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식론 제10권
17.2. 구경위(2), 여래의 몸과 식
[여래의 몸과 식]
[문] 『집론』 등에서 15계 등은 오직 유루뿐이라고 말한다.209)
여래에게 어찌 유루의 다섯 가지 감각기관ㆍ5식ㆍ다섯 가지 대상 등이 없다고 말하는가?210)
[답] 다음과 같은 견해가 있다.211)
여래의 공덕ㆍ신체ㆍ국토는 매우 심오하고 미묘하며, 실재[有]도 아니고 비존재[無]도 아니며, 모든 분별을 떠나고 모든 희론을 끊은 것으로서, 12처나 18계 등의 법문에 포섭되는 것이 아니므로 그 말씀과 논리가 위배되지 않는다.
다음과 같은 견해가 있다.212)
여래의 다섯 가지 감각기관과 다섯 가지 대상은 승묘한 선정으로부터 일어나기 때문에 법계의 색법213)에 포섭된다.
부처님이 아닌 유정의 5식은 이것에 의지해서 변화하지만, 두드러짐과 미세함이 다르며, 다섯 가지 대상에 포섭되는 것이 아니다.
여래의 5식은 5식의 계(界)가 아니다.
경전214)에서 부처님의 마음은 항상 선정에 있다고 말씀하기 때문이다.
논서215)에서 5식의 체성은 산란하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문] 성소작지는 어떤 식과 상응하는가?216)
[답] 제6식과 상응한다. 변화의 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217)
[문] 묘관찰지와 체성이 어떤 차이가 있는가?
[답] 그것(묘관찰지)은 모든 법의 자체상과 보편적인 모습 등을 관찰하며, 이것(성소작지)은 오직 변화의 작용만을 일으키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
[문] 이 두 가지 지혜에 상응하는 심품은 함께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한 부류로서 두 가지 식이 함께 일어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218)
[답] 함께 일어나지 않는다고 인정하더라도 논리에 있어서 위배되는 것은 없다.219)
자체는 같은 것으로서 작용이 나누어지든 함께 일어나든, 역시 과실이 없다.220)
혹은 제7의 청정식과 상응한다.
안근 등에 의지해서 색깔ㆍ형태 등의 대상을 반연하는 것은 평등성지의 작용의 차이이다.
제7의 청정식이 타수용의 신체와 국토 등의 모습을 일으키는 것은 평등성지의 심품에 포함된다.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성소작지의 심품에 포함된다.
[문] 어째서 이 심품221)은 5식을 전환해서 얻는 것이 아닌가?
[답] 그것을 전환해서 얻는다고 해서 자체가 곧 그것은 아니다.
비유하면 생사를 전환해서 열반을 얻는다고 말하더라도, 마찬가지로 열반을 생사에 포함시킬 수 없는 것과 같다. 따라서 이것에 대해서 비판해서는 안 된다.
다음과 같은 견해가 있다.222)
여래의 공덕ㆍ신체ㆍ국토는 응화(應化)의 것과 같이, 5온ㆍ12처ㆍ18계 중에 포함된다.
그 세 가지는 모두 유루와 무루에 통한다.223)
『집론』 등에서 15계 등이 오직 유루라고 말한 것224)은 2승의 두드러지고 얕은 것의 대상225)에 의거해서 말하는 것이지,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분226)이 성취한 18계 중에는 오직 뒷부분의 세 가지227)만 있고, 무루에 공통적으로 포섭된다.
부처님께서 성취하신 것은 모두 무루이지만, 2승이 아는 경계에 포섭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다른 곳에서 부처님의 공덕 등을 18계 등이 아니라고 말한 것228)은 2승의 열등한 지혜로 아는 18계 등의 양상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이치가 반드시 그러해야 한다.
