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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데칼코마니 “부앙~” 김 연구원은 보현산 아래 s 코스를 지나 영천시내로 향하는 한적한 길에서는 카레이서가 되었다. 박 해설사는 아픈 배를 겨우 참고 도착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갔다. 배는 여전히 아프고 설사와 탈진 상태로 기진맥진하여 링거를 맞았다. 링거를 맞으며 시간에 맞춰 돌아가리라 마음먹고 아내 유 성이에게 지금 상황을 설명하려고 전화를 들었다. 하지만 아내는 근무 중이라선지 받지 않아서 잠깐 눈을 감고 있던 사이에 잠이 몰려왔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고 말았다. 그 시각, 한송이 일행은 여러 체험과 관람을 하려고 일찍부터 서둘러 과학관으로 향했다. 모처럼 부모님께 체험관을 보여 주기로 마음먹었지만 마음에는 별 옷을 입은 친구의 모습이 가득했다. 도착 하자마자 현짱과 경북은 블루문과 상관도 없이 과학관 옆 체험관에서 보현호 VR 체험 로켓을 타려고 줄을 서보기도하고 화성 목성 토성에서는 내 몸무게가 얼마일까 알아보자고 깔깔대는 데이트에 흠뻑 취해 있었다. 송이부모님은 나란히 손을 잡고 오랜만에 데이트를 나온 사람처럼 마음이 들떴다. 송이는 함께 1층 전시실을 돌아보고 시간에 맞춰 입장해서 국내 최초로5d 효과를 내고 우주공간에 온 듯 착각하는 신비로운 체험을 함께 즐겼다. 돔형 천장에는 별자리 영상과 우주 롤러코스터 영상을 보며 우주를 여행을 했다. 의자가 흔들리는 진동에 놀라고 바람과 특수효과는 우주선을 탔다는 착각에 빠져 놀라움을 만끽했다. 무뚝뚝한 송이 아빠 한 국남이 함박웃음으로 말했다. “하하하...맨 날 실어다 주고 보현산 등산만 했는데 참 좋다.” “국남씨 내가 왜 진작부터 당신을 따라서 여길 왜 안 왔지?” “당신은 별로 여행을 안다니잖아 귀찮다고.” “하긴~송이 덕분에 오늘은 기분이 무진장 좋다 하하하.” 송이는 동아리 친구들에게 천문관 돔 2층에서 400mm 망원경과 우리나라에서 아홉째로 큰 800mm 망원경으로 천체 관측할 수 있고, 낮에는 태양 관측이 가능하며 밤에는 아름다운 별자리를 관측할 수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설명을 하다 보니 자신이 마치 별 옷 친구의 데칼코마니가 된 것 같아 웃음이 ‘쿡’ 나왔다. 오늘은 가족과 함께한 나들이가 맛있는 ‘쿡’을 먹은 듯 포만감이 가득했다. 달이 떠오르고 블루문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다. 관장은 시간이 다 되어가도 오지 않는 박 하순 해설사를 기다리며 낭패라며 한숨만 쉬었다. 대노하여 전화를 걸었지만 무소식이었다. 점점 화가 상승하고, 안절부절 눈치만 보는 성한남에게 물었다. “한남 씨 무슨 대책이 없소? 이 사람이 못 오면 못 온다고 전화라도 해야지 나 참.” “예? 그러시면 박 교수님 사모님한테 전화를 해 볼까요?”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요 영천시내로 갔는데 경북대 병원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알겠소.” 송이는 별 옷을 입은 친구를 찾느라고 이리저리 돌아 다녔다. 하지만 별 옷 친구는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오지 않았나 보다. 어디 중학교에 다니지?’ 궁금증이 불어나고 마땅히 찾을 방법이 없어 전에 해설사 흉내를 내던 자리가 떠올라 그쪽으로 갔다. 