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 있는 치어리더는 보지말고 나만 보세요!
호사다마라 했던가
서울 동아마라톤이 열리는 오늘도
역시 황사가 있다고 기상청 발표가 있어
은근히 걱정을 했었는데
날씨는 우려와 달리 황사도 별로 모르겠고
맑고 달리기에 아주 좋은것 같았다.
2008년 3월 16일 아침 8시.
광화문 네거리에는
약 2만6000명의 선수들이 모여 있었다.
쿵쾅거리는 고적대소리, 음악소리
사회자 배 동성의 안내 멘트
짧은 치마 치어리더들의 흥겨운 춤
울긋불긋 형형색색의 유니폼을 차려 입은
참가자들은 시끌벅적한 소음속에서도
열심히 준비 운동하며 몸을 풀고 있다.
스트레칭으로 몸풀때 나는 원두커피 한 잔 마시면서 찰 ~ 칵.
요란한 폭죽소리 신호와 함께
엘리트 선수들이 먼저 출발하고
나는 C그룹으로 12분 후에 출발했다.
집사람에게 잠실에서 만나자고 악수를 하고
출발선을 지나서 숭례문 방향으로 달려 나갔다.
항상 그 자리에 있었던 숭례문이었지만
막상 없어져버리니 빈 자리가 훨씬 더 커보인다.
숭례문에서 좌회전해
을지로 입구에서 다시 우회전
을지로 4가 반환점을 향해 달린다.
어느 덧 4번 째 참가라
이제는 여유가 생겨
깨끗해진 시내 길 좌우를 살피고
반환점을 통과해 반대편에서 달려 오는
선두 주자들의 뛰는 모습도 구경하고
다른 주자들의 표정도 즐기는 여유를 부려 보았다.
을지로 4가 반환점을 돌아서
무교동에서 다시 우회전
청계천 입구에서 우회전
마장동 고산자교를 향해 달려 내려간다.
컨디션은 양호했고 느낌도 아주 좋다.
연도에 나와서 응원해 주는 시민들에게
답례도 보내고 하이파이브도 하면서
달리기를 즐긴다.
고산자교를 돌아 다시 청계천을 거슬러 달린다.
청계천 3가를 달려 가는데
왼 쪽 종아리가 약간 통증이 있고
뭔지 모르지만 불쾌함도 느껴진다.
계속 달리느냐 마느냐
처음으로 갈등을 느끼는 순간이다.
그러나 멈추지 않고 달리다 보니
어느 덧
종각을 돌아 신설동 20Km 지점에 도착한다.
뒤에서 춤추는 치어리더 다리 각선미하고 내 휜 다리 각선미(?)하고 비교해 보세요!
지난 해 바나나 3개 먹고 3분 늦어진것을 생각하며
이번에는 바나나 한 개만 먹고 곧바로 출발했다.
역시 바나나는 참 달더라!
장안평 쭉 뻗은 대로를 거침없이 달렸고
군자교 위에서 이온음료 한 컵 파워젤 한 개 꿀꺽
응원하는 학생들과 하이파이브도 계속했다.
어린이 대공원입구에서 다시 뚝섬 방향으로 우회전
성동교에서 좌 회전 해 뚝섬 30km지점에 도착했다.
물 한컵을 걸으면서 마시고
바나나와 쵸코파이가 유혹을 했지만
못본체 지나치고
잠실대교를 향해 달렸다.
항상 그랬듯이
나는 계속해서 달려 나갔지만
내 뒤로 쳐지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났다.
요기를 보세요...
잠실대교에 들어 서자
비로소 안도의 숨을 들이킬 수가 있었다.
남은 거리 7km 뿐이라
이제는 걸어가도 된다는 자만심이 생긴다.
잠실 대교를 통과하자
오히려 힘이 솟아
조금씩 스피드도 내 보면서
마지막 레이스를 즐겼다.
삼전동을 지나 잠실본동에 들어 서자
멀리 나를 찿고 있는 아들 용한이가 보였다.
