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리트비체 숙소에서 맞은 여명 숙소의 잔디 정원에서 메니저 산도르가 차려준 아침 식탁 우리가 묵었던 2층 발코니.. 밤하늘 크리스탈 같은 별빛이 쏟아진다 크로아티아 여행기 (플리트비체 편) / 이비아 해질녘 동화마을을 떠나면서 남편은 사진은 지금부터가 잘 나오는 시간이라고 아쉬워 했다 일출 전 일몰 후 삼십분은 매직 아워 (magic hour), 촬영에 최적인 시간을 뒤로 하고 라스토케를 떠나는 것은 목적지 플리트비체가 산악지대이고 초행길이기 때문이다. 산마을은 금세 땅거미가 내리며 어둑해지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이 우리 차와 구조가 다른 차의 헤드라이트 스위치를 찾지 못한다. 좁은 도로 한 쪽에 차를 세우고 살펴보았으나 스위치를 찾지 못해서 빨리 가는 수밖에 없었다 이제 거의 어두워진 산길에서 미등만 밝히고 불안하게 달리다보니 다행히 숙소 어귀에 다다랐다 네비작동이 정확하지 않아서 숙소 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라이트가 우리 차는 핸들 밑 바에 달려 있는데 포드차는 다이얼에 붙어있었다 초원에 뛰엄뛰엄 있는 집들과 풍경이 목가적인 마을이다 숙소 로비에 들어서자 독일에서 온 여대생들이 체크인을 하고 있었다 그녀들이 나간 뒤 집주인 남자가 악수를 청해오며 이름이 산도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집에서 만든 환영주 라면서 데스크 위에 있던 붉은 샴페인을 한 잔씩 따라 주었다 마시고 보니 도수가 있는 과일주 같아서 조금만 마셨는데 금방 취기가 오르며 얼굴이 발그레 해지는 느낌이다 우리는 본관 2층 숙소인데 울 안으로 목조 주택 3 채가 삼면에 있고 여대생들이 묵는 집은 입구 2충 짜리 꽃나무가 장식된 집이다 본관 맞은 편에는 작은 단층집이 있는데 전형적인 농가로 노부부가 살고 있었다 우리가 묵는 방은 천장이 서까래 나무이고 욕실이 넓고 깨끗하며 라디에이터가 훈훈하다 발코니에 나가 앉으니 밤공기가 싸늘하고 밤하늘엔 별들이 유난히 맑아 보였다 한국에서 15시간 비행하고 곧바로 렌트카 운전으로 라스토케를 들렸다 왔으니 숙소에 가방을 내려놓자 안도감에 이어 피곤함이 엄습해 온다. 그러나 금강산도 식후경 우리는 우선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마을 입구에서 보았던 레스토랑으로 갔다 둘러보니 레스토랑에 동양인은 우리 둘 뿐이다 주방안에 요리사가 피자를 만드는 걸 보고 우리는 피자를 먹기로 했다 피자는 미디움 사이즈로 해물과 치즈 피자 두 판을 주문했는데 한국의 라지 사이즈보다 푸짐했다 미디움이 이렇게 큰줄 알았으면 한 판만 주문해도 될걸 그랬다 치즈피자는 너무 짜고 다 먹지 못해서 포장해 달라고 하고 계산을 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시골의 밤길 손이 시러울 정도로 춥고 밤안개가 자욱하다 밤하늘을 올려다 보니 수정같은 별들이 손에 잡힐 듯 내려와 있었다 원시적 별밤이다 은하수도 흐르고 있어서 추위를 잊게 하는 별빛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배경이 된 아를 마을의 별밤이 이랬을 거다 순간, 별을 사랑한 고독한 화가 고흐의 그림들이 떠오른다 살아서 별을 그리워 했던 고흐가 지금은 어느 별에서 지구별을 그리워 하지 않을까 고흐가 별을 화폭에 담았듯이 나는 별을 시감(詩感)의 화폭에 담아 둔다 새벽 3시 반 기상, 남편이 벌써 같이 나가지 않겠냐고 묻는다 해가 돋기 전에 촬영에 적합한 장소를 물색해 두어야 된다고 한다 7시간의 시차와 긴 비행의 노곤함에 더 자고 싶었지만 일어나서 함께 나갔다 밖에 현관문을 열었는데 바로 문 앞에 어젯밤 보았던 검둥개 한 마리가 앉아 있다 낯선 우리를 보고 짖지도 않고 조용한 견공인데 인기척에 나왔나보다 우리는 차를 타고 새벽안개가 뒤덮은 초원길을 살펴보았다 과수원과 목장을 끼고 멀리 구릉이 보이는 언덕을 점지해 두고 다시 숙소로 왔다 차에 히터를 켰으나 일출까지는 한 시간을 더 기다려야 된다 별들이 깨어있는 새벽하늘에 정신도 각성되어 더 이상 잠이 오지 않는다. 한 시간 전 봐두었던 언덕에 올라가니 드디어 동이 트기 시작했다 멀리 구릉 사이로 보라빛 아침 커튼이 열리면서 점점 홍조를 띄운다 골든 아우어에 맞추어 대자연이 풀어놓은 수채화 한 폭을 가득 담는다 태양은 한 순간 높이 떠오르며 마주볼 수 없는 찬란한 빛으로 바뀌었다 매일 아침마다 이런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전율로 다가온다 숙소로 돌아오니 울안 작은집에 소파에 앉은 할머니가 뜨개질을 하신다 유리로 비치는 거실겸 레이스가 장식된 주방은 정갈하고 차가 끓는 듯 따뜻해 보인다 마당에서 있는데 매니저인 산도르가 "굿모닝" 하며 출근 인사를 한다 어제 저녁에 아침식사가 1인에 7유로라고 해서 2인 식사를 주문해 놓았었다 잠시 후 로비의 식탁에는 산도르가 준비한 아침 식사가 마련되었다 빵과 뜨거운 우유, 에그 프라이, 치즈와 햄, 그리고 종류별로 잼과 버터, 주스와 여러가지 차와 커피가 차려져 있었다. 