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4회 할로윈 데이 특집 - 잊혀져 가는 것들

[대조영]

매년 10월 31일은 할로윈(Halloween) 데이다. 이 날은 그리스도교에서 모든 성(聖)인의 날(All Saints' Day)이라고도 불리는 만성절(萬聖節, All Hallows) 전날이기 때문에 만성절 이브(Eve of All Hallows)라고도 한다{사족으로 만성절은 서방 그리스도교에서는 매년 11월 1일이지만, 동방 그리스도교에서는 오순절(五旬節, Pentecost, 성령강림주일, 부활절로부터 50일째가 되는 날) 다음 첫 번째 일요일} 이 날이 되면 지구촌은 죽은 영혼이 다시 살아나며 정령이나 마녀가 출몰한다고 믿고, 그것들을 놀려주기 위해 유령이나 괴물 복장을 착용하고 축제를 즐긴다고 한다.

이는 미 합중국으로 이민을 간 아일랜드 인들이 전해 준 풍습에서 유래했는데 그리스도교가 유럽을 지배하기 전까지 북부 프랑스, 브리튼 제도(British Isles)에 살고 있던 켈트(Celt) 족은 11월 1일을 새해 첫 날로 믿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0월 31일 밤에는 사망자의 영혼이 식구를 방문하거나, 정령이나 마녀가 나온다고 믿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켈트 족은 이들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가면을 쓰고 모닥불을 피웠으며, 혹자는 촛불을 들고 식구의 묘소를 참배하기도 했는데 이것이 바로 오늘날 할로윈 데이의 기원이 된 풍습이다.

이 할로윈 데이의 밤에는 호박을 도려내고 안에 초를 세워 Jack-o'-lantern(잭오랜턴, 호박에 유령의 모습을 조각한 등불)을 만든다고 한다. 그리고 유령, 마녀, 괴물로 변장한 어린이들이 집집마다 현관문 혹은 대문 앞에서 Trick or treat!(맛있는 것을 주지 않으면, 장난칠 거야)라고 말한 뒤 사탕을 주지 않으면 유리창에 낙서를 하지만 대부분의 어른들은 이를 즐거워하며 아이들에게 줄 사탕을 미리 준비해 놓기 때문에 이 민폐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후 어린이들은 받은 사탕으로 파티를 열면서 물을 채운 대야에 사과를 넣고는 입으로 사과를 건져내는 놀이를 한다.

할로윈 데이의 상징 색상은 검은색과 주황색이며, 할로윈 데이의 상징물 중 하나인 주황색 호박은 가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할로윈 데이는 무서운 죽음, 신화의 괴물 등의 기분 나쁜 것들을 테마로 한다. 할로윈 데이 소재로는 주로 유령, 마녀, 박쥐, 검은 고양이, 고블린(Goblins), 좀비(Zombie), 악마, 그리고 드라큘라(Dracula),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과 같은 문학 작품 등장 인물이 쓰인다고 한다. 할로윈 데이 전후에는 이것으로 집을 장식하는 가정도 있다고 한다. 또한, 할로윈 데이 때는 사탕이나 초콜릿 같은 음식을 주로 먹는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2000년대 들어서 유치원, 초등학교 등에서 퍼지기 시작, 현재는 성인들도 꽤 아는 행사가 되었다. 에버랜드, 롯데월드 등 유원지에서는 할로윈 데이 기간 동안 각종 축제를 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한 유치원 학부모 '동지 팥죽조차 모르는데 할로윈 데이부터 가르치는 것은 곤란하다'며 할로윈 데이 축제를 반대한 말처럼 리조 5백년, 왜정 35년, 미제 병정 정권 66년동안 우리는 우리의 본 모습을 거의 잊었다. 이리하여 할로윈 데이 축제에서도 상술에 환장한 천민자본가들의 농간으로 도깨비와 저승사자 대신 구미(歐美) 방우족들이 만든 소재거리가 여과 없이 쓰이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도깨비는 한복을 입고 패랭이를 쓰고 다니며, 순하고 우직하며, 사람들과 같이 놀고 싶어하고 친하게 지내려 했다. 또한, 사람처럼 따돌림을 당하면 화를 낼 줄도 알고 체면을 중시하는가 하면, 시기와 질투도 많고 약간 멍청하기까지 했다. 메밀묵, 막걸리, 이야기, 노래, 씨름, 장난 같은 것을 좋아하고 붉은 색을 싫어한다. 그래서 팥, 피 등은 도깨비를 쫓아낸다고 알려져 있다. 씨름을 좋아해서 길을 가던 과객을 불러다가 씨름을 하기도 한다. 보통 외진 야산이나 오래된 폐가에 산다고 하며, 가끔씩 민가로 내려와 소를 지붕에 올려 놓거나, 솥뚜껑을 솥 안에 집어 넣는 등의 장난을 치기도 했다.

