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회상을 떠올리면 생명철학은 정말 많이 무시되는 것 같이 느껴요.
인간의 권리, 인권이 강력하게 솟아오르고 또 개인이라는 관념이 강력하게 자리잡으며 그 정도가 심해지는 듯해요.
생명은 끝없이 이어져가고 순환되는 특징이 있는데
안창호, 이승훈, 조만식, 유영모, 함석헌 등 선배들, 스승들을 통해 전해진 얼이 어느샌가 끊어졌다는 것이,
우리 모두의 생명이 지금 위태하다는 신호처럼 들렸습니다.
하지만 밭작물이 모두 말라죽어도 밭이 사막으로 변하지 않는 이유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여기저기 어우려져 살아가는 들풀들 덕분이지요.
검은 비닐을 둘러쳐도 작은 틈이라도 있으면 뚫고 솟아오르는 들풀들의 생명력 덕분이지요.
끊어졌다는 세대에서도 그리고 지금도 들풀과 같은 이들이 이 땅 구석구석을 지탱했을 거라 생각했어요.
한편 강의를 통틀어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우리네 민족성이었어요.
해가 뜨는 곳을 향해 걸어가고 또 걸어가고 그렇게 해를 보며 더 갈 수 없는 곳까지 온 우리 민족.
아침에 떠오르는 해처럼 밝고 희망차고 솟구쳐오르고 일어나는 우리 민족.
한국에서 드러나는 현실은 참 암담하지만 먹구름 뒤에서도 해는 떠오른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선명하게 느끼는 우리이기 때문에
이렇게 강의 듣고 공부하고 배운 것 바탕으로 희망차게 삶을 일구어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동서가 만나 큰 에너지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 트로트라는 재밌는 예도 있었는데
사실 저는 썩 흥미가 없는 음악이라 잘 이해되진 않았어요.
오히려 융합이라는 목표 혹은 강력한 힘이 각자가 가졌던 고유한 부분들을 잃어버리게 만드니
그것이 더 위험한 현상이 아닐까 생각도 들었어요.
요즘은 씨앗도 이것저것 섞어서 일명 하이브리드 종자를 만들어요.
그런 종자는 상품성은 좋지만 여러가지 취약점 때문에 농약과 온실, 시스템의 통제가 필요합니다.
심지어 다음 대를 이을 수도 없는 불임씨앗입니다.
그것이 과연 생명을 지키는 기술인가 묻는다면 오히려 훼손하고 유린하는 기술인 것 같아요.
우리는 그것을 먹을 수밖에 없는 시스템 속에서 살고 있지요.
반생명철학이 아니닿은 곳이 없는 지금,
우리의 민족성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보다 더 오래되고 거대한 뿌리를 만나고 싶습니다.
해 뜨는 곳을 향해 끝없이 걸어가는 우리의 살림으로부터 새 역사가 시작된다는 것을 가슴에 새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