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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신공은 1919년 경기도 광주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한 협의로 투옥되었으며, 그 후에도 일제의 압박과 감시로 경기도 여주에서의 학당운영이 중단되고 생활고와 망국의 울분을 이기지 못하고 1928년에 자결하신 애국지사이다. 정부에서 건국훈장 애국장을 서훈하여 그 공로를 기렸다.
2019년 하반기에 착수하여 11월에 시 38수는 번역완료 되었다.
이 시집이 종중이름으로 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아직 어느 종중과도 협의되지 않았다.
이 시집은 정제신공의 서훈심사단계에서 존재를 모르는 상태였고 2018년 11월에 이르러서야 확인되었으므로 독립운동단체, 관련 지자체, 종중 등에 활용되었으면 한다.
게시 용량문제로 상, 하 2 부분으로 나누어 게시합니다. 관련사진 등은 용량되는대로 보충하겠습니다.
3.1 운동 애국지사 정제신 한시집
東遊記聞
동유기문
번역·편집 정철중
2020. ㅇ. ㅇ.
광주정씨 ㅇㅇ공파종중
목차(目次)
ㅇ 한시집을 발간하며 - 망국의 한과 독립의 짐은 항상 가슴을 짓눌렀다. 정철중 1
ㅇ 발간사,
ㅇ 발간사,
Ⅰ. 시문(詩文) : 38수
1. 석우리 원보상 쉬운(石湡里元報常晬韻) : 석우리의 원보상씨 수연에 부쳐
2. 주암리 심종은 쉬운(注岩沈鍾殷晬韻) : 주암리의 심종은씨 수연에 부쳐
- 1926년 4월 8일
3. 방초(芳草) : 향기로운 풀(백성들아 일어나라!)
4. 4월 26일 상교리 유년 학당 간친회(四月二十六日上橋里幼年塾懇親會韻)
5. 만(挽) : 고종의 승하를 애도하다
6. 단오(端午)
7. 균리(筠裏) : 절개와 충심(忠心)
8. 대맥(大麥) : 보리
9. 취암 이종주(翠岩 李鍾朱)
10. 희우(喜雨) : 반가운 비
11. 일(日) : 해와 황제
12. 대한(大旱) : 큰 가뭄
13. 성(星) : 별
14. 우(又) : 별 2
15. 하한(河漢) : 은하수
16. 정종대왕몽중작(正宗大王夢中作) : 정조대왕이 꿈속에서 한 숨 짓다
- 고종의 퇴위와 군대해산
17. 계신시(戒慎詩) : 경계(警戒)하여 삼가하다
18. 사양(斜陽) : 석양 빛
19. 대맥(大麥) 2 : 보리 2
20. 등봉암(登鳳岩) : 봉암에 올라
21. 립(笠) : 삿갓
22. 송(松) : 소나무
23. 맥랑(麥浪) : 보리 물결
24. 앵(鸎) : 꾀꼬리
25. 홍(虹) : 무지개
26. 관창(觀漲) : 큰물 나다
27. 희청(喜晴) : 장마 끝 청명한 날씨에 환호하다
28. 신정(新亭) : 정자를 새로 짓고
29. 풍(風) : 바람
30. 선(扇) : 부채
31. 묵(墨) : 먹
32. 어부(漁夫)
33. 한강(漢江)
34. 고려자기(高麗瓷器)
35. 감고(舌甘苽) : 참외(감과 甘瓜)
36. 희우(喜雨) 2 : 반가운 비 2
37. 계룡산(鷄龍山)
38. 적상산성(赤裳山城)
Ⅱ. 「동유기문(東遊記聞)」 원본사진
Ⅲ. 가계(家系) 및 행적(行蹟)
1. 직계세계(直系世系)
2. 가계도(家系圖)
3. 3.1 만세운동에 대한 법원 판결문
4. 정제신(鄭濟莘, 1883~1928)공 묘갈문(墓碣文)
5. 정제신공의 여주(驪州) 학당(學堂) 및 거주지
6. 건국훈장 애족장(建國勳章 愛族章) 훈장증, 1992년 3월 1일
7. 국가유공자증, 1993년 6월 1일
8. 기념패, 2012년 3월 1일 광주시장
9. 9세 전라좌수사 정응규(鄭應奎) 공 묘소
10. 10세 동지중추부사 증호조판서 정연(鄭演) 공 묘소
11. 11세 조산대부 장릉참봉 정광문(鄭光門) 공 묘소
12. 12세 처사(處士) 정시(鄭糹式) 묘갈문
13. 13세 무과급제 정시상(鄭時相) 공 묘소
14. 14세 정계(鄭棨) 공 묘소
Ⅰ. 시문(詩文) : 38수
1. 석우리 원보상 쉬운(石湡里元報常晬韻) : 석우리의 원보상씨 수연에 부쳐
* 경기도 여주군 북내면 석우리(麗州郡 石隅里)
< 인신실친빈빈(人身室親賓賓) 운시(韻詩) >
설호당일노성인(設弧當日老成人)
육십년전편시신(六十年前便是身)
송축시가환구족(頌祝詩歌歡九族)
강령리락공삼친(康寧里落共三親)
생신잔치 당일 경륜 높은 노성인 되시고
육십년 전 이 몸이 나셨네
송축 시와 노래로 친족들 모두 기뻐하고
건강하고 마음 편안하니 이웃이 모두 삼친일세
계세문장칭효제(繼世文章稱孝悌)
전가산업수청빈(傳家産業守淸賓)
덕문여경지금원(德門餘慶知錦遠)
영라신사헌하빈(詠羅新詞獻賀賓)
대 이어 문장 높고 효제를 칭송받고
선대 가업 이어받아 맑고 깨끗한 삶 지켜왔으니
덕망 높은 집안에 후대로 이어온 경사는 부와 멀리했음을 알겠구나
새로운 글 적어 읊으며 손님들이 줄지어 축하하고 헌정하네
치덕항다종복인(齒德恒多種福人)
칭상호석융전신(稱觴弧席隆全身)
풍청보슬화의실(風淸寶瑟和宜室)
일영반의지양친(日永班衣志養親)
치덕이 높으시니 복을 많이 주신 분이네
호석에서 장수하시라 술잔을 받으시니 온몸에 기운이 내리네
풍속이 청빈하고 거문고 소리 보배로 여기니 가정도 화순하고
하루 종일 서성이며 효행을 두루 행하니 부모를 모시는 뜻이 깊구나