그러나 왜정기 때 식민 교육을 통해 요괴 '오니'가 전래되면서 우리는 도깨비를 머리에 뿔이 달려 있고, 붉은 피부에 원시인 복장을 하고 있으며, 방망이를 휘두르며 사람들에게 해를 주는 존재로 잘못 인식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인문학계에서는 한국 고유의 도깨비를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일어 났으며, 교육부도 이에 발맞추어 초등학교 교과서를 다시 쓰겠다고 했다. 또한, 한국방송공사(KBS)는 <옛날 옛적에> 시리즈, <꼬비꼬비> 시리즈 등의 애니메이션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도깨비를 바르게 알리는 데 크게 공헌했으며, 한국교육방송공사(EBS)도 <역사채널e>를 통해 도깨비 바로 알리기에 동참했다.

그리고 저승사자는 저승에서 염라대왕의 명을 받고 죽은 사람의 넋을 데리러 온다는 심부름꾼으로 사신(Death, 死神)이라고도 한다. 한국형 저승사자는 해골의 형태에 대낫을 든 서양의 저승사자인 그림 리퍼(Grim Reaper)와는 달리, 창백한 얼굴, 검은 입술, 날카로운 눈매에 검은 두루마기와 검은 갓을 착용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이러한 외형은 황(黃)천에 어울리는 황색에서 바뀐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신체적인 움직임을 최대한 자제하며, 다리 움직임 자체도 끌고 다니는 안개 때문에 보이지가 않는다고 한다. 직급 자체가 일반 영혼보다 높아서 대부분은 이제 떠날 시간이라는 말 한마디에 망자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사자(死者)에게 2~3일 정도의 유예기간을 주거나 영혼 상태로 일을 해결하도록 도우며, 저승의 법에 따라 사자로부터 음식, 옷, 신발 등의 대접을 받으면 사자의 부탁을 들어주는 등 어느 정도의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어 인간적인 면도 찾아볼 수 있다. 한국형 저승사자는 보통 3인 1조(저승차사 해원맥,이승차사 이덕춘,염라차사 강림대왕)로 행동하며 본인 확인을 위해 명부와 붓을 갖고 다닌다고 한다. 하지만 민담에 따르면 동명이인을 데려갔다가 염라대왕에게 꾸중을 듣고 되돌려보내는 일도 있다고 한다. 가끔씩 금붙이를 뇌물로 주어 죽다 살아났지만 나중에 전 재산을 재해로 잃었다는 괴담도 있다.

이렇듯 한국형 할로윈 데이의 소재거리로 쓸 수 있는 도깨비와 저승사자가 멀쩡하게 전래되고 있음에도 천민자본가들의 농간으로 도깨비와 저승사자 대신 구미 방우족들이 만든 좀비, 드라큘라 등이 쓰이는 것은 순전히 역사 감각이 부족한 탓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아베 정권을 비난하면서 역사 감각이 없는 나라는 반드시 망한다고 했다. 우리는 정권 유지를 위해 '단기'라는 전통 날짜 체계를 말살하고 구미 날짜 체계를 억지로 도입한 다카기 마사오에 대한 신드롬을 극복하고, 우리는 하늘자손으로서 원시 세계를 다스렸다고 이야기하는 참역사 감각을 찾아 독풀인 메밀을 묵으로 만들 정도로 위대한 조상님들의 슬기를 계승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