그때 문 앞으로 다가온 두 사람이 반복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관장과 환희 아버지였다. “하아~해설사 이 사람 정~말 대책이 없는 사람이구만 대책이.” “관장님 해설사님은 절대 이러실 분이 아닙니다. 아직 30분이나 남았습니다.” “허 참 해설진행을 누가하라고 안와 도대체 말이야.” 송이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다가 환희 아버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우리아버지랑 닮았네?” 하지만 놀람은 스쳐 지나가고 관장의 걱정스런 말이 다가왔다. 그 대화로 상황을 파악하고 관장에게 다가갔다. “관장님, 저는 경북여중에 다니는 한 송이라고 합니다.” “응 그래. 무슨 할 말이 있어?” “오늘 해설사님께서 못 오셔요?” “어. 그게 말이야....” “그래서 말씀 드리는데요 저는 여기를 여러번 와서 봤는데 별이 새겨진 옷을 입은 친구가 해설사님 흉내 내는 것을 본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 친구가 마치 해설사님 데칼 코마니 같아서 여쭈어 보는 데요 오늘은 안 왔어요?” “오~그래 별 신동 환희를 말하는 구나?” “예? 그 친구가 별 신동이에요?” “그래. 그건 그렇고 무슨 말을 하려고?” 송이는 별신동이라는 말에 자신감이 붙어 적극적으로 물었다. 이 방법이 별 옷 친구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관장님. 해설사님이 못 오시면 별 신동이 대신 할 수 있을까요?” “어? 글쎄다~” 송이는 또다시 설명을 했다. “만약에 별신동이 별 해설을 하면 제 친구들이나 아이들도 무척 좋아 할 것 같고요 어른들도 좋아하실 것 같아서요.” “어? 그래? 듣고 보니 네 말이 맞겠다.” “그냥 제 생각이에요.” 한남도 환희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말을 꺼내기는 어렵고 박 해설사가 올 거라고 믿었기 때문에 꺼내지 못한 말이었다. 관장이 한남을 쏘아보듯 하며 말했다. “한남씨 대책이 없냐고 물을 때 왜 환희이야기를 하지 않았소?” “아. 그 그게 좀.....거시기해서.” “아이고 생각을 못한 내가 잘못이지 누굴 탓 하겠소.” 관장은 일이 해결되었다는 생각에 소리쳤다. “네 말이 맞다. 한남씨 빨리 환희를 찾아와요 어서어서.” 관장은 여차하면 돔만 개방하고 해설없이 보여주기만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지고 있던 ‘레이저 포인터’를 마구 흔들며 한남을 재촉했다. 레이저 포인터를 떠난 빛이 이리저리 허공에 직선을 그었다. 한남은 아들을 찾아 나섰다. 해설사사무실에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뛰었다. 노크도 없이 문을 벌컥 열었더니 예상대로였다. 환희는 볼펜과 원고지를 들고 서성이며 혼잣말을 하다가 깜짝 놀라 돌아보았다. “아버지. 무슨 일이세요?” “환희야 해설사님이 못 오신다고 관장님이 널 불렀다. 빨리 가자.” “에? 교수님이 입원하셨어요?” “아마 그래서 못 오시는가 보다.” “그럼 블루문 진행은 어떡하고요?” “그래서 관장님께서 널 불렀다니까. 빨리 가자.” 한남은 바빴지만 환희는 차분했다. “블루문 해설할 수 있지?” “아빠 그렇지 않아도 해설사님께서 준 자료를 읽어 보았는데 잘할지는 모르겠어요.” “넌 할 수 있어. 니가 해설을 하라고 적극 추천한 사람이 있었거든?” “누가요?” “어떤 여학생인데 니가 해설을 하는 것을 보았다고 데칼코마니라고 하던데?” “누구에요?” “경북여중‘한 송이’라고 하던데? 알어?” “에? 한 송이요? 모르는데요?” 