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일어나야 한다.
일어나야 살아 있는 거지, 누워 있다면 그게 사는 거냐!
그런데 일어나기가 싫다. 생각은 있는데 몸이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일어나면 할 일이 많아서인지, 휑하니 집안이 멍때리고 있어서인지.
아내가 있을 땐, 뒤척이는 이 순간이 행복했었다.
늦어 막에 “식사하세요”라고 부르면, 그때 일어나 앉으면 됐으니까.
허나! 지금은 혼자 아닌가.
일어나는 순간, 많은 일들이 자기 먼저 해달라고,
내 앞을 가로막을 것에 대한 중압감으로 몸이 꽁꽁 묶여 있다.
겨우 엎드려 손을 펴고, 고개를 좌우로 돌려 몸의 이상 유무를 살핀다.
이제 일어나기 전 스트레칭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엎드리고 보니 쓸데없이 텐트를 친 ‘거시기’가 걸리적거려, 고양이 자세로 바꿨다.
발가락도 꼬불쳐보고, 엉덩이 치켜들고 어깨도 쭉 펴본다.
몸이 가뿐해 지니 일어날 만도 하다.
동창이 밝아 온다. 모닝콜은 벌써 울렸는데 일어나지 않는다며 자꾸 보챈다.
아내 온기를 느끼려고 켜 논 침대 전원 끄고,
내팽개쳐 놓은 속 옷을 더듬어 입고 일어난다.
아내가 없어서인지 방 안 공기가 약간 싸늘하다.
아내는 친구들과 유럽 여행을 떠났다. 제법 된 것 같은데 겨우 이틀 지났다.
할 일이 너무 많다. 안팎일을 다하자면 1인 5역이다.
화장실 갔다가, 소금물 마시고, 마 갈아 마셨다.
오늘은 목욕탕 쉬는 날, 집에서 씻기가 귀찮다.
냉장고에 가득한 찬거리, 설거지하기 싫어 대충 때운다.
오늘은 약밥에, 생김치에, 무채면 될 것 같다. 초 간편식이다.
살려고 먹는 건지, 먹으려고 사는 건지. 참 애달프다.
아내가 뚝딱뚝딱 마련한 따뜻한 밥상이 그립다.
제일 싫어하는 전자레인지를 사용해야 한다니, 눈물이 난다.
아~ 아직도 일주일 이상 버텨야 산다.
여행을 좋아하는 아내다. 혼자살이가 적응되었으리라 생각했는데 아니다.
막상 닥치고 보니 이젠 더 절실하다.
식탁에 앉아 폰을 들여다보니, 우리의 원로 배우 ‘이순재’씨가 돌아가셨단다.
향년 91세다. 건강하게 오래 사시는 모습이 참 좋았었다.
자기 일에 끝까지 열정을 쏟아붓는 것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비법이라 하셨다.
‘고도를 기다리며’ ‘사랑이 뭐길래’ ‘허준’ 등 불후의 명작들이 많다.
난, 어디에 정열을 쏟아부어야 건강하게 오래 버틸까?
차가운 아침 공기를 가르며 가을이 산책시켜야 한다.
집 안은 어제 청소하고, 빨래했으니 할 것 없다.
오늘 일정이 너무 빠듯하다.
오전 10시와 11시 두 번의 미팅이 있으며, 정양늪 발전회의 점심 약속이 있다.
오후 1시 30분에 바둑 강의가 있고, 수업 마치고 참새 방앗간 들리듯 스크린골프장에 간다.
홀인원 상금이 차곡차곡 쌓여 또 백만원이 넘었다.
지금까지 7번의 홀인원을 경험했다.
하지만 운이 없는지 실력이 없는지 항상 남의 떡이다.
그래도 고도를 기다리듯 오마지 않은 홀인원을 기대하면서 늘 “굿샷”을 외친다.
오늘도 내일도 일상이 늘 “굿샷” 되는 그러한 삶이면 좋겠다.