영가시서전구업(盈架詩書傳舊業)
별구천석불혐빈(別區泉石(주1)不嫌貧)
고문가경방무애(高門佳慶方無艾)
위송남해만좌빈(爲松南陔滿座賓)
선반에 가득한 시서는 구업을 전하고
잘 어울어진 수석조차 가난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네
지체 높은 가문의 아름다운 경사에 축하는 끝남이 없어
소나무 남쪽 층계엔 손님이 가득 자리 잡았네
종래치덕달존인(從來齒德達尊人)
백발창안노대신(白髮蒼顔老大身)
계유배준담낙실(繼有杯樽湛樂室)
나감숙수봉노친(那堪菽水奉勞親)
평생 내려온 덕행 높아 존경받는 어른 되시고
큰 체구에 나이 들어 얼굴 야위고 백발이 되셨는데
연달은 축하 술잔에 집안 가득 즐거워라
콩 먹고 물 마시는 가난 속에서 부모님 극진하게 봉양하셨네
정유보수창기후(庭有寶樹昌其後)
주공수운하불빈(廚供需雲賀不賓)
갱파무장기경복(更把蕪章祈景福)
은춘서일조빈빈(殷春瑞日照賓賓)
뜨락에 아끼는 나무가 있어 앞으로도 번성하고
부엌에선 쉴 새 없이 노고를 다하는데 하례 손님은 보이지 않네
다듬어지진 않았지만 다시금 시문을 잡고 공의 경복을 기원하며
밝은 봄 상서로운 날 손님 모두에게도 따스한 햇살이 비추리라
주1) 별구천석(別區泉石) : 조선시대 말기의 풍속도를 보면 수석과 난초 화분 등이 연회석이나 잔치 집의 주요한 장식으로 등장하고 있다. 직접 집에서 기르고 감상하지 않더라도 임대라도 하여 분위기를 살린 듯하다.
* 호연(弧宴) = 수연(晬宴) : 생일잔치
* 이락(里落) : ①마을, ②촌락(村落), ③촌리(村里)
* 삼친(三親) : 세 가지의 가장 친(親)한 사이. 즉 부자(父子), 부부(夫婦), 형제(兄弟)
* 여경(餘慶) : 남에게 좋은 일을 많이 한 보답으로 뒷날 그의 자손이 받는 경사(慶事)
* 칭상(稱觴) : 헌수(獻壽)
* 천석(泉石) : ①샘과 돌 ②산수(山水)의 경치(景致), ③수석(水石)
* 창안백발(蒼顔白髮) : 늙은이의 쇠한 안색(顔色)과 센 머리털
* 담락(湛樂) : 평화롭고 화락(和樂)하게 즐김
* 숙수(菽水) : 콩과 물. 곧 변변하지 못한 검소(儉素)한 음식(飮食)을 이름
* 숙수지공(菽水之供) : 콩과 물로 드리는 공, 가난 속에서도 정성을 다하여 부모를 잘 섬기는 일
2. 주암심종은쉬운(注岩沈鍾殷晬韻) 주암리 심종은 수연에 부쳐
- 1926년 4월 8일
* 여주군 북내면 주암리(麗州郡 北內面 注岩里)
< 금심림심짐(今深林心斟) 운시(韻詩) >
공가다경한당금(公家多慶罕當今)
수악고고복해심(壽嶽高高福海深)
백세하수첨해옥(百歲遐壽添海屋)
일생청개애산림(一生淸槪愛山林)
벼슬살이 양반가에 경사가 많은데 요즘에는 드물다네
나이의 큰 산은 높고도 높지만 그 복도 바다와 같이 깊어라
백세로 가는 고령에 바다와 같은 넓은 집을 더하고
일생동안 맑은 풍채 산과 나무를 좋아했네
춘조만대감화색(椿條滿帶(주2)湛和色)
체악장존우의심(棣萼(주3)長存友誼心)
무채제손빈헌작(舞彩諸孫頻獻酌)
금단천립공화짐(金丹千粒共和斟)
참죽나무 가지를 무수히 거느리니 화목하기 그지없고
좌장(棣萼)으로 오래 계시니 벗들과 우의도 돈독하네
모든 자손들이 춤추며 하객은 틈틈이 헌작하고
금단 천 립인 양 같이 술잔을 주고 받네
고문경시계우금(高門慶始繼于今)
울울청송수음심(鬱鬱靑松垂蔭深)
신세청한동수죽(身勢淸閒同水竹)
생애담백낙운림(生涯淡白樂雲林)
명문가의 경사가 시작되어 오늘 까지 이어지니
울울창창한 푸른 소나무에 시원한 그늘도 깊구나
신세가 맑고 여유로워 수죽과 닮았으니
생애가 담백하고 즐거움은 구름 숲 같네
주존수거환흔지(酒樽數擧歡欣地)
시축전서축하심(詩𨋀全書祝賀心)
원강정란쟁헌수(原棣庭蘭爭獻壽)
문장옥액공상짐(又將玉液共相斟)
술 단지 여러 번 들어오니 기쁘기 그지없어라
시가 꾸러미 되어 축하 마음 가득하다
앵두나무와 뜨락의 난향기도 다투어 장수를 기원하고
또다시 맛 좋은 술 나누어 서로 함께 잔 나누네
육십년전편시금(六十年前便是今)
고문화기일구심(高門和氣日俱深)
별구천석유점지(別區泉石留占地)
분포수마좌우림(分鋪垂麻左右林)
육십년 전 태어나신 날이 바로 오늘인데
명문 집 따스한 기운이 나날이 두텁구나
오묘한 수석이 자리 잡아 앉아있고
삼베를 늘어뜨려 자리를 나누니 좌우로 숲을 이루네
가법왕응권검교(家法王凝勸儉敎)
천자동씨효자심(天資董氏(주4) 孝慈心)
빈연경찬무강축(賓筵竟攢無疆祝)
경일환정수거짐(竟日歡情數擧斟)
집안의 법도가 어른 말씀 좇아 근검을 교육하니
천품은 동씨요 효심 깊고 자애롭네
잔치에 사람 모여 만수무강 축원하니
오늘은 기쁜 마음으로 연이어 잔을 받으시네
병인년시우회금(丙寅年(주5) 是又回今)
화갑덕문낙의심(花甲德門樂意深)
신강일진동불조(身降日辰同佛祖)
가전시례칭유림(家傳詩禮秤儒林)
병인년은 바로 육십년이 돌아온 해인데
화갑 맞은 덕문에 즐거운 뜻은 깊구나
태어나신 날이 부처님 오신 날과 같고
집안에 내려온 시예의 가르침을 유림이라 칭송하네
시정난곡진기상(時停鸞鵠(주6) 眞奇像)
명응척령극애심(鳴應鶺鴒極愛心)
하어쟁등환소석(賀語爭騰歡笑席)
주경북해가빈짐(酒傾北海可頻斟)
때때로 머무는 난새와 백로는 진기한 형상이고
할미새 우는 뜻은 지극한 사랑의 마음일세
축하의 말을 다투어 올리니 자리엔 웃음이 떠나지 않고
북해에 술병 기울여 자주 올려도 괜찮을까?