반갑기도 하고
힘을 내기 위해 일부러
"아~들" 하고 악을 쓰면서
양 팔을 흔들고 쫓아가 아들 손을 잡는
오버 액션을 취했다.
내가 악쓰는 소리에 놀라
주위 사람들이 나를 다 쳐다 보고
옆에서 달리던 사람들도 놀라서 쳐다 본다.
그러나 우리 아들 씩~ 웃기만 한다.
40km지점 마지막 급수대는 그냥 통과했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절약하기위해
종합운동장 입구에 도착하자
집 사람이 아들 이름을 부르면서
뛰쳐 나와 반갑게 손 흔들며 격려 했다.
이에 질세라
나 역시 양 팔 흔들며 큰 소리로 오버액션.
그러나 기록이 아까워 멈추지는 않고
계속 달려 골인점에 도착했더니
전광판 시계는 11시 57분을 가리켰고
공인기록은 3시간 45분 49초 신기록이며
지난 해 보다 5분 이나 단축했다.
신기록 보다는 완주의 기쁨이 훨씬 더컸다.
이 상규 역시 3시간 32분 20초로 신기록이라고 한다.
(느그들 달려라! 나는 뽕따 먹고 간다.)
골인 후에는
컨디션이 아주 좋아서
뒤로 골인하는 지친 모습들도 즐기고
맑은 봄날의 푸른 하늘도 즐기고
퍼져 앉아 있는 사람
누워 있는 사람
스트레칭하는 사람
가지 가지 군상들의 모습도 즐기고
생수 한 병 들고서 타는 목을 추겼다.
그리고 떠 내 년을 기약 해 본다.
내 글 읽은 친구들은 복 받을거다.
아디오스 아미고~
대한민국 만세! 다왔다. 아이고 힘들다 ㅎㅎㅎㅎㅎ
첫댓글 기록단축 축하한다.! 하여간 대단하다!
고맙다. 내 기도 많이 받고 어깨 빨리 완쾌되기 바란다. 4월 6일 산행때 보자
겉보기엔 영감재이 같은디 어쩜 그리 단단하냐? 축하한다.ㅎ
나 절대로 영감쟁이 아니여! 머리 숫이 적어 그렇지 피부는 아직 멀쩡 허당깨
대단하시! 바나나 단맛의 유혹에 고개 돌리니 기록도 단축되고 ... 인내는 쓰지만 결과는 달다 ...
한국의3대메이저대회에서 선전이 눈부시다.엘리트선수는 약간 부진하더니만 마스터스선수,50대후반의나이 기록으로는 보스턴마라톤 출전자격을 가질 수 있겠다.완주를 축하한다.사회자김동성은 배동성으로 고치시오.
고맙다. 금방 고칠께. 어쩐지 긴가민가 하더라. 너도 금방 달성할 수가 있다
정말 대단한 체력이다.그정도로 뛸 수 있을 때까지는 그동안 얼마나 갈고 닦았겠느냐?마라톤 풀 코스를 완주하는 사람들이야 등산 쬐끔하는것은 몸풀기밖에 안되겠는데!아무튼 그 건강, 그 체력 두고 두고 유지하여 항상 행복이 넘쳐나길 바란다. 밝은 얼굴로 다음 달마산 산행때 만나서 그 치어리더들의 얘기를 들려주렴.
가운데 사진 봐라! 키에 비해 다리통이 빈약하잖아
완주만세 기록단축 만만세 대단하구만 올해는 특히 시간도 굉장히 단축하고 갈수록 회춘일세 그려 평소에 등산을 많이한 결과구만
고맙네! 이번 서울마라톤에서 우리 동창 이상규는 3시간 32분 20초기록으로 76번째 완주를 했어.금년 9월에 100회 완주할거라고 하던데..
7Km 남았음을 확인할 때 그 때 느꼈던 자신감이 기주니성! 삶에 여생의 장정에 큰 힘이 될것이네...^^****^^ 경신기록, 완주축하 한다. 일날 버스에서 봄세.
창호형! 고맙네. 아마도 이 번 달마산 산행은 우리 생애 최고의 환상적인 꽃구경 산행이 될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