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회암 절경과 굽이치는 호수가 만났을 때
구불구불한 단양강 잔도길의 모습이 아슬아슬하다.
대한민국 대표 카르스트 지형 ‘충북 단양’
충북의 가장 동쪽에 위치하면서 강원 영월, 경북 문경과 접한 단양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풍경이 많아 특별한 여행지로 꼽힌다. 중국의 구이린과 베트남의 할롱베이를 카르스트 지형이라고 부른다. 기기묘묘한 바위가 바다와 강을 뚫고 올라와 놀라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단양 지역은 우리나라의 대표 카르스트 지형으로 국가지질공원에 등재됐다.
카르스트 지형은 석회암 지대에서 나타난다. 빗물에 잘 녹는 석회암의 특성 때문에 세월이 지나면서 흔히 볼 수 없는 진귀한 장면을 만들어낸다. 구이린과 같은 지역은 석회암이 다 녹아내리고 잘 녹지 않는 바위 부분만 남게 된 형상으로 탑카르스트(Tower Karst)라고 부른다.
비봉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청풍호의 모습은 단연 최고다.
도담삼봉.
단양팔경 중 으뜸은 도담삼봉
단양 지방은 전체가 석회암 지형으로 돼 있다. 빗물에 녹아 연못처럼 파인 돌리네 형상과 지하 석회암이 녹아 형성된 동굴이 산재해 있다. 예로부터 단양은 여덟 개의 비경이 있다고 자랑했는데 가장 으뜸은 ‘도담삼봉’이다. 영월에서부터 흘러내린 남한강 물줄기가 단양 초입에서 크게 물돌이를 만들고, 그 가운데에 섬처럼 떠 있는 세 개의 봉우리는 신비로움을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가운데 제일 큰 봉우리가 장군봉(남편봉), 왼쪽은 첩봉(딸봉), 오른쪽은 처봉(아들봉)이라고 부른다. 장군봉에는 조선의 개국공신이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정도전이 풍류를 읊기 위해 지은 그림 같은 정자, 삼도정이 있다. 정도전은 도담삼봉을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했다고 한다. 자기 호를 ‘삼봉’이라 정한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마주하는 각도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지는 도담삼봉은 관광보트를 타고 삼봉 주변을 둘러보면 또 다른 느낌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산길을 따라 ‘석문’까지 다녀오는 것도 좋다. 주차장에서 산책하듯 15분이면 충분하다.
단양 읍내에서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수변공원 길은 주변 풍경이 아름다워 걸을 맛이 나는 곳이다. 고수대교부터 상진대교까지 약 3㎞의 강변길이 끝나면 2018년 개통한 ‘단양강 잔도길’이 시작된다. 험한 벼랑 같은 곳에 선반처럼 달아서 낸 좁은 길을 잔도라고 하는데 이곳 역시 깎아지른 절벽 옆으로 만들어놓은 길이라 멋진 풍경뿐만 아니라 발아래로 펼쳐지는 아찔한 모습에 재미까지 더해진다. 1㎞에 달하는 아름답고 시원한 잔도길은 오르내림이 없어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
잔도길이 끝나면 천주산(640m) 꼭대기의 ‘만천하스카이워크’가 모습을 드러낸다. 두 대의 모노레일이 정상을 오가며 관광객을 실어나르기 때문에 등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스카이워크 위에서 내려다보는 단양 풍경은 아무렇게나 사진을 찍어도 멋진 작품이 된다. 모노레일 주차장 주변으로 이끼가 한가득 쌓인 이끼터널과 차 한 대만 지날 수 있는 특별한 터널인 천주터널이 있으니 빼놓지 말고 둘러보자.
구인사는 좁은 계곡을 따라 여러 채의 건물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육쪽마늘로 만든 각종 먹거리
단양 읍내 중심에 있는 구경시장은 1일과 6일에 장이 서는 오일장이었지만 지금은 매일 문을 여는 곳이 많아 상설시장의 느낌을 준다.
단양은 중성에 가까운 약산성의 토양이면서 일교차가 커서 마늘 재배에 최적지다. 마늘 중에서도 단양 육쪽마늘을 최고로 치는데 하지(6월 21일경)가 지나면 햇마늘을 수확한다. 붉은색을 띠는 껍질에 향이 독특하고 매운맛이 강해 인기가 있다.
단양 시장에는 마늘을 재료로 한 각종 음식이 많아서 특별한 미각 경험을 할 수 있다. 마늘 떡갈비, 마늘 빵, 마늘 더덕구이, 마늘 닭강정, 마늘 치킨 등 마늘이 들어가 더욱 진한 풍미를 만들어낸다. 마늘 양갱, 마늘 아포가토, 마늘 빙수 등 마늘을 주제로 한 각종 디저트를 파는 카페도 많아 재미와 맛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다.
