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X·4DX...한국이 개발한 ‘특별상영관’, 세계 관객 흔들다
1분기 글로벌 매출 70% 상승, 올해 1조원 달성 기대
신정선 기자 입력 2023.07.14. 03:00 조선일보
지난 12일 오전 6시 45분 서울 용산CGV 극장은 이날 개봉한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스크린X관 상영으로 문을 열었다. 영화 시작을 기다리던 30대 관객 김지애씨는 “특별관 전용 포스터를 꼭 받으려고 일찍 보러 왔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7시 15분 4DX 상영관도 북적였다. 영화를 보고 나온 김경수(29)씨는 “4DX 영화는 몰입감이 강해 좋아한다”며 “자동차 추격 장면이 있는 영화는 4DX로 챙겨 본다”고 말했다.
한국이 글로벌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스크린X 기술은 좌우 화면을 한국 기술팀이 새로 제작해 하나의 화면처럼 구현한다. 글로벌 특허가 97개나 된다. 사진은 12일 개봉한‘미션 임파서블’7편의 한 장면. 배우 톰 크루즈가 추락하는 기차에 매달려 있다. /CJ 4D플렉스
세계 최초로 한국이 독자 개발한 특별 상영관(스크린X, 4DX)이 세계 영화관을 장악하고 있다. 박스오피스 전문 분석 사이트인 박스오피스프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특별관 매출액은 1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를 기록했다. 작년 동기 대비 70% 상승, 코로나 전인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36% 올랐다. 업계에서는 현 추세대로라면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별관은 72국 1146관(6월 기준)에 진출했다. 화면을 좌우로 확장해 즐기는 스크린X는 전 세계 시장을 한국이 독점하고 있으며, 4DX는 글로벌 점유율이 50% 이상이다.
그래픽=이지원
스크린X, 화면 늘린 게 아니라 새로 제작
흔히 스크린X는 가운데 화면을 좌우로 길게 늘려 붙였다고 생각한다. 오윤동 CJ 4D플렉스 스크린X 스튜디오 팀장은 “두 벽면의 화면을 완전히 새로 만드는 것”이라며 “초기에는 영화 제작자들에게 외면받아 고전했다”고 말했다. 영화에 도입하던 2015년 무렵에는 제작자들이 “수년간 공들여 만든 내 작품을 변형해 양옆으로 붙인다니 말이 되느냐”거나 “그건 영화가 아니라 그저 볼거리”라고 비아냥거렸다. 반전의 화룡점정은 지난해 ‘탑건: 매버릭’이었다. 톰 크루즈를 어렵게 설득해 제작한 ‘탑건: 매버릭’이 성공하면서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은 일찌감치 특별관 제작이 낙점됐다. 지난달 방한한 톰 크루즈는 작품을 용산에서 스크린X로 관람하고 “이 일을 해낸 스태프들이 누군지 보고 싶다”며 제작진을 만나 한 명 한 명 악수하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스크린X 제작에는 8주 정도 필요하다. 배경을 확장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문제는 배우가 나올 때다. 이미 촬영이 끝난 배우를 다시 불러 찍을 순 없다. ‘미션 임파서블’은 후반부 기차 액션에서 두 배우가 엉켜 싸우다 좌우 화면에 잡혔다. 오 팀장은 “결국 대역을 써서 그 장면을 새로 찍었다”며 “빠른 액션이면 그나마 낫지만 배우가 좌우에서 가운데로 천천히 움직일 때가 가장 만들기 어렵다”고 했다.
그래픽=이지원
스크린X의 가장 큰 적은 보안이다. 영화 소스를 개봉 전에 받아야 하니 마블 스튜디오처럼 보안으로 악명 높은 제작사와 거래를 트기 어려웠다. 오 팀장은 “스크린X팀의 보안은 삼성 반도체 공장 수준”이라며 “작업실 직원의 모든 움직임을 살피고 개인 컴퓨터도 중앙 시스템으로 통제한다”고 했다.
4DX, 의자가 아니라 감정을 흔든다
4DX는 2009년 국내 처음 도입된 이후 2010년 중국 진출을 시작으로 국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가장 까다로운 효과는 바람이다. 특히 속도가 문제다. 팬이 상영관 위쪽에 있어서 자칫하면 장면과 효과 사이에 시차가 생긴다. 이지혜 CJ 4D플렉스 4DX 스튜디오 팀장은 “바람이 객석에 도달하기까지 2~3초 시차가 생길 수 있는데, 그보다 짧게 스치는 바람은 디자인을 세밀하게 한다”고 말했다. 4DX는 네 좌석이 하나로 움직인다. 움직임을 강하게 느끼려면 양쪽 가장자리에 앉으면 좋다. 이 팀장은 “액션을 강조하기보다 감정을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둔다”며 “미션 임파서블은 주제가가 나오는 도화선 장면에서 음악 소리에 의자 움직임을 섬세하게 일치시켜 관객이 감정 이입하도록 연출했다”고 밝혔다. 제작에는 3주 정도 걸리며, 개봉 2일 전에 디지털 코드로 전 세계 영화관에 배포한다.
최근에는 4DX와 스크린X를 결합한 ‘울트라 4DX’(4DX스크린)를 강화하는 추세다. 오 팀장은 “미국과 일본이 가장 반응이 뜨겁다”며 “특히 일본에서는 방탄소년단 스크린X 버전 관객이 100만명이 넘는 등 앞으로도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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