경유선음계우금(慶由先蔭繼于今)
화갑첨수해옥심(花甲添壽海屋深)
효제가풍칭리항(孝悌家風稱里巷)
문장사업동사림(文章事業同詞林)
선조의 숨은 은덕으로 경사가 오늘에 이었으니
화갑에 수를 더하여 해옥이 깊겠구나
효도하고 우애 깊은 가풍은 동리에 칭송이 자자하고
문장의 뛰어남도 한림(翰林)에 버금가네
신동석씨다강복(身同石氏多康福)
강반석가양선심(降伴釋迦養善心)
현부금손쟁헌수(賢婦今孫爭獻壽)
반도공진주상짐(蟠桃共進酒相斟)
건강은 석씨를 닮아 강복이 많고
부처님 오신 듯 선한 마음을 수양하셨네
어진 며느리와 자손들이 서로 술잔을 올리고
반도를 받들어 술과 함께 올리네
고인화갑정당금(高人花甲正當今)
적선여영낙의심(積善餘榮樂意深)
신치천금배호치(身致千金排好畤)
가분중제만방림(家分衆弟隔芳林)
고인의 화갑이 바로 지금
선대께서 선행으로 후손 영화 빛냈으니 즐거운 뜻이 깊구나
누가 천금을 쥐고 좋은 제단을 물리치겠는가!
집은 많은 아우들에 나눠 주고 방림 또한 나누었네
난아사득장춘색(蘭芽舍得長春色)
옥액인공불노심(玉液引供不老心)
화기만당빈작주(和氣滿堂頻作酒)
기영가대공영짐(耆英可待共迎斟)
집 뜨락 난초 싹 틔우니 춘색이 완연하다
맛 좋은 술 내어 베푸시니 마음이 늙지 않네
따스한 기운 가득하여 술 잔 나누기 바쁘구나
기영을 기다리며 함께 술 차례 기다리네
호연중설일지금(弧筵重說日之今)
적덕가중세월심(積德家中歲月深)
성력승가광호설(誠力承家光戶楔)
괴안엄좌낙천림(魁顔儼坐樂泉林(주7) )
오늘 잔칫날 자꾸 말하지만
덕 쌓아 온 집안이 오랜 세월 베푸셨네
성실히 선대 교훈을 받들어 집안이 빛나고
편한 모습 의젓이 좌정하니 전원 집이 즐겁구나
잡좌가빈등하어(匝座佳賓騰賀語)
만문친척무환심(滿門親戚務歡心)
구연독약호정서(龜蓮鳧藥互呈瑞)
축수부도주이짐(祝壽不徒酒以斟)
두루 앉은 손님들이 경하 인사를 올리고
가득 모인 친척들도 기쁜 마음으로 받드네
거북과 연밥 오리와 약초 정성스런 선물을 올리며
축수하고 한 명 한 명 술잔을 주고 받네
좌상신선내견금(坐上神仙乃見今)
청송고택덕음심(靑松古宅(주7) 德陰深)
오유동자난참말(吾惟童子難參末)
저파송시송묵림(柢把頌詩送墨林)
하늘에 앉아계신 신선이 오늘을 굽어보니
청송 고택에 음덕은 더욱 깊어라
동자는 끝까지 동행하기 어려우니
공덕 기리는 시를 들고 숲 우거진 집을 떠나네
주2) 춘조만대(椿條滿帶) : ‘참죽나무 가지를 무수히 거느리니’는 자손이 번창했다.
주3) 체악장존(棣萼長存) : 체악(棣萼)은 앵두나무의 꽃받침인데 앵두나무의 꽃을 지탱하는 중심이자 받침대로 모임의 중심이 되는 좌장(座長)같은 인물이라는 뜻으로 생각된다.
주4) 서거정(徐居正)의 <효자도십영(孝子圖十詠)>이 있는데, 효자도(孝子圖) 병풍에 10수의 시를 붙였다. 고려 이제현(李齊賢)의 익재집(益齋集)에서 9수의 시를 인용했다. 이 시중 동영대전(董永貸錢)이라는 시(詩)가 있다. 동영(董永)이란 사람은 천승(千乘)이라는 나라의 사람인데,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나 장례비가 없었다. 부잣집에 만량을 빌어 장례를 치르고 갚을 길이 없어 하인이 되기로 하였다. 하인이 되러 가는 길에 직녀(織女)의 화신인 미인을 만나 아내로 삼게 되었고 직녀가 비단 삼백 필을 짜서 동영이 하인 되는 것을 면하게 했다 한다.
주5) 병인년 : 1926년. 정제신공은 44세가 되셨다.
주6) 난(鸞) : 전설 속에서 봉황(鳳凰)과 비슷한 새를 가리킨다. 『산해경(山海經)』 「서산경(西山經)」에 따르면 이 새는 여상산(女床山)에 살고 있으며, 생김새는 꿩을 닮았고 오색 무늬가 있는데, 이 새가 나타나면 세상이 편안해진다고 했다.(네이버 지식백과)
주7) 천림(泉林), 무림(茂林), 청송고택(靑松古宅) : 심종은 공의 집은 산에 가까운 전원(田園)에 위치한 것으로 보인다.
