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전투기가 되겠냐던 文, KF-21 출고식서 “우리가 개발” [박근혜 회고록 27]
중국이 자신들의 방공식별구역(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아디즈) 확장을 발표한 것은 2013년 11월 23일이다. 이 보고를 받은 나는 파장이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확장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에는 우리 영토인 이어도와 일본의 센카쿠 열도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우리나라와 일본 등 주변국과는 사전 논의 없이 이를 일방적으로 선포했다.
방공식별구역, 아디즈(ADIZ)는 영공 외곽의 공해 위에 설정된 구역이다. 각국이 아디즈를 설정하는 것은 적 항공기가 영공에 들어온 뒤에야 대응하기 시작하면 대처가 늦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공 바깥쪽에 아디즈를 설정해 놓고, 아디즈를 침범한 항공기가 안보에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되면 사전 대응에 나선다. 엄밀히 말하면 영공은 아니지만, 군사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정받는다. 각 국가의 로마자 알파벳 이니셜을 붙여 한국은 카디즈(KADIZ), 일본은 자디즈(JADIZ), 중국은 차디즈(CADIZ)라고 부르고 있다.
한국의 카디즈는 6·25 전쟁 중이던 1951년 3월 미 태평양 공군사령부가 설정했다. 당시엔 중공군의 항공 작전 능력을 감안해 마라도 남방까지만 포함했다. 이때 이어도 등 일부 도서가 제외됐다. 또, 1994년에는 영해 개념이 3해리에서 12해리로 늘어났는데,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
중국 방공식별구역 이어도 포함…묵과할 수 없었다
2013년 12월 8일 장혁 국방부 정책기획관은 서울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마라도와 홍도를 비롯해 이어도까지 포함한 한국방공식별구역(카디즈) 확대를 발표했다. 중앙포토
중국이 차디즈를 일방적으로 선포한 것은 사실 일본과 영토 분쟁 중인 센카쿠 열도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 양국은 대만과 오키나와 사이에 있는 이 섬들을 서로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었고, 현재는 일본이 실효 지배 중이다. 이 무렵 중국은 센카쿠 열도 일대에 자국 어선들을 보내 조업을 하도록 해 일본 측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었다. 중국의 차디즈 발표 이틀 뒤인 2013년 11월 2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예상치 못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행위”라며 유감을 표했다.
그런데 센카쿠 열도 문제와는 별개로 이어도는 한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속한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그런만큼 차디즈에 이어도가 포함된 건 우리로선 묵과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외교에서 무조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맞서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나는 아베 총리처럼 갈등을 고조시키는 방법 대신 일단 중국 측과 만나 조정을 요구하기로 했다.
그래서 2013년 11월 28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3차 한·중 국방 전략대화에서 양국 대표가 만나 담판을 짓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