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역잡아함경_124. 말을 잘 다루는 사람, 세 가지 일로 사람을 조복하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가란타 죽림정사에 계실 때였다.
말을 잘 다루는 마을의 주인이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있었는데,
부처님께서는 말을 잘 다루는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몇 가지 인연으로 말을 다루는가?”
말을 다루는 이가 말하였다.
“구담이시여! 세 가지 일로 말을 잘 다룰 수 있습니다.
첫째는 언제나 부드럽게 하는 것이며,
둘째는 언제나 거칠게 하는 것이며,
셋째는 부드럽게 하기도 하고 거칠게도 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그 세 가지 일로 잘 다스리지 못할 때는 어떻게 하는가?”
말을 다루는 사람이 대답하였다.
“때려서 죽게 합니다.”
그리고 말 다루는 사람은 이어서 말하였다.
“구담이시여! 당신께서는 위없는 조어사(調御師)이신데, 사람을 조복(調伏)하실 때 몇 가지 일로 조복하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 또한 세 가지 일로 조복하나니,
첫째는 부드러운 말로 하고,
둘째는 거친 말로 하고,
셋째는 부드럽지도 않고 거칠지도 않게 해서 조복한다.
어떤 것을 언제나 부드럽게 한다고 하는가?
부처님이 비구들에게
‘그대들이 세 가지 업으로 착한 일을 닦으면 착한 과보를 얻나니, 이것은 하늘이고, 이것은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니,
이것을 언제나 부드러움으로써 조복한다고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거칠게 말한다고 하는가?
3악도를 설하면서
‘이것은 몸과 입과 뜻의 업으로 나쁜 과보를 지은 것이다’라고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부드럽게도 하고 거칠게도 한다고 하는가?
‘몸과 입과 뜻으로 모든 착한 업을 지으면 인간과 천상에 태어나는데, 이것이 바로 몸과 입과 뜻의 착한 업으로 얻어진 과보이다’라고 말하거나,
‘몸과 입과 뜻으로 모든 나쁜 업을 지으면 반드시 3악도에 떨어지리니, 이것이 바로 몸과 입과 뜻의 나쁜 짓으로 얻어진 과보이다’라고 하는 것이니,
이를 거칠게도 하고 부드럽게도 해서 중생을 조복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말을 다스리는 사람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만일 이 세 가지로 조복하지 못할 경우에는 어떻게 조복하십니까?”
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그에게 간절한 말을 하는데도 조복하지 않으면 심한 해를 가하노라.”
말을 다스리는 사람이 말하였다.
“지금 당신 사문께서는 항상 죽이지 말라고 말씀하시면서 어떻게 해를 가한다고 말씀하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말을 다스리는 자여! 그렇고 그러하다.
말하자면 여래는 실로 죽이지 않으며, 그런 짓을 해서도 안 된다.
여래 세존께서 이 세 가지 일로 중생을 조복하다가
만약 조복하지 않으면, 마침내 그와 말을 하지도 않고, 가르치거나 명령하지도 않고, 또한 지도하지도 않는다.”
부처님께서 다시 말을 다루는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그대의 뜻은 어떠한가?
여래가 가르치지도 않고, 함께 말하지도 않으며 지도해 주지도 않는다면 곧 해(害)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니, 이야말로 진정한 해이다.”
말을 다루는 사람이 대답하였다.
“실로 그렇습니다, 구담이시여.
여래께서 함께 말씀하지도 않으시고 법으로 가르쳐 주지도 않으신다면 진정한 해가 될 터이니, 이는 세상에서 해치는 것보다 더 심합니다.”
말을 다루는 사람이 또 말하였다.
“구담이시여! 저는 지금부터 마땅히 해치는 짓을 끊어서 다시는 나쁜 짓을 하지 않겠습니다.”
부처님께서 곧 칭찬하며 말씀하셨다.
“그대의 말과 같다면 참으로 참되고 바른 것이다.”
말을 다스리는 사람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