서 혼합정체가 귀족정체보다 더 안정되어 있다. 이는 수가 많을수록 힘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288-289쪽)
혼합정체는 민주정체로, 귀족정체는 과두정체로 바뀐다. 아니면 그와 정반대로 바뀔 수도 있다. 이를테면 귀족정체가 민주정체로 바뀔 수도 있다. 더 가난한 계층이 자신들이 억압받는다고 느끼고는 원래의 방향을 반대쪽으로 틀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혼합정체가 과두정체로 바뀔 수도 있다. 가치에 따른 평등과 각자가 제 몫을 받는 것만이 정체의 항구적인 토대라고 믿기 때문이다. (289쪽)
제8장 정체를 보존하는 방법1
시민들이 불법행위를 하지 않도록 감시해야 하며, 특히 사소한 범법행위를 경계해야 한다, 불법행위(paranomia)는 부지불식간에 기어들와 나라를 망치기 때문이다. (...) 사소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변혁이 시작되지 못하도록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 (292-293쪽)
앞서 말한 바 있는(제4권 제13장), 민중을 속이기 위해 생각해낸 정치적 술수들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 그런 술수들이 무용지물이라는 것은 경험에 의해 밝혀졌기 때문이다. (293쪽)
귀족정체와 과두정체가 보존되는 것은 그 정체들의 내재적 안정성 때문이 아니라, 통치자들이 국정에서 배제된 자들과도, 국정에 참여하는 자들과도 사이좋게 지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국정에 참여하는 자들끼리도 서로 민주주의 정신으로 대한다. 민주정체의 옹호자들이 대중을 위해 추구하는 평등은 서로 동등한 자들 사이에서도 정당하고 유익하기 때문이다. (293쪽)
정체는 위험요소들이 멀리 떨어져 있을 때도 보존되지만, 때로는 가까이 있기 때문에 보존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위험요소들이 두려워 시민들이 자신들의 정체에 더욱더 집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체를 염려하는 자들은 공포감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시민들이 정체를 지키느라 경계하며 야경꾼들처럼 경각심을 늦추지 않게 해야 한다. 한마디로 말해 멀리 있는 위험요소가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해야 한다. (294쪽)
통치자들은 또 귀족들의 경쟁과 파쟁을 입법을 통해서도 예방해야 하며, 아직 경쟁에 말려들지 않은 자들이 경쟁을 벌이지 않도록 미리 막아야 한다. 그 시작 단계부터 재앙을 알아차리는 것은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라 정치가가 할 일이기 때문이다. (294쪽)
사정(査定)한 재산 총액이 정체를 위해 사정 제도를 도입했을 때보다 몇 배나 더 많거나 적으면, 재산 총액이 많아지거나 적어진 만큼 법으로 재산 자격 요건을 올리거나 내려야 한다. 돈은 적게 도는데 재산 자격 요건은 그대로 남아 있을 경우, 혼합정체는 과두정체로 변하고 과두정체는 족벌정치로 변할 것이다. 한편 돈은 많이 도는데 재산 자격 요건은 그대로 남아 있을 경우 혼합정체는 민주정체로, 과두정체는 혼합정체나 민주정체로 바뀔 것이다. (295쪽)
민주정체와 과두정체와 독재정체와 그 밖의 모든 정체에 공통된 과제는,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들보다 너무 크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사람은 타락하기 쉽고, 누구나 행운을 감당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 어느 누구도 연줄이나 돈의 힘으로 영향력이 너무 커지지 않도록 적절한 입법을 통하여 대처해야 한다. 그것이 안 될 때는 그런 자를 국외로 추방해야 한다. (295쪽)
변혁은 사생활을 통해서도 초래될 수 있으므로 기존 정체에 맞지 않게 살아가는 자들, 이를테면 민주정체에서 민주정체에 맞지 않게 살아가는 자들과 과두정체에서 과두정체에 맞지 않게 살아가는 자들, 그 밖에 다른 정체에서 그 정체에 맞지 않게 살아가는 자들을 감시할 기구가 필요하다. (295쪽)
국가의 한 부분이 유별나게 잘나갈 때도 경계해야 한다. 이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상반된 계층들에게 공직과 일 처리를 맡기고(여기서 상반된 계층들이란 귀족과 대중, 빈민과 부자들을 말한다), 빈민과 부자들을 혼합하거나 중산계급을 늘리는 것이다. 그래야만 불평등에서 야기되는 변혁이 종식될 것이다. (295-296쪽)
