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베오그라드에서 30일간 매일 함께 훈련했던 세르비아 KMG 친구들의 영상이다. 영상 품질을 720 HD로 맞추고 보는 게 더 좋다. 어제 우리 크라브 마가 수업이 끝나고 일요일 레벨 심사를 앞둔 여학생 1명을 위해서 다른 학생들이 열심히 코치해주던 break fall forward를 세르비아 유도 국대 출신인 밀로쉐(수염 기른 남자)가 멋지게 보여주기도 한다.
세르비아 KMG는 시연을 정말 잘 한다. 세르비아 문화 자체가 그런 것 같다. 2012년 2월 당시 베오그라드에서 2번째로 큰 쇼핑몰의 메인홀에서 매일 밤 7시경 영춘권, 아이키도, 킥복싱 MMA, 가라데, 크라브 마가 등이 돌아가면서 시연을 했었다.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이 영상을 봐도 알겠지만, 다들 키 크고 길고 얼굴도 입체적이라서 움직임이 훨씬 더 멋져 보인다.
사람 눈이라는 게 어떤 의미에서는 왜곡이 많고 부정확하다. 저렇게 강렬한 시연을 눈앞에서 보면 그야말로 압도된다. 어떤 종류의 영상들은 편집의 힘이 아주 크지만, 이 영상의 경우 출연자들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실제로 봤으면 더 대단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는 카메라의 힘으로 저장된 순간 순간들을 찬찬히 볼 수 있는 것인데, 그 덕분에 자세히 보면 어떤 부분은 시연의 효과를 위해 부풀렸고 어떤 부분은 관객에게 압도적인 느낌을 주는데 초점을 맞췄음을 알아볼 수 있다. 어쨌든 우리 모두 저기 관중석에 앉아 있었다면 틀림없이 열광적인 박수부터 쳤을 것이다.
아래는 스쿨오브무브먼트 글로벌 다이어리 2012년 크라브 마가 (세르비아) 편에서 발췌했다.
세르비아 사람들은 구르기, 덤블링을 정말 잘한다. 크라브마가 일반 수업에서 여성들의 뒤구르기와 연이은 물구나무에 착지까지 보고 있노라면 마치 만화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그런데 다들 학교에서 배웠다고 한다. 유치원 때부터. 우린 그런 거 학교에서 배운 적 없는데... 그나마 하란은 2007년에 기계체조 체육관을 8번 다녀서 뒤로 굴러서 물구나무 서는 것만 흉내를 낸다.
세르비아에 미인 많은 게 그리 대단한 사실은 아니다. 대단한 사실은 그녀!들이 무술을 한다는 점이다. 하루는 세르비아 스포츠 뉴스를 보다가 메달을 목에 건 3명의 미녀들이 차례로 인터뷰하는 장면을 봤다. 사격? 수영? 테니스? 아니다. 레슬링 선수들이다. 프로 레슬링쇼가 아니라 빨강/파랑 쫄쫄이 입고 메달 경쟁하는 아마추어 레슬링!
여기도 똑같은 세상이라서 여성의 몸은 성적 대상으로 광고, 뮤직비디오, 일상에서 소비된다. 그런 건 한국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다만 여성이 무술을 좋아하거나 레슬링을 한다고 이상하게 여기거나 반대로 그런 걸 하기만 해도 너무 치켜세워주는 그런 한국의 풍토와는 다르다. 물론, 나와 달리 세르비아의 다른 면만 보고 온 사람들은 전혀 다른 얘길 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처럼 밤마다 베오그라드 곳곳의 무술 클럽들을 찾아가 직접 수련해본 적이 없을 테니까... 알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