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아홉시, 뱃고동을 울리며 부산항을 출발해 가덕도 남단을 돌고 거제도 북단을 돌아 여수 방면으로 향하는 여객선이 중간쯤인 충무(지금은 통영시)항에 도착하는 시각은 낮 1시경이다. 그보다 약 30분 앞서 배는 거제도의 서쪽 관문 격인 성포라는 작은 포구에 잠시 기착하는데, 성포항엔 큰 배를 댈만 한 시설이 없어 종선이라고 부르는 작은 노젓는 배가 손님을 태우고 미리 항로 가까이 나와있다가 여객선에 바싹 다가붙여 손님을 올리고 또 받아내린다. 이때 볼 수 있는 진기한 풍경 하나 - 나무로 만든 사각 모반에 김밥을 그득 담아 어깨에 멘 김밥장수 ( 대개 젊은 남자들이다 )들이 열댓명 쯤 여객선을 흡사 개미떼처럼 앞다투어 잽싸게들 기어오른다. 여기서부터 충무까지 약 30분 남짓한 시간에 이들은, 배 위에서 몇시간 바다만 우두커니 바라보거나 습기찬 선실내 바닥에 누워 잠을 청하며 지리한 시간을 보내던 승객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김밥을 팔다가 충무항에 배가 닿으면 일제히 내려버린다.
그런데 이들이 파는 김밥은 밥말이 속에 반찬이 끼어있는게 아니라, 넓적넓적하게 썰어 만든 무 나박김치와 오징어나 쭈꾸미 같은 걸 삶아 무친 두가지 반찬이 분리돼 있다. 각기 대나무 꼬치에 꽂아 내놓는다. 김밥과 반찬은 신문지 아니면 싯누런 재생용지로 대충 싸서 준다. 충무항에서 하선한 김밥장수들은 각기 그네들 집에서 가족들이 계속 만들어 대는 음식을 다시 채워 반대쪽 부산행 다음 여객선에 올라 성포까지 가면서 장사를 계속한다. 그들은 이렇게 하루에도 여러번 이 구간 만을 왕복한다.
이상은 6.25 전쟁이 끝난후 10년도 채 안된 60년대 초, 남해안 부산-여수간 여객선 항로에서 늘상 보던 풍경이다. 여기서 언급한 김밥 - 그러니까 반찬이 분리된, 말하자면 「따로김밥」ㅡ 이것이 바로 오늘날에도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충무김밥」의 유래다. 이렇게 거슬러 올라가보면 충무김밥은 전통음식이라기 보다 춥고 배고프던 시절에 편법으로 생겨난 간편식의 하나라고 봐야 할 것이다. 반찬을 분리해 대꼬치에 따로 꽂아 팔게 된 것도 밥이 빨리 쉬어버리지 않도록 하는 하나의 노하우였던 거다.
이 무렵 부산과 여수 간 항로에 거제,통영,삼천포 등을 경유하며 다니던 여객선들은 보통 두시간에 한편 꼴로 많았었고, 편도에만 7~8시간 씩이나 걸렸지만 그래도 철도보다는 훨씬 빠르게 영남과 호남을 이어주는 최적의 대중교통 수단이었다. 주로 한밤중에만 밤바다를 밝히며 운항하는 배들도 있었다. 그러다가 70년대로 접어들며 부산-여수간을 서너시간에 주파하는 쾌속선이 등장해 종래의 큰 여객선들을 밀어내기 시작했고, 육로 교통수단도 나날이 개선되면서 생계수단을 잃은 김밥장수들은 차츰 그 숫자가 줄어들었다. 다른 생업수단을 찾지못한 몇몇 사람들이 통영항 뱃머리 부근에 좌판이나 포장마차 형태로 그 명맥을 이어갔었다. 한려수도를 찾는 젊은 여행객들이나 간간이 들러 허기를 때우는 정도였다. 1인분 김밥 값은 지금 가치로 아마 3~4천원 꼴로 기억되는데, 그 양은 지금도 비슷해서 식성좋은 학생들이나 젊은 남정네에겐 사 먹은 후에도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었지만 달리 요기할 만 한게 없었으니----
충무김밥이 그 명성을 되살려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된 계기는 81년도던가, 여의도에서 열린 전국 팔도 명산품과 별미 박람회 격인「국풍81」이라는 이벤트 때문이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통영 뱃머리 부근에서 겨우겨우 영업하던 「뚱보할매」김밥집 사람들이 우연찮게 국풍에 참가해 서울에서 전을 펼치자, 오래전 뱃길에서 한두번 맛본 기억이 있던 여행자들이랑 나처럼 그곳이 고향인 많은 출향인들이 가족을 이끌고 대거 찾아들면서 예상외의 큰 성황을 이루게 됐었고, 급기야 체인망 - 이른바 프랜차이즈로 발전하는 단계까지 이른 것이다.
참 배고프던 어린시절, 이따금 그 여객선들을 타고 다니면서도 그런 김밥조차 사먹을 형편이 안돼 침만 삼키며 바다를 바라보던 나 - 지금도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데 들리면 꼭꼭 사먹어 본다. 그러나 반찬에 꽂아주던 대꼬챙이도 사라졌고, 김치 조차도 맛없는 깍두기로 바뀐데다 전엔 없던 국물까지 딸려 나오지만, 옛날 그 여객선 위에서 주머니를 털어 사먹던 김밥맛은 결코 따라가지 못한다. 하기야 그런게 어디 충무김밥 뿐일까 마는------
첫댓글인터넷검색 사이트에 「충무김밥」이라 치고 들어가 보면 충무김밥의 유래에 관한 글이 더러 나오는데, 맞는 말씀이 하나도 없네요. 뭐 어부들이 고기잡이 가는데 식사 편의를 위해서라는 둥~ ( 어부들은 충무에만 있었나? 어부들이 김밥을 먹어? 고기 잡이 하면서 먹기 편하려면 되려 반찬도 김밥 속에다 넣어야 맞지~ ) 충무가 고향인 제가 이 글에서 쓴 것 처럼 충무김밥은 지루한 뱃길에 지친 여객선 손님들에게 팔기 위해 개발된 것이었죠. 이게 정확한 유래입니다. 안타까운 마음에서 써 봤습니다
첫댓글 인터넷검색 사이트에 「충무김밥」이라 치고 들어가 보면 충무김밥의 유래에 관한 글이 더러 나오는데, 맞는 말씀이 하나도 없네요. 뭐 어부들이 고기잡이 가는데 식사 편의를 위해서라는 둥~ ( 어부들은 충무에만 있었나? 어부들이 김밥을 먹어? 고기 잡이 하면서 먹기 편하려면 되려 반찬도 김밥 속에다 넣어야 맞지~ )
충무가 고향인 제가 이 글에서 쓴 것 처럼 충무김밥은 지루한 뱃길에 지친 여객선 손님들에게 팔기 위해 개발된 것이었죠. 이게 정확한 유래입니다. 안타까운 마음에서 써 봤습니다
ㅋㅋ~~
김불님^^
배고플때 읽으면
맛있는 충무 김밥이되죠
암튼 그런 유혹에 몇번은 먹었던 기억이 나요
암튼 한두번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배고픔에..
충무김밥의 유래를 정확히 짚어주시어
이제 어디가서든 충무김밥을 접하게되면
자신있게 예기하며 음미할수 있겠네요..수고하셨음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