환희는 ‘한 송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초승달 누나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심장이 갑자기 쿵쾅쿵쾅 뛰며 얼굴은 화끈거리고 뇌 속에는 초승달이 마구마구 그려졌다. ‘초승달 누나? 아니야 초승달 친구 일거야.’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아버지를 재촉했다. 20분전. 관람을 하려면 이 시간까지는 입장을 마쳐야했다. 관장은 환희에게 묻지도 않고 돔을 열었다. 돔이 서서히 열리고 사람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와~열린다.” 돔에서 보는 천체는 실외와 실내 온도가 같아야 별들이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구름이 많은 날씨나 온도차가 심하면 망원경도 흐려져 잘 보이지 않는데 오늘은 온도도 일정하여 최고의 관람이 예고되었다. 영천 보현산 천문 과학관에서는 달과 별이 어우러지는 최고의 잔치가 시작되었다. “관장님~ 환희가 왔어요.” “오~어서 와라 환희야 할 수 있지? 별 지시기 여기 있다.” “예. 해보겠습니다.” “널 추천한 친구 한 송이를 실망시키지 마라.” “예 관장님.” 박해설사의 레이저 포인터는 가시성이 뛰어나 아무나 만지지 못하게 하는 녹색이었다. 환희가 받아든 별자리 포인팅을 지시기는 빛이 약한 5mw 였다. ‘mw’가 높을수록 위험성도 높아서 시력까지 손상시키는 흉기가 된다. 볼펜만 들고 해설사 흉내를 냈던 환희는 설렘으로 지시기를 받아들고 기쁨에 가득했다. 이 순간만은 꽉 차버린 물병처럼 초승달친구 송이가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었다. 해설 진행2분전. 환희는 중앙 단상 앞에 섰다. 환희는 침착하게 레이저 포인트를 잡고 며칠 전부터 자료를 검색하고 암기해둔 기억의 판도라 상자를 열었다. 환희 손에는 박하순 해설사처럼 자료 페이퍼가 들려있지 않았다. 서두는 인사였고 잠시 개기월식 설명을 하고 블루문 설명으로 이어졌다. “안녕 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해설사님께서 이 자리에 오시지 못하여 대신 진행을 맡게 된 성 환희라고 합니다.” 갑자기 변성기 직전의 남자 목소리가 들리자 의아해 하는 사람과 익히 아는 사람들은 이름을 부르며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는 두 갈래였다. “어? 성 환희 별 신동이다 별 신동.” “나 봤어, 홈페이지 광고배너에서 리얼?” 환희는 인사를 마치자 잠시 술렁이는 맥을 끊으려고 바로 설명으로 들어갔다. “여러분 개기월식이 뭘까요. 다 아시겠지만 개기 월식은 달 전체가 지구그림자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서 달이 해의 빛을 전혀 받지 못해서 깜깜한 천체의 현상인지 아시지요?” 그때 어린이의 목소리가 '네에' 하고 들렸다. 큭큭 웃음소리도 들렸다. 환희가 말했다. “대답은 안하셔도 됩니다.” “네~” 좀 더 큰 웃음소리에도 환희는 마치 듣지 못한 사람처럼 침착하게 해설을 이어나갔다. “동양에서는 보름달이 풍요의 상징이라는 전통 풍속이 있습니다. 그런데 서양 사람들은 보름달이 불운을 가져온다고 좋지 않게 보는 인식도 있습니다. 오늘은 지구가 23.5도의 기울기에 따라 돌다가 이 시간에는 달의 공전 괘도가 타원형 이어서 달과 지구가 가장 가까워지는 거리로 인하여 달이 가장 크게 보이는 블루문이 뜨는 날입니다. 육안으로 보아서는 그 크기를 잘 모르지만 오는 시월에도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아하 그렇구나....” 환희의 해설은 이어졌다. “달이 아무리 커도 닐 암스트롱. 