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 이걸 신다가 돌려주면 어떡해? 너‥너희……원 달러도 없어?"
가게 안에 긴장감이 돌았습니다. 그 때, 저쪽에서 모따비오가 수탉 한 마리를 들고 헐레벌떡 뛰어와 아저씨 품에 수탉을 안겨 주었습니다.
"아저씨! 축구화 값! 이거 축구화 값이에요!"
아저씨 품에 안긴 수탉이 난리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기겁을 한 아저씨에게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모따비오가 말했습니다.
"이거 제가 기른 거라 다른 닭보다 더 커서 고기도 많고 힘도 세요.제발 축구화 뺏어가지 마세요."
순간 아저씨의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칠흑 같은 절망에 휩싸여 있던 것들이 어떻게 해서 한 순간 그렇게도 투명하게 비춰지는지 하저씨도 눈가에 눈물이 맺혀 차마 아이들을 바라보지 못하고 하늘만 바라보았습니다. -본문 중에서
<맨발의 꿈>(주경희/ 북스토리)은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단의 감동 실화를 담은 김태균 감독의 영화 <맨발의 꿈>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엮은 동화다. 하루 1달러, 짝퉁 축구화로 시작된 동티모르 아이들이 기적 같은 이야기. 동티모르는 오랜 식민지였으면 내전이 빈번한 나라로 그곳의 아이들은 전기와 수도가 수시로 끊기는 빈곤한 환경에서 거리를 떠돌면 살아간다. 개중에는 더러 어깨 짐을 지고 생선 채소 과일등을 파는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축구화 한켤레 자유롭게 살 수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동티모르에 한국인 전직 축구 스타가 스포츠 샵을 오픈하고 맨발의 어린이들은 그와 '하루 1달러'라는 축구화 할부 계약을 맺는다. 그리고 그들은 얼마 후, 똑같은 꿈을 꾸기 시작한다.유소년 대회에 나가는 것이다. 가난과 슬픔에서 해방되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더 이상 추락할 곳도 없었던 감독과 내전종식은 했지만 아직도 불안한 내정과 가난을 축구에 대한 열정으로 이겨내고 싶었던 그들은 그리하여 히로시마 국제 대회에서 6전 전승르로 1등이라는 기적을 만들어 낸다.
<영화에서 감독역을 맡은 박희순과 실제 주인공 김신환감독>
<영화 시사회에 초대되어 참석한 영화 속 친구들>
사진출처: 인터넷 <시사회에 참석한 영화의 주인공들>
영화는 많은 에피소드를 만들어 냈다.아직 치안이 위험하고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열악한 불모의 땅 동티모르에서 영화를 찍는것 자체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연이은 내전의 상처는 서로에 대한 불신과 상처로 원망과 복수만이 남아 있었다. 축구를 할 때 조차도 패스를 하지 않을 정도의 적개심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나의 복수의 상대이고 어른이 되어서 죽여야 하는 가족의 원수이었으니까. 내전은 그들에게 그만큼 큰 상처를 남겼다. 이유도 모른채.
40도가 넘는 뜨거운 더위 거기에 우기의 시작, 그리고 영화의 주인공인 아이들과의 언어소통 자주 끊기는 전기등은 기본이고 영화촬영이라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 주민들과 상처로 가득한 동티모르인들의 위험한 경계심을 감수해야 했다.
꿈을꾸기 어려운 나라에서 맨발의 아이들을 이끌고 꿈을 꾸게 만든 김신환 축구감독과 김태균 영화감독은 어쩌면 이점에서 너무나 닮아있다. 아이들이 꿈과 어른들의 잃어버린 꿈은 같다. 영화에서 아이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은 40대 감독의 잃어버린 꿈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김신환 감독은 "아이들이 나를 인생의 끝에서 살려냈다"라고 말했다. 실화의 감동은 그래서 오래오래 더 남는 것이 아닐까.
영화는 세계최초로 UN이라는 기구에서 시사회를 열기도 했다. 보수적인 UN에서 각국 대사들을 상대로 시사회를 열었다고 하니 이또한 기적같은 일이 아니었을까요. 배우 박희순은 김신환 감독의 절친한 후배인 현 고등학교 축구부 코치한테 3개월잔 축구 개인교습을 받았다고 한다. 물론 축구 실력은 안늘었지만 감독님처럼 말하는 법은 완벽하게 배웠다고. 어눌하면서 건성건성한 듯한 그의 말투는 바로 김신환 감독의 말투인가 보다.
사진출처: 인터넷 <유엔에서 시사회 하는 장면들>
요즘 드라마나 영화에 '까메오'출연이 유행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도 동티모르의 국가 영웅이신 구스마오 총리가 깜짝 출연했다.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기의 대통령이셨기에 대통령 역할로 출연제의를 받고 국무회의까지 거쳐 출연할 수 있었단다. 영화의 두 주인공 박희순과 고창석의 능글하면서 천연덕스럽고 여유만만한 모습과 현재 축구선수로 뛰고 있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본다. 이영화를 통해 '희망'이란 단어를 다시 떠올려 보며 함께 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