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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둔을 기억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황둔찐빵' 덕분이다. 비록 지명이 찐빵 앞에 붙은 고유명사처럼 통하고, 강원도 횡성군의 안흥찐방에 비하면 지명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어쨌든 황둔을 기억하는 사람은 먼저 찐빵을 떠올린다. 황둔은 영월군 동강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비슷비슷한 시골길이 이어지다 느닷없이 작은 동네가 나오고, 초입부터 엄청난 크기의 '황둔찐빵' 간판을 단 집들이 줄줄이 보인다. 이쯤 되면, 이 길을 지나는 누구라도 차를 세우고 찐빵 하나는 사 먹어야 할 것 같은 유혹을 느낀다. 찐빵집은 모두 9개다. 한데 한두 집이 아니다 보니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
메뉴도 비슷한 것 같은데, 조금씩 다르다. 흔히 작은 시골마을에서 내는 먹을거리들은 대개 협업으로 맛을 통일하는 데 비해 이곳에선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집집마다 자기 집 찐빵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느라 바쁘다. 9개 찐빵집이 모두 경쟁관계다. 그래서 황둔찐빵은 다른 찐빵과도 다르고, 이 동네 찐빵집들끼리도 다르다. 황둔찐빵의 '다름'을 찾아봤다.
집집마다 흰색·노란색·핑크색·초록색·검은색·보라색 등 최소한 찐빵 색깔이 다섯 가지는 넘는다. 반죽에다 파프리카·백련초·솔잎·자색고구마 등 색깔을 낼 수 있는 온갖 채소들을 섞어 색을 낸다. 옥수수찐빵의 경우엔 아예 옥수수 알갱이를 반죽에 버무려 넣어 노란색을 도드라지게 하기도 한다. 어느 집은 흰 찐빵에서 노란 고구마 소가 나온다. 어떤 집에선 콩이나 단호박이 나오기도 한다. 팥·완두콩·고구마·호박 등 앙금을 낼 수 있는 채소와 곡식은 다 찐빵소로 활용된다 막걸리를 섞기도 하고, 막걸리만 넣기도 한다.
당시 이씨는 보통 집에서 해먹던 막걸리 찐빵을 만들어 팔았다. 황둔이 영월 동강으로 가는 길목이다 보니 동강에 가던 사람들이 이씨의 가게 앞에 내려 찐빵을 사먹기 시작했다. 그 숫자가 꽤 되니 인근에 찐빵가게가 하나둘씩 생겼다.
6개월여 만에 결국 쌀가루의 비율이 50~60% 정도 됐을 때 쌀가루의 고소한 맛이 나면서 폭신한 찐빵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발효할 때 이스트 외에 막걸리도 넣어야 쌀가루가 더 잘 부푼다는 것도 알았다. 완성된 '쌀찐빵'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폭신하면서 쫀득하고, 냉동 보관 후 데워 먹어도 빵이 푸석푸석해지지 않았다.
하씨의 쌀찐빵이 황둔찐빵 거리의 명물이 됐고, 다른 가게들도 모두 쌀찐빵을 내놓기 시작했다. 2000년에 황둔·송계마을이 정보화 시범 마을로 지정된 것도 황둔찐빵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됐다. 마을 곳곳에 인터넷 선이 깔려 찐빵가게마다 온라인 홈페이지를 열었다. 지금은 전국의 손님을 상대로 찐빵 택배사업을 하고 있다.
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 신림IC에서 빠진다. 톨게이트를 나와 오른쪽으로 직진하면 주천이다. 신림IC에서 주천면까지는 20분 거리다. 주천면으로 나가는 솔치터널 직전에 황둔찐빵마을이 있다. 작은 길을 사이에 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