아침 공기가 냉랭한데 따근한 우유와 커피 향기가 모락모락 식욕을 돋구었다. 남편은 아침을 계속 이렇게 먹어도 괜찮겠다는 반가운 말을 했다 간편하고 맛있고 영양적으로도 든든한 메뉴가 아닌가 아침식사 후 곧바로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으로 떠나기로 했다 체크아웃 하면서 숙소 1박비와 아침식사가 52유로, 60 유로를 지불하고 거스름 돈 8유로를 받았다 거스름 돈 중에 3유로는 다시 산도르에게 주었더니 웃으면서 고맙다고 한다 나는 잘 자고 잘 먹었다는 뜻으로 준 것이다. 성수기에는 숙소비가 더 비싼곳인데 좀 한가할 때 다니기를 잘 한 것 같다. 공원 가까이 있는 호텔보다 저렴하면서도 조용한 산장 분위기가 우리 취향에 맞는다 우리가 차를 가지고 다니기에 가능한 여유이다. 산도르가 운영하는 루히게 라게를 나와 국립공원 플리트비체를 향해서 출발한다 우리가 머물던 숙소에서 차로 15분 정도 걸리는 곳이다 플리트비체 입장료는 110 쿠나, 둘이 220 쿠나, 한화로 4만원 정도이다 여름 성수기는 180 쿠나로 더 비싸고 계절마다 요금이 변동된다고 한다 그러나 들어가보니 입장료가 아깝지 않은 곳이었다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자연적으로 형성된 크고 작은 호수16개와 96개의 폭포를 거느리고 있다니 충분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숲길은 여러 코스가 있는데 우리는 내리막으로 향하는 H 코스를 선택했다. 너무나 아름다운 숲과 호수길에 여러나라의 여행객들이 걷고 있었다 남편이 큰 카메라를 걸고 다니니까 러시아인 커플이 사진작가 냐고 묻더니 같이 다니자자고 하는데 방해가 될 겉 같아 떨어져 다녔더니 눈치를 챘는지 뒤쳐진다 그래도 중간중간 마주치면 한번씩 찍어 주었다. H 코스 마지막엔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면 끝인데 우리는 어디가 더 이어지는줄 알고 버스를 탔는데 처음 코스가 도로 나왔다. 남편은 더 굉장한 폭포가 나올거라고 하는데 우리가 지나온 폭포들이 이미 하일라이트였던 것이다 그래서 다시 거꾸로 버스를 타고 호수 있는 곳으로 와서 반대편으로 가는 버스를 탔더니 거기는 또 다른 곳이다. 가게 점원에게 물어보니 다시 호수로 가서 삼백미터 걸어 올라가면 주차장 쪽 길이 나온다고 한다 플리트비체 숲속에서 길을 잃고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길을 잃어버리고 아이들처럼 숲속길을 왕복했으나 에덴의 동쪽을 헤메었나 보다 그러는 사이 시간이 초과되어 주차비를 더 내고 나와서 다음 여정인 스플릿으로 출발했다 플르트비체 거을같은 호수들과 단풍진 숲이여 숙소 독일 여대생들이 묵은 방 옆의 정원카페..평화스럽고 목가적인 풍경이다 플리트비체의 거울같은 가을 호수 |
첫댓글 형숙님... 기행문, 참 잘 쓰신 기행 수필문... 여명과 황혼... 아름다운 호수경치들...
다 눈여겨 보며 감사하며 감탄했어요. 그리고 님과 짐정균선생님의 능숙한 여정스케쥬얼,
전문적 사진촬영 등.. 아미 이만큼 멋지고 아름답고 예술적인 글과 사진을 보여줄수
있는 사람은 쉽지 않을 거에요. 특별히 님의 글재주, 그 표현은 한국문단 여행기문학,
수필문학의 최고봉입니다. 나 이 글과 사진들을 내가 가까이 하는 이메일, 카페들에
옮겨갑니다. 사람들이 그 지성미 넘치는 글재능을 배워야 합니다. 사랑하는 님....
한국 문학을 빛낸 100인애 해마다 선정되시는 향강선생님께서
이렇게 극찬을 해주시니 정말 용기가 납니다..
칭찬은 아름다운 배려심의 일로지요..
시간을 할애해 읽어주시고 공감과 찬사를 남겨 주심에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커피 빛갈을 닮은 낙엽이 늦가을 정취를 더해주는 날들입니다
어제 입동이라니 감기 유념하시고 건안하세요.~
이 글을 옮기려고 하니 글쓴이가 스크랩을 원치 않는다고.. ..
향강 선생님 스크랩 허용으로 수정해 놨습니다
위 게시물을 옮겨 가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님의 글과 사진들 여러 지인들과 문우들에게 이메일, 카페들에 옮겨 전했어요.
사랑하는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