* 금단(金丹) : 선단(仙丹), ①신선(神仙)이 만든다고 하는 장생불사(長生不死)의 영약, ②또는 먹으면 신선(神仙)이 된다는 약(藥)
* 시례지훈(詩禮之訓) : 시(詩)와 예(禮)의 가르침이라는 뜻으로 자식(子息)이 아버지에게서 받는 교훈(敎訓)
* 반도(蟠桃) : 3천 년 만에 한 번씩 열매가 열린다는 선도(仙桃)
* 고인(高人) : 벼슬을 사양하고 세상 물욕(物慾)에 뜻을 두지 아니하는 고상(高尙)한 사람
3. 방초(芳草) : 향기로운 풀(백성들아 일어나라!)
* 일제의 압박에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 독립을 쟁취하자는 은유적인 우국시
< 비비석의(飛扉席衣) 운시(韻詩) >
불수곡구낙화비(不愁谷口落花飛)
가련방초속죽비(可憐芳草続竹扉)
침좌유향유객극(侵座幽香留客屐(주8) )
만경녹색총인의(萬徑綠色襲人衣(주9) )
시름 잊고 골짜기에 들어서는데 떨어진 꽃잎이 흩날린다.
가련한 방초는 대나무 사립문 옆에 자리했네
그윽한 향 자리 침범하여 나막신 신은 객이 차지하니
만 갈래 길에 사는 푸른 풀들이 사람의 옷을 갈아입네
좌의방초가상비(坐宜芳草可觴飛)
지주여군즉출비(持酒與君卽出扉)
성유불사적금석(性柔不辭籍錦席)
기향역호불춘의(氣香亦好拂春衣)
얌전히 앉아있던 방초들이 술잔 들어 일어나니
임군과 함께 술병 잡고 어느새 사립문 밖으로 나섰구나
성품은 순하지만 임금의 비단자리 빼앗음도 불사하니
기백과 향기 또한 좋으니 봄옷입고 나서야지
주8) 객극(客屐) : 나막신 신은 객, 일제의 침략자
주9) 만경녹색총인의(萬徑綠色襲人衣) : ‘만 갈래 길가의 푸른 풀들이 사람의 옷을 입는다.’라는 것은 풀뿌리인 백성이 항거하여 일어난다는 뜻이다.
∎ 시 해설 : 은유(隱喩)적으로 표현한 우국(憂國)의 시
이 시를 지은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시집의 편집이 시기 순으로 되었다면, 앞에 있는 ‘주암심종은쉬운(注岩沈鍾殷晬韻)’이 1926년 4월 8일에 쓴 시이다. 순종의 승하가 1926년 4월 26일이다. 내용으로 보면 고종임금이 승하하시고 발생한 1919년의 삼일운동이 연상된다. 이 시는 기존에 지은 시를 중간에 끼워 넣은 것으로 추측된다. 뒤에 보이는 ‘정종대왕몽중작(正宗大王夢中作)’이 1907년의 군대해산과 고종의 퇴위를 암시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잡초와 방초는 온 들판을 지배하는 흔한 풀을 말하지만 백성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나라 잃은 백성은 떨어진 꽃잎처럼 골짜기에 뒹군다. 방초가 사는 곳은 절기를 상징하는 대나무 사립문 옆인데, 기백이 넘치고 기품 높은 백성이 사는 이 강산에 침략자가 나막신을 신고 들어서니 백성이 항거하여 술잔을 들고 봉기한다. 술잔은 태극기요 항일의 의기(義旗)이다. 너도 나도 술잔 들어 임금과 함께 사립문을 나섰다 하니, 백성이 임금과 함께 독립운동, 만세운동에 나선다는 뜻이다. 무기도 없고 군대도 없는데 기개 높고 기향(氣香) 좋은 봄옷 입고 나서는 충절(忠節)은 드높다.
4. 4월 26일 상교리 유년 학당 간친회(四月二十六日上橋里幼年塾懇親會韻)(주14)
< 루두조구류추(樓頭鳥鷗流秋) 운시(韻詩) >
권오학업상서루(勸吾學業上書樓(주10) )
부노연공대야두(父老(주11) 聯笻大野頭)
원포다성심수안(遠浦多聲尋水雁)
평사한석숙호구(平沙閒夕宿芦鷗)
나의 학업을 북돋아 서루에 올라보니
늙으신 아버지 지팡이 잡고 넓은 들판 머리에 서계시네
멀리 개천의 왁자지껄한 소리는 먹이 찾는 기러기인가
모래 벌 한가한 저녁 물새가 갈대밭에 잠을 청하네
결구소정신제도(結構小亭(주10) 新制度)
환영고회진명류(歡迎高會盡名流)
녹음쾌승화간음(綠陰快勝花間飮)
차희전가근맥추(且喜田家近麥秋)
조그만 정자 짓고 학당 제도 새롭게 하고
성대한 모임 열어 환영하니 이름난 인사 다 모였다
녹음은 아름답고 꽃밭에서 술 한 잔 마시네
농가에게 기쁜 일은 보리 수확이 가까워진 것이네
차일선유설차루(此日選遊設此樓(주10) )
가빈연접벽계두(佳賓延接碧溪頭)
교음녹수청황조(嬌音綠樹聽黃鳥)
한흥청강문백구(閒興淸江問白鷗)
오늘 날 잡아 놀기로 하고 이 정자를 지었지
맑은 시냇가 머리에서 훌륭한 손님 연달아 맞이하고
푸른 나무 흥얼거리는 소리와 꾀꼬리 지저귀는 소리 들리네
맑고 푸른 강은 갈매기 소리에 한가롭다가도 분주하구나
휴주방인다경물(携酒芳茵多景物)
제시금축호풍류(題詩錦𨋀好風流)
고성대소장원자(高聲大召壯元者)
사월흉금석약추(四月脑衿爽若秋)
맛좋은 술병 차고 자리 잡으니 승경이 아름답다
비단 두루마리에 제목 달아 시를 지으니 풍류가 일품이고
소리 높여 크게 장원 부르니
사월의 흉금이 가을처럼 상쾌하다
청연거후우등루(靑蓮去後又登樓(주10) )
