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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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0-25 12:38
서경애 (초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꾸벅)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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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애
1
소녀상
229일
소녀를 지키러온 사람들과 함께한 날
소녀를 보러 몰려오는 사람들
소녀를 철거하려는 사람들
소녀상, 그대 이름 참 슬퍼
나비문화제로 북적이던 사람들 돌아가고
모기장 펴 밤을 지새우는 두 청년
소녀야 그대 외롭지 않겠네
·············
청자 빛 여명 속
두 청년 일어나 쓰윽 쓱 빗자루 질
어느 고운 할머니
꽃무늬 하얀 모자 만들어와
소녀에게 씌워 주시네
맑고 고운 소녀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해주렴
---
2
옹벽
기울어진 땅
바윗돌 포개어 쌓은 옹벽
아귀가 맞지 않은 틈 사이
허공을 받힌 자갈돌
바윗돌과 자갈돌로 아귀 맞춰
떠받힌 세상
바윗돌이라 잘난 것도
자갈돌이라 못난 것도 아닌
그만큼의 무게로 세상을 받치고
고만큼만 살아가는
한 세월 너끈히 서 있을
---
3
연어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
센 물살에 밀려
떨어지고 또 떨어지며
모진 물살 밧줄에 매달렸네
태어났던 곳 찾아
알을 낳고 일생을 마칠 모성
생의 숙제
저 광대무변을 오르는
필사의 몸부림
---
4
불끈, 꽃대궁
물주며 본 코스모스 꽃대
꺾여 누운 자리 보니
겨우 붙어 있는 한쪽 껍질
누운 몸통 꽃대를 박차고
수직으로 우뚝 선 꽃대궁
산다는 건
스스로 일으켜 세우는 것
저렇게 불끈
서 있는 것
---
5
어머니 자궁 속 같은
- 노숙자5
냉기 막으려 깐 박스 위
번데기 같은 물체 보이네
침낭 속에서 잠든 사람
얼굴이 모자에 감싸였네
한뎃잠 속 저 포근한 굴
어머니 자궁
---
6
독서삼매경
- 노숙자3
지하통로 모퉁이
커다란 박스 안에 들어앉아
낡은 책을 읽는
텁수룩한 남자
무슨 책일까?
서가에 앉은 듯 고즈넉한데
무아지경인 듯 그 남자를 두른 적요
아득한 생의 한 때
---
7
털목도리
-노숙자4
투박한 외투 입고
혼잡한 지하철 승강장
벤치에 옆으로 누운 초로의 남자
미동도 없네
여인이 목에 두르고 가던 두터운 털목도리
나비처럼 날아 남자 위에 살며시 내려 앉네
여인이 목도리로 남자를 덮어주네
호접몽일까
그 남자, 꿈결에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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