에드윈 얼드린. 마이클 콜린즈가 찍어 놓은 발자국은 물론 성조기도 보이지 않고 떡방아를 찧는 옥토끼와 계수나무도 보이지 않습니다. 달이 커 보이면 예쁘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무섭게도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불안한 마음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두렵다는 뜻으로 ‘블루문’이라고도 불렀다고 전해지기도 합니다.” 레이저 포인터로 별과 달의 부분 부분을 지시하며 진행은 이어졌다. “블루문의 어원은 ‘배신하다’라는 뜻에서 나왔습니다. 그래서 블루문을 ’배신자의 달‘이라고 했는데 이것이 가장 유력한 초기가설입니다.” 사람들은 설명을 들으며 중앙단상에 서있는 160키에 별 옷을 입은 소년을 보고 소곤거렸다. “중학생이야?” “맞다 별신동이야 영천 시 홈페이지에서 봤어.” “그래 천문과학관 홍보 티비에도 나왔어.” 송이 엄마 고아라는 부러워서 소곤 거렸다. “여보 우리 딸도 저거 했으면 좋겠다. 그치 여보?” “응~ 쉿!” 환희는 쉿 소리까지도 잠재웠다. “6살 이하 어린이처럼 소리를 내는 사람은 참관할 수 없습니다.” 돔 안을 장악하고 갈수록 어른스러운 멘트에 사방이 조용해졌지만 사람들의 눈과 마음의 요동은 블루문을 보기보다 개기월식 등 여러 별자리들을 설명하는 별 신동에게 집중되었다. 아이들은 알아듣기 쉽게 초보적인 설명으로, 중고 대학생들에겐 해설사와 자신이 준비한 자료를 생각나는 대로 맞춤 진행해설을 했다. 사람들은 환희 곁으로 조심스럽게 게걸음으로 다가와 블루문 보다 더 밝은 웃음과 엄지 척을 보여 주었다. 밤이 깊어가고 바깥 온도는 시간이 갈수록 낮아졌다. 블루문이 절정은 아니었지만 일찍 끝내야 했다. 환희는 사람들이 곁으로 몰려올까봐 불이 켜지기 전에 서둘러 피하여 밖으로 나왔다. 서둘러 피하여 나온 이유가 또 하나가 있었다. 초승달 친구가 찾아 올 것이라는 생각에 빠른 걸음으로 나와서 기다렸다. 환희의 생각대로였다. 송이의 초승달 눈은 처음부터 블루문보다 환희를 주시하며 빠른 걸음으로 환희의 뒤를 따라나왔다. “환희야~ 잠깐~” 환희가 멈추고 돌아보았다. 송이가 다가서며 말했다. “잘했어. 너무너무 멋졌어 언제 그렇게 다 준비 한 거야? 환희는 어디 중학교에 다녀?” 송이는 속사포처럼 여러가지를 한꺼번에 물었다. 환희의 눈에는 그 묻는 입술과 눈과 행동과 모든 부분에서 기쁨이 가득 차 있어 보였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불러 주었다는 것이 또한 큰 기쁨으로 다가왔다. “어?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어? 누.” 환희는 누나라고 부를 뻔했던 말을 멈추었다. 이미 마음에서 친구라고 정했기 때문에 누나라고 부르면 동생처럼 생각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마음을 알 리 없는 송이는 ‘누’ 자만 듣고 재빠르게 말을 받았다. “누가 이름을 가르쳐 주었냐고?” “응.” 환희도 엉겁결에 친구처럼 ‘응’이라고 대답했다. “관장님께서 해설사님이 안 오신다고 하셔서 내가 널 추천 했더니 별 신동 환희라고 하셨어.” “아~ 그런데 나를 언제 보고 별 해설을 하라고 한 거야?” “응. 별 셔츠를 입고 저기서 별 해설을 하는걸 보았거든?” “아~ 그랬구나~ 고마워 친구.” “친구? 그래 별신동이 내 친구라면 내가 더 좋지 후후후.” “나도 좋아.” 환희는 송이의 실눈을 따라 웃었다. 환희의 크고 동그란 눈이 송이 눈처럼 작아지며 어디 하나라도 닮음 꼴 친구를 만들고 싶은 마음에 실눈을 만들었다. 송이도 그 마음을 읽었는지 또 다시 ‘후후’거렸다. 마치 친구 같은 대화와 명랑한 웃음이었다. 