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음악, 미술 등의 작품에는 그 시대의 희노애락의 삶이 곳곳에 녹아 있다. 특히나 그림작품은 상상이 아닌 실제 그 시대의 삶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어 매우 유익한 종합선물세트이다.
그림작품을 의하자들이 감상하면, 그들은 그림에 등장하는 사람의 모습에 유독히 집중한다. 마치 진료실에 들어오는 환자를 보며 질병의 단서를 찾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림속에 나타난 다양한 인물들의 표정, 자세, 옷차림, 음식을 통해 그 사람의 건강상태를 가늠하는 것은 거의 직업병 수준이다.
나 처럼 몸의 구조를 연구하는 해부학자는 체형이나 골격을 보거나 수술장면에서 그려진 장기들의 위치, 색깔, 모양들을 유심히 보게된다. 그 당시 사람들의 키에서 차지하는 머리, 팔, 다리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두개골의 모양은 지금과 비슷할까? 몸매나 뼈대의 돌출정도가 차이가 있을까?
이 책에서는 의학자들이 그림속 등장인물의 모습과 그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종합하여 상태를 가늠하며 스토리를 전개된다. 주제별(조울증, 약물 중독, 술, 담배, 도박, 섹스, 잠, 자살 등등...)로 그림이 그려진 배경설명과 함께 그 당시 질병과 의료 수준을 유추해보는 방식으로 책을 꾸려 나간다.
그림마다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숨어 있고, 화가 자신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들은 대체로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았고, 술, 담배, 여자, 도박으로 인해 많은 고통을 받고 있었다. 그림 속의 등장인물 또한 그러하였다.
이 책은 명화를 지극히 의학자/의료인의 눈으로 해석하였다. 그래서 더욱더 신선하였고, 매력적이었다. 서점에 들러 보니 이미 '미술관에 간 화학자' 라는 책이 진열대에 있었다. 앞으로는 '미술관에 간 공학자', '미술관에 간 인문학자', '미술관에 간 음악가' 등등 '미술관에 간 OOO' 시리즈가 한동안 연속 출간되는 것은 기정사실인 것 같다.
문득, 머지않아 미술관 시리즈와 더불어 박물관 시리즈, 과학관 시리즈도 나오지 않을까 짖궂게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