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십이월 그믐 하루 전 날 오경초, 악사와 기녀가 악공을 거느리고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악사와 악공은 처용만가를 연주하고 여공은 처용가를 부른다.
신라 성대 밝고 거룩한 시대 천하 태평 나후의 덕 처용 아비여 이로써 늘 인생에 말씀 안 하시어도 이로써 늘 인생에 말씀 안 하시어도 삼재와 팔난이 단번에 없어지시도다 아아, 아비의 모습이여. 처용 아비의 모습이여 머리 가득 꽃을 꽂아 기우신 머리에 아아, 목숨 길고 멀어 넓으신 이마에 산의 기상 비슷 무성하신 눈썹에 애인 상견 하시어 온전하신 눈에 바람이 찬 뜰에 들어 우그러지신 귀에 복사꽃같이 붉은 모양에 오향 맡으시어 우묵하신 코에 아아, 천금을 머금으시어 넓으신 입에 백옥 유리같이 흰 이에 사람들이 기리고 복이 성하시어 내미신 턱에 칠보를 못 이기어 숙어진 어깨에 길경에 겨워서 늘어진 소매에 슬기 모이어 유덕하신 가슴에 복과 지가 모두 넉넉하시어 부르신 배에 붉은 패옥에 겨워서 굽어신 허리에 태평을 함께 즐겨 기나긴 다리에 아아, 계면조 맞추어 춤추며 돌아 넓은 발에 누가 만들어 세웠는가? 누가 지어 세웠는가? 바늘도 실도 없이, 바늘도 실도 없이 처용의 가면을 누가 만들어 세웠는가? 많고 많은 사람이여 모든 나라가 모이어 만들어 세웠으니 아아, 처용 아비를 많고 많은 사람들이여. 버찌야, 오얏아, 녹리야 빨리 나와서 나의 신을 매어라. 아니 매면 나릴 것이나 궂은 말이 신라 서울 밝은 달밤에 밤새도록 놀다가 돌아와 내 자리를 보니 다리가 넷이로구나 아아, 둘은 내 것이거니와, 둘은 누구의 것인가? 이런 때에 처용 아비가 보시면 열병대신 따위야 횟갓이로다. 천금을 줄까? 처용 아비여 칠보를 줄까? 처용 아비여 천금도 칠보도 다 말고 열병신을 나에게 잡아 주소서 산이나 들이나 천리 먼 곳으로 처용 아비를 피해 가고 싶다. 아아, 열병 대신의 소망이로다.
(안 이야기)
전국적으로 역병이 나돌자 처용의 얼굴이 문 앞 곳곳에 그려져있다.
아이 : 어머니 사람들이 왜 문앞에 무서운 얼굴을 붙이고 있는 건가요? 여인 : 음 그건 말이야. 옛날 옛날에 처용아비가 있었는데 어느날 열병대신이 처용의 아내를 탐하게 되었단다. 그를 본 처용이 관용을 베풀자 열병대신이 처용의 관용에 감복해서 얼굴만 보아도 도망가겠다고 했지. 그 이후로 사람들이 문 앞에 처용의 얼굴을 그려서 역병을 쫓게 된 거란다. 아이 : 아~ 그렇군요. 그런데 처용이란 분이 정말 이렇게 무섭게 생겼나요? 여인 : 무섭게 보일수도 있지만 꽃을 가득 꽃아 기운 머리와 그의 마음처럼 넓은 이마, 무성한 눈썹에 천금을 머금어 넓은 입, 백옥 유리같이 흰 이에 복이 성해 내민 턱, 슬기가 모여 유덕하신 가슴과 복과 지가 넉넉해 부른 배를 나타낸 것 이란다~ 처용아비는 유덕한 분이니 열병대신을 쫓아주세요 하는 거지. 처용아비에게 열병대신 따위야 횟감일테니 말이야. 이젠 궁에서도 그믐 날 때 쯤이면 처용가를 부르며 처용무를 춘다는 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