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루]
제주도에서 협재에서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공항에서 표를 끊었다. 그 후에 타는 곳으로 가서 비행기를 기다렸다.
비행기에 입장할 때 소윤쌤과 아이들이 날 바래다주었고, 버스를 탄 후 비행기 타는 곳으로 갔다. 들어간 후에 이쁜 누나 옆에 타길 기대했지만 아저씨랑 탔다. 이륙할 때까지 기다리고 이륙했을 때 기분이 넘 좋았다. 비행기가 김포공항에 도착한 후 나는 지하철을 타고 남부터미널역으로 가서 3호선 환승 후 양재로 갔다.
우리형 알바하는 곳 가서 저녁도 얻어먹고 형과 많은 이야기도 했다. 자취방에서 자고 다음날 알바하는 곳에서 아침겸 점심을 챙겨 먹고 형과 놀러도 갔다. 저녁도 형이 해줬다. 형의 조언도 듣고 7시가 돼서 잠실로 간 후 버스타고 집으로 향했다. 쭉 뻗었다.
[윤달]
그렇게 집에 돌아왔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협재의 바다에 있었는데...
끈적거리는 몸과 사일동안 고생했던 신발을 깨끗이 세탁하고 밖으로 나와버렸다. 여행의 끝은 항상 이렇다.
1 제주의 하늘
제주엔 높은 건물이 없다.
하늘을 보고 싶지 않아도 하늘이 보인다.
시선을 멀리두면 하늘이 보인다.
쨍쨍한 푸른빛이었던 하늘은 어느 샌가 붉은 빛으로, 짙은 보랏빛으로 이윽고 사라져버린다.
한결같이 그 자리에 머물며 여러 빛깔을 띄우는 하늘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2 제주의 돌담
돌담이 듬성듬성하다. 빈틈이 많다.
발로 차면 무너질 것만 같았다.
제주의 기후에 맞게 만들어진 제주의 돌담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돌담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나의 빈틈에 애써 무엇인가 채워 넣지 않아야겠다.
소화되지 않은 음식들을 꾸역꾸역 먹으면 곧 게워내버리는 것처럼 나의 것이 아닌 무엇인가를 자꾸 채워낸다면 언젠가 우리도 무너져버리고 말겠지.
그렇게 여행이 끝났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소름돋는다. 우리는 다시 무료한 일상에 젖어들었다.
[아코비아토]
모든 것은 준비되어 있다. 다만 선택되지 않을 뿐이다. 우리가 무심하 f때는, 그걸 우연으로들 여기겠으나 부주의함의 결과였다.
이마트가 괜히 닫혀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우리를 동문시장으로 이끌어 그 시장에서만 파는 유명한 씨앗호떡을 맛보게 하려는 어떤 섭리가 작용한 것이었다. 다소 수고스러웠지만 그 덕에 제주토속의 전통재래시장의 한 면모를 보게 되었다. 다시 말해 제주 본래 모습의 일부라도 맛보게 하려는 선물이 준비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덕분에 나와 정민이는 밀짚모자를 살 수 있었고 삼박 사일의 여정 동안 그나마 덜 수고로웠다. 예상치 못한 순간들 안에는 이전부터 준비된 무언가 보물스러운 것이 분명 숨어 있다.
비만 해도 그랬다. 비와 함께하는 제주여행을 누가 계획하겠는가. 하지만 비는 준비되어 있었고 그래서 더 싱그럽고 풋풋한 제주의 내음을 맡을 수 있었다. 안개와 구름이 낮게 깔리며 모든 것을 흐릿하게 만들어 주었고 그 덕에 사진을 찍을 때 분위기 애써 잡을 필요가 없었다. 비옷을 입고 촐래촐래 잘도 걸어가는 아이들을 보자니 이런 정겨운 장면도 업겠다 싶을만큼 보기 좋았다. 더욱 우정이 깊어졌으리라. 돌아오는 날도 버스 시간표를 무시하는 버스운행 때문에 택시를 부를 수밖에 없었고 그 택시는 버스와 동시에 도착했으며 어쩔 수 없이 이만 팔천원이나 주고 그 택시를 타고 오는 동안 운전기사분으로부터 제주 근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꽤 비싼 소식이었으나 생각해보니 게스트하우스주인아저씨 말고는 현지인과 대화해본 일이 없었으니 그것이 준비되어 있었던 것이다. 모든 것은 준비되어 있다. 고마울 따름이다.
[학생의 요청으로 필명, 원글의 사진을 제외하고 타이핑으로 옮긴 글만 올립니다.]
바다는 맑고 투명했다. 그리고 깊고 찰랑거렸다. 맑고 투명하면서도 깊을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모든 걸 포용하는 듯이 보였다. 훤히 비치는 그의 품에는 모든 것이 들어있었다. 그러나 하지만, 그래서 나는 그에게도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는 차가웠다. 나는 다만 그를 위로하고 싶었다.
[귀염둥이]
너무나 순식간에 지나갔던 거 같다. 배 탔던 게 기억나고 길에서 오렌지 먹던 게 기억난다. 우도(성산일출봉)숙소에서 글 썼는데 처음으로 완성했던 게 기억이 난다. 4.3 기념관에서 끝까지 못보고 시간 맞춰 부랴부랴 뛰어 나오다가 마지막에 메모를 걸어두고 나온 거랑 버스 기다리면서 사직 찍던 게 기억난다. 말고기를 먹는다는 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협재에서 바다에 안 빠지려고 원용이가 웃으면서 달려오는 걸 필사적으로 피했다. 그 때 단비랑 나란히 걷고 있던 거 같은데 다시 보니 단비는 저 멀리서 웃고 있었다. 아. 다비가 버스에서 딸꾹질 비슷한 거를 조금 크게 했는데 앞사람이 깜짝 놀라서 누가한지 모르게 하려고 같이 자는 척 했던 게 기억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