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호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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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갈증 해소에 좋은 청량음료
- 제호탕에 얽힌 이야기 한 토막
- 조리법
갈증 해소에 좋은 청량음료
갈증이 많이 나는 무더운 여름이면 민가나 한약방에서 칡뿌리, 오미자, 인삼, 맥문동 등을 달여 마셨고 궁중에서는 갈증 해소 음료로 제호탕을 으뜸으로 꼽았다. 제호탕(醍醐湯)이란 오매육(烏梅肉), 사인(砂仁), 백단향(白檀香), 초과(草果) 등을 곱게 가루 내어 꿀에 재워 끓였다가 냉수에 타서 마시는 청량음료를 말한다.
주재료인 오매(烏梅)는 매실 껍질을 벗기고 짚불 연기에 그을려 말린 것으로 소갈, 설사, 기침에 효과가 있다. 오매차라 하여 오매육을 잘게 빻아 그 가루를 끓는 물에 타서 마시거나 아예 꿀에 버무려 항아리에 담아 두고 냉수에 타서 마시기도 한다.
원래 중국에서는 ‘제호’를 여러 뜻으로 사용했다. 첫째, 제호는 우유를 정제한 자양이 풍부한 음료를 가리킨다. 그래서 불가(佛家)에서는 제호미(醍醐味)라 하여 오미(五味)의 다섯째로 최상의 지극한 정법(正法) 또는 불성(佛性)에 비유한다. 둘째로 맛이 좋고 자양분이 많다는 뜻이 있으며, 셋째로 훌륭한 인품을 비유하는 말이기도 했다. 『본초강목』에서는 “유(乳)로부터 락(酪)을 만들고 락으로부터 소(酥)를 만들고 소로부터 제호(醍醐)를 만든다”고 하였으니 오늘날의 치즈를 말한다. 한편 우유에 갈분을 타서 미음같이 쑨 죽을 말하기도 한다.
조선조 궁중에서는 단옷날 내의원에서 만들어 임금께 올리면 임금이 이것을 부채와 함께 여름을 시원히 보내라고 기로소에 보내고, 가까이 있는 신하들에게도 하사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제호탕은 더위를 풀어 주고 번갈(가슴이 답답하고 목이 마름)을 그치게 해준다. 처방은, 오매육 굵게 간 것 1근을 따로 가루 내고, 초과 1량과 축사(縮砂)와 백단향(白檀香) 5전씩 곱게 갈아서 꿀(煉蜜(연밀)) 5근에 넣고 약간 달여서 자기(磁器)에 저장해 두고 냉수에 조복(調服 : 어떤 약에 다른 약을 타 먹는 것)한다”고 하였으니 이것이 궁중 내의원의 처방인 내국방(內局方)이었다.
제호탕에 얽힌 이야기 한 토막
조선 시대 때 제호탕에 얽힌 이야기가 한 토막 전해진다. 지혜로운 한 여인이 제호탕 때문에 오히려 실연한 이야기이다. 임진왜란 때 한음 이덕형(李德馨)이 영의정으로서 창덕궁 중수(重修)의 도제조(都提調)를 겸해 주야로 분주할 때였다. 본가에서 들여오는 상으로는 마땅치 않아 대궐 가까이에 조그만 집을 마련하고 소실을 하나 두었다. 잠깐 들러 쉬기도 하고 때를 놓쳤을 때 식사도 하기 위해서였다.
어느 여름날 더위에 허덕이며 소실 집에 들어섰는데 그 여인이 말도 꺼내기 전에 바로 자기가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던 제호탕을 내 오는 것이었다. 그는 한참 여인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돌아서 나와 그 길로 그 집에 발을 끊었다고 한다.
오성 이항복이 그 얘기를 전해 듣고 한음을 찾아가서 이유를 묻자 한음이 말하기를 “그 날 목이 무척 타서 제호탕을 생각하며 손을 내밀었더니 선뜻 내어 주는 게 어찌나 영리하고 귀여운지! 그런데 지금 이 시국에 명색이 대신인데 한 계집에 혹해 있게 됐습니까. 그래서 그만 딱 끊어 버린 것이죠.” 했다 한다.
이 같은 이야기가 있는 제호탕의 재료를 지금도 한약재상에 가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으니, 임금이나 대신이 된 듯한 기분으로 시원한 제호탕을 마련해 봄직도 하다.
조리법
오매육(烏梅肉), 사인(砂仁), 백단향(白檀香), 초과(草果) 등을 곱게 가루 내어 꿀에 재워 끓였다가 냉수에 타서 마시는 청량음료이다.
재료(오매육 1근 분량)
오매육 1근(600g), 초과 1량(37.5g), 축사 5전(18.7g), 백단향 5전(18.7g), 꿀 5근(3kg)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오매육을 가루로 빻는다.
2. 초과, 축사, 단향은 함께 고운 가루로 빻는다.
3. 꿀을 불에 올릴 수 있는 도자기에 담고 한약재 간 것을 모두 넣고 저으면서 되직하게 끓인다.
4. ③을 식혀서 사기 항아리에 담았다가 마실 때 찬물에 타서 마신다.
5. 오매를 대강 두들겨 물에 끓인 후, 다른 약재를 가루로 하고 꿀을 넣어 한데 끓여 만들기도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제호탕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음식 백가지 1, 초판 1998., 10쇄 2011., 한복진, 한복려, 황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