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각광받고 있는 당뇨치료제이자 비만치료제인 오젬픽Ozempic과 위고비Wegovy의 시작은 ‘도마뱀의 침’과 100년도 넘은 ‘개 실험’에서 비롯됐다. 이야기는 19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두 명의 과학자, W. 베일리스Bayless와 E. 스탈링Starling은 개의 소장 점막에서 추출한 물질을 혈관에 주입하는 실험을 했다. 실험 전에 췌장으로 가는 신경을 전부 끊어 놓았는데도, 췌장이 갑자기 소화액을 분비한다는 사실이 그들을 놀라게 했다.
“신경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메시지를 보낸 거지?”
그 답이 바로 혈액을 타고 이동하는 화학 신호, 우리가 지금 호르몬이라고 부르는 개념의 탄생이었다. 이때 발견된 첫 호르몬이 바로 세크레틴secretin이다.
시간이 흘러 과학자들은 또 하나의 미스터리를 발견한다. 똑같은 양의 설탕을 '먹였을 때'와 혈관에 직접 '주사했을 때'를 비교해보니, 먹었을 때 인슐린이 훨씬 더 많이 나온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장이 췌장에게 ‘인슐린을 더 내라’고 속삭이는 게 아닐까?”
장에서 나오는 이 신호를 과학자들은 인크레틴incretin이라고 불렀고, 그 정체를 밝히는 것이 당뇨병 치료의 열쇠가 되었다. 1960년대에는 위억제 폴리펩타이드 GIP라는 물질이 발견됐고, 1980년대에는 훨씬 강력한 신호인 GLP-1이 등장한다.
GLP-1은 인슐린을 늘릴 뿐 아니라,
○ 위로부터 배출을 늦추고
○ 뇌에 “배부르다”는 신호를 보내며
○ 혈당을 안정시킨다.
완벽한 약처럼 보였으나 문제가 있었다. GLP-1은 몸에 넣자마자 분해되어 사라졌던 것이다. 여기서 뜻밖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미국 남서부에 사는 길라 몬스터, 독도마뱀이다. 이 도마뱀의 침 속에는 GLP-1과 비슷하지만 훨씬 안정적인 물질이 들어 있었다.
과학자들은 이 물질을 기반으로, 최초의 GLP-1 약, 바이에타Byetta를 만들었다. 다만 하루 두 번 주사를 맞아야 했다. 화학자들의 시간이 왔다.
“어떻게 하면 더 오래 가게 할까?”
“어떻게 하면 주사를 줄일 수 있을까?”
분자를 조금 바꾸고, 혈액 단백질 알부민에 붙게 만들자 주 1회 '주사' 약이 탄생한다.
그게 바로 세마글루타이드, 오젬픽이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환자들이 기쁜 마음으로 말한다.
“혈당이 좋아졌는데… 살도 빠져요.”
사실 GLP-1은 오래전부터 식욕을 줄이는 신호라는 게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같은 약을 더 높은 용량으로 쓰자,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탄생한다.
그리고 마지막 혁신이 등장한다.
“주사 말고, 먹는 약은 안 될까?”
문제는 위산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알약에 SNAC (소듐 N-[8-(2-하이드록시벤조일)아미노]카프릴레이트)라는 물질을 넣었다. 이 물질은 알약 주변의 산성도를 낮춰 약이 위에서 살아남아 흡수되게 도와준다. 그 결과, '경구용' GLP-1 약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GLP-1의 작용 흐름은 다음과 같다:
음식 섭취 → 소장 L세포(GLP-1 분비) →
혈액 순환 → GLP-1 수용체 활성화 →
[췌장(인슐린↑), 위(배출↓), 뇌(식욕↓), 기타 장기(염증↓)]
→ 혈당안정∙포만감증가 →
섭취열량 감소 → 체중감소
이 모든 과정은
○ 장에서 시작된 작은 신호 하나가
○ 당뇨병 치료를 거쳐
○ 비만, 심장, 신장, 염증 치료로 확장된 이야기다.
작은 발견의 물결이 지금 전 세계를 바꾸는 의학의 큰 파도가 된 것이다. GLP-1 작용제의 개발은 노벨상급 업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