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이 김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세상이 아무리 거칠고 혹독해도
살아있기만 한다면
한눈에 피가 섞였다는 걸 알아볼 수 있다
개똥이 말똥이 만복이가 이바노프 성을 달고
비탈리가 되든 알렉산더가 되든
촉촉이 젖은 눈을 보면 알 수 있다
가끔은 시베리아 곰을 닮은 것처럼
왕방울 눈이 사나워 보여도
가슴 깊숙이 숨어든 사연이란 것이
워낙 슬픈 족속의 것들이어서
제국의 총부리를 뱉어낸 가난은 그대로다
살기 위해 조선을 떠났고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한민족의 아들이 아들을 낳아 대를 이어 오다
구소련에서 러시아로 바뀌었지만
먹고사는 것이 힘들어
대한민국을 조국이라며 찾아온 동포 3세
M4 비자로 근근이 일자리 찾다
입보다 빠른 눈칫밥으로 배워가는
발판 비계공이 된 안드레이
십 년 만에 고향을 찾아간다는 데
오늘따라 빨개진 눈자위가 더 슬퍼 보이는 데
내일이면 떠난다는 그를 처음으로 안아주었다
한민족의 근성 그대로인 순정한 그대
자네의 고향은 대한민국이니
그리운 처자 만나고 잘 돌아오시라
카페 게시글
시
안드레이 김/ 박철영/ 무시천 문학/ 2023년 가을 13호
박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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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9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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