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에 먹었던 식사가 탈이 났는지 새벽 위경련과 장염 덕분에 충분한 수면은 가지지 못했지만 우리가 함께하기 위해 공연장으로 가는 길은 그리 춥지 않았다. 우리의 발걸음은 다른 날 보다 가벼웠고 아주 기쁜 마음에 공연 시간보다 더 먼저 도착해 설렘을 가지고 시간이 흐르길 기다렸다.
히키코모리는 밖으로 나갈 일이 생기면 약속을 몰아서 잡고, 할 일을 최대한 만들어 간다고 하더니 그게 나였는지 모르겠다.
맛있는 식사를 위해 맛집을 찾고 공연 전 친구를 만나고 아주 바쁜 시간을 보낸 뒤 돌어가는 공연장.
화환 앞에서 안 찍던 사진도 찍고, 전 날 받은 엽서에 적기 시작한 편지에는 나와 윤하, 우리의 1년은 지금 보다 성장하길, 웃는 일만 가득하길, 그때도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엽서를 채웠다.
연말콘서트는 스스로 한 해를 마무리하기 위한 연례행사 같은 의미가 있기에 가장 소중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일정을 빠르게 조율해야 한다. 마치 구정과 추석에 친척을 만나 인사를 나누는 것처럼 윤하를 만나기 위해 공연장을 찾고 익숙한 윤하의 팬들과 인사를 나눈다.
나에게 있어 2018년은 다른 날에 비해 바쁘고 맘이 상하는 일도 많고 스트레스 받는 사건이 많이서 더욱 공연에 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나에게 주는 선물이자 우리의 안부를 묻는 순간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연이 시작되고 박수와 함께 윤하가 등장했다.
앉은 자리와 위치에 따라 윤하와 무대를 함께 만드는 스텝의 노력을 느낄 수 있는 강도가 조금 다르다.
일요일 2층에서 전체적인 공연을 관람하며 무대, 조명, 영상, 세션, 윤하 모든 것을 살펴볼 수 있던 기회가 있었다면 월요일 공연은 1층에서 오직 윤하에게 집중하며 목소리와 손짓, 표정 등을 집중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
스트리밍으로는 느낄 수 없던 어떠한 감정이 깨어나기도 하고 좋았던 곡이 더 좋아지기도 했으며, 평소 들을 수 없던 곡을 듣는 순간 소름이 일어나며 예전에 그 곡을 들으며 느꼈던 감정 때문에 눈물이 나기도 한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어쩌면 셋리를 보며 놀랐을 수 있을 정도의 곡이 있었는데 rain & the bar에서 빗소리로 넘어가는 순간도 좋았고, 레인보우, 우산 등 제목만 보면 비와 연관이 많은 노래들도 참 좋았다.
겨울과 잘 어울리는 앨범 서브소닉에서 듣고 싶었던 음악도 흐르고 연속으로 파워풀 그리고 마음을 찢는 듯한 멜로디의 셋미프리가 연속으로 나오면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서브소닉이 처음 나올 때가 생각난다. 2013년 12월 가장 중요한 순간의 전야제였다. 인생에 그 날을 위해 보낸 시간이 정말 길었고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꼭 거쳐야 하는 순간의 가장 두렵고 불안한 그 시기에 나온 앨범이 서브소닉이었고 이동을 위해 탄 버스 안에서 약 2시간 가량 앨범을 반복재생하며 혼자 마인드컨트롤을 했다.
그 뒤 썩 좋지 않았던 결과와 자신에 대한 실망감에 좌절한 순간 흘렀던 셋미프리, 가로수길 한 가운데서 펑펑 울었던 기억들, 내가 지내온 날과 이벤트 속에 꼭 윤하의 음악이 많이 흘렀던 거 같다.
윤하의 음악 덕분에 힘도 얻고, 위로도 받기에 윤하가 늘 말하는 자신의 노래가 누군가의 bgm이고 싶다는 게 이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각설하고 1년 동안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싸웠고 버텼으며 함께 할 날을 기다리며 견디고 살았다. 그 고생과 시간을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로 모두 치유 받을 수 있었다.
공연 중간에 우리에게 보낸 편지 그 뒤에 흐르던 느린 우체통.
처음에 ‘안녕!’이라는 인사를 보자마자 눈물이 앞을 가려서 더 이상 편지를 읽을 수 없는 순간이 왔다.
우리 이렇게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기 위해 더럽고 치사한 상황도 버티며 잘 살아왔구나.
이 만남을 위해 우리 잘 견디며 살았구나.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사를 보지 않고 스트리밍만 했을 때는 느낄 수 없던 감정이 가사와 윤하의 편지와 합쳐지는 순간 이 곡이 나오고 이 편지가 나오기까지 어떤 생각과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는지 모두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우리의 시간이 쌓이고 각자의 생활과 함께 한 이야기들이 온전히 담긴 곡 같았다.
그렇게 시간은 점점 흐르고 앵콜 공연이 시작되며,
“저에게 이런 시간 써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라고 멘트를 하는 윤하
“너에게 쓰는 시간은 아깝지 않아!“라고 외치고 싶었다.
“이제 31살 아니 32살”이라고 할 때도
“뭐가 늙어!!!”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목감기가 걸려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서 마음 속으로 외쳤다.
듣고 있니 윤하야, 뭐! 가 ! 늙! 어!!!!!!!!!!!!!!!!!!!!!!!!!!!
연말콘 막콘의 하이라이트
<HOPE의 전주가 나오며 시작된 슬로건 이벤트>
팬들은 슬로건을 들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윤하는 이미 알았을지 모르겠지만 눈물이 글썽글썽하며 목소리랑 표정이 바뀌었던 모습이 정말 좋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던 순간이다.
“이게 이런거구나. 되게 감동적이네, 진짜 생각도 못했네요.”라는 윤하의 멘트도 너무 슬프게만 느껴졌다. 우리 윤 하고 싶은 거 다하며 살았으면 좋겠고 팬으로서 해줄 수 있는 거 다 해주고 싶은 마음 뿐 이었다. 오래도록 곁에 있을 테니 우리 윤하 하고 싶은 거 다 지지해줄게!! 마음으로 다짐한 순간이었다.
마지막 곡이 끝나고 감동도 잠시 포토타임 전 글썽한 얼굴로 메이크업 좀 고치고 같이 사진 찍자고, 무대 위로 흐르던 마송앤에 맞춰 무반주로 노래를 부르며 무대로 나왔던 윤하와 앞 사람들에게 가려져 사진에 참여하고도 얼굴을 보이지 못한 슬픈 몽키
마송앤을 부를 때 꼭 울었던 우리 윤하, 공연의 끝이 다가오며 불렀던 노래에는 늘 울었던 거 같다. 울먹이는 모습을 보거나 무대 위에서 작은 실수가 보이면 팬으로서 내심 마음이 무거워졌던 거 같다. 윤하를 걱정하며 “오늘 괜찮나?” 생각도 많이 들었는데 이번 공연은 정말 잘 마무리한 것 같다.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혼자 그 큰 무대를 이끌어가는 윤하가 대단할 뿐이다. 앞으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점차 줄어들겠지만 그 속에서도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서로의 안부도 묻고 서로의 힘이 되어주며 잘 지냈으면 좋겠다.
팬과 가수에서 이제 가족과 같은 사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시간을 함께하고 있으니 말이야.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가수 윤하분. 늘 감사하게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