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히 지내시는지요?
청해부대 43진 왕건함 대원 여러분..
저는 갑판하사 문준영의 엄마입니다.
여러분이 배를 타고 항해에 오르시던
대한민국의 뜨겁고 무덥던 그 여름은
더디게만 가는 시간이라는게 기어이 흘러
노랗고 빨간 고운옷 입은 나무들과
높디높은 푸른 하늘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가을날로 장면이 바뀌었습니다.
아들을 머나먼 나라로 보내며 눈물 흘리던
6월 그날 새벽이 꼭 영화의 한 장면 같이
또렷합니다.
시간이 지나니 필름은 어김없이 돌아가더군요.
눈이부시게 푸르른 하늘을 보며 다른 하늘 밑에 있을 아들을 생각하며 눈시울을 붉히며 슬픈 영화를.
태극기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검게 그을린 늠름한아들의 모습을 보며 감동의 영화를.
대원여러분들과 즐거이 그리고 자유로이 지내며 꿈이 생겼다는 아들을 보며 설레는 행복의 영화를.
그렇게 조금씩 우리들 영화의 행복한 엔딩을 맞이할 날을 고대하며 기다리고 있는중입니다.
지금 이곳에 계시는 왕건함 대원들의 가족분들 모두 그러한 마음이시라 짐작합니다.
그대들 영화의 출발은
어떤 꿈을 꾸며 항해를 떠나셨나요?
200일이 넘는 영화의 러닝타임을 치열하게 보내고
그대들 영화의 엔딩은 어떤 장면들을 가지고
찬란하고 빛날 그대들의 앞날을 걸어나가려 하고
계신가요?
어떤꿈을 꾸든 그대들의 반짝이는 눈빛이 뜨거운 가슴이 그대들의 앞날을 더없이 환하게 비추리라는걸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임무를 완수한 왕건함이
대한민국으로 귀항하는 12월.
어둠에서도 반짝이는 눈빛을
푸른 바다같이 넓은 가슴을 안고
환하게 웃으며 "엄마. 내 왔다." 라며 집으로 들어올 아들의 모습을 가슴에 그리며
설레고 벅참에 아들을 기다리는 날들 하루하루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행복해서요.. 너무나 자랑스러워서요..
여러분들의 명예로운 그 시간들 덕분에
여기 대한민국의 가족들은 편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편안하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나는 기도합니다.
그대를 위해 기도합니다.
지켜 달라고 기도합니다.
거칠은 바다 고된 이 세상
항해를 떠난 그대를 위해
상처에 울고 때론 지쳐서
절망에 갇혀 아프지 않게
마음을 다해 그대의 위로가 되길
오늘도 나는 기도합니다.
윤하 [ 기도 ] 중에서...
2024년 10월 7일. 월요일
첫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