시내에서 고수대교를 지나면 바로 고수동굴(천연기념물) 입구로 향한다. 석회암 지대인 단양에는 고수동굴 외에도 노동굴(천연기념물), 천동굴(강원도 지방기념물), 온달동굴과 같은 석회동굴이 많다. 그중 단양 시내와 가장 가까운 고수동굴은 특별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4억 5000만 년 전에 만들어진 이 동굴은 총길이가 1㎞가 넘는다. 고수동굴의 수호신인 사자바위를 비롯해 만물상, 독수리상, 선녀상, 용바위, 도담삼봉 등 기기묘묘한 종유석들이 “와!”하는 감탄을 만들게 한다. 한여름이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고수동굴의 시원함을 느껴보려는 관광객이 몰려든다. 전체를 차분히 둘러보는 데는 2시간 정도가 걸린다.
고수동굴 옆쪽에는 양백산(양방산)이 있다. 정상에는 행글라이더와 패러글라이더를 위한 활공장이 마련돼 있어 자동차로 정상까지 갈 수 있다. 굽이굽이 가파른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정상에 오르면 남한강이 복주머니 모양으로 휘감고 돌아나가는 단양 시내 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해가 지고 나면 푸른빛 하늘 아래로 단양 시내를 수놓는 아름다운 조명들이 분위기를 한껏 살린다.
4억 년의 신비를 품은 고수동굴을 제대로 보려면 약 2시간이 걸린다.
만천하스카이워크를 오가는 모노레일의 모습.
단양에선 충주호, 제천에선 청풍호
제천과 단양은 주변이 온통 기세 좋은 산이요, 산자락 굽이마다 맑은 물이 가득한 고장이라 예로부터 청풍명월이라 불렸다. 수많은 묵객이 그 절경을 보고 시와 그림으로 표현했다.
1985년 충주댐을 만들어 지금은 인공호수 충주호가 충주~제천~단양 일대를 두루 걸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충주가 아니라 제천 쪽에 있다. 제천 지역에선 청풍호라 부르니 혼동할 수 있지만 엄연히 같은 호수다.
청풍호 어디를 가더라도 뛰어난 절경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장회나루가 내려다보이는 구담봉과 청풍호의 길게 뻗은 물길을 볼 수 있는 옥순봉은 단연 으뜸이다. 구담봉과 옥순봉을 오르는 등산로는 장회나루를 조금 못 미친 계란재에서 시작한다.
20분쯤 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으로 가면 옥순봉, 오른쪽으로 가면 구담봉이다. 옥순봉은 서쪽을 향하며 제천시에 속했고, 구담봉은 단양에 속한 봉우리로 동쪽을 향하고 있다. 청풍호의 뱃길 구간은 총 52㎞지만 이 중에서도 최고로 치는 곳은 장회나루터에서 청풍나루터를 잇는 구간이다. 정말로 조물주가 손으로 주물럭거려 만들어놓은 것처럼 신기한 모양의 바위들, 또 거기에 딱 맞는 이름까지 눈에 들어오는 풍경들을 보면 그저 감탄만 터져나온다.
배는 어느덧 청풍나루터에 닿는다. 나루터 바로 위쪽에는 청풍호가 생기면서 수몰된 마을과 문화재를 옮겨다가 재현해놓은 ‘청풍문화재단지’가 있다. 청풍문화재단지는 하회마을이나 양동마을 등과 달리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껍데기 마을이다. 단지 전시만을 위해 지어놓은 곳이라 조금은 딱딱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곳곳에 물건의 이름과 용도 등을 써놓은 설명이 붙어 있어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청풍대교와 청풍문화재단지 주변의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팔각정에 오르면 독특한 소나무 두 그루를 볼 수 있다. 마치 하나의 나무처럼 생겼지만 각각의 뿌리가 다른 ‘연리지’다. 청풍문화재단지에는 보물로 지정된 청풍한벽루와 청풍석조여래입상도 있으니 빼놓지 말고 보고 오자.
청풍문화재단지 뒤쪽에는 비봉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청풍호반케이블카에 탑승할 수 있다. 높이 531m의 비봉산까지 약 2.3㎞ 구간을 운행하는데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외국 유명 관광지 못지않다.
우람한 기세의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과 천태종의 총본산인 구인사, 온달동굴을 품은 테마공원인 온달관광지, 하늘로 솟아오른 사인암 등 단양의 다양하고 신비로운 볼거리들은 하루 이틀로는 모두 둘러보기 힘들 정도로 즐비하다. 올여름 휴가 계획에 단양을 끼워넣을 이유가 충분하다.
박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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