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깅병로의 산야초 이야기] 쥐방울덩굴
꼬리명주나비를 아시는지요. 이 나비는 우리나라에서만 발견된 3종의 나비 가운데 하나입니다.
난개발로 먹이식물이 줄어들며 ‘국가적색목록 취약종’으로 지정될 정도로 귀한 몸이지요. 나비가
멸종위기에 몰린 건 ‘식량난’ 때문이었습니다. 이 나비는 특정 식물에 알을 낳고, 애벌레에서 번데
기가 될 때까지 그 식물만 먹습니다. 지독한 편식이지요. 어떤 식물일까요? 멸종위기식물로까지
지정됐던 쥐방울덩굴입니다. 숲 가장자리에서 자라며 7∼8월에 트럼펫 모양의 꽃을 피우지요.
잎은 하트형이고, 가을에서 초봄까지 씨앗을 퍼트립니다.
쥐방울덩굴은 열매의 모양 때문에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졌습니다.
허공에 매달린 모습이 낙하산을 거꾸로 펼쳐놓은 것 같지요. 바람에 일렁이며 씨앗을 퍼트릴 땐
수만명의 공수부대원이 하늘을 나는 것처럼 장관입니다. 이런 생김 때문에 마두령, 쥐방울,
방울풀, 까치오줌요강, 까마귀오줌통 등 여러 이칭을 갖고 있습니다. 옛 문헌에는 ‘물아동을라
(勿兒冬乙羅)’·‘물아급동을내(勿兒急冬乙乃)’ 등으로 표현되었고, 동의보감에는 ‘쥐방울’로 기록
되어 있습니다.
쥐방울덩굴을 식량원으로 택한 꼬리명주나비는 체내에 독성을 품어 새를 비롯한 천적의 먹이
사냥을 피합니다. 독은 쥐방울덩굴에서 얻습니다. 이 식물에는 우유병을 유발하는 벤조푸란
톡솔과 신장질환을 일으키는 아리스톨로크산이 함유돼 꼬리명주나비를 지키는 ‘독’으로 변합
니다. 당연히 사람에게도 해롭겠지요. 그럼에도 한방에서는 열매와 뿌리를 약재로 씁니다.
열매는 가래·천식 등 기관지치료에, 청목향(靑木香)으로 불리는 뿌리는 장염과 이질 복부팽만
등 위장 질환에 사용합니다. 민간에서는 혈압을 떨어뜨리는 약재로 널리 썼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쥐방울덩굴이 독성식물이라는 점. 잊지 마세요.
꼬리명주나비가 독을 지닌 쥐방울덩굴을 먹이로 택한 이유가 뭘까요. 학계에서는 3∼4가지를
꼽습니다. 첫째, 천적을 피할 수 있고 둘째, 초식동물이 먹지 않으니 섭식 당할 염려가 없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먹이를 독점, 식량 걱정을 덜 수 있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식물이
사라지면 나비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공멸이지요. 꼬리명주나비와 쥐방울덩굴의 관계는
자연과 인간 생태계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한 개체가 사라지면 다른 생명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극명하게 보여주지요. 생태계에 대한 세심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