환희는 찰나였지만 송이가 ‘누가’라고 미루어 짐작한 말이 매우 기뻤다. 누나를 좋아하는 것과 친구로 좋아하는 것은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대화 중에 자신도 놀랄만큼 마음이 급성장해서 송이의 다정한 친구가 되어 버렸다. “한송이~ 반장~ 빨리 가자~엄마아빠가 기다려.” “어~ 알았어 갈게.” 현짱과 반 친구들이 빨리 가자고 불러댔다. 그렇게 짧은 대화가 끝나고 그날 밤 환희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첫 이성 친구의 만남. 이후로 매일 초승달 친구 한 송이 생각뿐이었다. 환희는 그날이후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사람들은 박해설사에게 환희가 어디 있느냐고 묻곤 했다. 해설사도 그날이후로 유치원이나 초등학생들이 단체로 오거나 1박 켐프에는 1시간을 환희에게 맡기기도 했다. 환희를 통해서 우주 천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생각이었다. 해설사는 그때마다 환희를 소개를 했다. “여러분, 다음은 영천의 자랑 보현산의 자랑 천문대에서 나고 자란 별 신동 성 환희를 소개 합니다. 박수~” 160센티, 해설사를 곧 따라잡을 별신동이 웃으며 등장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제가 보니까 우리 친구들 눈이 별보다 더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저쪽 친구들 눈은 카시오페아 별. 이쪽 친구들 눈은 오리온자리 별. 그런데 나는 북쪽에서 사람들의 길잡이가 되는 별입니다 나는 무슨 별일까요~” “예. 북극성이요~” 환희의 별별 이야기는 알기 쉽게 진행되고 아이들의 눈은 더욱 초롱초롱해졌다. 그렇게 무명 유명 해설사로 입문을 시작했다. 그 후 4년은 별 해설사 적응기가 시작되었다. 중 고등학생으로 적응하고 방학 때마다 열리는 세미나에도 참석하며 공부에도 매진하였다. 그동안 송이나 별 볼일 동아리의 행동반경도 공부에 집중하다보니 천문대와 과학관의 나들이가 뜸해졌다. 방학 때 특별 강의에 참석하는 것 외에 한 두 번이 전부였다. 송이와 환희의 만남도 있었지만 별똥별처럼 시간에 쫓겨 꽁무니를 빼고 달아나는 대화가 전부였다. 자판기 앞에서 차를 마시는 시간이 전부였다. 각자의 삶에 충실한 4년이 흐르고 환희는 고1이 되고 송이는 고3이 되었다. 대학 입시에 매진하는 송이에게 궁금증이 생겼다. 친구인 짱현 엄마가 무심결에 던진 말 때문이었다. “송이야 대전엔 한 번도 안 가봤니?” “예. 갈일이 없어서요.” “그래? 그럼 안 가보았겠다.” “왜요?” “아 그냥 물어 본거야~ 너희 엄마네 언니가 거기서 살잖아~ 다른 이유는 없다. 하하하...” “아닌 것 같은데요 이모.” “아니긴 그게 전부야 넌 의심도 많다 의심 많은 도마처럼 하하하하....” “예? 하하하...” 송이는 수능도 얼마 안 남았는데 현짱 엄마의 말이 떠올라 공부도 안 되고 멍 때리고 앉아 있다가 궁금해서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나 자꾸만 신경이 쓰여서 공부가 안 돼는 게 있는데....” “어? 그게 뭔데 그럼 안 되지 대학을 가야 하는데.” “엄마, 엄마 아빠는 왜 나에게 이모 이야기를 안 해주어? 이모 얼굴도 모르고 얼굴은 물론 대전에도 절대 안 가는데 무슨 큰 비밀이 있어서 나에게 숨기려는 것 같아 그치?” “아~ 또 그이야기야 없다니까~” “내가 아는 게 조금 있는데도?” “어? 뭘? 무슨 소리야 뭘 안다고.” 당황한 고아라는 실눈이 커진 상현달과 하현달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