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 리 글
2009-12
막 바 지
박병민 목사(새터공동체)
스승님에게서 들은 이야기이다. 엄마로부터 태어나는 갓난아이의 그 모습을 보면, 울름소리 만큼이나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움켜쥐고 기세를 부릴 듯,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나오게 된단다. 그 후에 그가 잘아가서 여러 가지 세상의 풍상을 겪어가며 살아가다가 이 세상을 떠나갈 때에는, 그 모습이 꼭 틀어쥐었던 손을 활짝 펴고 눈을 감으며 자는 듯이 가게 된단다.
올 2009년도도 채 열흘 남짓 밖에는 남겨 놓지 않고 있다. 어느 사람은 앞에 마킴이 없이 저돌적으로 기세를 부리며 거침없는 삶을 살아왔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앞길의 어려움이나 방해물을 물리쳐가며 극복하는 삶을 살았을 것이다. 우리말 가운데 이미 시작하여 중간에 그만둘 수 없는 것을 말하는 벌인춤이라는 말이 있다. 이와 비슷한 말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는 빼도 박지도 못하게 되는 상황일 것이다. 올 한해도 시작하여 이제는 막바지를 치닫는 즈음에 달력만 넘겨가며 온 꼴인 것 같아 긁어모으면 모아질 것이 많지 않을 것 같다. 올 한해도 저무는 해와 같이 한해가 다해 가고 있다. 올해에 들어서면서 우리는 어느 말처럼 “언제나 처음처럼, 그리고 처음을 언제나처럼”이라는 마음을 작심한 듯 지니며 출발하였을 것이다. 우리말 중에 보통 때와 다름없다는 평범하다는 것을 얘기하는 “여상(如常)하다”라는 말이 있다. 그렇지만 그 말은 변함이 없이 한결 같다는 말도 될 것이다. 우리는 결이 하나인 한결 같은 사람이 되어야 된다. 어느 사람은 그 결을 벗어나 터무니없는 생활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터무니라는 말의 터무니는 터의 무늬로써 그 땅의 생김새나 고유의 내력이며 나아가서는 성질이다. 그리고 그 곳에 터를 정하게 된 자취이다. 그래서 터무니없다는 말은 터에 무늬가 없다는 말이어서 이치나 도리에 맞지 않는 생활일 것이다. 그 사람에게는 그 사람 본래의 고유색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은 그것을 잃은 자기를 막아주는 보호색을 띠며 사는 생활을 해올 때가 종종 있다.
올 해에도 생각해보면 나에게 뜻 밖에서 생겨났던 돌발적인 일도 있었을 것이고, 이에 비하면 아주 잠시 동안의 사소한 일과 같은 간발적인 작은 일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음의 평상심을 벗어난 감정충동에서 재촉된 촉발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일들로 구성원들에게 거스르는 일로 비춰져서 반발을 불러 일으켰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 집에 사춘기(思春期)를 보내는 딸아이들 가운데 둘째 아이의 표현이 부딪히는 물결처럼 격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던가보다. 밤에 늦는다하여 문을 잠갔더니 옆에 있는 커다란 유리창을 깨고 들어왔다. 지금도 그 흔적은 누런색으로 나무모양을 띠고 서로 부쳐져 있다. 전에는 친구 집에서 자고 오기까지 하던 그 아이가 지금은 그 깨어진 유리창을 보며 출입하고 다녀서 그런지 과히 늦지를 않는다. 우리는 젊은이와 같이 네 활갯짓을 해가며 사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를 살피고 동시에 남에게까지 탈이 없는 홀가분한 생활이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어른들 하시는 말 중에 사단이 나다라는 말을 했다. 그런데 바른 표현은 사달이 나다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 말은 사고가 일어나거나 혹은 대단찮은 탈이 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올해에도 왜 작은 일들이 없었겠는가? 그렇지만 일과 일들이 쌓여서 올해를 이루어왔다.
남은 열흘을 힘껏 달려가기를 위해 두 주먹을 쥐어본다.
공 동 체 이 야 기
김 치 담 그 기
법정 스님이 얘기하시기를 사람들은 지(地), 수(水), 화(火), 풍(風)의 은덕으로 살아간다고 했다. 거름 준 토양에 8월 중순에 살림교회에서는 가을 동안에 잘 살아가서 겨울 들어서면서 알찬 배추가 되기를 마음에 담아, 마을의 장로님께서 주신 어린 육묘를 두 손으로 흙 모아 다독여 가면서 가지런하게 열을 지어 심었다. 어린 배추는 으레 비가 적은 가을에 메마른 지면에서 많은 물을 요구하게 되고, 이에 따라 물을 흠뻑 뿌려 주어야 한다. 그리고 불볕에 버금가는 화창한 볕을 받으며 배추 잎이 네 활개를 편다. 여기에 또한 서늘한 바람과 함께 속이 차며 뿌듯하게 잘아간다. 그래서 그 후에 우리들은 몇 일에 한 번씩 물주는 데에 일을 삼아서 했다. 그리고 어느 날에는 식물을 살찌운다는 비료(肥料)도 배추 간격에 움큼움큼 놓아 주었다.