만목경광농필두(滿目景光籠筆頭)
동가경일친황조(同歌竟日親黃鳥)
관식평생우백구(慣識平生友白鷗)
푸른 연 꽃 진 후 다시 서루에 오르니
붓통 머리에 풍경이 눈 가득 펼쳐지네
하루 내내 같이 노래 부르며 꾀꼬리와 친해졌는데
익숙한 평생 친구는 물새뿐이네
방초노중삼리로(芳草露中三里路)
녹양연외일계류(綠楊煙外一溪流)
차석권유비부족(此席勸遊非不足)
하여복약국화추(何如復約菊花秋)
이슬 맞은 방초는 삼리길인데
푸른 버드나무 안개 너머 한 줄기 시내 흐르네
이 자리 앉아 즐겁게 놀기에는 부족한 데 없는데
어찌 다시 약속할까 국화 피는 가을을
복차명구기차루(卜此名區起此樓)
황려강북봉암두(黃驪江(주12) 北鳳岩(주13) 頭)
인간아역수양조(人間我亦隨陽鳥)
물외군개폄수구(物外君皆泛水鷗(주14) )
이 아름다운 곳 자리 잡은 누대에서 일어나 바라보니
황려강 북쪽의 봉암 머리일세
사람들 나 역시 버드나무 앉은 새 좇아 바라보거니
세상 물정 알 수 없는 임금(君)은 물위에 떠 있는 물새로다
통음홀생연협기(痛飮忽生燕俠氣)
청류복도진풍류(淸流復覩晋風流)
부생불가환오소(浮生不可歡娛少)
류득홍안도기추(留得紅顔度幾秋)
속 쓰리도록 과음하고 홀연히 살아났으니 연회는 호방한 기상이네
맑은 물 다시 보니 진나라의 풍류가 있다
덧없는 인생 모든 것 불가하니 기쁘고 즐거운 일은 적다
젊은 시절 머무르기를 몇 번의 가을을 맞으랴
수재경영차일루(數載經營此一樓(주10) )
금당천북벽산두(金塘川(주15) 北碧山頭)
어전염막내내연(語傳簾幕來來鷰)
유락강호폄폄구(㳺樂江湖泛泛鷗)
몇 년 관리하는 것은 이 하나의 정자인데
금당천 북쪽의 벽산 머리라네
옛 말이 염막에는 제비가 온다고 했는데
강과 호수에는 헤엄치고 노는 물새만 떠있네
반백종지경토옥(飯白從知耕土沃)
주향사각양천류(酒香使覺釀泉流)
양춘수시당당거(陽春雖是堂堂去)
환소다연불견추(歡笑多筵不見秋)
흰 쌀밥 다 알듯이 기름진 땅에서 나오고
술 향기 잊지 못해 흐르는 샘물로 술을 빚네
따뜻한 봄날은 비록 오늘인데 당당히 가버리고
기쁜 미소 좋은 잔치에도 가을은 보이지 않는구나
▪ 따뜻해도 봄은 가고, 기쁜 잔치를 벌여도 가을은 보이지 않으니, 아무 희망이 없는 시대적 현실이다
주공다의축서루(主公多意築書樓)
권학열성점상두(勸學熱誠占上頭)
오배과공동우조(吾輩課工同習鳥)
노옹심사등한구(老翁心事等閒鷗)
주인장은 여러 뜻이 있어 서루를 짓고
공부를 독려하고 열렬한 정성이 있어 항상 윗머리를 차지했다
우리들의 일과 공부는 이를 익히는 새와 같은데
늙은이의 심사는 한가로운 물새와 같다.
상산황사상고루(上山怳似上高樓)
조망무변원거두(眺望無邊遠擧頭)
천류개비환우조(穿柳豈非喚友鳥)
하강의시규어구(下江疑是窺魚鷗)
잠시 산에 오르는 것은 높은 루에 오르는 것과 닮아
끝없이 풍광을 조망하려 머리 들어 멀리 보네
싹이 돋는 버드나무가 어찌 친구 새를 부르지 않겠는가!
강으로 내려오기 두려운 것은 갈매기가 물고기를 엿보기 때문이네
봉암승복승등루(鳳岩(주13) 勝狀勝登樓)
회억봉상원거두(回憶鳳翔遠擧頭)
잡좌빈초홍옥우(匝座頻招紅玉友)
반와동욕백령구(盤渦同欲白翎鷗)
봉암의 승경은 누대에 올라야 한다
봉황 날아오르는 모습 돌이키며 머리 들어 멀리 보라
자리 마련하고 자주 부르면 훌륭한 벗이 모여들듯
소용돌이 속 흰 깃 갈매기도 마찬가지 생각이네
문주가연설차루(文酒佳筵設此樓(주10) )
등림제자호쟁두(登臨諸子互爭頭)
인간낙사재경의(人間樂事在傾蟻)
물외한정동범구(物外閒情同泛鷗)
이 정자 지어서 아름다운 술좌석 베푸니
누에 오른 사람들이 앞자리를 서로 다투네
세상에 즐거운 일은 개미처럼 다투고 있거늘
세상모르는 한량의 뜻이야 물위에 뜬 물새와 같구려
녹음사월시등루(綠陰四月始登樓)
앵축공구과도두(鶯逐笻鷗過渡頭)
헌앙견군군사학(軒仰見君君似鶴)
부침유아아여구(浮沈唯我我如鷗)
녹음 지는 사월에 누에 오르기 시작했는데
꾀꼬리는 갈매기 날개 짓 좇아 머리 위를 날아가네
난간에서 임금 우러러 바라보니 학을 닮으셨을까
세상의 부침을 나만 짊어졌을까 나는 물새와 같겠지
춘의련불상서루(春衣聯拂上書樓)
극화삼분설미두(劇話三分設尾頭)
백설앵가경다엽(百舌鶯歌驚多蝶)
수성어적무한구(數聲漁笛舞閒鷗)
연달아 봄옷의 먼지를 털고 서루에 올라왔다
연극의 이야기를 셋으로 나누어 서두와 후미로 만들었다
백가지 이야기와 꾀꼬리 노랫소리는 많은 나비를 놀라게 하였고
여러 차례 어부의 피리소리에 춤은 한가로운 물새가 추었다
문전영탑십년재(門前靈塔(주16) 十年在)
함외청계수곡류(檻外淸溪數曲流)
불취무귀금일락(不醉無歸今日樂)
원장차회속량추(願將此會續凉秋)
문 앞에는 영탑이 10년째 서있는데
난간 밖의 맑은 시내는 몇 군데나 감아 도네
취하지 않고 맨 정신으로 귀가한 적 없는데 오늘은 즐겁구나
원컨대 장차 이 모임이 시원한 가을에도 열렸으면
▪ 영탑의 곁에 집을 짓고 산지가 10년은 되었다는 뜻으로 집 옆에 시내가 흐른다. 여주에 오신 것이 1916년쯤 된다는 것이다.
