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장 속 부처님 이야기] 11. 초기승단의 교육제도 ②
화상과 제자, 상호의존-협력 관계
한 번 맺은 인연은 영원이 지속돼
부처님 당시 화상 제도, 즉 지금의 은사 제도가 아직 마련되지 않았을 때, 신참 출가자들의 모습은 엉망이었다. 삼의의 올바른 착용 방법도 몰랐으며, 출가자로서 지녀야 할 위의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탁발을 하러 가서도 발우를 들이밀며 음식을 요구하는 등의 품위 없는 행동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했고, 식당에서도 큰 소리로 시끄럽게 떠들며 먹곤 했다. 이를 본 재가신자들은 몹시 실망하여 그들의 행동을 비난했다.
이 소문을 들으신 부처님께서는, 이를 계기로 신참 출가자들이 승려로서의 위의를 갖출 수 있도록 지도하는 화상 제도를 마련하셨다고 한다.
화상의 역할은 출가 의식의 준비로부터 시작된다. 지금은 사미(니)로 출가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부처님 당시에는 사미(니)로 출가하는 경우도 있고, 또 비구(니)로 곧 바로 출가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미(니)로 출가할 경우에는, 출가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물건, 예를 들어, 삼의일발이라 하여 출가 생활을 해 나가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최소한의 소유물인 세 가지 옷과 탁발용 그릇을 갖추는 일을 비롯하여, 한 명의 새로운 사미가 태어났음을 다른 스님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비구(니)의 경우에는 구족계 의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준비하는 역할, 그리고 그 구족계 의식에 삼사칠증(三師七證)의 한 명으로 참석하여 출가 희망자가 제대로 의식을 치룰 수 있게 도와주게 된다. 삼사칠증이란, 3명의 스승과 7명의 증인을 말한다.
3명의 스승이란, 화상과 구족계 의식을 맡아서 진행하는 역할을 하는 갈마 사회자, 그리고 차법(遮法), 즉 비구(니)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조건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가를 심문하는 심문자의 세 스님을 가리키며, 7명의 증인이란, 수계 의식에 참석하여 그 의식이 제대로 진행되었는지를 감독하며 그 의식의 유효성을 증명하는 스님들이다.
화상은 자신의 제자가 구족계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판단되면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9명의 스님들을 모아 구족계 의식을 거행할 준비를 하게 된다. 따라서 화상이 없으면 구족계 의식 자체가 이루어지지 못한다. 화상은 출가 희망자가 구족계 의식을 받을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담당하며, 또한 구족계 의식에는 자신의 제자가 승려가 될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자라는 것을 약속하는 보증인과도 같은 자격으로 참가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사미나 비구가 탄생하게 되면, 화상은 사미가 된 자에게는 사미 기간 내내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할 예의범절이나 교리, 수행방법 등을 지도하며, 비구가 된 자에게는 최저 5년 동안 이와 같은 지도를 하게 되는데, 이것을 의지(依止)라고 한다. 이 의지 기간 동안 화상은 제자와 함께 거주하며 제자의 모든 행동을 하나에서 열까지 세심하게 지도해야 한다.
화상은 단지 제자를 교육시키는 역할 외에, 제자가 병에 걸렸을 경우에는 간병인의 일도 해야 한다. 제자 역시 화상으로부터 교육을 받는 대신, 아침부터 밤까지 의식주 전반에 걸쳐 화상의 모든 시중을 들게 된다. 화상의 제자가 공주제자(共住弟子)라고 불리는 것으로부터도 알 수 있듯이, 이 양자는 항상 함께 생활하며 서로를 돌보아야 하는 관계이다.
이 의지 기간이 끝나게 되면 제자는 자립하게 되지만, 이 후에도 양자의 관계는 소멸하지 않는다. 한번 화상과 제자로서 인연을 맺은 이상 이들의 관계는 사라지지 않으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영원히 지속된다고 할 수 있다.
한 사람의 화상이 담당하는 제자의 수는 한정되어 있지 않으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충분히 신경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제자를 두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제자의 경우에는 자신의 화상은 오로지 한 사람이다. 설사 화상이 죽거나 사라진다 하더라도 새로운 화상을 정할 수는 없다.
이자랑
(도쿄대 박사)
[출처 : 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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