500여 포기의 배추는 양은 다량이었으나, 무엇이 부족하였든지 속이 꽉 찬 실한 배추로 잘아주지는 못했다. 11월 말일에 배추김치를 담그려하였으나, 전날인 배추를 뽑아 소금물에 절이는 날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바람에 한주간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이어지는 주간에는 추어져 가는 날씨와 함께 걱정이 뒤따랐다. 추위에 얼지나 않을까 하여 배추절임의 전날인 주말에 대부분의 배추를 뽑아서 현관 옆 처마 밑에 쌓고 바람막이로 덮어 주었다. 다음날 오후에 배추를 심은 살림교회가 또한 그 배추를 절이는 일에 수고를 아끼지 않으셨다. 또한 그 다음날은 진주문교회가 배추김치를 담그기로 하였다. 그 김치 담그는 날 아침에 교회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수돗물은 잘 나오느냐?는 물음의 전화였다. 실은 그 전부터 물이 약해서 많은 물을 필요로 할 때에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현상이 빚어져지는 바람에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었다. 전날 배추 절이는 때에, 맡아서 수돗물을 고쳐주시는 선생님께 전화를 하여 방법을 물어보고, 담그는 날 아침에도 전화를 하였더니 선생님이 때를 맞추어 와주셨다.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위에 자리한 주택 건물로 오르고 있는 물을 끌어 쓸 수 있게 해주셨다. 그리고 여러 날 전에 찾아오셔서 12월 초에 방문 하겠노라고 이야기하고 가신 금산한국전력 선생님들이 그 날의 기별도 없이 오늘에 맞추어 찾아 주셨다. 함께 한 교우들의 순발력이 발휘되는 때가 찾아왔다. 그것은 두 줄기의 물로도 감당을 할 수 없었던 듯, 우리들이 들어오는 길 입구에 있는 반석교회에 연락을 취하여, 그 곳에서 소금에 절이어진 배추를 씻어오게 되었는데, 그 곳까지 차로 운반하여 가고 오는 일을 한국전력 선생님들께서 수고하여 주셨다. 그리고 어느 분의 부탁이었던가? 그 즈음에 면소제지 소방서에서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소방서의 살수차에서 공급을 받게 되면 그 물은 먹지를 못하는 물이기에 배추 씻는 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말씀이셨다. 그래서 오후 두세 시 경에 김장담그기를 마칠 수 있었다. 김치를 다 담그고 나니 때맞추어서 수도의 힘이 다하였든지 물이 나오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그 밤은 어르신들이 물 없이 지내는 불편한 밤이었다.
한 주 미루어진 그 일이, 이런 일들 가운데서 여러 사람들이 합심해서 가져다 준 적선물(積善物)의 선물(膳物)이 되었다.
공 동 체 소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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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터 공동체 가족
이은주 김복순 지명수 권희숙
채경일 주송례 진영택 김정화
박소웅 박정임 라홍채 최성재
최영애 정무래 박종만 박병민
진선미 박한솔 박진솔
* 여러 가지의 육신과 정신적 아픔 중에 있는 새터공동체 식구들의 건강한 몸이 되기를 위하여 기도하여 주세요.
* 2009년 12월 6일에 살림교회(박상용 목사님)에서 오셔서 밭의 배추를 뽑아서 절여 주셨으며, 다음날인 7일에 진주문교회 여전도회(유운걸 목사님)와 금산한국전력(박혁용노조위원장님) 선생님들이 함께 배추김치를 담아 주셨습니다. 한국전력 선생님들께서는 목욕봉사, 전기수리와 집 주변 정리 작업 등도 같이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12월 13일에는 무주 충전교회(표기연 전도사님)에서 배추김치 두 박스를 담아서 가지고 오셨습니다.
☻ 기도하며 함께 하신 분들
충전교회.금성교회.동산교회.추부제일교회.수영교회.최선희.김기홍.정무래.최영애.라홍채.박종만.진영택.최성재.김정화.대성교회여전도회(3인).채윤기(박현실).양오석.튼튼영어대전동구(연월순외12인).대전노회.충청지방통계청.대전성남교회.공주원로원.진명구.대덕교회.임정순.대성교회(한윤형).이원교회.세광교회.공주원로원(김영윤외1인).금산주부클럽(3인).주식회사EG(이광형).김복순.향림원푸드뱅크.예원교회(최동주).금산군기업인협회(8인).동춘교회4남선교회.대덕교회.동춘교회6여전도회
(호칭은 생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