고인근재봉서루(故人近在鳳西樓(주17) )
절간초초녹수두(折簡招招綠水頭)
대보군유천리익(大步君唯千里驥)
한정아역일강구(閒情我亦一江鷗)
옛 사람들이 근처에 봉서루가 있었다는데
푸른 숲 물가에서 편지를 접어놓고 불러보네
큰 걸음 내딛는 임금은 천리마이신데
한가한 뜻을 품은 나는 한 마리 물새일 뿐이네
주다송엽신위양(酒多松葉新爲釀)
어자도화이상류(魚自桃花已上流)
진일오유수질탕(盡日遨遊殊迭宕)
환착백발독선추(還着白髮獨先秋)
술은 송엽주가 좋다기에 새로이 빚었네
물고기들은 복숭아 꽃 아래에서 이미 상류로 가버렸고
하루 종일 헤엄쳐 놀며 질탕하게 지냈는네
빠르게 백발이 찾아와 홀로 먼저 가을 앞에 서있네
천유쾌승좌산루(川遊快勝坐山樓)
고설소담수상두(高設騷坍水上頭)
지지백일제래조(遲遲白日啼來鳥)
색색청림과거구(色色靑林過去鷗)
개천에서 상쾌한 경치를 즐기고 산속 누대에 앉아 있곤 했지
높게 지었는데 큰 소리 내며 물머리에 무너져 내렸네
하루 종일 지루한데 새가 와서 지저귀고
색색의 푸른 숲에서 물새는 날아가 버렸네
폄지어조위한사(窆知漁釣爲閒事)
휴설가음자속류(休說歌吟自俗流)
시벌욕의금곡주(詩罰欲依金谷酒)
란정해독미천추(蘭亭(주18) 奚獨美千秋)
고기 잡고 낚시하는 것은 한가한 일이지만
말 못하고 노래하고 시 읊는 것은 스스로 속류라는 것이네
시벌 받고 금곡주를 마시려하네
난정은 어찌 홀로 천년을 아름답게 빛냈을까
주10) 서루(書樓), 소정(小亭), 차루(此樓) : 결구소정(結構小亭), 즉 조그마한 정자를 지어 때로는 이 루에 올라 풍광을 감상하고, 시상(詩想)을 가다듬고, 유림(儒林)과 교유하고, 아이들을 교육하는 장소로 썼는데, 맑은 시냇가에 위치하고 영탑(靈塔)이 가까운 옆에 있다고 하므로 집과 정자의 위치는 바로 고달사지의 원종대사탑의 인근으로 추정된다.
주11) ‘부노연공대야두(父老聯笻大野頭)’의 부(父)는 친부이신 정동현(鄭東鉉)공이 1907년도에 졸(卒)하셨으므로, 일반적인 아버지로 봄이 타당하다
주12) 황려강(黃驪江) : 경기도 여주시 일대를 흐르던 남한강을 여강(驪江) 또는 황려강(黃驪江)이라 불렀다. 영월루 아래 큰 바위가 있다. 이 바위 밑 암혈(巖穴)에서 여흥 민씨 시조가 탄생했다는 전설이 있다. 이 바위에서 황마(黃馬)와 여마(驪馬)가 나왔다고도 전해지는데 여주의 옛 지명인 황려(黃驪)는 여기에서 유래되었다. 절벽에 <馬巖(마암)>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조선 말엽에 여주목사를 지낸 이인응(李寅應)이 썼다고 한다 : 출처 「한강의 시원(始原)을 따라」(정유순)
주14) ‘인간아역수양조(人間我亦隨陽鳥) 물외군개폄수구(物外君皆泛水鷗) 사람들 나 역시 버드나무 앉은 새 좇아 바라보거니 세상 물정 알 수 없는 임금은 물위에 떠 있는 물새로다’와 같이 나라 잃은 망국의 한이 시중에 수시로 드러나 있다. 적어도 임금을 순종으로 본다면 1926년 4월 26일이니 승하하신 다음날이다.
주15) 금당천(金塘川) : 여주의 북내면을 동서로 나누며 가로지르는 하천으로 주변에 충적지가 형성되어 있다
주16) 영탑(靈塔)은 여주 고달사지 원종대사탑을 말하는 듯하다. 고달사지에는 인근 산중턱에 승탑도 있는데 산 중턱에 있으므로 집터와 학당의 터로는 적합하지 않으므로, 원종대사탑으로 보아야 한다.
주17) 봉서루는 이름 그대로 봉암(鳳岩)의 서쪽에 지은 정자인지도 모르겠다. 봉서정은 금사면 이포리 수부말 마을 내에 세워져 있다. 원래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어 광주 이씨 문중이 1995년 지금의 위치에 2층 누각으로 중수한 것이다. 팔작지붕에 정면 3칸, 측면 2칸의 규모로 단청을 화려하게 채색하였으며, 정면엔 이형재(李衡載)가 쓴 “봉서정(鳳棲亭)” 현판이 걸려 있다. 봉서정은 고려말의 학자, 둔촌(遁村) 이집(李集, 1314~1387)이 이포(梨浦)로 낙향해서 세운 정자이다.(출처 : 주제로 보는 여주시사)
주18) 왕희지의 난정(蘭亭)과 난정서(蘭亭序) : 중국(中國) 절강성(浙江省) 소흥현(紹興縣) 남서에 위치하는 난저(蘭渚)에 있던 정(亭). 353년 3월 삼짇날, 왕희지(王羲之)는 가족과 친구들을 자신의 정자인 난정(蘭亭)으로 불러 봄맞이 연회를 가졌다. 정자는 사면이 대나무 숲과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굽이굽이 흐르는 강줄기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봄바람이 따스하게 부는 강가에 손님들이 자리 잡았다. 하인이 술잔을 흐르는 물줄기에 띄우고 술잔이 어딘가에 멈추면 술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손님이 즉석에서 시 한 수를 지었다. 시를 짓지 못하면 벌주로 술 석 잔을 마셔야 했다. 41명의 손님 중에 26명이 모두 37수의 시를 지었고, 왕희지(王羲之)는 이에 영감을 받아 그 유명한 서문을 썼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왕희지(王羲之)가 족제비 털로 만든 붓으로 비단에 서문을 적었다고 한다. 이 서문은 왕 씨 가문에 대대로 전해졌고, 가문의 마지막 상속자였던 즈융 스님이 그의 제자인 비안카이에게 맡겼다고 한다. 이 때 이미 3백 년 세월이 흘렀고, 당나라(唐, 618-907년) 시기에 이르렀다. 마침내 난정서(蘭亭序)는 그 필사본만을 봐 왔던 당(唐)태종(太宗)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더욱더 많은 난정서(蘭亭序)의 필사본이 발견됐고, 아니면 돌에 새겨지기도 했다. 그런데 전설에 따르면 당태종과 함께 진본이 그의 무덤에 묻혔다고 한다.