모든 정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입법이나 다른 제도(oikonomia)를 통하여 공직을 축재 수단으로 삼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특히 과두정체에서 이 점에 유의해야 한다. (...) 통치자들이 공금을 횡령한다고 생각되면, 대중은 두 가지 모두에 대해서, 즉 공직에서 배제된 것에 대해서도, 이익에서 배제된 것에 대해서도 분개할 것이다. 공직이 축재 수단이 될 수 없을 때에만 민주정체와 귀족정체가 결합될 수 있다. (...) 공금 횡령을 막기 위해서는 전 시민이 모인 앞에서 공금의 인수인계가 이루어져야 하며, 회계장부의 사본은 씨족별로, 부대별로, 부족별로 보관해야 한다. 공직자가 다른 방법으로 이익을 추구하지 않도록, 법이 평판이 좋은 공직자들에게는 명예를 부여하도록 보장해야 한다. (296쪽)
민주정체에서는 부자들을 아껴주어야 한다. 그들의 재산뿐 아니라 수익도 재분배되어서는 안 된다. (...) 비용만 많이 들고 쓸모없는 공공봉사(leitourgeia)는 떠맡지 못하게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한편 과두정체에서는 빈민을 각별히 배려해야 하며, 수익 있는 공직은 빈민에게 맡겨야 한다. 그리고 부자가 빈민에게 부당한 짓을 하면 같은 부자들에게 부당한 짓을 했을 때보다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 정권에 덜 참여하는 자들, 즉 민주정체의 부자들과 과두정체의 빈민에게 국가 요직을 제외한 나머지 일에서는 평등권 또는 우선권을 보장해 주는 것이 민주정체에도 과두정체에도 유익하다. 국가의 요직은 전적으로 또는 주로 지배계층이 맡아야 한다. (297쪽)
제9장 정체를 보존하는 방법2
국가의 요직에 취임할 자들은 세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 기존 정체에 충성심이 있어야 하고, 둘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고도의 능력을 갖춰야 하며, 셋째, 각각의 정체에 맞는 미덕과 정의감이 있어야 한다. 정체에 따라 정의의 원칙이 달라지는 것이라면, 그에 따라 정의의 성격도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98쪽)
능력도 있고 정체에 대한 충성심도 있다면 탁월성은 왜 필요한가? 이 두 가지 요건만으로도 공익에 봉사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 두 가지 요건만 갖춘 자는 자제력이 부족할 수도 있잇지 않을까? (299쪽)
앞서 정체에 유익하다고 말한 법 규정들만 지켜도 대개는 정체가 보존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거듭 말했듯이, 정체의 존속을 원하는 자의 수가 원하지 않는 자의 수보다 더 많도록 유의하는 것이다. (299쪽)
그 밖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중용인데, 왜곡된 정체에서는 실제로 중용이 간과되고 있다. 민주적이라 생각되는 많은 조처들이 민주정체를 파괴하고, 과두적이라 생각되는 많은 조처들이 과두정체를 파괴하기에 하는 말이다. 어느 정체의 지지자들이건 저마다 자신의 정체만이 옳다고 여기고는 극단으로 몰고 간다. 그들은 이를테면 코가 이상적인 직선에서 조금 이탈하여 약간 매부리코나 사자코가 되어도 여전히 아름답고 매력적일 수 있지만, 그런 경향이 극단으로 흐르면 균형이 무너져 결국 코가 어느 한쪽으로는 너무 치우치고 다른 쪽으로부터는 너무 멀어져 전혀 코 같아 보이지 않으리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 (299쪽)
어느 정체든 극단으로 치우치면, 처음에는 정체가 더 나빠지다가 결국에는 정체도 아닌 것으로 변하고 만다. (...) 과두정체도 민주정체도 부자와 빈민을 다 포함하지 않고서는 존립할 수도 존속할 수도 없다. 따라서 재산을 평준화하면 정체는 필연적으로 다른 종류가 된다. 그리하여 극단으로 치우친 법으로 빈부의 차이를 없애려다가 정체를 파괴하게 된다. (300쪽)
민주정체에서도 과두정체에서도 정치가들은 다음과 같은 실수를 한다. 즉 민중이 법 위에 군림하는 민주정체에서는 민중선동가들이 부자들과 전쟁을 함으로써 나라를 늘 둘로 나누고 있다. 그들은 그와는 반대로 마땅히 늘 부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여야 하는데도 말이다. 과두정체에서도 비슷한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즉 과두정부의 구성원은 마땅히 민중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여야 하며, 그들이 오늘날 실제로 하고 있는 것과 정반대되는 맹세를 해야 한다. (...) 맹세를 통해 "나는 민중에게 어떤 해코지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야 한다. (300쪽)