무슨 까닭인가?229) 여러 논서에서 유위법은 모두 5온에 포섭된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모든 법은 18계ㆍ12처에 포섭된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19계 등은 성스러운 가르침230)에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희론을 끊기 때문에 문득 18계 등이 아니라고 말하면, 본 게송에서 역시 무루이고, 계(界)이며, 선(善)이고, 상주하며, 안락하고, 해탈신 등이라고 말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여러 곳231)에서 무상한 5온을 전환해서 항상 상속하는 5온을 얻고, 18계ㆍ12처도 역시 그러하다고 말하는데,
어째서 여래를 5온ㆍ12처ㆍ18계가 아니라고 말하는가?
따라서 아니라고 말한 것은 밀의(密意)의 말씀이다.
또한 5식은 체성이 산란하다고 말한 것232)은 나머지 부류233)의 성취한 것을 말하며, 부처님께서 성취하신 바가 아니다.
따라서 부처님의 색신 중에는 18계 등을 모두 다 구족하며 순수한 무루이다. 이 전의의 증과234)는 또한 생각으로 헤아릴 수 없다[不思議]. 살펴서 생각하고 언어로 표현하는 길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미묘하고 매우 심오하며, 스스로 내면적으로 증득하기 때문이고, 세간의 모든 비유로써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09)
『대승아비달마잡집론』 제3권(『고려대장경』 16, p.299上:『대정장』 31, p.706下).
210)
외인(外人)이 비판하여 묻기를, 『대승아비달마잡집론』 제3권 등에서 18계(界) 중에서 앞의 15계는 오직 유루라고 말하므로 여래의 5근(根)ㆍ5식(識)ㆍ5경(境)이 모두 유루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211)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셋이 있다. 먼저 제1사(第一師)의 견해를 서술한다.
212)
제2사(第二師)의 견해를 서술한다.
213)
의식(意識)의 인식대상인 법경(法境)에 포함되는 색법이다. 5근(根)과 5경(境)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색법으로서 법처에 포함되는 색법[法處所攝色]이라고 이름한다.
214)
『설무구칭경(說無垢稱經)』, 제4권(『고려대장경』 9, p.1063中:『대정장』 14, p.576中).
215)
『대승아비달마잡집론』 제1권(『고려대장경』 16, p.287中:『대정장』 31, p.699中).
216)
외인이 비판하기를, ‘이미 5식이 없다면, 성소작지는 어떤 식(識)과 상응하는가?’라고 묻는다.
217)
논주(論主)의 답변이다.
218)
외인이 다시 비판하여 묻는다.
219)
이전 찰나와 이후 찰나에 별도로 일어나기 때문에, 함께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하더라도 다시 논리에 위배되지 않는다.
220)
하나의 의식이 색깔ㆍ형태를 보고 소리를 듣는 것과 같이, 이것도 그 자체가 하나더라도 뜻으로써 나누는 것과 같다.
221)
성소작지(成所作智)를 말한다.
222)
제3사(第三師)의 견해를 서술한다. 이것은 호법의 정의(正義)이다.
223)
부처님의 5온(蘊)ㆍ12처(處)ㆍ18계(界)는 오직 무루(無漏)이고, 범부의 그것은 유루이다.
224)
앞에서 말한 제1사(第一師)의 내용을 회통한다.
225)
두드러진 대상과 얕은 식의 지혜[淺識智]의 자체를 말한다.
226)
2승(乘)과 10지 보살 이 아닌 부처님을 가리킨다.
227)
의계(意界)ㆍ법계(法界)ㆍ의식계(意識界)를 말한다.
228)
앞에서 말한 제2사(第二師)의 내용을 회통한다.
229)
제1사의 견해를 부정한다.
230)
『설무구칭경(說無垢稱經)』, 제4권(『고려대장경』 9, p.1058:『대정장』 14, p.572下).
231)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제39권(『고려대장경』 9, p.340上:『대정장』 12, p.590下), 『대승장엄경론』 제3권(『고려대장경』 16, p.919中:『대정장』 31, p.606中) 등.
232)
앞에서 말한 제2사의 견해를 부정한다.
233)
부처님을 제외한 나머지를 가리킨다.
234)
이하 전의(轉依)의 증과가 갖춘 많은 덕(德)을 해설한다. 먼저 생각으로 헤아릴 수 없음[不思議]에 관하여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