5. 만(挽) : 고종의 승하를 애도하다
* 시집의 편집 순서상 앞의 시가 1926년도이므로, 순종의 승하로 보인다. 다만, 내용상으로는 1919년 3.1 만세운동 직전의 고종의 승하로 보아야 설득력이 있다. 시의 순서가 반드시 지은 시기와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군대해산과 3.1운동 전후의 내용에 관한 시가 뒤에 실려있기 때문이다.
홀문곤외운괴정(忽聞閫外隕魁精)
산역명애수불평(山亦鳴哀水不平)
충의미종한북궐(忠義未終韓北闕)
식척상송진양성(息威尙頌晉陽城(주19) )
문득 마을 밖 소식 들으니 임금이 승하하셨다 하네
산도 구슬피 울고 물도 편안치 않고
아직 충성과 절의를 대한제국 북쪽 대궐에 다하지 못했는데
힘은 쇠하고 오히려 진양성의 전설만 칭송하게 되었구나
양호패변축루적(羊祜碑(주20) 邉蓄淚迹)
무협진상진고양(武俠陣上震鼓양)
가요상저동시적(歌謠相杵(주21) 同時寂)
원근무비읍실정(遠近無非泣實情)
양호의 타루비 옆에 눈물 쌓인 흔적만 남기네
무술 뛰어난 협객 되어 진중에서 우레 같은 북소리를 울리고 싶은데
방아타령 노래 그치고 적막감만 흐르네
멀고 가까운 곳 가릴 곳 없이 진정 흐느끼고 흐느낄 뿐이구나!
▪ 1919년 정월 고종(高宗) 승하 : 고종이 일본인에게 독살 당하였다는 풍문이 유포되어 민족의 의분을 자아냈으며, 인산례(因山禮)로 국장이 거행될 때 전국 각지에서 기미독립운동이 일어났다.
▪ 1926년 4월 25일 순종 승하
< 고종의 장례식, 남양주 홍릉에 도착한 국장 >
주19) 진양성(晉陽城) : 임진왜란 진주성 대첩을 말한다.
주20) 양호 타루비(羊祜 墮淚碑)는 중국 진(晉)나라 양호(羊祜)의 덕을 기리기 위하여 세운 비이다. 양호(羊祜 221~278)는 명문가 출신이다. 여동생 양유휘는 당대 최고 실력자인 서진 사마사(司馬師 208~255)의 아내 경헌양황후였고, 외할아버지는 당대의 명사이자 대학자였던 채옹(蔡邕 133~192)이었다. 또 외할아버지의 여동생은 동한 말기를 빛낸 여류 시인 채염(蔡琰, 피휘 蔡文姬)이었다. 이렇듯 남다른 가문에서 자랐음에도 양호는 근검절약을 몸소 실천하고 자신의 녹봉을 어려운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등 청렴결백하게 살았다.
그는 당시 정세를 면밀하게 분석한 끝에 오나라를 정벌하고 중국을 통일하는 원대한 방략을 제시했다. 양호의 정치적 삶과 모략은 삼국시대를 종결짓는 커다란 그림을 그리는 곳으로 초점이 모아져 있었다. 아울러 통일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는 데도 역점을 두었다. 중병을 얻어 귀향하면서도 자신의 후임으로 두예(杜預)라는 탁월한 인물을 추천하여 자신의 계획이 중단되지 않도록 배려했다. 그의 국가 방략은 반대파에 의해 좌절되었고, 그는 자신의 계획이 실천되는 것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가 죽은 지 2년 뒤, 진은 오나라를 평정했다.
진 무제는 "이 모두가 양 태부(양호)의 공이다"라며 그의 공로를 잊지 않았다. 그가 10년 넘게 벼슬살이를 했던 양양의 백성들은 현산에다 사당과 비석을 세워 그의 업적을 기렸는데, 길을 지나다가 비석을 보고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많아 두예는 이 비석을 눈물 흘리게 하는 비석이란 뜻으로 '타루비(墮淚碑)'라 불렀다.
주21) 상저가(相杵歌) : ②고려(高麗) 때의 가요(歌謠). 방아를 찧으며 부르는 노래로 작자ㆍ연대는 미상. 『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에 전(傳)한다.