앞서 정체의 보존에 기여한다고 말한 모든 조처 중 가장 중요하면서도 오늘날 가장 등한시하는 것이 정체의 정신에 맞는 교육이다. 전 시민이 만장일치로 가결한 아무리 유익한 법이라도 시민들이 거기에 익숙해지지 않고 정체의 정신에 맞게 교육받지 않는다면, 즉 법이 민주적일 때는 민주적으로, 법이 과두적일 때는 과두적으로 교육받지 않는다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개인이든 국가든 방종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정체의 정신에 맞게 교육받는다 함은 과두정부나 민주정부의 구성원이 좋아할 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과두정체나 민주정체가 살아남을 수 있게 해주는 행위를 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과두정체에서 통치자들의 아들은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으나, 빈민의 아들들은 훈련과 노동으로 단련되어 변혁을 꾀할 의사도 있고 능력도 있다. (300-301쪽)
또한 가장 민주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민주정체에서는 정체의 진정한 이익에 배치되는 짓들을 하고 있다. 그것은 자유의 개념을 잘못 파악하는 데서 비롯된다. 대개 두 가지 개념이 민주정체의 특징으로 간주되는데, 그중 하나는 '다수의 지배'고 다른 하나는 '개인의 자유'다. 민주정체의 옹호자들에 따르면, 정의는 평등이고, 평등은 다수의 결정이 최고 권력을 갖는 것을 의미하며, 자유는 [그리고 평등은] 각자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 정체에 맞게 사는 것을 노예 생활로 여길 것이 아니라, 정체를 보존하는 방법이라고 여겨야 하기 때문이다. (301쪽)
제10장 독재정체의 기원과 전복
왕정은 민중에 맞서 더 나은 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생겨났고, 왕은 걸출한 미덕이나 걸출한 업적이나 훌륭한 가문에 힘입어 이들 더 나은 계층에서 선출된다. 그러나 참주들은 민중이 더이상 귀족에게 억압받지 않도록 귀족들에 맞서 민중과 대중 가운데서 선출된다.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거의 대부분의 참주들은 귀족을 비방함으로써 민중의 신임을 받은 민중선동가 출신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302-302쪽)
이전의 참주정체 가운데 더러는 전통적인 권한에서 벗어나 더욱더 전제적으로 통치하려고 했던 왕정에서 생겨났고, 더러는 최고위 공직에 선출된 자들에게서 생겨났다. 이전에 민중에 의해 일반 공직자나 성직자로 선출된 자들은 대개 임기가 길었기 때문이다. 더러는 한 사람을 선출하여 최고위 공직을 감독하게 하는 과두정체의 관행에선 생겨나기도 했다. (303쪽)
왕정은 귀족정체와 성격이 비슷하다. 왕정의 토대도 가치(axia)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치'란 개인이나 가문의 미덕일 수도 있고, 선행일 수도 있고, 이 두가지가 능력과 결합된 것일 수도 있다. (303-304쪽)
참주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면 몰라도 공익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참주가 추구하는 것은 쾌락(to hedy)이고, 왕이 추구하는 것은 명예(to kalon)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참주는 부를 탐하고, 왕은 명성을 탐한다. 또한 왕의 친위대는 시민이지만, 참주의 친위대는 용병이다. 분명 참주정체는 민주정체의 해악과 과두정체의 해악을 모두 갖고 있다. (304쪽)
군주정체에서나 다른 정체에서나 변혁의 원인은 같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피치자들이 독재정체에 반기를 드는 것은 흔히 부당한 억압(adikia)이나 두려움(phobos), 경멸(kataphronesis) 때문이다. 부당한 억압의 가장 흔한 형태는 모욕(hybris)이며 재산 몰수도 때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305쪽)
* '부당한 억압'은 '복수심'으로 이 장에서 표현되고도 있음. (박희택)
참주정체를 공격하는 두 가지 주된 이유는 증오(misos)와 경멸이다. 이 중 증오는 참주들에게 늘 따라다니기 마련이고, 경멸도 흔히 참주들에게 파멸을 안겨주는 원인이다. (...) 분노(orge)도 똑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만큼 증오의 일부로 간주되어야 한다. 때로는 분노가 더 공격적이다. 분노한 자는 감정에 휩쓸려 앞뒤를 가리지 않기에 더 맹렬히 공격하기 때문이다. (...) 증오는 앞뒤를 가린다. 분노는 고통이 수반되어 앞뒤를 가리기가 쉽지 않지만, 적대감에는 고통이 수반되지 않기 때문이다. (311-312쪽)
간단히 말해 우리가 앞서 혼합되지 않은 극단적 과두정체와 극단적 민주정체를 파괴한다고 말했던 모든 원인은 참주정체를 파괴하는 것으로도 간주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극단적 과두정체와 극단적 민주정체는 여러 부분으로 이루어진 참주정체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312쪽)
