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으로 배우는 漢文이야기. 212회 2014. 12. 16.
어떤 것이 아름다움의 정의인가.
毛嬙麗姬 人之所美也 魚見之深入 鳥見之高飛 麋鹿見之決驟(모장여희 인지소미야 어견지심입 조견지고비 미록견지결취 ; ‘모장은 고운 여인이라 사람들이 보기에 아름다웠다(?모장과 여희는 미인이다). 하지만, 물고기가 보고는 깊은 곳으로 숨어버리고 새가 보고는 높이 날아 달아나고 고라니가 보고는 마구 달려가 숨더라.’ 장자 내편 제물론(齊物論)의 한 구절이다. 미인이니 잡초니 하는 명명들이 다만 사람의 관점일 뿐 그 사물의 본질이나 절대적인 정의는 아님을 말하는 대목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대부분의 정의는 각각의 처지에 따라 서로 다른 관점일 뿐이다. 모장(毛嬙)은 본명이 왕장(王嬙)인 전한 원제(前漢 元帝)의 후궁 왕소군(王昭君)이다. 우리는 동물들도 무서워 달아나는 서시, 왕소군, 초희, 양귀비를 4대 미인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글쟁이들은 낙안, 침어, 폐월, 수화라는 단어까지 만들어 그들의 미모를 대변하는 허구를 부추긴다. 미워할 수 없는 문학적 허풍이다. 왕소군은 원제의 후궁이었으나 5년 동안 황제의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 화공 모연수는 뇌물을 주지 않는 왕소군을 늘 실물보다 못생긴 얼굴로 그렸으므로, 화첩을 보고 후궁을 선택하는 왕의 눈에 뜨일 수가 없었다. 이때 흉노의 침략에 굴욕적 화친을 맺게 된 원제는 한의 공주를 볼모로 흉노와 혼인시키게 되었다. 연회장에서 왕소군을 본 선우는 왕소군을 요구하였고 원제도 왕소군이 절세미인이라는 사실을 이날 처음으로 알았다. 그러나 이미 약속을 하였던 까닭에 그녀를 선우에게 보낼 수밖에 없었다. 흉노 땅으로 가던 왕소군이 비파를 켜며 자신의 신세를 노래하자 하늘을 날던 기러기가 그의 미모에 정신을 잃고 날갯짓을 멈추는 바람에 땅으로 떨어졌다. 이것이 낙안(落雁)의 어원이라고 한다. 호지무화초 춘래불사춘(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오랑캐 땅에는 꽃도 풀도 없으니 봄이 왔으나 봄 같지 않구나.)이라는 왕소군의 시는 우리가 다용도로 활용하는 유명한 시구 중 하나이다. 서시(西施)는 월왕(越王)구천의 신하인 범려가 계략으로 오왕(吳王) 부차에게 접근시켜 오나라를 멸망하게 한 경국지색의 대표적 여인이다. 심장병을 앓고 있던 서시는 자주 얼굴을 찡그렸다. 여인들이 서시의 흉내를 내면 아름답게 보일 것이라 생각하여 얼굴을 찡그리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 맹목적으로 남을 따라한다는 의미의 서시효빈(效嚬)이라는 단어가 여기서 생겼다. 서시가 물가에 앉아서 고기를 들여다보자 물고기가 서시의 아름다움에 부끄러워 깊이 숨어버리더라는 말이 침어(沈魚)이다. 야생의 물고기나 짐승은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면 무서워서 달아나버리는 것이 사실이다. 하늘을 날던 기러기가 우연히 땅으로 떨어진 이유는 알 수 없다. 침어나 낙안이라는 단어는 문학의 재미있는 상상력이며 묘미가 틀림없지만 순전히 허구이며 문학 작가의 기발한 발상의 산물일 뿐이다. 그리고 일부 인간의 가치관이다. 왕소군과 서시를 낙안침어라는 4자문구로 만들어 놓고 사자대구(四字對句)만들기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초선과 양귀비로 폐월수화라는 문장을 만들었다. 초선은 후한 말 헌제(獻帝)때 사도 왕윤(王允)의 가기(歌妓)였다가 동탁(董卓)과 여포(呂布)의 후처(後妻)가 되었는데 사서(史書)에는 없는 인물이므로 실제 인물이 아닌 가상의 인물일 것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