6. 단오(端午)
풍동상중(風同上中) 운시(韻詩)
욕난헌헌고래풍(浴蘭軒戱古來風)
남리초초북리동(南里招招北里同)
부노쟁휴연수주(父老爭携延壽酒)
취환잡좌녹음중(醉歡匝坐綠陰中)
난헌(蘭軒)에서 연극을 하려 하니 옛날풍인데
남쪽 마을에서 오라하니 북쪽 마을도 오라하네
연로한 아버지를 서로 끌어서 장수하시라 연수주 드리고
그늘에 둘러앉아 기분 좋도록 취하네
단양시일유동풍(端陽是日有東風)
한기연천괴기동(旱氣連天乖氣同)
공자생상고호상(公子(주22) 生祥高戶上)
충신사절제강중(忠臣(주22) 死節祭江中)
오늘이 단오인데 동쪽 바람이 불고
가뭄이 계속되어 나쁜 기운이 있네
공자의 행적이 생각나 높은 곳에 오르니
충신으로 죽은 절개 강에서 제 올리네
장의애엽순첨벽(將醫艾葉徇簷碧)
방적앵도만두홍(方摘櫻桃滿䇺紅)
야노미감연수주(野老微酣延壽酒)
대기위좌결자웅(對棋圍坐決雌雄)
의원이 약쑥 잎을 처마에 둘러 말리니 푸르름 가득하고
약방문의 앵두를 그릇에 담으니 붉음이 그득하다
들녘의 노인네 연수주에 취기 오르고
바둑판 앞에 앉아 자웅 대결 겨루시네
단오량진다고풍(端午良辰多古風)
애현란욕사인동(艾懸蘭浴四隣同)
환사계짐요전상(歡事繼斟堯殿上(주23) )
충혼요억범강중(忠魂(주22) 遙憶椘(주24) 江中)
단오 가절(佳節)에 옛 풍습 많은데
쑥 베어 처마에 매달고 난초 삶아 목욕하고 온 이웃이 다 그러네
요 임금의 궁궐에 올라 좋은 일로 술 마시고
초나라 강물에 몸 던진 충신의 혼을 기리네
주22) 초나라 충신 굴원(屈原)과 단오날 유래 : 전국시대 초나라의 충신 굴원(BC.342년 ~ BC.278년 추정)이 창사[長沙]에 있는 멱라수(汨羅水)에 돌을 품고 걸어 들어가 몸을 가라 앉혀 죽은 날이 음력 5월 5일 단오 날이다. 굴원이 멱라수에 몸을 가라앉혀 자결하자 주변 어부들이 굴원의 시신이 물고기에 뜯기는 것을 염려하여 참대 잎에 찰밥을 싼 ‘종자(棕子)’를 강물에 던진 데서 유래한 풍습이다.(중국인물사전)
주23) 요(堯) : ①중국 전설(傳說) 상의 성제(聖帝). 오제(五帝)의 한 사람. 백성(百姓)이 잘 따라 평화로웠다고 함. 순(舜)과 아울러 오랫동안 중국(中國) 제왕(帝王)의 모범(模範)으로서 이상적(理想的) 제왕(帝王)이라 일컬어졌다.
주24)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BC770~BC221)의 초(楚)나라는 춘추오패 전국칠웅의 나라로서 중국 양자강 일대에 있었다.
7. 균리(筠裏) : 절개와 충심(忠心)
녹홍웅풍동중(錄紅雄風同中) 운시(韻詩)
초자수변상투록(草自水邊相鬪錄)
앵종반상편전홍(櫻從盤上遍傳紅)
수양최호추헌희(垂楊最好鞦軒戱)
축과비금이기웅(蹴過飛禽爾氣雄)
풀은 물가에서 서로 푸름을 다투고
앵두는 암반 위에 자라며 두루 붉은 열매를 맺었다
수양버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그네 타는 놀이인데
날 짐승이 차고 지나가니 그 기상이 씩씩하다
재차단양다호풍(際此端陽多好風)
흔영금일여군동(欣迎今日如君同)
주인연수휴연상(酒因延壽携筵上)
천시희환공리중(韆是戱歡共里中)
요즘 단오는 많이 좋아하는 풍습인데
기쁘게 맞이하는 오늘은 임금도 똑 같겠지
장수하시라 먹는 술은 잔치 날에 있는 것이고
즐거운 놀이 그네는 동네에서 함께하는 것이네
애기성인현엽록(艾己成人懸葉綠)
류장결자탄화홍(榴將結子綻花紅)
모충련억강남속(慕忠聯憶江南俗)
경도당시숙기웅(競渡(주25) 當時孰氣雄)
쑥은 다 자라서 푸른 잎을 달았는데
석류는 자식을 맺으려 꽃봉오리 붉게 올렸네
충신을 기리고 회상하는 것은 중국 강남의 풍속인데
강 건너는 경주도 그 기백이 씩씩하다
아국속전중국풍(我國俗傳中國風)
년년가절여상동(年年佳節如相同)
단양우시천기년(端陽又是天幾年)
물태인정진정중(物態人情盡正中)
나라에 내려오는 풍속도 중국풍이라
매년 명절이 마찬가지다
단오 또한 그러하니 몇 년이나 되었을까
세상의 마음과 물정이라는 것이 바른 가운데 끝나는 것이네
주25) 용주(龍舟) 또는 용선(龍船) 놀이 : 굴원이 멱라강 강물에 빠지자 많은 사람들이 이 소식을 듣고 배를 저어 그를 구하러 갔다.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노를 저어 물고기들이 굴원의 시신을 훼손하는 것을 막으려 했다는 유래에서 이 놀이가 단오의 풍습이 되었다. 용머리장식을 단 배를 타고 벌이는 경기이다.
* 인정물태(人情物態)=인심세태(人心世態) : 세상 사람들의 마음과 세상 물정(物情)
8. 대맥(大麥) : 보리
구구맥색대남풍(艽艽麥色待南風)
하열추경임세공(夏熱秋畊任歲功)
창랑아번조로백(蒼浪俄飜朝露白(주26))
황운홀기석양경(黃雲忽氣夕陽經)
궁벽한 땅의 보리는 남풍을 기다리는데
여름 더위와 가을 농사는 세월의 공에 맡길 뿐이네
보리의 푸른 물결 넘실대니 아침이슬로 술 빚을까
홀연 보이는 누런 구름은 석양 모습 닮아있네
주26) 조로백(朝露白) : 추로백(秋露白)이 ‘가을철에 내리는 이슬을 받아서 빚은 술’이니 조로백은 아침 이슬을 받아서 담은 술이다.
9. 취암 이종주(翠岩 李鍾朱)
제수교야계전후(齊收郊野溪前後)
난타촌려항북동(亂打村閭巷北東)
기곡우황선천묘(祈穀于皇先薦廟)
내지력재권농옹(乃知力在勸農翁)
시내의 앞뒤 들판에 추수가 한창인데
마구 두드리는 시골마을 타작 소리 마을의 북동향이네
풍년을 하늘에 빌고 우선 조상에 빌고
지식을 쌓아두고 농사 가르치는 노인장 한분 계시네
첫댓글 안녕하세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대종회에서 연락을 하고자 합니다. 그러하오니 저에게 연락처를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연락처는 010-9977-8744 정대식 입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네. 저에게 문자 보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20.6.15일 공의 손자이신 정상빈 종숙댁에 가서, 한시집 원본을 다시 살펴 보았는데, 표지의 글자를 비춰보고 확대도 해보고 관찰하니, 첫 글자에 좌방의 변이 없고, 상하 가운데 중심에 수직획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동녘 동자로 보인다. 즉, 공이 생활하셨던 여주는 선대의 본향인 광주에서 동쪽방향이므로 동녘 동을 쓰지 않았나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