* '여러 부분으로 이루어진 참주정체'는 '여러 사람이 권력을 나눠 가진 참주정체'임. (312쪽 주129)
왕정은 외부적이 원인에 의해 파괴될 가능성이 가장 적으며, 그래서 오래가는 편이다. 왕정이 파괴되는 것은 대개 내부적인 원인 때문이며, 두 가지 방법으로 파괴된다. 그중 하나는 왕족들끼리 분란을 일으키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왕이 왕보다는 참주로서 지배하려 들며 법을 어기면서까지 더 많은 권한을 요구하는 경우다. (312쪽)
제11장 독재정체 특히 참주정체의 보존 방법
왕정은 절제를 지킴으로써 보존된다. 왕들의 특권이 제한될수록 왕정은 필연적으로 더 오래간다. 그럴 경우 왕들은 덜 전제적이고 더 평등한 사람처럼 처신하게 되어 피치자들의 시기(猜忌)를 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314쪽)
참주정체는 정반대되는 두 가지 방법에 의해 보존된다. 그중 한 가지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대부분의 참주들이 이 방법에 따라 국가를 통치한다. (...) 사람들이 기를 펴지 못하게 하고, 공동식사 제도와 정치 동아리와 교육 등을 금하고, 피치자들 사이에 자긍심과 상호신뢰를 낳을 만한 모든 것을 감시하고, 학교나 토론회가 생겨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피치자들이 가능한 한 서로 모르고 지내도록 온갖 수단을 동원해야 하는 것이다. (서로 알면 상호신뢰가 생기기 마련이니까.) 그 밖에도 도시에 거주하는 자들은 언제나 공공장소에 모습을 드러내고, 집 밖에서 시간을 보내게 해야 한다. (315쪽)
이런 조처들은 세 가지 항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참주들이 추구하는 목표가 세 가지이기 때문이다. (...) 참주의 모든 조처는 세 가지 의도에서 비롯되기 때문인데, 피치자들 사이에 불신을 조장하는 것, 피치자들이 활동능력을 상실하게 하는 것, 피치자들이 기를 펴지 못하게 하는 것이 그것이다. (317-318쪽)
두 번째 방법은 앞서 말한 것들과는 정반대되는 조처들을 취한다. 왕정이 파괴되는 원인에서 이 두 번째 방법의 성격을 알 수 있다. 왕정이 점점 참주정체로 변하는 것이 왕정이 파괴되는 한 가지 원인이듯, 참주정체가 점점 왕정으로 변하는 것이 참주정체가 보존되는 한 가지 방법이다. (...) 우선 그는 공익을 생각하는 듯한 인상을 주어야 하며, 대중을 화나게 할 그런 선물들에 공금을 흥청망청 지출해서는 안 된다. 대중은 자기들이 뼈 빠지게 일해 번 것을 참주들이 착취해서 창녀들과 외국인들과 기술자들에게 아낌없이 선물하면 화를 내는 법이다. 참주는 자신의 수입과 지출에 관해 보고해야 한다. 이런 조처는 몇몇 참주가 이미 시행한 바 있다. 그가 공금을 그렇게 관리하면 참주가 아니라 가사 관리인이라는 인상을 줄 것이다. (318-319쪽)
또한 참주는 소년이든 소녀든 피치자들 가운데 어느 누구의 순결도 빼앗아서는 안 되며, 그의 측근들도 그래서는 안 된다. 그의 집안 여인들도 다른 여인들에게 그렇게 처신해야 한다. 여인들의 교만으로 무너진 참주정체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320쪽)
참주는 매사에 앞서 참주들의 특징이라고 말한 것과 정반대로 해야 한다. 그리고 참주는 참주가 아니라 관리인인 양 도시를 정비하고 장식해야 한다. 또한 참주는 신들을 공경하는 일에 늘 남다른 열성을 보여야 한다. 통치자가 경건하고 신을 두려워한다고 여겨지면, 사람들은 통치자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줄어들 것이며, 신들도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하면 통치자에게 음모를 꾸밀 마음이 덜 생길 것이다. 그러나 참주는 경건하되 어리석어 보여서는 안 된다. (320쪽)
참주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 가운데 가장 위험한 요시찰인은 참주의 목숨을 빼앗기만 하면 자기 목숨은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는 자들이다. 따라서 자기 자신이나 자기와 가까운 사람들이 모욕당했다고 느끼는 자들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분노하여 행동하는 자는 자신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헤라클레이토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던 것이다. "분노야말로 맞서 싸우기엔 까다로운 적수로다. 분노는 목숨을 주고라도 원하는 것을 사니까"라고 말했던 것이다. (321-322쪽)
*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은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들]의 단편85임. (322쪽 주134)
참주는 피치자들에게 참주가 아니라 가사 관리인이나 왕이라는 인상을 주고, 횡령자가 아니라 감독자라는 인상을 주어야 한다. 참주는 무절제하게 살 것이 아니라 절제된 생활을 해야 하며, 저명인사들과 교제하고 대중의 환심을 사야 한다. 그러면 그의 통치는 필연적으로 더 나아지고 더 바람직한 것이 될 것이다. 그는 비굴하지 않은 더 나은 자들을 다스리게 되고, 더이상 증오와 공포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권력도 더 오래갈 것이다. 또한 그는 성품도 선량하거나 적어도 반쯤은 선량해질 것이고, 악해지더라도 반쯤만 악해지고 완전히 악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322쪽)
제12장 참주정체의 단명, 정체 변혁에 관한 플라톤 이론에 대한 비판
모든 정체 가운데 과두정체와 참주정체가 가장 단명한다. 가장 오래 지속되었던 것은 오르타고라스와 그의 자손들이 시퀴온에 세운 참주정체로 100년 동안 지속되었다. (...) 두 번째로 오래 지속된 것은 큅셀로스 일족이 코린토스에 세운 참주정체로 73년 6개월 동안 지속되었다. (...) 세 번째로 오래 지속된 것은 페이시스트라토스 일족이 아테나이에 세운 참주정체로 도중에 중단된 적이 있었다. (...)_이들의 참주정체는 모두 합해 35년 동안 지속되었다. 다른 참주정체 중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것은 히에른과 겔론이 쉬라쿠사이에 세운 참주정체다. (323-324쪽)
플라톤의 [국가]에서(제8-9권) 소크라테스도 정체의 변혁에 관해 논하지만 만족스럽지 못하다. 첫째, 그는 최초의 가장 이상적인 정체에서 출발하면서 이 정체 특유의 변혁 원인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 그가 여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자연은 때로는 교육할 수 없는 열등한 인간들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에도 일리가 없지는 않은 것 같다. 교육할 수 없거나 훌륭해질 수 없는 인간들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다른 모든 정체와 존재하는 모든 것에 공통된 변혁 원인이라기보다는 어째서 그가 이성적이라 말하는 정체 특유의 변혁 원인이란 말인가? (324-325쪽)
그 밖에도 왜 이상국가는 라코니케 정체로 변한다는 것인가([국가] 제8권 544c)? 정체는 대개 비슷한 정체보다는 반대되는 정체로 변하는 경우가 더 흔하기에 하는 말이다. 소크라테스가 말한 다른 정체 변혁에 대해서도 같은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라코니케 정체는 과두정체로, 과두정체는 민주정체로, 민주정체는 참주정체로 변한다고 주장하니 말이다. 그러나 정체는 그 반대 방향으로 변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민주정체는 과두정체로 변할 수 있으며, 이런 경우가 독재정체로 변하는 경우보다 더 흔하다. 그리고 소크라테스는 참주정체와 관련해, 그것이 변하는지 변하지 않는지, 변한다면 원인이 무엇이며 어떤 정체로 변하는지 일언반구의 설명도 없다. 그 이유는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고 보았기 때문이었으리라. (325-326쪽)
어떤 정체가 과두정체로 바뀌는 까닭은, 재산이라고는 없는 자들이 재산을 가진 자들과 국정에 똑같이 참여하는 것을 재산이 월등히 많은 자들이 부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라, 공직자들이 돈을 탐하고 돈벌이에 열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 과두정체에는 부자의 국가와 빈민의 국가라는 두 국가가 있다는 주장([국가] 제8권 551d)도 불합리하다. (326-327쪽)
과두정체가 민주정체로 바뀌는 원인은 여러 가지다. 그런데 소크라테스는 마치 처음에는 모두 아니면 대부분이 부자였기라도 한 것처럼, 사람들이 지나친 낭비로 빚을 져 가난해졌기 때문이라는 한 가지 원인만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 (...) 그 밖에도 사람들은 공직에서 배제되거나 부당한 대접을 받거나 모욕당하면 재산을 탕진하지 않았어도 파쟁을 일으키고 정체를 변혁하는데, 그 정체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나친 자유가 그 원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과두정체와 민주정체에는 여러 유형이 있는데, 소크라테스는 마치 각각 한 가지 유형밖에 없는 것처럼 두 정체의 변혁을 논하고 있다. (327-328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